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th the Machine God RAW novel - Chapter 118
기계신과 함께 – 118
“뭐야, 브록시아 대장님, 갑자기 웬 연병장에 타이탄이시래?”
“내가 알겠냐? 타이탄 대응 훈련이라도 하나?”
“그럼 타이탄 마스터의 실력 좀 볼 수 있으려나?”
“대응 훈련이면 못 보지. 실력이 나올 건덕지가 없으니까. 근데 나도 보고 싶다.”
“타이탄 조종이 그렇게 기가 막히다지?”
“예술이라던데.”
내가 연병장에 들어설 때는 수많은 병사들이 모여서 연병장 한가운데 세워진 녹색의 타이탄을 구경하고 있었다.
‘오.’
나는 녹색의 타이탄을 보며 속으로 감탄했다.
저 녹색의 타이탄은 지금까지 봐왔던 타이탄들과는 그 모양새부터가 달랐다.
지금까지 봐왔던 타이탄들이 통조림 깡통이었다면, 지금 눈앞에 보이는 저 타이탄은 콜라병이었다.
키도 한 뼘 정도 큰 데다 몸매가 날렵하고 매끈하게 빠진 것이, 한눈에 보기에도 기동력이 다른 타이탄들보다 뛰어날 것 같았다.
다만 상대적으로 방어력이 취약할 것 같은데 그건 두고 봐야 알 일이었다.
그 녹색의 타이탄에는 한 금발의 사내가 팔짱을 끼고 기대고 있었다.
그는 나와 만인대장이 다가서자 고개를 들더니 경례를 했다.
“충성! 천인대장 브록시아!”
그는 한 30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조각 같은 꽃미남이었다.
“그래, 왔군. 자네, 이자랑 한판 붙어보게.”
그의 눈이 나를 향했다.
“호오, 이분은 누구십니까?”
그가 흥미롭다는 듯 가늘게 눈을 뜨며 나를 바라보았다.
“새로운 타이탄 마스터 후보지.”
“오호~”
브록시아의 눈이 한층 가늘어졌다.
그러면서 눈이 살짝 위로 휘었다.
“이봐, 들었어? 타이탄 마스터래!”
“그리고 둘이 붙는다고? 맙소사, 이거 대박이다. 야! 옆 백인대에도 전해!”
“야, 내기! 내기 돌려! 빨리!”
주변의 병사들이 한층 분주해졌다.
역시 최고의 구경은 싸움 구경이라더니 타이탄들끼리 싸울 거라는 말에 병사들은 생기에 차서 사방팔방으로 소식을 전하러 달려갔다.
“자네는 물론 녹색 라미아를 타겠고······ 다른 타이탄은 못 타겠지?”
“네, 라미아와 계약 상태니까요.”
“음, 마음 같아서는 자네에게도 녹색급의 타이탄을 타게 해주고 싶은데, 알다시피 녹색급 타이탄이라는 게 함부로 태워줄 수가 없는 거라서. 미안하지만 청색급을 타고 싸워주게.”
가르오네가 나를 보며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문제없습니다.”
그리고 슬쩍 브록시아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래도 제가 이길 테니까요.”
그 말을 들은 병사들 사이에서 또다시 난리가 났다.
“오호?”
“호오~”
가르오네는 재미있다는 듯이 나를 바라봤고, 브록시아는 의미 모를 감탄사를 내뱉었다.
“그럼 규칙을 말하겠다.”
가르오네가 말했다.
“상대의 몸통 부위에 먼저 검을 가져다 대는 쪽이 이기는 걸로 하지. 상대의 생명을 빼앗아서는 안 되고, 타이탄은, 음, 손상시키는 것까진 괜찮지만 사지를 파괴하는 등의 큰 손상을 입힐 시, 손상을 입히는 쪽의 패배다. 이상. 질문 있나?”
“없습니다.”
“좋아, 그럼 서로 악수하고 탑승하도록.”
나와 브록시아는 서로에게 다가가 악수를 하기 위해 손을 내밀었다.
서로가 손을 잡았는데, 브록시아가 슬쩍 손을 끌어당기더니 내 귓가에 말했다.
“호오, 검을 잡은 적도 없는 손이군요. 애송이 군. 건방 떨지 마세요. 죽여 버리는 수가 있으니까.”
눈 하나 안 찡그리고 경고를 한 그는 슬쩍 웃으며 나를 밀치더니 자신의 타이탄으로 되돌아갔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슬쩍 웃었다.
‘도발한 보람이 나오는군.’
행여 저 녀석이 설렁설렁 하기라도 한다면 나도 내 실력을 제대로 보여줄 기회가 없을지도 몰랐다.
