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th the Machine God RAW novel - Chapter 88
기계신과 함께 – 088
핏-
잠시 방심한 순간 물줄기 하나가 뺨을 스치며 피가 튀었다.
“뀨우!”
꼬맹이가 내 목소리를 듣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때 또 다른 플라스마 링이 꼬맹이의 위를 지나치며 뭔가를 떨어뜨렸다.
녹색의 작은 보석.
“선물이다!”
정확히 꼬맹이 펭귄의 위로 떨어진 그것을, 꼬맹이가 받아 들었다.
꼬맹이는 그 보석을 만지작거리더니 자신의 머리 위에 갖다 댔다.
그러자.
피잉-
작은 파동이 퍼져 나가며, 나를 쫓아다니던 대부분의 물줄기가 힘을 잃고 사라졌다.
나는 드레이크를 조종해 꼬맹이 펭귄에게로 다가가 녀석을 물 위에서 건져내었다.
“오랜만이구나.”
계속 드레이크를 조종해 강하나 일행에게로 다가가며, 나는 내 품에 안긴 꼬마 펭귄을 내려다보았다.
“뀨우.”
꼬마 펭귄이 올망졸망한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다가 자그마한 양팔로 나를 껴안고 얼굴을 부볐다.
“그래, 나도 반갑다.”
나는 두어 번 꼬마 펭귄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녀석에 대한 반가움을 표시했다.
“그런데 꼬맹아, 부탁 하나만 하자.”
“뀨우?”
나는 녀석에게 명령이 아닌 부탁을 했다.
눈물로 제정신을 되찾은 이 녀석은 이제 [윈드 블래스터]로 종속시킬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탁했다.
스스로 이 [윈드 블래스터]와 스스로 연결되기를.
“뀨!”
꼬맹이가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며 내가 든 [윈드 블래스터]에 머리를 갖다 대었다.
위잉-
[윈드 블래스터]가 빛나며 종속 작업이 완료되었다.“고맙다.”
나는 씨익 웃으며, 강하나 일행이 있는 호숫가에 꼬맹이를 집어 던졌다.
꼬맹이가 날아가 땅에 부딪히는 순간, 땅이 쿠션처럼 변해 꼬맹이를 받아내었다.
나는 마음속으로 꼬맹이에게 한 가지 명령을 전달했다.
“꼬맹아, 그럼 부탁한다!”
그렇게 소리치며 나는 드레이크를 조종해, 레비아탄을 향해 날아올랐다.
슈우우욱-
급속도로 레비아탄을 향해 솟아오르며, 나는 볼 수 있었다.
꼬맹이 펭귄 인근의 땅에서 솟아오르기 시작한 흙더미를.
처음에는 꼬맹이가 있는 곳에서만 흙이 솟아올랐다.
그러나 곧 세 조각 화산을 비롯한 호수 주위의 모든 흙들이 하늘로 치솟기 시작했다.
꼬맹이의 명령을 받은 다른 어스 펭귄들이 생성하고 있는 흙의 장벽이었다.
저 거대한 레비아탄이 헤엄치며 놀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한 호수.
그 호수 전체를 둘러싸는 거대한 흙의 벽이 생성되고 있었다.
콰앙!
벽의 일부가 호숫가로 다가오는 몬스터들에 의해 터져 나갔다.
흙의 장벽은 그 두께가 그렇게 두껍지는 않았기 때문에 쉽게 터져 나갔다.
하지만 그렇게 생겨난 구멍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흙의 벽은 하늘로 계속해서 하늘로 치솟고 있었다.
이 흙의 벽의 목적은 몬스터들의 침입을 막는 데 있는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어느새 레비아탄의 근처에 도달한 내가 두 눈으로 레비아탄을 노려보았다.
“어이, 뱀장어. 반갑다.”
레비아탄의 거대하고 노란 눈동자가 나를 향했다.
드디어 시작이었다.
나는 피어나는 긴장감을 만끽하며 웃었다.
“뭘 쳐다봐?”
그렇게 레비아탄을 지나쳐 녀석의 머리 위로 날아갔다.
녀석의 커다란 눈이 나를 따라 위로 올라왔다.
내가 베히모스의 소울 스톤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서일까?
녀석의 눈빛에 유난히 경계심이 서려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레비아탄 주변에 내리던 빗물들이 뭉쳐 나를 따라왔다.
물의 권능은 철저히 이동과 방어에만 사용한다던 기록으로 봤을 때 상당히 이례적인 움직임.
‘이크.’
레비아탄이 조종하는 물은 워터 펭귄들이 조종하던 것보다 양도 적고 섬세함도 떨어졌지만, 대신 엄청난 속도를 가지고 있었다.
나는 정신을 집중했다.
