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does the land document of the fantasy Demon Castle belong to? RAW novel - Chapter 261
제261화
마르할과 휴고는 경계를 넘어 도시 동쪽으로 갔다.
“화려하게 저질렀더군.”
“자기 몸 지킬 정도는 되겠다, 이제 숨어 살 필요도 없죠.”
마르할은 몇 번이나 자기가 얌전히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스트레킬은 농담인 줄 알았지만, 마르할은 단 한 번의 행동으로 여태까지 했던 말이 거짓이 아니었음을 증명했다.
이마릴이 죽고 그의 세력이 일소당했다.
이마릴의 지지 세력은 단순한 세력이 아니었다.
무력을 가진 권력, 권력자들이 가장 이상적으로 여기는 권력이었다.
이상이 무너졌다.
철저하게 짓밟혀 사라졌다.
이마릴의 시신이 능욕당했다는 소문은 동부에 나가 있던 스트레킬의 귀에도 들어왔다.
이게 마르할이 힘을 얻고 처음 한 일이었다.
“노예들은 어때요?”
“반 정도는 살려서 잡았다. 한 열흘 있으면 전부 서부로 들어올 거야.”
“경매장을 열어야겠네요.”
“전부 안 쓰고?”
“그걸 다 잡아먹으면 배탈 나요. 그리고 죄는 나눠야 맛있죠.”
“잔인한 놈.”
마르할이 뒤쪽을 향해 소리쳤다.
“휴고! 들었죠! 대리인 금방 구할 테니까, 이것까지만 수고해요!”
“알았습니다.”
“잠깐 나갔다 올게요. 스트레킬, 집 좀 봐줘요.”
“그런데 그분은?”
“어디 가서 다칠 사람이에요? 자기 관심 가는 대로 돌아다니고 있겠죠.”
마르할은 별장을 나가 도시 외곽으로 나갔다.
* * *
성벽 없는 도시의 끝자락에는 주인 없이 버려진 빈집이 많았다.
집은 모두의 것이었다. 겨울에는 싸구려 여관에 살 돈도 없는 노예가 이용했고, 새벽에는 도박장이, 낮에는 술판이 되었다.
그리고 가끔은 고문을 위한 장소로 쓰였다.
돌로 만들어진 창고는 비바람을 막아줬다. 노숙자와 도박꾼들이 침을 흘리며 탐낼 건물이지만, 창고를 직접 쓰는 사람은 없었다.
창고 안에 있는 핏자국을 보면 살인에 익숙한 용병들도 토악질하며 몸을 돌렸다.
사람 몸에서 나오는 모든 종류의 부산물이 창고 벽과 땅에 말라붙어 섬뜩함을 주었다.
그 창고 안에 에나가 있었다. 그녀에게는 한쪽 팔이 없었다. 옷도 피투성이였다.
에나 앞에는 십여 명의 장정이 특수 제작된 밧줄로 묶여 끙끙댔다.
평생소원을 이루기 직전이었지만, 에나는 불편한 기색으로 뒤를 보았다.
“계속 보실 겁니까?”
에나는 마르할의 재산과 권력을 사실상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다. 둘은 그런 거래를 했다.
하지만 지팡이를 끌어안고 벽에 등을 기댄 사람은 에나도 쉬이 대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마르할의 본명을 알고 있기에 더 그렇다고 할까.
마법사, 마르 실라나티엘 앞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있을 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 몇이나 있겠냐는 말이다.
“편하게 해. 나도 못 볼꼴 많이 본 사람이니까.”
“알겠습니다.”
허락을 받았어도 몸이 굳었다.
에나는 땅에 있는 공구를 들고 한 명씩 사람을 조지기 시작했다.
다행히 에나는 남편에게 고문 기술도 배웠다. 고문에 버티는 법도 배웠고, 저들 유파의 고문 대처법을 파훼하는 법도 연구했다.
마법사의 시선에서 생기는 망설임도 잠깐이었다.
에나는 울분과 분노를 풀어냈다.
그녀의 삶은 행복했다.