이럴 땐 이를 악물고 덤벼주는 편이 나로서도 좋았다.
[건벵 뜰지 므르, 애승이~]그런데 슈리가 그 말이 짜증 났는지 그의 말을 우스꽝스럽게 따라 했다.
[마스터, 저놈 아주 재수 없네요. 본때를 보여주십시오.]‘오냐.’
나는 그 타이탄에 탑승했고, 브룩시아 역시 녹색 라미아에 탑승을 마친 것이 보였다.
“대장님, 대장님에게 10실버 걸었습니다! 아주 죽여~버리세요!”
“우리 부대의 긍지를 보여주라고요, 대장!”
“저 자식 묵사발을 내버려요!!”
주위에 있던 병사들은 역시 대부분 처음 본 나보다는 역시 자기들과 함께 고생해 온 대장을 응원했다.
하지만 간혹 나를 응원하는 소리도 들려왔다.
“무이켈~ 힘내요! 전 당신을 응원합니다~!”
내 팬 1호인 알렉스였다.
“어이! 나 역베팅 했으니까 이겨달라고! 돈 좀 만져보자~”
그리고 낮은 확률 속에서 일확천금을 노리는 자의 목소리도 들려왔다.
‘저 녀석 운이 좋은걸?’
나는 피식 웃으며 몸을 살짝 긴장시켰다.
그렇게 뜨거운 응원의 열기 속에서-
“시작!”
가르오네의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대결이 시작되었다.
* * *
우리는 잠시 서로에게 달려들지 않고 대치했다.
그리고 서부의 사나이들처럼 한 발짝, 한 발짝씩 옆으로 돌며 서로를 탐색했다.
탐색 시간이 길수록 내게 유리했다.
그만큼 [배틀 센스]가 녹색 라미아에 대한 정보를 모을 수 있을 테니까.
그리고 [하늘의 눈]으로도 한번 녹색 라미아를 살펴보았다.
-이름 : 라미아
-희귀도 : 레어
-상태 : 정비가 잘됨
-고유 스킬 : [마력 폭주].
-설명 : 아카리프 왕국에서 제작된 고급 타이탄. 자아[ego]가 있으며 자아와 ‘계약’을 맺은 탑승자만이 조종할 수 있다. ‘계약’ 조건은 라미아가 결정한다.
이것이 주로 소수의 지휘관들과 타이탄 마스터에게만 주어진다는 녹색 라미아였다.
녹색 라미아는 ‘쉬움’ 난이도에서 나오는 가장 높은 등급의 타이탄이기도 했다.
나는 정보를 쭈욱 읽어 내려갔다.
[마력 폭주]와 ‘계약’, 두 가지가 눈에 띄었다.두 가지 모두 녹색 등급 이상의 기체가 갖는 특수 능력이었다.
‘[마력 폭주]는 조금 있으면 보겠군.’
능력이 있으니, 사용하지 않을 리가 없다.
그리고 ‘계약’.
이것은 인간을 예로 들어 말하자면 ‘혼인’과 다름없었다.
[하늘의 눈]의 설명에는 타이탄만 다른 탑승자를 태우지 못한다고 써 있었는데, 사실 계약한 탑승자도 다른 타이탄에 탑승하지 못한다.쌍방에 제약이 생기는 것이다.
이것이 아까 브룩시아가 다른 타이탄을 탑승하지 못했던 이유였다.
라미아에 대한 탐색이 거의 끝나갈 때쯤, 녹색 라미아가 먼저 움직였다.
* * *
녹색 라미아가 푸른 라돈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급할 것 없다는 여유로운 움직임.
둘의 거리는 서서히 가까워져 갔다.
그리고 일정 거리가 됐을 때.
콰작.
연병장 바닥이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라미아가 폭발적으로 거리를 좁혔다.
순간 급발진이었는데, 그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병사들 눈에는 라미아가 마치 쭈욱 앞으로 늘어지는 것처럼 보였다.
거기에 더해 라미아가 자신의 검을 펜싱 선수처럼 깊숙하게 앞으로 찔러 넣었다.
타이탄의 옆구리 부근을 노리고 날아가는 회심의 일격!
일반적인 푸른 라돈이라면 이 한 방에 반응조차 못 하고 꼼짝없이 당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푸른 라돈은 달랐다.
휘익-
마치 이미 공격이 올 것을 알고 있었다는 듯, 푸른 라돈이 가볍게 그 공격을 회피했다.
그리고 동시에 녹색 라미아의 몸통을 노리고 검을 휘둘렀다.
날카로운 카운터 어택!
‘이크!’
브룩시아가 깜짝 놀라며 녹색 라미아를 뒤로 물렸다.
‘어떻게 이걸 피해낸 거지? 푸른 라돈 따위가?’
