Who does the land document of the fantasy Demon Castle belong to? RAW novel - Chapter 110
제110화
해가 중천을 넘어가자 식사를 위해 마차가 잠시 멈췄다.
이게 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인데, 밥은 먹고 해야지.
강도들은 서부에서 폭력으로 먹고사는 놈들답게 며칠 분량의 비상식량은 가지고 다녔고, 마르할과 마린도 그건 다르지 않았다.
“뭐 해?”
마린은 겐트만을 보았다. 겐트만은 그릇을 휘적이며 내용물을 골라내고 있었다.
“나는 말고기를 못 먹는다.”
“그런 게 어디 있어.”
마린이 미심쩍은 눈으로 겐트만을 보았다. 짧은 시간 너무 많은 기행을 보아서 그의 말은 도저히 신뢰가 안 된다.
고기 못 먹는 사람은 살면서 한 번도 못 봤다. 마린의 눈에는 겐트만이 누린내 나는 고기가 먹기 싫어 핑계를 대는 걸로 보였다.
“체질에 따라 특정 음식을 먹으면 면역 체계가… 아니다. 말을 말지.”
겐트만이 한숨을 푹 쉬었고, 마린의 손에 들린 나무 숟가락이 부러졌다.
“진짜예요. 체질적으로 특정 음식을 못 먹는 사람이 있어요.”
“전 한 번도 본 적 없는데요?”
거지든 현장 인부든 누가 밥을 주면 잘만 먹었다.
식재가 싫어서 가끔 밥을 거르는 사람은 봤어도, 못 먹는 사람은 한 번도 못 봤다.
“진짜 반응이 심한 사람은 다들 죽었으니까요. 그리고 대부분은 설사나 간지러움 같은 걸로 끝나요.”
“그건 본 것 같아요.”
어떤 음식만 먹으면 꼭 설사한다고 불평하는 사람은 마린도 몇 명 안다.
그게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진짜 몸의 문제였다니.
“내가 약을 만들기 시작한 것도 이것 때문이다. 왜 다름을 이해하려는 인간이 없는지.”
툴툴대며 말고기를 전부 골라낸 겐트만은 그릇을 몇 초 동안 노려보더니, 크게 결심한 얼굴로 국을 한 숟갈 입으로 가져갔다.
그리고 한마디 꺼냈다.
“향신료가 부족해.”
마르할이 조용히 마린의 팔을 붙잡았다. 마린이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식사에 집중했다.
수련의 흔적은 보이지 않으니 그녀가 진심으로 때리면 죽을 수도 있다. 그래도 언젠가 겐트만을 한 대 치고 말겠다고 다짐하는 마린이었다.
마차가 다시 출발했다. 겐트만은 식사를 마치고 바로 마차에 틀어박혔다.
말을 타고 가는 것보단 짐마차 안에 있는 게 편하긴 하다.
마린은 마르할에게 말을 몰아 다가갔다.
누군가는 여행의 단점으로 침묵을 꼽기도 하지만, 그녀는 딱히 침묵이 불편하지 않다. 하지만 마르할과 단둘이 있을 기회는 정말 드물다.
이 시간에도 침묵하고 싶지는 않다.
“저, 마르할 님.”
“왜 그래요?”
“저 마차 안에 있는 건 뭐예요?”
“향초예요.”
“윤락가에서 쓰는 그 향초요?”
초는 밤에 불을 밝히는 물건이다. 희귀한 물건은 아니지만, 그래도 서민이 막 살 수 있는 금액은 아니다. 보통 중요한 날에 하나씩 켜서 쓴다.
일상에서 초를 제일 많이 만날 수 있는 장소는 사창가나 윤락가다.
특히 향초는 흥분을 위해 쓰곤 한다…는 게 마린이 아는 전부다.
마린의 순수한 질문에 마르할은 씁쓸하게 웃었다.
“동부에선 주로 그렇게들 쓰죠.”
