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does the land document of the fantasy Demon Castle belong to? RAW novel - Chapter 169
제169화
경계에서 마린의 땅까지는 거리가 조금 있다.
휴고는 마린의 마을과 카반의 도시를 재건할 때 처음부터 한 달에서 두 달 동안 사용할 양의 물자를 가져왔고, 그래서 마린의 마을은 기근 같은 것이 돌고 있다는 소문만 들었을 뿐, 실제 배곯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인근의 다른 지주는 아니었다.
지주가 된 사람은 각양각색이다. 한 달 이상의 식량을 비축해둔 사람도 있었고, 행상이 올 것을 기대해 식량을 챙기지 않은 사람도 있었다.
누군가는 배를 곯았고, 배곯는 자들은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강도가, 도적이, 마적이 되었다.
그들의 검은 살기 위한 검이었고, 그래서 검에는 자비가 없었다.
베이올라는 검을 뽑았다 그녀 앞에 수십 필의 말이 달려왔다.
말에 탄 사람들은 눈에서 독기를 뿜었다. 독기는 베이올라를 향했고, 베이올라 뒤에 있는 재건 중인 도시를 향했다.
도시에는 식량이 산처럼 쌓여 있더라.
도시를 재건하는 인부들은 배곯지 않는다더라.
저기 있는 도시의 배식 시간에는 죽에 훈제한 고기까지 나오더라.
그런 소문이었다. 언제부턴가 퍼진 소문은 인근 전역에 퍼졌고, 도시는 배곯은 자들을 끌어들이는 개미지옥이 되었다.
베이올라는 도시라는 구멍에 떨어지는 개미를 잡아먹는 개미귀신이었다.
베이올라가 검을 뽑았다.
그녀는 떨지 않았다. 겁먹지 않았다.
단지 궁금했다.
‘무슨 생각일까.’
도시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이 수백 명이고, 모두 서부 경험이 풍부한 사람들이다.
무기 하나씩은 가지고 있다.
성벽은 대부분 부쉈지만, 그래도 엄폐물로 사용할 물건은 많았다. 건물에 몸을 숨기고 돌을 던지고 쇠뇌를 쏘면 기마는 무력하게 당할 수밖에 없다.
저들 중 초인이 있어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는다.
스트레킬조차 난전 중에 날아오는 화살을 무서워한다. 어중간한 실력의 초인은 날아오는 화살을 막을 수 없다.
그래서 모르겠다.
죽을 걸 알면서도 고작 저 숫자로 이리로 오는 이유가 무엇일까. 누구도 모르는 비장의 수단이라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차라리 저 말을 도축해 먹는 게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 말이 영혼을 나눈 친구라도 된단 말인가.
그래서 말은 차마 먹지 못하고 사람의 고혈을 먹으려는 걸까.
배곯은 마적이 가까워졌다.
베이올라의 손이 움직였다. 수십 개의 작은 쇠못이 우악스럽게 흩뿌려졌다.
그녀는 투척술 같은 건 모른다. 많이 뿌리고, 그중 한두 개만 말에 명중하면 된다.
말 몇 마리가 고꾸라졌다. 사람과 말이 뒤엉켜 황야의 땅에 쓰러졌다.
사람과 말의 팔다리가 망가진 인형처럼 나풀댔다. 그들은 달려오던 기세 그대로 땅에 갈렸다.
동료가 죽었어도 마적들은 멈추지 않았다.
마적 중 하나가 소리치며 사기를 올렸다. 그자는 말에 매여 있던 짐에서 단검을 꺼내 베이올라에게 던졌다.
빠르다. 하나, 그날 쳐낸 화살보다는 아니다.
베이올라는 연달아 날아오는 단검을 쳐냈다. 수십 개의 단검이 그녀의 검과 어우러졌다.
단검들은 서로 품질이 달랐고, 속도가 달랐고, 각도가 달랐다. 그래서 단검이 검과 만날 때마다 다른 소리가 났고, 베이올라의 검은 날아온 단검과 같은 숫자의 음을 만들었다.
어떤 소리는 탁했고, 어떤 소리는 맑았다.
맑고 탁한 쇳소리 사이에 말발굽 소리가 생겨났고, 점차 커졌다.
초인이 둘. 나머지는 일반인이었다. 사람을 죽여본 용병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베이올라에게는 중요하지 않았다.
베이올라의 손은 떨리지 않았고, 눈으로는 적을 명확히 보았다.
말을 탄 초인이 할버드를 뽑았다. 그는 할버드를 머리 위로 치켜들고 베이올라를 향해 휘둘렀다.
베이올라는 아랫배에 힘을 주고 할버드를 쳐냈다.
말 위에 있던 초인은 베이올라의 힘을 버티지 못하고 그대로 낙마했다. 초인의 머리통이 깨졌다.
옆에서 또 다른 초인이 그녀에게 검을 휘둘렀다. 베이올라는 마찬가지로 검을 쳐냈고, 초인은 낙마했으며, 목이 부러져 죽었다.
