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ways to be different from a tyrant RAW novel - Chapter 47
54화-
내가 아주 불신 어린 눈빛으로 그 를 보자, 그가 이내 아주 의아해하 는 척을 하기 시작했다.
다시 나와 눈을 자연스럽게 맞춘 그가 굉장히, 순수한, 아무것도 모 른다는 표정으로 다정하게 말했다.
“그냥 궁금한 거다, 영애. 정말이 야.”
“그래요?”
“그럼.”
그럼 그렇다고 치자.
미인은 옳았다.
그냥 이 불필요한 화제를 빨리 피 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저기, 폐하. 그보다 그 말투요.”
조금 분위기가 풀린 김에 슬쩍 화 제를 돌리자, 그가 어쩔 수 없다는 듯 천천히 미소 지으며 대꾸했다.
“응, 말해.”
“ 그.”
진짜 묘하게 달달하단 말이지.
역시, 이거 그거지?
손에 든 계약서를 보며 심호흡을 한 뒤, 나는 다시 그에게 조곤조곤 말하기 시작했다.
“제가 어제 말한 건 어디까지나 이상적인 ‘남주인공’의 상을 말한 거거든요?”
“남주인공?”
“바꿔 말하면 연인, 나아가 부부 사이에서의 이상적인 모습이라는 거죠!”
다정한 말투.
이게 그 서로 존중하는 말투여야 한다고 해서 이러는 것 같단 말이 야.
‘아까 다른 사람에게는 좀 덜하긴 했지만.’
그래도 그 측근들 다 약간만 다정 한 말투가 섞이는 것만으로도 질색 을 하던데.
그래. 신분제 사회인데 그건 좀 그렇지!
누가 황제한테 모든 사람에게 동 등하게 자상한 말투를 쓰라고 했답 니까.
그 천하의 건방진 사람이 누구예 요!
내가 되어 버렸네!
‘아니, 난 여주에게 잘하라는 뜻이 었지!’
듣기 좋은 것과 별개로, 어색해서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나는 그가 상냥하게 ‘거슬리는구 나.’ 하면서 사람을 썰어 버리는 것 을 떠올리자, 더더욱 무서워졌다.
아마 그렇게 되면 폭군 소리가 지 금의 두 배는 더 돌게 되지 않을 까?
그때 내 말을 듣던 그가 눈을 가 늘게 뜨고 중얼거렸다.
“……연인.”
“그거죠!”
“아하. 그리고?”
에이 참. 이해를 못 하네!
이래서 모쏠이란.
모쏠 경력 20년 하고도 몇 개월 인 나는 한숨을 폭 쉬었다.
그리고 다정하게 타이르듯 말해 주었다.
“폐하. 우리는 친구가 되었잖아
요.”
순간 그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 졌다.
눈을 살짝 크게 뜬 그에게 한 걸 음 다가가며 말했다.
“공적인 관계와 별개로, 사적으로 우리는 친구가 된 거죠.”
히히, 웃고 있는데, 그가 갑자기 한숨을 쉬었다.
“왜 한숨을. 뭐야, 무르기 없기에 요, 폐하.”
불안하게 말하자, 그가 웃었다. 정 말, 정말 환하게.
좋았어. 기분은 확실히 풀린 것 같았다.
더 잘 보이게 된 내 입가를 서늘 하게 스친 그의 시선을 눈치채지 못한 채,
뿌듯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방금 여기 있던 분들도 비슷할 거고요.”
“영애와 여기 있던 놈, 아니 인간 들이 비슷하다고.”
“그렇죠.”
“ 영애……
에잉, 말 끊지 마요.
내가 입가에 손가락을 대고 말 끊 지 말라는 표시를 하자, 그가 조금 어이없어 하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 였다.
“그분들도 친구 비슷하지 않나요? 아무튼 그러니까, 그런 나긋나 긋…… 한 말투로 누군가를 대하고 싶으시다면, 굳이 친구에게는 하실 필요가 없다는 거죠.”
나 이만하면 잘 돌려 말하지 않았 어? 히히.
루시가 들었다면 고개를 세차게
저었을 자화자찬을 하며 내가 말을 맺었다.
“그러니까 평소대로. 평소대로. 아 셨죠?”
찡긋, 찡긋. 알면서.
윙크를 몇 번 해주며 말하자, 그 의 입가가 실룩였다.
그가 흐음, 하고 고민하는 척을 했다.
“ 평소대로라.”
“그거죠!”
“무슨 말인지 이해했어.”
“왜, 아직!”
그가 무언가 가늠하는 기색으로 말을 고르다가, 내게 말했다.
“그럼 영애에게만 이렇게 굴도록 하지.”
“……네?”
어디서 박수 소리가 났다. 폐하, 성공적! 하는 소리도 작게 들렸다.
……이번엔 환청이 아니었다.
고개를 휙휙 돌리며 허공을 무작
위로 노려보자, 그가 화사하게 웃 으며 이를 갈았다.
그러자 박수 소리가 아련하게 멀 리 사라졌다.
