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th the Machine God RAW novel - Chapter 119
기계신과 함께 – 119
“특공대장님! 특공대님은 진짜 천재세요!”
조잘조잘.
“어떻게 농사만 짓다가 타이탄을 탔는데도 그렇게 타이탄을 예술적으로 조종할 수가 있는지!”
주절주절.
“그건 예술이었어요, 예술! 타이탄이 어떻게 인간처럼 춤을 춰요!”
재잘재잘.
내 오른쪽에서 날 따라오는 알렉스가 계속해서 찬양의 말을 쏟아내고 있었다.
칭찬도 한두 번이지, 칭찬을 빙자한 끊임없는 수다에 머리가 아파왔다.
“스승님, 불편하신 데는 없으신지요?”
왼쪽은 또 왼쪽대로 문제가 있었다.
“비켜라! 스승님이 출타하시는데 어딜 감히 아랫것들이!”
왼쪽에서는 한 사내가 내 앞길에 있는 평민들을 저 멀리 쫓아내며 나를 돌아본다.
“저 치들이 스승님의 위대한 실력을 몰라보고 감히 앞길을 막는군요. 다행히 이 제자가 있어서 얼른 쫓아냈습니다.”
“쫓아내지 마.”
“저 새들이 스승님을 바라보며 조잘거리는군요. 스승님의 위대한 조종 실력을 질투하는 것일까요?”
브룩시아였다.
나는 알렉스는 그렇다 쳐도 브룩시아가 수다쟁이일 줄은, 더군다나 저런 종류의 인간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제발······ 조금만 조용히······.’
조용히 시키려면 시킬 수도 있었다.
사실 이미 한번 해보기도 했다.
그러나 대가로 돌아온 불편하고 시무룩한 침묵에 결국은 다시 그들의 입을 살려주고 말았다.
나는 내게 이 둘을 보좌로 붙여준 만인대장 가르오네를 원망하고 싶지 않았다.
정말로 원망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이······ 영감탱이······.’
저절로 잇새로 ‘가르오네······!’ 하는 이 악문 신음이 흘러나왔다.
내가 가던 길에 있던 돌멩이를 신경질적으로 툭 찼다.
그때 우연히 내 신발에 나무에서 떨어진 나뭇잎이 와 닿았다.
[아, 마스터시여. 저 나뭇잎을 보십시오! 나뭇잎이 마스터의 위대한 실력에 경의를 표하기 위해 마스터의 신발에 입을 맞추었습니다!]슈리가 브룩시아의 말투를 흉내 내며 나를 놀리고 있었다.
“······.”
나는 브룩시아와의 대결로 명명백백한 타이탄 마스터임이 입증되었다.
그 결과 그 자리에서 바로 만인대장 가르오네로부터 기사서임을 받은 후, 30명을 통솔할 수 있는 특공대장의 직위를 얻게 되었다.
그리고 그 특공대에 가장 먼저 배속된 게 바로 이 알렉스와 브룩시아였다.
알렉스는 내 특공대가 생기자마자 가르오네가 바로 내 보좌로 임명해 버렸다.
나와 가장 친하다는, 조금은 황당한 이유였다.
아무리 내가 그의 도움을 많이 받았기로서니.
덕분에 그는 만인대장의 명령하에 스피릿 기사단에서 잠시 파견 형식으로 나와서 내 밑에 있게 되었다.
브룩시아는 자신의 의지로 내 특공대에 소속되었다.
사실 원래대로라면 왕국에도 13명밖에 없다는 타이탄 마스터가 얼마 전까지 농사만 짓던 햇병아리의 부대에 자원할 리가 없었겠지만, 브룩시아는 내게 배움을 청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내 부대로 스스로 지원했다.
실력 면에서 굉장한 인재인 그를 나는 당연히 격하게 환영하며 받아들였는데, 불과 한 시간도 지나지 않은 지금 시점에서 나는 그 선택을 한 과거의 나를 욕하고 있었다.
‘후우······ 그래, 내 고막을 대가로 꽤 쓸 만한 보좌관과 타이탄 마스터 하나를 얻었다 치자.’
고막이 부서지면 [유가선공]으로 치료하면 되니까! 하하!
그렇게 긍정의 마인드로 걷다 보니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했다.
지금 우리가 도착한 곳은, 병영 내에 있는 타이탄 창고였다.
이곳은 전시 물자 중 가장 중요한 타이탄의 수리와 정비를 겸하는 곳이다 보니, 엄청난 물자와 사람이 오가고 있었다.
“명령은 전해 들었습니다. 드시지요.”
군인 한 명이 나와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가 우리를 맞았다.
우리는 그를 따라 창고 안으로 들어갔다.
나를 이 창고로 보내며 가르오네가 한 말이 떠올랐다.
“이 병영에는 주인 없는 녹색급이 단 한 기밖에 없다네. 만약 자네가 그 녀석과 ‘계약’을 맺지 못한다면 자네는 청색 타이탄을 탈 수밖에 없어.”