말들은 그녀를 지나쳤다. 공포에 질린 고함을 지르며 도시를 향해 달렸다. 베이올라는 떨어진 할버드를 한 손으로 들고, 던졌다.
할버드의 손잡이가 마적 하나의 등에 맞았고, 마적은 땅에 떨어졌다.
사람이 먹을 식량도 없었다. 말도 배를 곯았고, 지친 말은 느렸다.
베이올라는 말을 따라잡았다. 그리고 말 위에 있는 사람들의 허벅지를, 옆구리를, 아랫배를 찔렀다.
황야에 수십 구의 시신이 생겼다.
전신의 뼈가 부러지고 내장이 터져 안에 든 내용물이 보였다.
그녀는 묵묵히 흥분한 말을 한곳에 모았다. 도망친 말을 굳이 따라가 잡지는 않았다.
베이올라는 갈라진 배에서 흘러나온 내장을 밟아가며 묵묵히 움직였다.
스트레킬은 말했다. 피 공포증을 고치려던 그녀가 어렸을 때 겪었던 것과 비슷한 충격이 필요하다고.
레벨라는 죽었다. 그녀의 손으로 죽였다.
그리고 베이올라의 피 공포증은 나았다.
그녀는 피를 봐도 기절하지 않았다. 사람을 죽여도 손을 떨지 않았다.
“내가 어려서부터 이랬다면, 네가 죽는 일도 없었을까. 아니, 그러면 너는 나한테 오지 않았을까.”
베이올라의 말은 듣는 사람 없이 허무하게 울렸다.
베이올라는 주인 잃은 말을 끌고 도시로 돌아왔다.
잡부들은 그녀를 피했다.
베이올라는 산 것을 베는 재주는 있어도, 산 것을 베며 튄 피를 피하는 재주는 없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피를 뒤집어쓰고, 걸음마다 핏자국이 남는 그녀에게 접근하는 간 큰 사람은 없었다.
베이올라의 반대편에서는 스트레킬이 갑옷에 피를 묻힌 채 걸어왔다.
투구를 쓰고 있어 그의 표정은 볼 수 없었다.
베이올라가 고개를 까딱여 인사하자 스트레킬도 손을 흔들었다.
베이올라는 끌고 온 말들을 막 만들어진 마을 도축장에 맡겼다.
마장으로 지어진 그곳은, 말에게 먹일 풀도 없어지며 도축장이 되었다.
베이올라는 우물 옆에 있는 작은 건물을 찾았다.
여자들이 씻을 때 쓰는 장소였다.
건물 안에서는 마린이 옷을 벗고 있었다. 벗어둔 마린의 옷은 베이올라와 비슷하게 피가 묻어 있었다.
마린이 입을 열었다.
“일찍 왔네?”
“힘들지도 않았어.”
베이올라도 마린 옆에서 옷을 벗었다.
갈아입을 옷은 이미 준비되어 있었다. 그녀들이 피범벅으로 몸을 씻는 것도 어제오늘 일이 아니었다.
둘은 조용히 작은 우물에서 물을 퍼 몸을 씻었다.
“언제까지 이래야 할까.”
“소문이 없어질 때까지. 아니면, 배고픈 사람이 사라질 때까지.”
“그게 가능한 일이야?”
“그러니까 언제 끝날지 모른다고.”
카반과 휴고는 식량 창고를 지켰다.
경계로 돌아가려던 휴고는 갑자기 터진 식량 부족 사태에 경계로 돌아가지도 못하고 도시에 남아 일했다. 마르할이 경계에 있다는 게 그나마 위안이었다.
스트레킬과 울테칸은 마린과 베이올라처럼 도시에 접근하는 도적인지 마적인지 모를 놈들을 잡아 죽이는 일을 했다.
마린은 원래 말이 적었고, 베이올라는 갈수록 말이 적어졌다.
물 떨어지는 소리와 옷을 문지르는 소리만이 조용하게 울렸다.
베이올라는 서부에 익숙해졌다. 찬물에 몸을 씻는 것도, 몸을 씻으며 나온 비눗물로 옷을 씻는 것도.
그리고 사람을 죽이는 것도.
베이올라를 평생 괴롭혔고, 그녀의 인생을 빛 한 점 없는 어둠 속으로 처박았던 피와 살인이다.
베이올라는 1년도 되지 않아 그것들에 익숙해졌고, 이제 그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게 되었다.
검을 들고, 생물에게 휘두른다. 이 간단한 행동을 못 해 레벨라가 죽었다. 사람과 동물을 죽일 때마다 그 사실이 떠올랐고, 그게 베이올라를 우울하게 했다.
“배고파.”
“…잘도 그 말이 입에서 나온다?”
베이올라는 입꼬리를 축 떨어뜨리며 마린에게 되물었다.
“그럼 굶든가.”
“나도 그러고 싶어.”
마린이 한숨을 쉬었다.
두 사람의 식사는 여전히 스트레킬이 만든 끔찍한 음식이었다.
이럴 때야말로 역사를 계승할 기회라며 스트레킬은 식사 때마다 기괴한 음식을 만들어냈다.