남편과 배 속에 있던 아이, 수준급 수색 기사가 받는 막대한 봉급까지. 빌린 방에서 딱딱한 빵만 먹었어도 그녀는 행복했을 터였다.
남편이 있었으니까. 그를 사랑했으니까.
그녀의 인생은 편지 한 통으로 무너졌다. 남편의 사망 소식에 아이는 유산했고, 에나는 돈 많은 과부가 되었다.
사방에서 그녀의 재산을 노렸다.
그녀가 마실 차에 독을 타는 놈도 있었다. 독보다 더한 무언가를 타는 놈도 있었고.
남편의 동료라는 놈들도 있었다. 남편과 같은 유파에 있던 놈. 그놈들의 윗대가리가 여기 있었다.
에나는 망가진 인생에 대한 울분을 그들에게 풀었다.
에나는 목적을 착각하지 않았다.
상처를 소금으로 비비고 횃불로 지지며 오직 하나만을 물었다.
“내 남편은 왜 죽었지?”
“네 남편이 누군데! 누군지도 모르는… 끄아아악!”
“분명 알 거야. 알아야 해. 생각이 안 나면 머리를 쥐어짜. 너 말고도 대답할 사람은 많아.”
바닥이 피로 흠뻑 젖었고, 노인이 깨어났다.
힘겹게 눈을 뜬 노인은 주변에 펼쳐진 참상을 보고 입을 열었다.
“반 에드낙의 죽음을 알고 싶나?”
“처음부터 그렇게 말했잖아.”
“크큭. 알면 너는 절대 무사할 수 없다. 황실에서 사람이 올 거다.”
“돈이면 된다더니 이제 와서 황실? 좆까고 있네.”
“돈으로 정보를 구하는 것도 불가능하진 않지. 하지만 그것도 결과는 같다.”
에나는 들고 있던 망치로 노인의 정강이를 후려쳤다.
고위 기사의 다리뼈는 한 번에 부서지지도 않았다.
그녀의 몸이 정상이 아닌 것도 컸다. 팔은 한 짝 잘렸고, 노인과 싸운 이후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여기까지 왔다.
에나는 땀이 날리도록 망치를 휘둘러 노인의 정강이 두 개를 박살 냈다.
노인은 고통에 물든 얼굴이었지만, 그래도 눈에 실린 힘은 강맹했다.
“그놈은 너무 유능했어. 그래서 서부에 도착하기도 전에 마족의 증거를 찾아버리고 말았다. 황실이 마족을 서부에 풀었다는 증거를.”
에나의 바람은 오직 복수였고, 그 외의 일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관심을 가졌더라도 마족의 기원까지 도달할 수는 있었을까?
그녀는 결국 도달했다.
남편의 목숨을 앗아간 비밀, 마족이라는 비밀에.
그리고 찾아낸 진실은, 여장부인 그녀라도 한 번에 받아들이기 힘든 사실이었다.
“황실이 서부에 마족을 풀었다고? 어떻게?”
“왜라고 묻지 않는군.”
“그게 도움이 되나?”
“그것도 그래. 우리는 수색 기사. 수색에 ‘왜’는 필요 없지.”
노인이 기침했다. 입에서 검게 죽은 피와 내장 조각이 튀어나왔다.
유물의 힘이 거의 다하긴 했지만, 초인의 영역에 있던 에나의 주먹질이었다.
방어구도 입지 않은 몸에 내상을 입힐 위력은 가지고 있었다.
“마족이라는 건 보관도 운반도 까다롭지. 황제가 직접 나서 준비했다고 한다. 그 이상은 우리에게도 허락된 게 없다.”
“소일라 므에실리고.”
에나의 입에서 나온 이름에 노인의 눈이 커졌다.
노인은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놀란 표정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났다.
“정답이군. 그녀라면 바체아 제국 황실까지 들어갈 자격이 있어.”
“…그걸 어떻게?”