‘쉬움’ 난이도에서는 시작부터 가질 수 있다는 녹색급 타이탄을 ‘어려움’ 난이도에서는 왜 이렇게 얻기가 힘든지, 나는 속으로 쩝, 입맛을 다시며 한탄했다.
데이터베이스에서 ‘어려움’ 난이도 옆에 ‘클리어 불가능’이라는 말이 왜 적혀 있었는지, 지금 이 순간 조금은 알 것 같았다.
한 기의 타이탄에 여러 명의 기술자와 마법사들이 달라붙어 그것을 정비하고 있는 모습을 곁눈으로 구경하며 지나치길 여러 번.
우리를 안내한 군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도착했습니다.”
타이탄 창고의 가장 안쪽 깊은 공간.
녹색의 타이탄이 늠름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
“저 녀석도 라미아 버전으로 나온 타이탄입니다만, 스킬이 좀······ 실패했다고 해야 할까요? 다루기가 힘들게 뽑혔습니다. 거기다가 성격도 고약해서 계약도 잘 안 받아주고, 간신히 계약한 타이탄 조종사들도 그냥 안 타고 말겠다고 때려치우고 청색급을 타게 한 녀석입니다.”
우리를 안내해 준 군인이 ‘그래도 해볼 거냐?’ 하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
설명만 들어봐도 벌써부터 조금 골머리가 아파왔지만, 뭐 일단 도전은 해봐야지.
나는 일단 [하늘의 눈]으로 녹색 오르토스를 살펴보았다.
-이름 : 오르토스
-희귀도 : 레어
-상태 : 심술쟁이, 고집쟁이, 말썽쟁이
-고유 스킬 : [마력 폭주2]
-설명 : 아카리프 왕국에서 제작된, 성격이 못된 고급 타이탄. 자아[ego]가 있으며 자아와 ‘계약’을 맺은 탑승자만이 조종할 수 있다. ‘계약’ 조건은 오르토스가 결정한다.
‘[마력 폭주2]?’
-[마력 폭주2] : 마력을 폭주시켜 일정 시간 동안 타이탄의 힘과 속도를 큰 폭으로 상승시킵니다. 다만 타이탄 자아의 개입이 강해져 조종에 애를 먹을 수 있습니다.
전에 봤던 [마력 폭주]와는 달리 ‘큰 폭’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었다.
거기까진 좋다.
그런데······.
‘타이탄 자아의 개입이 강해져?’
뭐 이런 개떡같은 스킬이!
“브록시아, 녹색급 타이탄은 자아가 타이탄 조종에 개입하기도 하나요?”
“대부분은 온전히 조종사의 몫으로 남기고 보조하는 정도입니다만, 저놈만은 좀 다르죠.”
브록시아도 저 기체에 관해서는 익히 알고 있었던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흠.”
나는 도대체 어느 성격이길래, 하는 마음으로 타이탄에 올라탔다.
그리고 왼쪽의 마력석에 손을 얹었다.
신경질적이고 심술적인 목소리가 머릿속을 울려왔다.
이게 바로 오르토스의 목소리구나.
“너랑 계약하고 싶은데.”
[그래? 그럼 일단 노래나 한 곡 뽑아봐! 들어보고 나서 한번 생각해 보지!]오르토스가 한껏 거드름을 피우는 태도로 말했다.
“······.”
나는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이 녀석은 내가 노래 부르면 춤을 추게 하고, 춤까지 추면 엉덩이로 이름을 쓰게 할 녀석이란 것을!
진지하게 나도 그냥 청색급을 탄다고 할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칠 때, 슈리가 말했다.
[마스터, 펜던트 한번 마력석에 대보시겠습니까?]······오호.
나는 당장에 에메랄드 펜던트를 마력석에 가져다 대보았다.
오르토스의 당황한 목소리가 들려오더니 곧 잠잠해졌다.
그리고-
[마스터.]슈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떻게 된 거야?”
내가 묻자 슈리가 간단하게 대답했다.
[쫓아냈습니다.]푸하하하!
꼴좋다, 이 심술쟁이 자식!
[정확히 말하자면 억눌러뒀기 때문에, 제가 나가면 다시 자아의 전면부를 차지할 겁니다.]“오케이. 어쨌든 말하자면 네가 당분간 이 타이탄의 자아라는 거지?”
[그렇습니다.]“그래, 그럼 당분간 잘 부탁한다. 그런데 타이탄 계약은?”
[할 필요 없습니다. 저와 마스터 사이에 계약이 필요한 관계도 아닌걸요.]“오케이!”
그렇게 나는 슈리 덕분에 굴욕을 면하고 녹색급의 타이탄을 손쉽게 획득할 수 있었다.
* * *
무결의 퀘스트 시작 6일째.
은벽산맥의 계곡 사이에 지어진 대장벽 위.