마린의 말도 틀린 건 아니다. 빛을 밝힐 거면 기름등이나 일반 초를 쓰면 된다. 만들기 복잡하고 값도 비싼 향초를 쓸 이유가 없다.
하지만 서부에선 향초를 다른 방식으로 썼다.
“바체아 제국 축제에선 향초가 필수품이었어요. 큰 거리마다 향초를 켜면, 그 냄새가 거리 가득 퍼지죠. 거리에 가득한 다른 나라의 문화와 향초의 향기까지. 마치 전혀 다른 나라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고는 해요.”
“마르할 님은, 바체아 제국 건국제에 가보셨어요?”
“몇 번요.”
나이도 나이였고, 황족이 해야 하는 최소한의 의무 탓에 자주 가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건국제 밤거리는 지금도 마르할의 기억에 있다.
황제와 황후의 체면이 있으니 부모님과 같이 둘러보는 건 무리가 있고, 형과 함께 잠깐 시간을 냈다.
아마도, 이게 마르할이 가진 향수다.
고향, 사라진 제국을 향한 그리움.
마르할의 목소리가 추억에 잠겼다.
“향초는 바체아 제국 건국제의 상징 같은 물건이에요. 하지만 그 향초를 그대로 만들 수 있는 사람을 찾기 힘들더라고요. 몇 년을 돌아다녀서 겨우 한 명 찾았죠.”
“그게 겐트만이에요?”
“맞아요. 겨우 찾아서 향초 제작을 부탁했죠. 그 대신 연구 지원을 해달라는데, 돈을 엄청나게 먹는다니까요. 마을 하나 운영하는 것보다 겐트만에게 드는 돈이 더 많을걸요?”
“그러면… 마르할 님은 전부터 이걸 준비하고 계셨다는 건가요? 처음 만났을 때, 저 사람 5년이라고 했어요.”
마르할과 만난 겐트만은 5년을 준다더니, 3년도 못 갔다고 불평했다.
“마린도 많이 날카로워졌네요. 맞아요. 5년을 한계선이라 보았거든요.”
“한계선요?”
“동부 삼국이 서부를 방치하는 기간이요.”
“지금도 휴고가 연합을 하루에도 몇 번씩 욕하던데요?”
마르할 앞에서는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은 모습을 보이는 휴고지만, 휴고가 업무를 처리하는 모습을 옆에서 보고 있으면 그의 평시 성격을 알 수 있다.
마르할 앞에 있을 때와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때때로 입이 험해진다.
그가 처리하는 업무의 양을 보면 누구나 그렇게 될 것이다.
지주 업무나 사업체 굴리는 일을 전혀 모르는 마린이 보기에도 휴고의 하루 일감은 엄청나다.
하나라도 차질이 생기면 일정이 전부 꼬이고 일이 배로 늘어난다. 그러면 휴고의 욕을 볼 수 있다.
연합이나 동부 세 개 국가, 아니면 다른 지주를 향해 살벌한 욕을 쏟아낸다.
“그건 견제조차 아니에요. 서부로 들어오는 물류와 인구는 여전하잖아요? 공국이 작정하고 서부를 말려 죽이려 하면, 서부의 반은 아사해요. 제국이나 성황국이 나서도 다르지 않고요.”
“…반이나요?”
마린은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이다.
동부에서 들어오는 식량이 많다는 건 안다. 하지만 그게 없다고 수십, 수백만 서부 인구의 반이 줄어든다는 건… 조금 믿기 힘들다.
“이렇게 이해하면 간단해요. 마린, 서부에서 농지를 본 적 있어요?”
“…없어요.”
말을 키우는 마장은 많다. 소나 닭을 키우는 목장도 찾아보면 없진 않다.
하지만 직접 농사를 짓는 땅은, 취미로 작게 향신료를 기르는 것을 빼면 보지 못했다.
서부를 넘어 공국의 영토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보이는 게 농지고, 가장 많은 것도 농지다. 제국과 성황국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농사를 짓지 않으면, 사람은 굶는다.
지극히 당연한 상식. 하지만 한 번도 해보지 않은 고민이다.