“황궁 북쪽에는 소일라 황녀가 자주 이용하던 빵집이 있어. 내 친척이 운영하던 빵집이고, 나도 자주 거기서 일을 도왔다. 어느 날부터 황녀가 오지 않았고, 제도에서 소일라 므에실리고의 이름이 들리지도 않더군. 찬란하게 빛나던 사람의 흔적이 씻은 듯이 사라졌어. 마침 서부에서는 마족과의 전쟁이 한창이었고. 이만하면 당신들이 가르치는 ‘합리적 증거’의 일부라고 생각하지 않아?”
노인은 남은 힘을 모조리 쥐어짜 웃었다.
참으로 공교롭지 않나.
비밀을 알아 입막음당한 반 에드낙의 아내가 소일라 므에실리고가 단골이던 빵집의 직원이고, 그녀는 남편의 죽음을 밝혀내기 위해 서부로 왔다.
그리고 기어이 이 장면을 만들어냈다.
“황제… 황제란 말이지.”
“에나. 거기까지예요.”
창고 문이 열렸다.
마르할이 창고 안으로 들어오자 문이 저절로 닫혔다.
“그래, 그럴 것 같았지.”
에나는 들고 있던 망치를 허탈하게 땅에 던졌다.
에나는 마르할의 본명을 안다. 그래서 그녀는 깨달았다.
자신에게 허락된 영역은 여기까지다.
“원하는 건 이뤘어요?”
“그래.”
“그럼 뒷일도 알겠네요?”
“나도 물러나야지.”
마르할은 사람들에게 소원을 이룰 기회를 준다.
개인의 힘으로는 불가능한 일을 이루게 해주는 대신 마르할은 그들에게 목숨과 충성을 받는다.
그리고 소원을 이룬 사람들은 한직으로 이동한다.
소원을 이루지 못한 사람들은 소원을 위해서라도 열심히 일하겠지만, 소원을 이룬 사람은 아니다.
마르할은 사람의 마음이 얼마나 쉽게 변하는지 안다.
마르할과의 계약은 목숨을 빼앗는 저주와 함께한다.
소원을 이루고 자유로워진 사람들이 평생 마르할에게 충성하고, 몸을 던져가며 일할까?
저주의 주박에서 빠져나가려는 사람이 하나도 없을까?
그래서 마르할은 소원을 이룬 사람들은 현직에서 물러나게 했다.
지휘관이라면 계급을 낮추고, 상인이라면 거래를 줄인다.
배신하지 않을 정도의 권력만을 주고 방치한다.
에나는 겉으로는 잡화점의 주인이었지만, 뒤로는 도시 세 개를 조율하고, 정보를 수집했으며, 마르할에게 전달하는 역할까지 했다.
꿈을 이뤘으니 그녀도 물러날 때였다.
“어디로 갈까? 불덩이에라도 뛰어들어?”
“그 전에, 소원은 이뤘어요?”
“저놈들만 묻고 나면.”
“적당히 가지고 놀다가 끝나면 별장으로 와요. 휴고가 일손이 모자라다고 난리예요.”
“…나보고 네 대리인을 하라고?”
마르할의 대리인은 보통 요직이 아니다. 마르할이 가진 모든 재산을 관리하는 일로 휴고조차 부하들에게 모든 일을 맡기지 못해 새벽부터 밤까지 직접 발로 움직였다.
“싫으면 경계에 잡화점 하나 만들어 줄게요. 하는 일은 밀수가 되겠지만요.”
“하나만 묻자.”
“뭔데요.”
“네 시선 끝에는 황제도 있냐?”
“있어요.”
“팔 병신도 할 수 있는 일이라면 하고. 가봐. 난 마무리해야 해.”
마르할이 창고를 나갔고, 에나가 땅에 두었던 연장을 들었다.
팔이 하나뿐이라 망치질도 힘들었지만, 그만큼 보람 있는 작업이 될 것 같았다.
* * *
창고를 나온 마르할 옆에는 마르가 함께였다.
“누나, 어때?”
“쓸 만한 사람이야. 배신할 것 같지도 않고.”
“형수님까지 도달한 건 의외였어. 본인한테도 그런 말은 못 들었는데.”