녹색 라미아와 푸른 라돈의 스펙 차이는 사실 그다지 크지 않았다.
그저 조금 더 빠르고, 강하고, 단단하다는 것 정도.
하지만 두 기체 사이에는 스펙을 뛰어넘는 성능 격차가 있었다.
특수 기능으로 마나 하트의 마력을 순간적으로 쥐어짜 내는 [마력 폭주]라는 기능이 있었던 것이다.
녹색 라미아가 방금 보인 순간적인 가속이 바로 이 [마력 폭주]로 인한 능력이었다.
‘제길, 이럴 리가 없어. 한 번 더!’
브룩시아가 이를 악물고 다시 한번 [마력 폭주]를 사용했다.
녹색 라미아가 순간적으로 앞으로 쭈욱 늘어나며, 이번엔 검을 위에서 아래로 내려쳤다.
하지만 푸른 라돈은, 녹색 라미아가 검을 내리긋기 직전의 순간부터 이미 회피 동작에 들어가 있었다.
물론 이번에도 카운터 어택!
‘크읏!’
브룩시아는 이번에도 재빨리 타이탄을 조종해 위험으로부터 벗어났다.
병사들은 푸른 라돈이 공격을 두 번이나 피해내자 난리였다.
“오~ 저 푸른 라돈 제법인데?”
“피하기는, 운이 좋았던 거지.”
“두 번이나?”
“대장님! 봐주지 말라고요!”
“역베팅 가즈아-!!”
한껏 들떠 있는 병사들의 모습과 달리, 브룩시아의 마음은 싸늘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심지어 저 푸른 라돈에게서 알 수 없는 위압감까지 느끼고 있었다.
‘이, 이제 한 번 남았는데.’
[마력 폭주]는 탑승자의 역량에 따라 사용 횟수가 결정되는 능력으로, 브룩시아는 하루 세 번의 사용량을 가지고 있었다.‘한 발은 아끼자.’
남은 한 발은 결정적인 순간에 사용하기 위해 아껴두기로 했다.
‘어차피 타이탄 스펙은 내가 위야.’
대신 그는 기체 성능을 이용해 끝장을 보기로 마음먹었다.
“흐읍!”
그가 타이탄을 조종해 다시금 푸른 라돈에게 접근한 다음, 검술을 펼쳤다.
가문에서 연마한 그의 검술이 타이탄을 통해 펼쳐졌다.
푸른 라돈이 간단하게 그 공격을 피했다.
하지만 브룩시아는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다시 횡베기와 찌르기.
이번에도 푸른 라돈은 공격을 피했다.
종 베기, 횡 베기, 찌르기, 그리고 이어지는 대각선 베기.
다시 종으로 베고, 좌우 베기 페이크를 넣고, 찌르기, 그리고 다시 횡 베기.
현란하고 빠른 검술이 타이탄을 통해 재현되었다.
하지만-
하지만.
피했다, 피했다, 피했다.
푸른 라돈은, 마치 춤을 추듯 현란한 움직임으로, 그 모든 공격을 피해내고 있었다.
“······.”
구경하던 병사들 사이에서 침묵이 내려앉았다.
눈앞에서 불가사의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청색 등급의 타이탄이, 자신보다 빠른 녹색 등급 타이탄의 공격을, 모조리 피해내고 있었다.
푸른 라돈이 보이는 움직임은 전혀 타이탄의 움직임이 아니었다.
타이탄에게서 절대로 볼 수 없었던 부드럽고 유연한 움직임.
저 타이탄의 실루엣만을 누군가에게 보여준다면 누구나가 ‘인간이잖아요!’라고 소리 지를 만큼, 그 움직임은 명확히 인간의 것을 따르고 있었다.
베고, 찌르고, 다시 베고.
공격을 이어갈수록 브룩시아의 이마에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아닌데, 이게 아닌데!’
그는 안간힘을 쓰며 공격을 이어갔다.
하지만 상대는 화면에 똑똑히 비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도저히 잡을 수가 없었다.
마치 귀신과 장난치고 있는 것 같았다.
‘악몽인가?’
브룩시아는 지금의 상황을 도무지 납득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현실을 부정하기 시작했다.
‘그래, 악몽이야.’
그의 멘탈에 금이 갔다.
그의 검이 조금 느려졌다.
그리고 그 순간.
턱!
그의 검이 움직임을 멈추었다.
브록시아는 타이탄의 화면을 바라보았다.
라미아의 검이, 푸른 라돈의 손에 잡혀 있었다.
그리고 푸른 라돈의 검은, 라미아의 목을 겨누고 있었다.
“와아아아-!!”
병사들의 환호성 소리가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