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th the Machine God RAW novel - Chapter 113
기계신과 함께 – 113
은하수가 능숙하게 파견단 사람들을 비공정 내부로 안내했다.
은하그룹 직원들의 인솔 아래 파견단은 너도나도 앞다투어 비공정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발을 디뎠다.
은하수는 사람들이 이동하기 시작하자 내 옷깃을 잡고 옆으로 빠져나왔다.
“후후, 고생했으.”
은하수가 내게 주먹을 내밀었고, 나도 그 주먹을 마주 쳐주었다.
“어때, 결과가 마음에 좀 들어?”
“마음에 들 뿐이냐? 흥분돼 미치겠다.”
은하수가 몸을 부르르 떨며 지금 느끼는 흥분과 설렘을 온몸으로 표현했다.
“전부 다 최고들로 파견해 준 거랬어. 거기 소속돼 있던 엘리스의 증언이니 믿어도 될 거야.”
“좋아 좋아.”
“그러니까 최고로 대접해 주면서 아예 은하그룹을 떠나기 싫도록 만들어 버려. 파견단이지만 어느 정도 거취에 대한 의사 결정권이 있으니까 저들이 가기 싫다고 하면 계속 우리 쪽에 머무를 수도 있을 거야.”
“걱정 마라. 아주 뼈를 흐물흐물하게 녹여 버릴 테니까.”
은하수가 큭큭 웃었다.
“그건 그렇고 비공정, 용케 벌써 저 정도까지 완성했네?”
“계획을 세운 게 언젠데 지금쯤 당연히 완성해야지. 후후, 아직 프로토타입이긴 하지만.”
은하수가 이렇게 말했지만 사실 비공정은 전생에서도 2년 후에나 하늘에서 볼 수 있게 되는 무기였다.
물론 그때는 하늘이 지금처럼 몬스터 청정구역이 아니라서 띄우는 데 오래 걸린 것이었지만.
“이게 다 내 천재적인 머리 덕분이지. 으하하하하!”
나는 자화자찬에 빠진 은하수를 보며 피식 웃었다.
사실 은하수 덕분이긴 했다.
그가 천재가 아니었더라면 은하그룹이 결코 이 정도까지 오진 못했을 것이다.
“그래, 다 형 덕분이다. 그동안 고생 많이 했어.”
내가 그동안 밤낮 가리지 않고 연구에 몰두했을 은하수의 노고를 인정해 주었다.
“야, 니가 그렇게 말하면 내가 부끄럽지. 사실 거의 네 공이고 나는 숟가락만 얹은 건데.”
그러자 은하수가 오히려 부끄러워하며 한발 뺐다.
공을 기술 발전에 필요한 거의 모든 아이템을 가져다준 내게로 돌리며.
“무슨 소리. 형 공 맞아. 앞으로도 더 많이 가져다줄 테니까 기대하고 있어. 지치지 말고 만들어내라고.”
하지만 나는 다시 한번 은하수를 칭찬해 주었다.
칭찬할수록 고래처럼 춤추며 일에 매진하는 은하수의 성정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오케이. 나만 믿으라고.”
나와 은하수는 다시 주먹을 툭 부딪치고는 비공정을 향해 올랐다.
* * *
나는 인터넷 신문을 보고 있었다.
헤드라인과 그 아래의 짤막한 미리보기만 살펴보는 중이었다.
[중국 제일의 스타 헌터 위청천과 중국 정부의 관계]-강력한 중앙통제국가 중국. 그곳에서 인민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헌터 위청천의······.
중국은 의외로 굉장히 안정된 나라였다.
무림 계열 각성자들의 실력이 평균적으로 매우 뛰어난 데다 강력한 중앙통제 덕분에 몬스터들로부터 굉장히 잘 대처하고 있었던 것이다.
근데 그중에서도 유난히 뛰어난 각성자가 한 명 존재했다.
위청천.
그는 현재 독보적인 중국의 대스타로, 내 생각대로라면 조만간 만날 기회가 있을지도 몰랐다.
그렇게 중국에 관한 기사를 읽다 보니 다른 데 생각이 미쳤다.
“흠, 중국이라······ 카이는 도대체 어디 있는 거지.”
애니를 납치했던 빌런왕, 카이.
중국인들을 수하로 부리는 데다 그 자신도 아시아인인 걸로 보아 중국 어딘가에 자리하고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아직까지 구자운으로부터 소식이 없다.
‘다른 나라로 튄 건가.’
나는 생각을 접고 다음 기사들을 읽어나갔다.
[위기의 북두그룹]-천인공노할 인체실험을 자행한 것이 밝혀진 북두그룹이 분노한 각성자들에 의해 게릴라······.