전방의 탁 트인 시야로 지난 며칠간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난 티이케 제국군들이 새까맣게 몰려들고 있었다.
그리고 장벽 위에서 뒤돌아보면 저 멀리 ‘축복의 나무’ 아래에서 여전히 평화로워 보이는 아카리프 왕국의 수도가 보였다.
수도를 둘러싼 성벽이 타이탄이라는 강철의 거인 앞에서 돌담장에 지나지 않게 된 지금, 이곳이 바로 티이케 제국군에 대한 최후의 방어선이었다.
콰콰아앙!!
저 멀리서 날아온 거대한 불덩이들이 성벽을 두드렸다.
그 막대한 타격에 장벽이 흔들거렸다.
“으악!”
“에반!!”
일부 마법은 성벽 위에서 마법을 캐스팅하던 마법사에게 그대로 직격했다.
당연히 마법사는 즉사하고 말았다.
그 주위로는 뜨거운 불이 번졌다.
“병사들! 불 끄고, 타이탄들! 제대로 막아!!”
적의 불덩이 세례에 대항해 마법을 캐스팅하는 마법사들의 앞으로 거대한 강철의 방패가 드리워졌다.
콰쾅!!
일부 불덩이가 강철방패에 날아와 부딪칠 때마다 타이탄이 조금씩 뒤로 밀려났으나, 덕분에 그들이 막아준 마법사들은 무사했다.
“캐스팅 끝났습니다!”
한 마법사가 소리치자마자 그의 앞을 막고 있던 방패가 치워졌다.
[마나캐논].푸른색의 입자가 그의 손앞에 모여들더니······.
퀴융-
전방의 제국군들을 가로지르는 거대한 푸른 줄기가 그어졌다.
콰콰콰쾅!
푸른 광선이 지나는 곳이 전부 터져 나가며 방벽으로 몰려들고 있던 제국의 병사들이 몰살당했고, 그들이 들고 오던 공성 장비 또한 한낱 장작개비로 전락해 버렸다.
하지만 그 사이사이에 위치해 있던 검은 갑옷의 타이탄들은 그 광선을 직격하고도 별다른 피해를 입지 않은 듯 쿵쿵거리며 장벽으로 들러붙고 있었다.
대(對)마법 마법진이 생겨진 갑옷의 위력이었다.
쿵! 쿵!
장벽 밑에 들러붙은 검은색 타이탄들이 가져온 망치들로 장벽을 두들겨대었다.
장벽에서 푸른색의 옅은 실드가 생겨나며 충격을 일부 흡수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벽은 조금씩 그 망치질로 인해 파여 나가고 있었다.
“크윽! 여기 통나무 공격 준비해!”
“돌덩이들 떨어뜨려!!”
“으윽! 끓는 기름 계속 부어!!”
성벽의 병력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며 돌과 나무, 끓는 기름을 퍼부었다.
대부분이 군집을 이룬 타이탄들의 방패에 막혀 별 효과가 없었지만, 간혹 그 틈을 뚫고 타격을 가하는 경우도 있었다.
치이이익-
“으아악!”
이런 경우처럼.
한 타이탄 조종사가 이음새 사이로 흘러내린 기름에 망치를 내던지고 후퇴하고 말았다.
하지만 언 발에 오줌 누기일 뿐, 금세 그 자리를 다른 검은색 타이탄이 와서 메웠다.
쿵! 쿵!
장벽이 계속해서 파여 나갔다.
“안 되겠다!! 우회로로 출격한 타이탄들에게 지원 요청 해!!”
성벽 위를 지키던 사령관이 결국 시꺼멓게 밀려드는 제국군의 공세에 못 이겨 지원 요청을 하고 말았다.
“록우드 기사단은 지원이 불가하답니다!!”
“스톤하트 기사단 역시 적 타이탄들에 발이 묶여 있다고 합니다!!”
통신을 맡은 마법사들로부터 연이은 보고가 올라왔다.
“이런 제길.”
사령관이 암담한 상황에 눈을 질끈 감았다.
이대로라면 채 하루가 지나기 전에 성벽이 함락될 것 같았다.
수도에 왕궁근위대와 수도근위병단이 있다지만, 이곳이 뚫린다면 결국 수도는 길어봐야 하루가 가지 않아 끝장날 터였다.
어떻게든 이곳을 사수해야 했다.
그때 한 마법사가 반색하며 외쳤다.
“응답했습니다! 지원 오겠다고 합니다!!”
“어느 기사단인가!!”
“그게······ 기사단은 아닙니다! 가르오네 만인대 소속 특별공격대라고 합니다!”
“그 깐깐쟁이 가르오네가 특공대를 편성했나? 의외로군! 아무튼 빨리 오라고 해!!”
“예!!”
기사단도 아니고 일개 특공대라 해봐야 얼마나 도움이 될까 싶었지만, 지금은 고양이 손이라도 빌려야 할 때.
가르오네는 제발 이번에 오는 녀석들이 쓸 만한 놈들이기를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