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Year-Old Top Chef RAW novel - Chapter 151
151화. 거대한 움직임 (4)
에티오피아의 수도이자, 아프리카 대륙 전체의 정치적 수도의 역할까지 하고 있는 아디스아바바.
내가 기획한 이번 축제의 본부 역할까지 하고 있는 이곳에 한 대의 대형 버스가 들어왔다.
“케냐, 거리가 좀 있는데 빨리 왔네요.”
반유현 팩토리의 셰프들이 타고 있는 버스로, 케냐로 출발했던 버스였다.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지지 않은 케냐 구석구석의 요리들을 배우기 위해 떠났던 셰프들이 돌아온 것이다.
끼이이익!
버스가 서자, 흙먼지가 날렸고 저 멀리 버스가 들어오는 모습을 보일 때부터 이 도시의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출발할 때 너무 소란스러웠나.”
경호 인력과 가이드들까지 동원하면 총 70여 대의 버스가 한날한시에 흩어졌었는데 이 도시에 있는 사람들도 그 버스가 무슨 목적을 이루기 위해 흩어졌는지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어제 가이드랑 대화를 해봤는데, 이 사람들도 반유현 셰프님의 메뉴 테이스팅에 대한 것을 알고 있다고 합니다. 즉, 버스가 돌아오면 그날 메뉴 테이스팅이 열릴 것도 알고 있고요.”
“그게 무슨 대단한 구경이라고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
“그러게요. 하하. 이미 이곳의 대통령이라도 되신 것 같습니다.”
오스틴과 대화를 이어가는데, 버스에서 셰프들이 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버스의 총괄 책임자였던 셰프가 내려서 곧장 내게로 다가왔다.
“안녕하십니까 셰프님, 만나 봬서 영광입니다. 저는 반유현 팩토리 B-3팀의 교수인 벤니스라고 합니다. 이탈리아에서 파스타와 리조또 요리를 주로 해왔고 다섯 달 전에 반유현 팩토리에 들어왔습니다.”
30대 후반, 또는 40대 초반의 남성이 고개를 깍듯이 숙여 인사했다.
“반갑습니다. 그런데 버스를 태워 보낸 건, 케냐 구석구석의 요리를 배워오라고 한 것이었는데 너무 빨리 오신 것 같습니다.”
그를 일갈하려고 말한 것이 아니었다.
아주 잔잔한 어조로 말했는데, 내 한 마디에 버스에서 내린 모든 셰프들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아, 의도적으로 빨리 움직였습니다.”
“의도적으로요?”
“반유현 셰프님의 평가를 받기 위해서, 그럴 수밖에 없었습니다.”
총 70여 대의 버스가 다 함께 이곳에 돌아올 때는 너무 혼잡해져 나의 평가를 제대로 들을 확률이 낮아질 것이라 판단했다고.
가장 먼저 도착해 나의 감평을 듣고 싶어 했다고 말했다.
그에 따라 케냐행 버스를 탔던 B3팀의 벤니스와 그를 따르는 셰프들은 잠을 줄이면서 이동을 했다고 한다.
“자신은 있으신가요? 속도보다 얼마나 신선한 요리들을 많이 배워왔는지가 중요한데.”
“바,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벤니스가 말하자, 다른 셰프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무슨 요리를 하려고 하시는 겁니까?”
셰프들은 버스의 짐칸에서 곧장 붉은 빛을 띠는 벽돌을 꺼내 화로를 만들기 시작했다.
“냐마초마(Nyama choma), 주로 염소고기를 불에 은근하게 오랜 시간 구워 먹는 케냐 요리로 널리 알려진 음식입니다.”
“말씀대로, 전 세계에 냐마초마를 다루는 레스토랑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프리카 요리하면, 대중적으로 가장 많이 떠올릴 요리이기도 했다.
숯불에 염소고기를 올려, 별다른 소스 없이 소금을 쳐서 굽는 요리.
어떤 부족은 피를 바르며 굽기도 하고, 타조나 악어를 구워 먹기도 한다.
“특별한 점이 있을까요?”
“아, 아니! 셰프님 저희가 가져온 냐마초마 레시피는 아주 특별합니다!”
“기대하겠습니다.”
“예! 셰프!”
내 말에 식은땀을 흘리던 벤니스는 곧장 셰프들이 화로를 만들고 있는 곳으로 가 진두지휘하기 시작했다.
UN, 아프리카 연합의 관계자들부터, 버스가 도착한 뒤로 사람들은 계속해서 모여들고 있었다.
조리복을 입은 셰프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것을 보아하니, 어떤 요리를 할 것 같아서였다.
셰프들이 일하고 있는 곳으로 다가가, 그들이 하고 있는 행동을 지켜봤다.
‘악어고기?’
화로를 만든 뒤에 이들은 잘 손질된 악어를 불에 올렸다.
“그렇습니다. 염소나, 돼지, 타조 말고 악어를 제대로 즐기는 부족을 만났습니다.”
1m는 족히 넘는 악어였다.
머리를 제외한 모든 가죽들은 벗겨져 있는 악어.
“내장을 제거하고 악어의 뱃속에 메추리를 집어넣었습니다. 닭과 돼지보다 단백질 함량이 높은 악어와 메추리의 풍미가 잘 어울립니다. 악어구이는 소금만을 쳐서 그대로 먹지만, 안에 있는 메추리는 저희가 특제 소스를 개발했습니다.”
“메추리?”
벤니스의 말대로 악어고기는 단백질 함량이 높다.