“폐하, 방금.”
“어때요?”
“박수 소리……
“신경 쓰지 말고.”
“뎅.”
뭐, 오늘 그에게 도움 받은 것도 많으니, 이건 그냥 넘어가 주기로 했다.
“아니, 근데 폐하. 왜 저한테만.”
“연습, 친구로서 도와 달라는 거 다.”
그가 시큰둥한 어조로 말했다.
그리고 어느새 가까워진 거리에 손을 들어 내 입가의 상처를 가볍 게 건드렸다.
아주 조심스러운 손길이었다.
“그리고 이거.”
“ 끙.”
“……말하기 싫어?”
나는 그가 아까와 달리 흥분하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 진지하게 고개 를 끄덕였다.
그리고 단호하게 말했다.
“제가 처리할 거거든요.”
정확히는 나랑 이자르 둘이서지만 말이다.
그리고 씨익 웃어 보였다.
“혹시 아시더라도 모른 척해 주세 요. 그러면 폐하 말투 연습도 도와 드릴게요.”
“받아들이지.”
내가 활짝 웃자, 그가 아직 안 끝
났다는 듯 입을 열었다.
“하지만 더 다치면 나는 알게 될 거야. 그때는.”
나를 향한 눈길과 표정은 매우 다 정했지만, 공작을 향한 말투는 더 없이 서늘했다.
“영애가 싫어하니 죽이지는 않겠 지만.”
죽는 게 더 나을 거라는 말을 생 략하고서, 그가 더 진하게 미소 지 었다.
말 안 해도 알 것 같았다.
하지만 어쨌든 나는 거슬리는 게
생겼는데 죽이지 않는다고 한 그 말이 참으로 기뻐서.
크, 역시, 적어도 나에게 그는 착 한 친구였다.
“걱정 마세요! 끝장을 볼 거니 까.”
샤를레앙이 그제야 한숨을 쉬며 분위기를 풀었다.
“아까, 화내서 놀랐나.”
“아뇨, 놀랐다기보다 기뻤어요. 폐 하가 제 걱정을 해준 거잖아요.”
흐흐, 하고 웃으며 그의 팔뚝을 콕 찔렀다.
“우리 폐하 한다정 하신다니까?”
다정, 그렇게 중얼거리며 그의 눈 이 예쁘게 반짝였다.
그리고 이내 곱게도 접혔다.
세상에, 기분 좋은가 봐.
하긴 이런 칭찬은 들어 본 적이 없을 것 같기는 했다.
고마운데 자주 해주자.
“그럼, 전 이만 갈게요. 이자르랑 놀아 줘야 해요.”
“뭐……?”
그가 멈칫한 틈에 집무실을 빠져
나온 후, 나는 신나게 공작가로 돌 아갔다.
그리고 그날 저녁. 이자르와 ‘공작 가 물 먹이는 방법’목록을 공유했 다.
“허이고.”
폭군의 집무실을 빠져나온 클로버 재상이 죽어 가는 소리를 냈다.
벤저 경이 그의 등을 위로랍시고
툭툭 쳤다.
클로버는 능숙하게 그 손아귀에서 스륵 빠져나오며 중얼거렸다.
“아니, 영애의 이상형에 맞추겠다 는 건 그렇다 치고.”
“그렇다 치기엔 충격적인데.”
“이상형이 상호 존중인 것도 그렇 다 치자고.”
“음. 하긴, 저럴 거면 말투 바꾸기 전에 고백부터.”
“우리는 무슨 죄인가 말이야!”
어지간하면 재밌다고 할 클로버
재상이 이러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 다.
“친구는 무슨!”
그게 무슨 옛날 옛적 해묵은 로맨 스에나 나올 말이란 말인가.
약혼까지 한 커플이!
황제는 어제 귀가한 후, 측근들을 호출했다.
그리고 심각한 얼굴에 덩달아 심 각해진 그들에게 간단하게 상황 설 명을 했다.
영애가 원하는 것이 파혼이며, 그 가 원하는 것은 파혼이 아니라는
것을.
한마디로 말해 그런 상황이니 마 음을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 는.
“젠장. 연애 상담은 재미가 없단 말이네.”
그것도, 그 샤를레앙 폐하가.
벤저가 몸을 한차례 부르르 떨며 공감했다.
연애가 다 무언가.
그는 독수공방을 할 자신의 미래 를 꽤나 구체적으로 그리고 사는 인간이었다.
여기 있는 인간들 중 연애 경험은 오히려 그림자들이 더 많을 정도였 다.
1호는 종종 재상과 백작, 그리고 기사단장을 가리켜 천연기념물이라 고 하고는 했다.
특히 재상은……오
그는 늘 일에 치여서 꿈도 꾸지 못하는 것을.
그래도 까라면 까야 했다.
모여 있던 이들은 이것저것 책에 서 읽은 걸 중심으로 줄줄 정리해 보고서로 올렸고, 그 결과가 방금
그것이었다.
명령조를 최대한 배재한 다정한 말투.
폭군에게 차이는 10가지 방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