‘강하나가 잘해나가고 있나 보군.’
그녀는 내가 준 자료로 각성자들을 선동해 공룡 북두그룹의 부위부위를 해체해 나가고 있는 모양이었다.
이대로라면 북두그룹이 무너지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여기서 내가 도와준다면 훨씬 빠른 마무리가 가능하겠지만, 그건 안 하느니만 못한 짓이었다.
지금 이지스 클랜은 북두그룹과의 전쟁으로 아주 귀중한 경험치를 쌓고 있었다.
더군다나 질 확률도 적은 싸움이 아니던가?
각성자들 간에 싸우면서도 이 정도로 덜 위험한 싸움을 하는 기회는 결코 흔치 않았다.
분명 이 경험은 저들에게 있어 이후의 싸움에서 최소한 한 번쯤은 목숨을 구해줄 귀중한 자산이 될 것이었다.
[아레나형 던전 등장?]-각성자들끼리의 전투! 승자에게 주어지는 뛰어난 보상! 그러나······.
호주 인근에서 드디어 아레나형 던전이 등장한 것 같았다.
그런데 잠깐 그 던전에 갔다 온 헌터의 말에 따르면 페널티가 있다고 한다.
페널티는 무려 ‘이틀 이내로 500명의 각성자가 입장하지 않을 시 대폭발’, 그리고 ‘패배 시 한 달 동안 마력 사용 불가’.
인구밀도가 적은 호주인지라 이틀 이내로 500명의 각성자를 모으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래서 아레나형 던전 인근에서는 아예 소개령이 내려진 상태라고 한다.
[아르고스의 눈, ‘몬스터 대백과’ 편찬]-자신들을 정보단체라고 표방한 영국의 각성자 클랜 ‘아르고스의 눈’이 몬스터의 생태와 약점 등이 수록된······.
‘드디어 아르고스의 눈이 활동하기 시작하는군.’
대현자 아케우스가 설립한 정보단체 ‘아르고스의 눈’은 앞으로 활발한 활동을 시작한다.
그들은 뛰어난 정보 확인 스킬을 가진 자들을 위주로 길드에 영입함으로써 각성자와 아이템, 스킬, 몬스터, 던전 등에 관한 폭넓은 지식을 갖추게 된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각성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영리활동을 시작하게 되는데, 그 덕에 각성자들은 이들이 등장하기 전보다 훨씬 많은 정보를 갖고 몬스터들과 싸울 수 있게 된다.
저 ‘몬스터 대백과’가 바로 그 시작으로, 저 ‘몬스터 대백과’는 전 세계에 선풍적인 인기를 얻으며 팔려 나가게 될 것이다.
[캐나다 도시 메이플리지, 몬스터 재해에 결국 함락]-전 세계적으로 몬스터 재해가 잇따르는 가운데, 결국 세계에서 71번째로 몬스터에 의해 점령된 도시가······.
각국의 헌터들이 몬스터들로부터 주요 도시들을 지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 변방의 도시들이 하나씩 몬스터들에 의해 멸망하고 있었다.
특히 캐나다같이 인구밀도가 적은 나라는 그 피해가 심각했다.
캐나다는 벌써 1/5의 도시가 몬스터들에 의해 함락된 상황이었다.
반면에 아프리카나 중국같이 인구밀도가 높은 지역은 상대적으로 몬스터들을 매우 잘 막아내고 있었다.
우리나라도 인구밀도가 높은 나라 중 하나로, 아직까지 함락된 도시가 없었다.
물론 이는 다 우리나라 헌터들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헌터들이 아무리 열심히 던전을 토벌한다 해도 제대로 클리어되지 않고 몬스터를 쏟아내는 던전은 꼭 생겨났는데, 협회에서는 협외에 소속된 헌터들에게 의무적으로 그런 몬스터들을 사냥할 임무를 내렸다.
나 또한 헌터 협회에 소속된 헌터로서 주기적으로 협회에서 토벌 임무를 받아 몬스터를 없애러 우리나라 이곳저곳을 몇 번 다녀왔었다.
전에 바티칸에 가기 전에도 그렇고, 지금 이렇게 영국을 오기 전에도 한 일이 바로 몬스터 토벌 임무였던 것이다.
딩-댕-
나는 스마트워치를 끄고 내 눈앞에서 종소리를 울리는 시계탑을 바라보았다.
저것은 영국 국회의사당의 상징인 ‘빅 벤(Big Ben)’이라는 시계탑이었다.
이제, 저 시계탑에 던전이 생길 시간이었다.
댕- 댕-
종소리가 12번을 울리고.