“농사는 지으려면 언제든 지을 수 있고, 건물을 올려 사람을 긁어모으는 건 지금이 아니면 안 되니까요. 그래서 농사보다 마을과 도시의 성장이 우선되죠. 농사는 뒷전이 되었고요.”
“마르할 님은, 그걸 알고도 가만히 계시는 건가요?”
마린이 아는 마르할은 문제가 있고, 그걸 인식했으면 해결책을 마련하는 사람이다. 5년 후의 미래까지 내다보는 사람이 눈앞에 있는 식량 문제를 놓쳤을 것 같지는 않다.
“농사지으려는 사람이 있긴 했어요. 이러니저러니 해도 이 근처는 지력이 좋은 편이니까요. 그런데 대규모로 농사를 지으려 할 때마다. 여러 사정으로 취소되었죠.”
“그게 연합의 짓이고요?”
“정황은 그래요. 이제 알겠죠? 연합이, 연합의 주인들이 진심이 되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저희는 당하고만 있어야 하고요?”
마린의 목소리에 감정이 실렸다.
떠오르는 건 그녀의 인생, 과거의 기억이다. 힘이 없어 베스타롤라를 버리고 동부로 도망쳤다.
공국에서는 몇 년을 구걸로 먹고살아야 했다.
그렇게 힘을 키우고, 돈을 벌어, 서부로 왔다. 지주가 되었다. 책임져야 하는 사람이 생겼다.
그런데 그것조차 다른 사람들의 손짓 하나에 무너지는 모래성이라는 걸 알았다.
“서부 전체가 목줄이 채워진 개 신세고, 저희는 주인이 죽이려 하면 얌전히 죽어야 하는, 그런 건가요? 지금까지 개처럼 살았는데, 앞으로도 개처럼 살아야 하나요?”
“마린, 서부 사람들은 멍청하지 않아요.”
“하지만 마르할 님 말대로라면….”
“만약 그들이 식량 공급을 그만두면, 지주들은 바로 북쪽 곡창지대를 손에 넣고 씨앗을 심겠죠. 첫 수확까지만 버티면 돼요. 그러면 서부는 식량을 자급자족할 수 있어요. 다음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없어요. 한 번 배신당한 서부는 다시는 동부를 믿지 않을 테니까요.”
설령 다시 동부와 교류를 시작하려는 사람이 있다고 해도, 주변이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용납해도, 마르할이 모든 수단을 동원해 용납하지 않는다.
“하일리는 자기 땅에 숲을 만들고 생태계 부활에 힘쓰고 있어요. 작게나마 농사도 짓고 있고요. 아젠만 각하는 공국 상인들에게 상당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죠. 상인은 돈을 따르는 자들이에요. 그곳에 돈만 있다면, 밀매나 밀수는 태연하게 저지르죠. 저도 여러 가지로 준비하고 있어요. 결과가 나오려면 시간이 걸리지만요.”
마린은 그래도 납득하지 못한 얼굴이다. 이해란 어떤 주제를 자기 안에 받아들이는 행위다.
마르할이 아무리 설명을 잘해도, 듣는 사람이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허공에 대고 떠드는 것과 다르지 않다.
마린은 아직 준비가 안 되어 있다.
여기서 이해시키려고 애쓸 필요 없다.
지주로서, 그리고 서부 사람으로서 서부에 살다 보면 자연스럽게 알아가게 되리라.
“지금의 서부가 약한 건 맞아요. 하지만 약한 것과 가만히 있는 건 달라요. 동부의 권력자들도 그걸 아니까 연합 같은 걸 만들어서 간접적으로 견제하고 있는 거고요. 전부 시간이 지나면 알 거예요.”
마린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말발굽 소리와 마차 굴러가는 소리만이 조용히 울렸다.
마르할은 품에서 하모니카를 꺼냈다. 보기 드문 금속 악기를 옷에 슥슥 닦고, 입으로 가져갔다.
황야에 하모니카 소리가 울렸다.
