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ways to be different from a tyrant RAW novel - Chapter 116
128화-
삐, 삐이!
파랑새 패밀리어가 바바에게 말했 다.
“ 흠.”
그곳의 상황을.
“너무 빠른데.”
일의 진행이 예상보다 빠르다.
흑마법사를 마주쳤을지도 모른다
고 생각하기는 했지만, 다른 곳도 아니고 대뜸 중심부에 들어갔다니.
디엘 영지는 흑마법사들의 본거지 와 연결된 본부 같은 곳이었다.
바바는 식은땀을 닦아 내고서 하 던 일을 잠시 멈추었다.
“뭐, 지금 거긴 비어 있겠지만.”
다행이라고 할까.
아마 그 디엘 영지에 흑마법사들 의 수장인 무뚝뚝한 흑마법사는 없 을 것이다.
“그러니 그다지 위험할 일은…… 없겠지.”
그 수장 흑마법사만 아니라면, 충 분히 감당할 수 있으리라.
그 황제에 그 아르만에 범상찮은 잡기들을 가진 그림자들도 있고.
……재상 놈은 왜 그 자리에 끼어 있는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래도 그놈도 죽지는 않을 것이 다.
문제는 글렌 마시아르였다.
바바는 파랑새 패밀리어의 분홍 눈을 더 깊게 들여다보았다.
이른 만찬이 진행되는 동안, 함께 있던 그림자 3호를 공격하고 홀로 빠져나와 정원 중앙에 서는 글렌의 모습이 보였다.
직접 이야기를 나눠 본 것은 아니 었지만, 글렌이 누구인지는 잘 알 고 있었다.
제물로서의 바탕을 가진 자.
‘아르만 남매보다는 못하지만.’
스칼렛만이 아니라 그 성질 더러 운 이자르 아르만도, 흑마법사들에 게 있어서 꽤나 좋은 제물이다.
이자르뿐 아니라 공작 부인 본인
도 모르는 사실인데, 현 아르만 공 작 부인의 피에는 아주 희미하게 라샤헬의 피가 흘렀다.
공작 부인이 매우 신뢰하는 그녀 자신의 직감은 라샤헬의 희미한 흔 적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었 다.
‘방계의 방계쯤 되려나.’
그러니 아마도 그 남매는 늦든 빠 르든 서로에게 혈육으로서 끌렸을 것이었다.
‘적어도 서로가 죽는 것은 두고 볼 수 없었겠지.’
아무리 사이가 나빴더라도.
아마 원래의 운명대로 흘러갔다 면, 스칼렛 아르만의 죽음을 막으 려고 달려들기는 했을 테지.
‘실패하고 죽게 되더라도.’
뭐, 지금은 의미 없는 사실이지만.
“그래도 그쪽은 지금 상황이 나쁘 지는 않은데.”
이왕 패밀리어를 생성한 것.
하나 더 만들어서 수도 쪽도 한 번 살펴보았다.
신전의 움직임이 수상하기는 하다
만, 그 움직임이 이자르 아르만을 향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아르만 공작 저택 자체가 이자를 보호하고 있기도 했고, 황궁에 가 면 또 샤를레앙의 사람들과 붙어서 생활을 하고 있으니.
하지만 글렌 마시아르는.
“……죽겠군.”
한참 만에 흘러나온 말은 냉한 기 운을 품고 있었다.
흑마법사의 본거지에 들어갔는데, 따로 떨어졌다.
심지어 저 라샤헬의 아이는 이미
흑마법에 당한 상태.
저건 이미 반쯤 죽었다고 보아도 무방했다.
한 번도 아니도 두 번째로 걸린 것이니, 이제는 라샤헬의 행운도 그를 구해 주지 못하리라.
“안타깝지만……
여기서 저 아이를 위해 할 일은 없었으므로, 바바는 깔끔하게 포기 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의아했다.
“왜, 죽이려고 하지?”
사실 흑마법사가 어지간히 멍청하 지 않고서야, 저기서 라샤헬의 사 람을 죽일 생각을 하지는 못할 텐 데.
칼리오르, 아르만, 라샤헬.