실제로 실력이 느는 게 눈에 보이니 거부하기도 힘들었다.
“비누 줘.”
“여기. 거기 몸 닦을 천.”
“자.”
두 사람은 몸을 씻고, 몸을 씻으며 나온 비눗물과 약간의 잿물로 옷을 씻었다.
물 걱정이 없다. 서부에서 이게 얼마나 큰 사치이며 축복인지 이제 베이올라도 안다.
작업 중에 지급되는 것을 빼면, 인부들은 씻을 물에도 돈을 낸다.
식수는 공짜지만, 씻는 물은 아니다.
우물에 차는 물의 양에는 한계가 있고, 우물은 현재까지 마린의 마을과 카반의 도시를 합쳐 다섯 개밖에 파지 못했다.
수백 명의 인부가 모두 씻으려 들면 우물물이 바닥난다.
애초에 귀족이 아닌 이상 서부 사람이든 동부 사람이든 잘 씻지 않는다. 일주일에 한 번 마실 물을 아껴 적신 천으로 몸을 닦는 게 끝이다.
사람들 몸에선 악취가 났고, 베이올라는 이제 그 악취에도 적응했다.
옷까지 갈아입은 둘은 헬라의 집 뒤편으로 향했다. 작은 공터 중앙에는 모닥불이 피워져 있었고, 불 위에 올려진 솥에서는 끔찍한 냄새가 났다.
솥 앞에 앉은 사람은 당연히 스트레킬이었다.
스트레킬의 갑옷에는 말라붙은 피가 그대로 굳어 있었다. 피가 말라붙고, 그 위에 피가 흐르고, 다시 마르며 만들어진 흔적이었다.
마린과 베이올라가 자리를 잡고 앉았다.
“다친 곳은?”
“없어.”
“없어요.”
스트레킬은 솥 옆에 있던 그릇을 털며 말했다.
“작은 상처도 무시하지 마라. 물자가 없다면 모를까, 사제도 있는 마당에 상처를 입고 무시하는 건 멍청한 짓이다.”
전쟁을 경험한 스트레킬은 감염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안다.
전염병도 버텨낸 초인이 작은 상처에서 시작된 감염을 막지 못해 죽기도 한다.
스트레킬 정도의 경험이 있다면 자기 상처는 대강 판단할 수 있지만, 그런 경험도 부족한 둘은 무조건 사제에게 보이고 치료를 받아야 했다.
먹기 싫어 죽겠다는 얼굴로 꾸역꾸역 숟가락을 움직이던 베이올라가 스트레킬에게 물었다.
“다른 소식은 없어?”
“축제 직후부터 전조는 있었다. 그게 이제 터진 거다. 여태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면, 앞으로도 시간이 걸린다는 거겠지. 그리고 식량이 공급된다고 끝이 아니다.”
“왜?”
“식량 사정이 여유로울 때도 배고픈 사람은 있었으니까.”
“마린의 말대로다. 만일 식량 공급이 정상화되어도, 식량을 먼저 얻는 사람은 소수다. 기뻐해야 할 건 우리가 그 소수에 들어간다는 거고, 개 같은 건 식량을 노리는 목숨 아까운 줄 모르는 놈들이 당분간 계속 생길 거라는 거다.”
숟가락 움직이는 소리와 음식 삼키는 소리만 작게 들렸다.
‘쯧. 농담도 못 하겠고 말이야.’
군대였다면 농담이라도 해서 분위기를 풀었겠지만, 여기선 아니다.
군대에서 남자들이 하는 농담은 천박하고 더러운 것들이다. 여자한테 했다간 뺨 맞을 것들.
스트레킬은 평생을 기사와 부대꼈기에 여자 둘을 앞에 두고 할 만한 농담은 몰랐다.
‘하여간, 마르할이 빨리 와야 해.’
능력 있는 사람이 많아 어찌어찌 버티고는 있지만, 그게 언제까지 갈지 모른다.
식량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당장 도시 재건 작업에 투입된 수백 인부들이 먼저 강도로 돌변한다.
휴고는 식량 공급이 떨어질 걱정은 없다고 했다. 스트레킬도 동감한다.
마르할은 처음 소문이 나올 때부터 식량을 모았다. 수백 명을 먹여 살릴 식량도 없을 것 같지는 않다.
그놈이 보낸 마차가 마적에게 당할 리도 없고.
마르할을 아는 자들은 그 사실을 이해하고 있지만, 여기 인부들은 아니다.
불안은 전염되고, 사람은 분위기에 휩쓸리기 쉽다.
행동력 좋은 몇이 사람을 선동하기 시작하면 불안은 퍼지고, 혼란은 가중된다.
인부들이 강도로 돌변한다면 그 순간이다.
그에 대비한 준비도 해두고는 있지만, 그런 건 쓰지 않고 끝나는 게 제일 좋다.
비슷한 날들이 이어졌다. 그리고 드디어 동쪽에서 소식이 날아왔다.
그건 다른 사람들에게 식량 부족 이상의 충격을 가져다주었다.
서부의 지주들이 식량을 풀기 시작했고, 천하를 담은 땅이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