* * *
마리나는 망토를 벗고 땅에 누워 있었다.
그녀의 시선은 똑바로 태양을 향하고 있다.
그녀의 기행은 벌써 한 시간이 넘도록 이어지고 있다. 보통 사람이라면 시력이 손상되는 걸 넘어 실명했을 행동이다.
마리나의 눈은 멀쩡하다. 마법으로 만들어진 그녀의 눈은 일반적인 눈과는 근본부터가 다르다.
“그 기행은 언제 끝나지?”
아르테르가 짜증을 숨기지도 않고 물었다.
최대한 빠르게 진행해야 하는 작전이다. 그런데 이렇게 시간을 잡아먹히고 있다. 매일 짧으면 한 시간, 길게는 세 시간 동안 저러고 있었던 적도 있다.
저 기행 때문에 일정이 사흘 이상 늦어지고 있다.
아르테르는 가공 안 한 밀가루라도 삼킨 것처럼 속이 답답했다.
태양을 보고 있던 눈동자가 아르테르를 향했다.
마리나와 아르테르의 눈이 마주쳤다.
마리나의 눈동자가 태양처럼 빛났고, 아르테르가 무심코 손으로 눈을 가렸다.
“오늘 밤에는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도착으로는 늦다. 모든 준비를 끝내고 습격해야 한다.”
밤에 도착해 준비를 시작하면, 본격적인 습격은 새벽이다. 평시라면 딱 좋을 시간이지만, 축제가 한창이라면 밤에도 깨어 있는 사람이 많다.
애매하게 밝은 새벽보다는 확실히 어두운 밤이 더 좋다.
최고의 계획이 마법사 하나의 기행 때문에 날아가고 있다.
“제 도움 없이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면 그래도 좋습니다. 수천 명이 머무는 마을을 수십 명의 기사가 잘도 태우고 다니겠네요. 그 마을 자경단은 놀고 있겠습니다?”
“나는 철을 베는 기사다.”
“철을 베는 기사는 등에도 눈이 달렸나 보군요. 놀랐습니다. 당신은 저 이상의 마법사인가요?”
아르테르가 이를 갈았다.
‘갑옷만 있었으면, 네년은 필요도 없었다.’
철을 베는 기사는 절대적인 전력이지만, 여전히 인간이다.
베이면 다치고, 눈먼 화살에 죽는다.
그런 기사의 약점을 없애주는 게 전신 갑옷이다.
여간한 무기는 막아내는 철의 성채. 장인이 만든 전신 갑옷 중에는 대포와 마법에도 버티는 물건이 있다고 한다.
아르테르는 옛날부터, 기사의 종자였던 시절부터 전신 갑옷을 원했다.
멋있다. 그러니 가지고 싶다. 아이의 치기에서 시작된 집착은 그가 어른이 되고 갈망으로 변했다.
전신 갑옷만 있으면, 그는 혼자 수천을 도륙하고 마을을 불사를 자신이 있다.
10년이 넘게 노력했지만, 아르테르는 여전히 전신 갑옷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열등감을 긁어내는 마리나를 노려봤다.
마리나는 아르테르의 시선을 알고도 모른 척했다.
그녀의 바람은 하나다.
그들이 도착하기 전에 마르할이 준비를 끝내고 있기를.
이건 황제의 명이다. 작전이 시작되면 대충 할 수는 없다. 그녀는 전력을 다해 마을을 태워야 한다.
하지만 마법이 막히고 작전 수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면, 전략적 후퇴는 있을 수 있다.
그녀는 마르할이 이들을, 철을 베는 기사와 자신을 막을 수 있는 전력을 배치하고 기다리고 있었으면 했다.
‘황제의 명령은 무엇보다 우선해야 하는데….’
그런데도 마르할을 돕고 있는 자신이 있다.
마리나도 자기 행동의 이유를 정확히 알 수 없었다.
태양에 박힌 검은 점들이 그녀 가슴에도 박힌 것만 같다.
찬란한 태양 안에서도 빛나는 시꺼먼 어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