이 세 가문의 힘을 취하는 방법.
다 죽이거나, 강하게 몰아서 타고 태어난 자를 죽이거나.
이 죽은 신들의 능력은 위에서 아 래로 흐르지 않는다.
강한 힘은 약한 그릇에 스미지 않 는다는 말이다.
그래서 다 죽이면 자잘한 힘들이 가문 외의 장소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적절한 그릇으로 모여들 고.
강하게 몰아서 힘을 타고난 자를 죽였을 때는 가문 내의 다른 약한 그릇이 아닌 가문 밖 적절한 그릇 으로 힘이 향하는 것이다.
이때 다른 두 가문의 사람들에게 는 깃들지 않고……오
흑마법사들은 라샤헬을 전자의 방 식으로 멸망시켰고, 칼리오르는 후 자의 방식으로 흡수하고자 했었다.
지금은 둘 중 전자의 상황이었다.
‘그러니까.’
지금 약한 라샤헬의 아이를 죽이 면, 그 아이의 힘은 우선적으로 가 문 내의 강한 힘을 가진 자에게로 향한다.
‘지금 글렌 마시아르가 죽는다면.’
글렌 마시아르의 힘은 흑마법사가 아닌 스칼렛 아르만에게로 향한다 는 것.
‘스칼렛에게만 좋은 일이 될 텐 데.’
사람 죽는 게 좋은 일은 결코 아 니지만, 흑마법사 입장에서 보자면 그렇다는 것이다.
적어도 흑마법사들이 제정신이라 면 죽이더라도 저기서 죽이지는 않 았을……
생각하다가, 바바가 어? 하고 멈 칫했다.
“설마, 모르나?”
스칼렛이 라샤헬의 피도 이은 자 라는 것을?
에이, 설마.
이쯤 되면 조사를 통해서라도 알 아챘을 것이었다.
그 수장 흑마법사의 능력이라면 충분히!
그런데 모른다면……오
“버리는 패인가.”
지금 디엘 영지에 있을 흑마법사’.
이용당하는 말인 모양이다.
바바의 눈이 가늘어졌다.
“흐음……
몽롱한 비음이 흘러나왔다.
몇 남지 않은 흑마법사를 저렇게 소모할 리는 없는데.
그렇다면 이건.
라샤헬의 행운이 만들어 낸 흑마 법사들의 실수로 보는 게 옳지 않 을까.
“그렇다면 괜찮은 상황이야. 그렇 죠?”
그의 신은 뚱해진 채 답이 없었 다.
그의 신과 라샤헬은 오래 전, 별 로 사이가 좋지 않았으니까.
‘지금이야 죽은 신들을 위해 움직 이고 있기는 해도 말이지.’
거울 호수의 표면 위로 바바의 얼 굴이 선명하게 비쳤다.
실제와 조금 다른, 아주 오래 전 에 취했던 그의 진짜 모습.
긴 분홍 머리가 사르륵 흐드러졌 다.
거울 속 그의 입가에 신비로운 미 소가 피어올랐다.
황혼의 꽃잎처럼.
글렌 마시아르는 강렬한 추위를 느꼈다.
따스한 곳으로 향하고 싶었다.
어둡고, 습한 곳.
안개가 가득한 정원 한가운데에 서서, 그는 무언가를 끊임없이 찾 고 있었다.
-우리의 신을 위해.
머릿속에서 자꾸만 누군가 속삭였 다.
-아름다운 자를 위해.
그는 그 자신 외에는 아름답다고 느낀 적이 별로 없었다.
저보다 아름다운 이는 정말 드물 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스칼렛 누님이나 그 재수 없는 황제가 아닌, 못생긴 얼굴이 하나 떠올랐다.
그게 아름다웠다.
격렬하게 거부 반응을 일으키던 몸은 이윽고 잠잠해졌다.
-기꺼이 죽어야 한다.
“기꺼이.”
처음 억류되었을 때 가까스로 심 장까지는 닿지 않았던 흑마법사의 마력이 심장을 검게 물들였다.
그나마도 바바가 보내준 꽃 덕에 속도가 늦춰진 것이었다.
