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does the land document of the fantasy Demon Castle belong to? RAW novel - Chapter 287
제287화
서로의 군대가 눈에 보이는 거리까지 들어왔음에도 전쟁은 시작하지 않았다.
장거리 무기의 사거리가 모자랐다.
활이든 대포든 마법이든 일단 공격이 적에게 닿아야 전투를 시작할 것 아닌가.
적이 사거리 안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방패를 들고 전진하는 수밖에 없었다.
긴장감을 끌어올린 채 양측 군대가 나아갔다.
연합과 공국, 그리고 하일리의 3만하고도 수천의 군대.
유렐과 안체 왕국, 그리고 유렐이 유물을 비롯한 여러 미끼로 끌어들인 야인과 지주들의 거의 3만에 달하는 군대.
단순 숫자로는 연합의 승리였다.
병사들의 무장도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았다.
마족과의 전쟁에서 인류는 부족한 무구 보급을 위해 농기구까지 녹여 무구를 만들었다.
그것들은 마족과의 전쟁에서 손실되고, 또 전쟁이 끝난 다음에도 회수되지 않았다.
넘치는 무기는 칼로스와 같은 상인들의 손에 들어갔고, 창고에서 녹슬어가던 무구들이 다시 세상에 나왔다.
양측 병사의 숙련도도 비슷했다.
병사 대부분은 청년에서 중년 사이의 남자들이었다.
마족과의 전쟁과 서부의 냉혹함을 몸으로 경험한 자들.
아마 인류 역사상 어떤 세대보다 죽음에, 살인에 거부감이 없을 자들.
죽음과 친하다는 건 정예 병사의 덕목이었고, 그런 면에서 이 자리에 있는 6만이 넘는 인간은 모두 제국에서도 징집하기 힘든 정예 병사들이었다.
‘병사의 수준과 무장은 대등. 승패를 결정짓는 건 초인 전력과 그들을 활용할 용병술인가.’
수천의 병력 차이가 있지만, 유렐은 그건 큰 변수에 넣지 않았다.
초인끼리의 싸움에서 우위를 가져가면, 병사 수천의 차이는 사소했다.
특히 이쪽의 주요 전력은 마법사 아닌가.
마법사들이 날뛸 자리만 마련되면 군대는 마법 몇 번으로 무너뜨릴 수 있다.
사기를 떨어뜨리다 못해 지하로 처박으면 어떤 군대든 무너진다.
유렐은 한 사람. 오직 한 사람만 노렸다.
베이올라 므에실리고. 자신을 죽이려는 누이이자 3만 대군보다 위험한 한 명의 초인.
유렐 옆에는 거대한 두개골이 있었다.
마법으로 되살아났다가 끝내 마족이 되어 머리뼈를 남기고 죽은 영물의 사체.
신비 추적자 소속 마법사들도 침을 질질 흘리는 마법 매개였다.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물건에 세상에서 제일 뛰어나다는 마법사들이 며칠이나 달라붙었다.
“저주는 어떻지?”
“전부 튕겨 나왔습니다. 전설의 사신이라도 오지 않는 한 저주로 어찌해 본다는 건 불가능해 보입니다.”
저주 전문 마법사가 말했다.
그들은 두개골의 힘으로 베이올라에게 저주를 거는 일을 했다.
철을 베는 기사도 피를 토하며 죽을 저주가 몇 번이나 쏘아졌지만, 군대의 가장 앞에 있는 베이올라에게는 어떤 피해도 주지 못했다.
“유물인가? 아니면 본인의 힘?”
“믿기 어렵지만… 본인의 능력 같습니다.”
“저 괴물이 날 죽이려 한다는 거군.”
쌓은 역사의 차이가 너무 크면 저주가 통하지 않기도 한다.
저주가 만능의 살해 도구였으면 용사 일행이 인외라 불리기 시작한 시점에서 전 세계의 권력자들이 그들을 저주해 죽였겠지.
신비 추적자 소속 마법사가 놀란 건 저주의 대상이 용사 일행도 아니고 유렐보다 한참 어린 황족이라는 것이었다.
저주 전문가가 특별한 두개골을 사용해, 비슷한 수준의 마법사들의 도움을 받아 날린 저주를 아무렇지도 않게 방어하고 있다.
도대체 격의 차이가 얼마나 나야 그게 가능하단 말인가?
베이올라 므에실리고 혼자 여기 있는 군대 전원을 썰어버려도 놀라지 않을 것 같았다.
“저주는 그만. 슬슬 사거리다. 공격 마법으로 변환한다.”
“알겠습니다.”
저주 마법사가 두개골 앞에서 물러나고, 전투 마법을 전문으로 익힌 마법사가 자리를 채웠다.
마법사 사이에서도 별종이라 불리는, 저쪽에 있는 밤이슬처럼 살인에 특화된 마법을 배운 마법사였다.
두개골이 위험하게 두근댔다.
“선공은 이쪽이 가한다. 지휘는 울테칸이 어련히 알아서 하겠지. 너는 어쩔 거지?”