“세상엔 아직 모르는 게 많아.”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었지만, 같은 말이라도 마법사의 입에서 나오면 그 무게가 달랐다.
하늘에 구름이 흘러갔다.
“그러게. 모르는 게 많아.”
두 사람은 한동안 말없이 걸었다.
먼저 입을 연 사람은 마르였다.
“풀었구나. 부작용은 없어?”
“아직은.”
봉인 일부를 땅의 역사에 떠넘긴다는 작전은 성공했다. 일단은 성공했지만, 누구도 하지 않았던 시도였다.
나중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몰랐다.
“앞으로도 계속 있을 거야?”
“안 돼?”
“아니. 나야 좋지. 그리고 별장 고마워. 역사는 어때?”
“그 정돈 괜찮아. 소일라는 뭘 하고 있을까.”
소일라는 마르에게도 의미가 남다른 사람이었다.
용사 일행 각각의 사정은 지나치게 특별해 공통점이 전혀 없었다.
소일라는 마르와 함께 여자였으며, 둘의 역사도 비슷했다.
“망할 형이랑 어딘가를 떠돌아다니고 있을 거야. 아마 서부에 있지 않을까.”
“그렇겠지. 바스타는 도움이 필요한 장소를 찾아다녔으니까.”
식량 부족, 병의 창궐, 그럼에도 필요한 인력.
서부는 마족이 사라진 이후 최고의 위기를 맞이했다.
그 인간이라면, 아마 서부를 돌아다니며 사람을 구하고 있을 것이다.
마르할은 바스타를 찾으려는 시도를 하지 않았다.
아무리 찾아도 본인이 원하지 않으면 만나지 못하고, 반대로 만나야만 한다면 거리에서도 마주치는 사람이 바스타였다.
* * *
작은 제국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황야에서는 수백 명의 인원이 무리 지어 서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곡창지대에 농경지를 준다는 소식을 듣고 여행을 떠난 사람들이었다.
여러 기술이 발전했지만, 여전히 반 이상의 사람들은 농사를 주업으로 삼았다.
잡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이 제일 잘하는 일은 농사였다.
농사지을 땅을 준다는 말에 경계에 있던 사람들이 차례차례 곡창지대로 떠났다.
한 소녀가 지평선 너머를 가리키며 말했다.
“엄마! 저기 봐! 저거 낙타 맞지!”
열 살이 조금 넘어 보이는 발랄한 소녀였다. 보기 드문 환한 금발이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소녀의 근처에 있던 사람들이 소녀의 손가락을 따라 시선을 옮겼다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는 혀를 끌끌 찼다.
어린아이가 안됐다면서.
서부에서 매일 보는 게 정신병자다. 허공에 손가락질하며 떠드는 사람의 취급은 그 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소녀가 나이가 많았다면, 비싸 보이는 무기라도 차고 있었다면 사람들의 시선도 달라졌을 테지만, 소녀의 옷차림은 지극히 평범했다.
“그래, 저게 낙타란다.”
소녀의 어머니로 보이는 여인이 대꾸했다.
사람들에겐, 아픈 소녀에게 장단을 맞춰주는 자애로운 어머니로 보였지만, 모녀의 눈은 정말로 지평선 끝자락에 있는 낙타를 보고 있었다.
저 앞에서 검을 찬 남자가 여인을 가리키며 말했다.
“거기, 잠깐 서봐.”
여인의 옆에 있던 남자가 여인에게 귀띔했다.
“실력 있는 용병이오. 돈을 벌어 죄다 계집질에 탕진하는 또라이지. 도망가시오.”
“감사해요. 하지만 괜찮답니다.”
남자가 용병의 눈치를 보며 떨어졌다.
용병이 성큼성큼 다가왔다. 용병이 여인의 어깨를 향해 손을 뻗었다.
용병의 손이 여인에게 닿기 전에 옆에서 끼어든 손이 용병을 저지했다.
“어이쿠, 어딜 남편 있는 여자한테 손을 대려고.”
“넌 또 뭐야?”
“나? 이 사람 남편.”
세상에서 가장 강한 인간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