글렌은 그가 주 무기로 사용하는 단검을 빼어들었다.
하얗고 고귀한 검이 글렌의 심장 을 향해 날카롭게 빛났다.
푸욱.
툭, 하고.
글렌의 손이 힘없이 땅에 떨어졌 다.
“샤를. 아무래도 글렌에게 가봐야 겠어요.”
“응. 우리에게 이렇게 얌전하게 대하는 것을 보니, 그쪽에 손을 쓸 것 같아. 1호. 3호는?”
“……연락이 되지 않습니다.”
환영의 의미로 체를라 디엘이 준 비한 만찬.
그 이른 만찬을 마치고 인적이 없
는 곳으로 향하던 스칼렛과 샤를레 앙의 무리는, 무언가를 마주하고 약속이라도 한 듯 우뚝 멈춰 섰다.
훤히 드러난 황폐한 디엘가의 정 원 한가운데.
어린 소년이 피 웅덩이에 잠겨 있 었다.
“어, 글렌, 컥!”
발견하자마자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리고 글렌에게로 달려가던 스칼 렛이 가슴을 움켜쥐었다.
쿵.
하늘 끝에서 땅 끝으로 떨어지듯
거센 박동이었다.
그리고 또 쿵.
아직은 가까스로 숨이 붙어 있던 글렌의 몸에서 검고 불길한 기운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흑마법.’
쓰러지는 스칼렛을 꽉 끌어안은 채, 샤를레앙이 차갑게 그 광경을 노려보았다.
“허억!”
“ 멧!”
스칼렛의 상태를 면밀히 살피며,
샤를레앙이 그녀를 불렀다.
‘흑마법에 당한 것은 아니다.’
그는 바로 알아챘다.
스칼렛은 심장을 부여잡고 있었는 데, 그 부분에서 사이한 기운은커 녕 아주 강력하고도 맑은 기운이 꿈틀대고 있었다.
몸이 놀라고 있지만, 도리며 스칼 렛의 몸에 흐르는 기운들이 그 맑 은 기운으로 갈아치워지고 있었다.
아주 짧은 순간, 박동 몇 번이 지 나가는 동안 벌어진 일이었다.
샤를레앙이 떠올린 것은 하나였
다.
‘가주를 지키는 힘.’
샤를레앙의 주위로 그림자들이 서 고, 재상이 요정들을 받아들었다.
당장은 글렌의 생사가 중요한 것 이 아니었다.
요정들의 힘으로도 최면이 다 풀 리지 않았을 때부터, 어찌 보면 글 렌의 이런 결말은 예상된 것이기도 했으니.
중요한 것은 스칼렛이었다.
오로지 그녀만이 샤를레앙에게는 중요했다.
그때 스칼렛이 정신없는 중에도 글렌을 향해 손을 뻗었다.
[알았어!]
그제야 가만히 글렌을 지켜보던 요정들이 날아올랐다.
빛과 불과 물.
세상에서 가장 순수한 힘들이 섞 이며 아주 하얀 빛의 바늘을 만들 어 냈다.
그것이 글렌의 심장에 박히던 순 간, 어디선가 검은 바늘이 나타났 다.
보랏빛의 독기를 품은 바늘은 요 정들이 글렌에게 정신이 팔린 틈에 소리 없이 스칼렛을 향해 날아갔 다.
그 순간.
휘이- 하고 바람이 한 차례 불었 다.
체를라 디엘이 억지로 불게 했던 실바람과는 차원이 다른, 차고 묵 직한 자연의 바람-아니, 폭풍이.
끼이이!
스칼렛을 노리며 달려들던 검은 마력이 반짝이는 검은 폭풍에 막혀
긁히는 소리를 냈다.
폭풍의 한가운데, 고요한 그 자리.
반쯤 정신을 잃은 스칼렛을 품에 꽉 안은 채, 샤를레앙이 비틀린 미 소를 짓고 있었다.
“어지간히 만만하게 보인 모양이 야.”
짓씹듯 흘러나온 말에 반응하듯, 땅에 박힌 검은 검이 화려한 울음 을 토해 냈다.
폭군에게 차이는 10가지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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