시계탑 아래에 거대한 철문이 생겨났다.
마치 중세시대 성에 달린 것 같은 철문은, 나타남과 동시에 스르륵 위로 올라가 버렸다.
그리고 그 속에 드러난 깊은 어둠.
“자······ 슈리, 네 조상님들 만나러 갈 시간이다.”
나는 즐거운 긴장감과 함께, 시계탑 안으로 발을 내디뎠다.
[던전 ‘타이탄 전쟁’에 입장하셨습니다.] [스테이지 설명을 시작합니다.] [때는 바야흐로 마법전쟁 4기. 마법사들은 마법의 힘으로 강철거인 ‘타이탄’을 개발하기에 이릅니다. 타이탄은 마력을 쌓은 마법사나 기사라면 누구나 조종할 수 있는 마법병기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타이탄을 가장 잘 조종하는 파일럿은 타이탄의 움직임을 더욱 잘 이해하는 ‘기사’임이 판명됩니다. 결국 마법의 급속한 발달로 인해 촉발되었던 마법전쟁은, 다시 기사들의 전쟁으로 그 양상이 회귀하고 맙니다.] [강대국 티이케 제국은 중견국 아카리프 왕국의 보물을 강탈하기 위해 아카리프 왕국을 침공합니다. 아카리프 왕국은 결사항전을 택했으나, 결국 세력의 열세로 인해 수도 인근까지 방어선이 밀려 버리게 됩니다.] [모험가님은 중견국 아카리프 왕국의 백성이 됩니다.] [아카리프 왕국의 국민으로서 10일 동안 아카리프 왕국의 보물이 타국의 손에 들어가지 않도록 지켜내십시오.] [성공 보상 : 획득하거나 쓰러뜨린 타이탄 중 한 기의 설계도] [실패 조건 : 모험가님의 사망 혹은 아카리프 왕국 보물의 타국에 의한 강탈]나는 이곳에 ‘타이탄’이라는 판타지형 로봇의 설계도를 얻으러 왔다.
왜냐하면 바로 이것이 슈리의 전신이기도 했던 마도과학병기 ‘기간테스’를 만드는 데 필요한 자료였으니까.
[던전의 첫 입장자로서 세 가지 선택권이 주어집니다.] [난이도를 선택하십시오.]1. 어려움
2. 보통
3. 쉬움
[주의 사항 : 난이도가 어려울수록 등장하는 타이탄의 종류가 많아집니다.]나는 주의 사항을 의미심장하게 바라봤다.
“1. 어려움.”
그리고 망설임 없이 ‘어려움’을 택했다.
[1. 어려움을 선택하셨습니다. 맞습니까?]“응, 맞아.”
[스테이지의 배경과 맞지 않는 스킬과 아이템을 배제합니다. 해당 스킬과 아이템은 던전 퇴장시 다시 습득할 수 있습니다.] [스킬 ‘의기활신유가선공’이 배제되었습니다.] [아이템 ‘스마트워치’와 ‘플라스마 링’과 ‘코일 건’과 ‘레일 건’과······. ······이 배제되었습니다.]내가 가진 아이템이 거의 다 사용 불능이 되어버렸다.
그나마 남은 거라곤 슈리가 들어 있는 이 날개 모양의 펜던트.
다행히 스킬은 대부분이 살아남았다.
[던전 특전으로 가장 기본적인 타이탄을 조종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마나를 추가 획득합니다. 해당 마나는 던전 퇴장 시 다시 사라집니다.] [육체와 기억이 보정됩니다.] [모험가님의 행운을 빕니다.]마침내 모든 스테이지 설명이 끝났다.
그리고 육체 보정과 기억 보정이 시작되었다.
두통이 이는 동시에 육체가 빛에 휩싸였다.
강철 같던 근육이 흐물흐물해지고, 바다와 같던 내공이 흐트러지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세상이 까맣게 물들었다.
* * *
다시 세상이 밝아졌을 때, 나는 중세 유럽에서 볼 수 있을 것만 같은 거리 한복판에 서 있었다.
사람들이 하나같이 다급하고 불안한 표정으로 거리를 뛰어다니고 있었는데, 거리 곳곳에서는 5~6m가 넘는 강철의 거인들이 서로 검을 맞부딪치며 싸우고 있었다.
그중 파란 타이탄과 검은 타이탄이 내게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싸우고 있었다.
쿵쿵쿵! 쾅! 쾅!!
캉!!
상대방의 검에 튕겨 나온 강철거인의 검에 인근에 있던 집이 정통으로 맞았다.
우르르르······.
집이 와르를 무너지며 안에서 오들오들 떨고 있던 일가족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