“그를 어지간히 믿나 봐?”
“그가 실패하면 죽는 건 안체 출신들이다. 누구보다 열심히 하겠지. 그런데, 정말 막을 수 있나?”
“방해만 안 들어오게 해. 특히 저 마법사. 번개 늑대는 성가셔.”
“이번엔 이쪽도 전투 마법사가 있다. 호락호락하게 당하진 않아.”
“그럼 됐고.”
마린은 옷차림을 점검했다.
발목과 종아리, 허벅지에 단 암기를 확인하고, 상의 안쪽에 넣어둔 수십 개의 단검을 단단히 묶었다.
신발은 밑창에 철판을 덧대고 끝에 작은 칼날을 단 주문 제작품이었고, 다른 물건도 비슷했다.
도둑의 모든 기술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무장이었다.
“사거리에 들어왔습니다!”
“쏴라.”
땅에서 거대한 바위 수십 개가 떠올랐고, 불덩이가 바위를 감쌌다.
화염을 감은 바위가 포물선을 그렸다.
연합군도 가만히 당해주지 않았다.
유렐과 싸워야 한다는 게 알려진 뒤로 연합에서도 신비 추적자와 싸울 대책을 마련했다.
서부에 있는 마법사는 물론이고 공국과 인근 국가에서까지 마법사를 끌어왔고, 숲의 은둔자와 만년설 산맥의 얼음 일족 마법사들까지 초빙했으며, 그러고도 불안해 신비를 사용할 줄 아는 용병들을 거금에 고용했다.
연합은 돈을 투자한 보람이 있었다.
거대한 얼음덩어리가 불타는 바위와 부딪혔고, 거센 강풍이 날아오던 바위를 떨어뜨렸다.
대포를 어깨에 멘 초인들이 포탄으로 바위를 맞혀 떨어뜨렸다.
베이올라는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바위를 향해 검을 한 번 휘둘렀다.
반으로 잘린 바위가 그녀 옆에 떨어졌다.
“안 나서네?”
“저 없이도 대응할 수 있는 걸 괜히 힘 뺄 필요는 없죠.”
베이올라 뒤에서 겸사겸사 마법을 피한 밤이슬이 말했다.
“무슨 미래를 봤는지는 안 알려줄 거지?”
“예. 그랬다간 미래가 달라질 가능성이 생기니까요. 그리고 이 전쟁의 미래는 보지도 못했습니다.”
“어느 시점… 아니, 됐어.”
어차피 말 안 해줄 것이다.
밤이슬은 그녀와 목적 일부를 공유한다. 베이올라에게 중요한 건 그거 하나였다.
딱히 밤이슬에게 무력을 바란 적은 없었다.
유렐이 마법으로 전쟁의 시작을 알리자 공국 병사들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장인의 손에서 신비를 담고 탄생한 공국제 대포.
타국의 대포보다 2배나 긴 사거리를 자랑하는 명품이 마족도 으깨버리던 쇳덩이를 뱉어냈다.
백 발이 넘는 포탄은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바람으로 떨구고, 그도 아니면 속도를 늦춰 피해를 최대한 줄였다.
다시 만들어진 불타는 바위들이 이쪽을 향해 날아왔다.
거대한 바위가 날아들고, 그걸 다시 신비와 마법으로 격추한다. 인세의 풍경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베이올라는 냉정하게 사태를 파악했다.
원거리 포격전은 이쪽의 열세다.
“마법사들, 이길 수 있어?”
“저쪽에도 전투 특화 마법사가 있습니다. 질 것 같진 않지만, 되도록 가고 싶지 않군요.”
군대가 빠르게 진군을 시작했다.
여기서 물러나면 남는 건 끝없는 후퇴뿐이다.
기사들이 각성제를 먹인 말에 올라탔다.
치사량의 각성제에 중독된 말들은 입에서 침을 흘리고 근육을 경련하며 앞으로 달렸고, 방패를 든 병사들도 행군 속도를 높였다.
베이올라에게도 전령이 찾아왔다.
“유렐의 위치가 특정되었습니다.”
“어디?”
“중앙을 기준으로 왼쪽. 작전 번호로는 5번 구역입니다.”
“후발대는 알아서 따라오라고 해.”
베이올라가 땅을 박찼다.
적군은 눈에 보인다.
다른 기사들은 체력 소모를 대비해 말을 이용했지만, 베이올라에게는 숨도 차지 않는 거리였다.
그녀는 마르할과 헤어진 뒤로도 꾸준히 괴식을 먹었다.
신체 능력 전반을 올려주는 신비 중에는 스트레킬의 유파를 따라올 곳이 없었다.
베이올라는 먼저 출발한 기사들을 앞질렀다.
날아오는 마법을 검으로 베어내며 그녀는 짧은 상념에 잠겼다. 그녀는 며칠 전 몰래 그녀를 찾아온 말리바 리시와의 대화를 떠올렸다.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뭐가?