[배틀 센스]가 발휘되며 내게로 날아드는 물의 궤적이 모조리 머릿속에 입력되었다.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못 피해.’
내가 드레이크를 전투기처럼 100% 통제할 수 있다면 얘기가 달랐을지도 모르지만, 지금 내가 드레이크를 조종하는 수단은 음성 언어였다.
내 의사를 언어화하고, 그것을 드레이크가 받아들이는 1, 2초의 딜레이.
그 시간이면 충분했다.
사방에서 날아오는 물들이 우리의 몸을 꿰뚫기에는.
‘미안하다.’
나는 드레이크에게 사과하며, 녀석의 등을 박찼다.
그리고 물의 궤적이 그리는 공백 사이로, 교묘하게 몸을 집어넣었다.
퍼퍽, 퍽퍽.
아래에서 드레이크의 가죽 꿰뚫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상공 수백 미터 위에 뜬 상태에서 정신없이 몸을 비틀며 [윈드 블래스터]를 쏘아대었다.
물줄기를 맞히기 위해서가 아니라 몸의 위치를 조정하기 위해서.
레비아탄의 물줄기들은 마치 공중 곡예사처럼 몸을 놀리는 나를 피해 지나쳤다.
끝없을 것같이 수많은 물줄기가 마침내 모두 나를 지나쳐 가고.
‘다 피했다······!’
정신이 고양되며 집중력이 극점에 다다르는 것이 느껴졌다.
새처럼 하늘에 떠 있는 이 순간, 나는 몸을 뒤집어 구름이 보이는 하늘을 밟았다.
하늘 내 발아래 있었고, 레비아탄의 등이 머리 위로 올려다보였다.
“이제는 내 차례다.”
레비아탄의 턴이 지났으니, 이제는 내 공격 턴이 왔다.
나는 슈트의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가 꺼냈다.
주머니에 부착되어 있던 [아르카시아의 공간주머니] 자체를.
“이거나 먹어라.”
나는 공간주머니를 활짝 펼쳤다.
주머니의 입구가 화물트럭 크기만큼 확장되었고, 그곳에서부터 수백 개의 물건이 쏟아져 내렸다.
어떤 물건은 주먹만 했고, 어떤 물건은 몸통 크기에 이르렀다.
그 물건들이 레비아탄의 등 위에 닿자마자······.
콰콰콰콰콰–
무수히 많은 폭발을 일으켰다.
녀석의 몸이 푹푹 파이며 붉은 속살이 드러났다.
드디어 처음으로 레비아탄에게 타격다운 타격을 입힌 것이다.
구우우웅-
레비아탄이 포효를 내질렀다.
그러자 녀석 주위의 물이 모조리 녀석의 몸으로 몰려들며 녀석을 둘러싼 물의 장막이 거의 두 배 가까운 두께로 강화되었다.
콰콰콰콰-
공간주머니에서 튀어나온 폭탄들로 인해 폭발은 계속해서 이어졌으나 놈의 등에 나는 상흔은 녀석의 방어막이 강화됨에 따라 현저하게 줄어들고 있었다.
무수한 철제 파편들이 레비아탄의 거대한 몸을 타고 양옆으로 흘러내렸다.
쿠쿠······.
폭발이 잦아들었다.
공간주머니에서 폭탄 쏟아내기를 멈춘 것이다.
구오오오오!!
분노한 레비아탄의 눈이 나를 노려보았다.
스으······.
녀석이 거의 10여 분 동안 내뿜던 냉기의 브레스가 마침내 멈췄다.
무언가 조짐이 심상치 않았다.
하지만, 아직 내 턴은 끝나지 않았다.
“발동.”
나는 주먹을 꽈악 움켜쥐며 읊조렸다.
폭발물들의 파편과 함께 흘러내리던 2백여 개의 [하이퍼키네틱 레지스터]가 일제히 작동을 시작했다.
[하이퍼키네틱 레지스터]는 일찍이 단 4개만으로 아라크네의 움직임을 묶어 버렸던 아이템이었다.레비아탄의 움직임이 급속하게 느려지기 시작했다.
녀석의 몸 표면 분자의 움직임이 거의 절대영도 수준까지 느려지고 있었다.
비록 몸이 웬만한 산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커다란 놈이었지만, 몸의 표면이 멈춰 버리는 데에야 마땅히 저항할 방법이 없을 것이다.
“탐색.”
내가 공간주머니에서 쏟아낸 물건들은 세 가지였다.
폭탄, 하이퍼키네틱 레지스터, 그리고 [마력 파동 스캔 장치].
스캔 장치가 작동하며 녀석의 몸 내부를 스캔했다.
그리고.
‘찾았다.’
레비아탄의 약점.