-연합의 패배는 그대로 갑니다. 하지만 유렐을 죽여선 안 됩니다.
-그걸 말이라고!
말리바 리시는 종이 몇 장을 내밀었다.
-소일라 므에실리고에 대한 단서입니다. 전쟁이 끝나면 나머지도 드리겠습니다.
소일라라고 불리는 여인을 보았다는 목격담이었다.
단순히 우연으로 치부하기에는 그녀를 본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다.
심지어 하일리의 영토에도 소일라라는 이름의 여인을 만났다는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이 말하던 인상착의는 베이올라가 아는 소일라와 똑같았다.
하지만 어떻게?
‘언니는 마왕이잖아. 마왕은 죽었다고 했잖아?’
서부를 뚫고 마왕 앞까지 직접 간 사람의 대답이었다.
마르할이 거짓말을 했다? 그녀는 이미 용사와 도둑을 만났다.
말리바 리시가 헛소리했다는 게 더 설득력 높다. 하지만 베이올라는 작은 가능성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소일라 므에실리고가 살아 있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
소일라에 대해 감춰야 했던 어떤 이유가 있을 거라는 가능성.
‘아냐. 살아 있다는 걸 감추려면 이름을 바꾸면 되잖아.’
생존을 숨겨야 하면서 소일라의 이름은 그대로 쓴다고? 심지어 도시에서 목격되었다고?
말리바 리시의 수작이다.
베이올라와 친분 있는 몇 안 되는 황족이 소일라라는 걸 알아낸 말리바 리시가 공갈을 쳤다고 보는 편이 합당하다.
하지만, 그래도, 만약에.
정말 소일라가 살아 있을 가능성이 있다면?
베이올라는 투구 아래로 이를 악물었다.
장인의 역작은 편하고 가벼웠다. 신비가 깃든 투구는 시야를 전혀 가리지 않았다.
그녀를 공포 서린 눈으로 바라보는 적군과 그 사이를 돌아다니는 유렐 휘하의 마법사가 모두 보였다.
말리바 리시는 유렐을 죽여선 안 된다고 했다.
그녀는 유렐을 죽이겠다는 목적 하나로 여기까지 왔다.
소일라를 만나고 싶다.
유렐은 죽여야 한다.
베이올라의 머리 위로 그림자가 드리웠다.
커다란 불덩이가 그녀에게 떨어졌다.
상념을 방해받은 짜증을 담아 베이올라는 검을 휘둘렀다.
철을 베는 기사는 돌을 베지 못한다.
돌을 베는 기사는 카반밖에 보지 못했지만, 그도 철을 베지 못했다.
세상에는 철 말고도 단단한 게 많았고, 베이올라도 처음에는 철밖에 베지 못했다.
검의 한계에서 벗어나며 그녀는 돌을 벨 수 있게 되었다. 돌 말고도 많은 것들이 그녀의 검 앞에 갈라졌다.
마법도 예외가 아니었다.
불덩이가 반으로 갈라졌고, 안에 있던 신비가 흩어지자 불덩이도 사라졌다.
적군 병사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괴물 혹은 용사.
어느 쪽이든 적의 사기를 크게 떨어뜨린 것으로 보였다.
그녀가 가는 길을 따라 병사들이 알아서 자리를 비켰다.
몇 개의 마법과 저주가 추가로 날아왔지만, 마법은 베어냈고, 저주는 그녀의 몸을 침범하지 못했다.
베이올라의 고민은 계속되었다.
소일라가 살아 있다면? 유렐을 살려야 하나?
말리바 리시를 고문해? 제국의 방식을 아는 인간이다. 고문 대처법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지금만 기회가 아니다. 서부에 있으면, 유렐이 바체아 제국의 흔적을 찾는다면 기회는 또 온다. 하지만 이게 마지막이라면? 다시는 유렐을 죽일 기회가 오지 않는다면?
레벨라의 복수는? 친구의 안식은?
베이올라는 군대를 가로질렀다. 누구도 그녀를 막지 못했다.
전신 갑옷을 입은 철을 베는 기사.
전장의 악몽이라 불리는 존재 둘을 합친 진정한 악몽이자 사신을 본 병사들은 놀란 새 떼처럼 도망갔다.
용기를 낸 지휘관 하나가 쇠뇌 부대를 끌고 왔다. 수십 발의 쇠뇌가 쏘아졌고, 베이올라는 검도 휘두르지 않았다. 전신 갑옷에 화살이 미끄러졌다.
베이올라는 누구도 죽이지 않았지만, 누구보다 짙은 죽음의 향기를 뿌렸다.
그렇게 그녀는 커다란 두개골 옆에 있는 유렐에게 다가갔다.
팅. 베이올라는 반사적으로 날아오는 화살을 잡아챘다.
본능으로 느꼈다. 이 화살은 갑옷을 파고든다. 그런 목적으로 벼려진 화살이다.
“전투 중에 딴생각이라니, 죽고 싶어?”
“…마린.”
옛 친구가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