녀석의 몸속에 흐르고 있는 [소울 스톤]을.
‘슈리, 고유 파동 기억해 놔.’
[네, 마스터. 고유 식별 파동, 기억 완료했습니다.]이로써 우리는 녀석의 심장의 위치를 정확하게 포착할 수 있게 되었다.
레일 건을 꺼내 든 나는 스킬을 발동시켰다.
공간주머니에서 튀어나온 파편들이 기계들에 들러붙기 시작했다.
그동안 다른 안배가 완성되었다.
츠르르······.
사방에서 내리던 빗방울들이 잦아들었다.
레비아탄의 신경을 끄는 사이, 어스 펭귄들이 일으킨 흙의 막이 하늘을 온전히 메워버린 것이다.
구우우웅–
레비아탄이 추락하기 시작했다.
[물의 권능]을 통해 하늘을 유영하는 것은, 비가 내릴 때만 사용할 수 있는 능력.퍼붓던 비가 멈추자 녀석이 공중에서부터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떨어져 내리던 빗물로 구성되던 녀석의 방어막 또한 급속하게 출렁거리며 엷어지기 시작했다.
그사이 [기계변환]이 완성되었다.
내 키의 네 배쯤 되는 기다란 길이와 내 키쯤 되는 두께를 가진 총신.
평범한 인간이라면 성인 남성 열 명이 짊어져도 들 수 없을 것 같은 거대한 대물저격총이 완성되었다.
총의 이름은 [몬스터 드라이브].
후일 레비아탄과 베히모스급의 몬스터를 잡기 위해 고안될 거대 저격총.
인간이 들기 위해 발명된 물건이 아니었지만, 저놈의 두꺼운 피부를 뚫고 소울 스톤을 저격하기 위해선 이것만 한 게 없었다.
그리고 화룡점정.
[몬스터 드라이브]에 베히모스의 소울 스톤이 장착되며, 총신이 붉은빛으로 작열하기 시작했다.꾸드드득-
팔근육 전체가 수축되며 총을 단단히 붙잡았다.
그리고 온몸으로 폭발저긴 마력이 뿜어져 나오다가 응집되었다.
꾸우우우웅-
레비아탄이 추락하는 와중에 비명 같은 포효를 내질렀다.
나는 녀석의 몸속을 떠도는 소울 스톤의 위치를 다시 한번 확인하고, 가차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꽈아아아앙—
저격총의 총구가 폭탄 터지듯이 불을 뿜었다.
“커억.”
온몸에 내공을 둘러 충격에 대비했음에도, 몸이 박살 나는 느낌이었다.
나는 총에서 튕겨져 나와 허공 한쪽으로 날아갔다.
하늘을 날아가며, 던전에서 겪은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비록 몸은 고통스러웠지만 정신은 후련했다.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수를 동원해, 가장 완벽한 타이밍에, 최강의 일격을 날렸다.
이것이 통하지 않는다면? 하는 가정 따위 하지 않았다.
무조건 성공할 것이다.
무조건 성공해야 했다.
그런데 왜 머릿속에 스쳐 지나가는 것일까?
갑작스레 등장한 아라크네의 모습이.
기록과는 다르게 이상할 정도로 추웠던 제2스테이지의 온도가.
우리를 상대하는 데 있어 어딘지 한결 여유로운 것 같던 레비아탄의 모습이.
콰아아아–
붉은 혜성 같은 잔상을 남기며 날아간 총탄이 레비아탄의 몸을 뚫고 들어가는 것을 확인했다.
촤아아아아-
그리고 힘을 잃고 떨어져 내린 레비아탄의 몸이 호숫물 속에 잠겨들며 해일과 같은 파도가 일었다.
나는 튕겨져 나가던 몸을 수습해 세 산 중 강하나와 가장 먼 산의 정상 부근에 내려섰다.
-무결 씨, 해냈나요?
강하나의 흥분된 목소리가 들려왔다.
‘슈리, 레비아탄의 소울 스톤은? 파괴됐나?’
[아직 모릅니다. 총탄에 담긴 소울 스톤의 힘이 터져 나와 측정을 방해하고 있습니다.]나는 강하나에게 아직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고 말하며 초조하게 호수 속을 바라보았다.
강하나 일행도 궁금한 듯 한껏 집중한 채 호수 밑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이변이 일어났다.
쩌적, 쩌적.
호수 중앙에서부터 얼음이 번져갔다.
레비아탄이 빠진 곳이었다.
“모두······.”
나는 이를 악물며, 신음처럼 중얼거렸다.
-네?
강하나가 되묻는 소리.
나는 그대로 외쳤다.
“모두 호수에서 물러나요!!”
촤아악!
호수에서부터 뾰족한 얼음 기둥이 솟구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