지방의 고소한 풍미보다, 살코기의 풍미가 훨씬 강한 고기.
때문에 고기 특유의 냄새가 강하게 느껴져 아프리카 사람들은 향신료를 가득히 넣고 조리하는데, 벤니스는 그것을 특제 소스를 가미한 메추리를 이용해 중화시키겠다고 말했다.
“단백질 함량이 높은 고기, 특유의 냄새를 없애려 지방 함량이 그것보다 높은 메추리를 이용 한다라…….”
일리는 있는 말이었다.
메추리는 그 고기의 특유의 풍미가 있어 악어의 잡내를 중화시키기에 적절했다.
그런데, 부족했다.
“식재료의 단점을 없애는 것도 그렇지만, 식재료의 장점을 동시에 살릴 수 있는 걸 생각해야 좋을 것 같은데요.”
이를 테면, 닭 날개와 같은 부위.
지방 함량이 많고, 그 풍미 또한 뛰어나다.
지방과 닭껍질의 풍미는 악어고기 특유의 냄새를 가릴 수 있는 수단이기도 했다.
메추리를 악어 뱃속에 집어넣는 것보다, 닭날개를 집어 넣으면 어떻겠냐는 말을 하려고 했을 때, 한 남자가 내 뒤에서 말했다.
“메추리보다는 닭 날개가 좋을 것 같은디.”
“아, 벌써 오셨습니까?”
백원종이 도착한 것이었다.
“어때유? 반 셰프, 메추리보다 닭날개가 좋지 않어?”
“그렇습니다.”
둘이 의견을 합치자 악어를 이리저리 굴려가며 굽고 있던 셰프들이 경직되었다.
“일단 해보세요. 악어가 하나 더 있나? 확실하게 비교시켜 줄게유.”
“아프리카 판 골목가게 입니까?”
내가 익살맞은 표정으로 말하자, 백원종이 손에 들고 있던 악어를 내려놨다.
“아, 아이고 나도 모르게 그만.”
***
총 두 마리의 거대한 악어.
한 마리의 뱃속엔 특제 소스를 바른 메추리가 가득 차 있고 한 마리의 뱃속엔 백원종의 특제 소스를 바른 닭날개가 가득했다.
“닭 날개는 풍미를 한 번 더 살리기 위해, 악어 옆에서 한 번 더 굽고 소스를 발라 넣는 게 좋겠네유.”
이탈리아 출신의 미슐랭 스타 셰프, 벤니스와 백원종의 대결구도가 자연스럽게 형성되었다.
미슐랭 스타를 가진 벤니스의 입장에서는 백원종이 유명 인사라고 한들 자신의 조리법에 훈수를 두는 것이 거슬렸던 탓이었다.
“아아, 미슐랭 스타 세프였어유? 나는 몰랐지. 반 셰프 자네 제자인 줄만 알고…….”
백원종이 곧장 사과는 했지만, 분위기는 그대로 좋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예기치 않게 형성된 이 분위기가 이 현장을 다채롭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구도가 딱 나온 것 같습니다.”
축제를 기획하는 것에 있어서는 당연히 그 홍보가 중요했는데, 이미 그렇다 할 홍보는 모두 진행되고 있었다.
백원종, 루시앙, 올리버, 톰슨을 비롯한 그 산하에 있던 스타 셰프들의 합류, 그리고 아프리카에 왔을 때부터 나와 동행하던 기자들은 매일 찍어내듯 기사를 내보내고 있었다.
축제가 약 2주 남은 지금, 분위기가 계속해서 고조되고 있을 때, 마지막 한 가지 수가 더 있었다.
“국장님, 촬영 바로 준비하시죠.”
“하하하하! 유현아! 오케이. 이탈리안 셰프 대 백원종의 대결 그 자체로 흥미롭네. 그것도 아프리카 요리를 주제로 해서.”
골목가게의 총괄 PD였던 이성찬은 예능국 국장의 자리를 얻게 되었다.
나라는 사람 자체가 세계적 스타로 떠올랐고, 그에 따라 나를 처음 조명했던 방송인 골목가게의 브랜드 가치가 올라갔다.
또, 연이어 이성찬이 나를 주제로 만들었던 다큐들이 연이어 대박 났고, 그 성과를 인정받아 승진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내가 반유현이 아니었으면, 이렇게 됐겠냐고.”
그 말은 즉, 이 사람은 나의 통제 안에 있게 되었다는 말이다.
“편집 팀 전부를 데려왔는데, 구성도 이미 짜놨어.”
아프리카 각국으로 널리 퍼진 반유현 팩토리의 셰프들, 그들이 가져온 요리를 스타 셰프들이 배워 발전시키는 과정을 영상에 담을 생각이었다.
순식간에 스텝들이 발 빠르게 움직였고, 촬영 준비를 맞춰두었다.
“나래이션처럼 네가 진행을 해봐 유현아.”
내가 고개를 끄덕이고 촬영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벤니스 셰프는 반유현 팩토리의 교수진으로, 엄밀히 말하면 제 밑에 있는 셰프입니다. 백원종 대표님은 저를 처음 요리계에 입문하게 해준 은인이구요. 저는 어느 팀도 들 수 없겠네요.”
카메라가 나를 조명한 뒤, 두 남자가 화로 옆에서 악어를 굽는 것을 비췄다.
“단백질 함량이 높은 고기들은 굽는 방법 또한 맛에 많은 영향을 미칩니다. 악어와 곁들이는 고기가 닭이냐, 메추리냐를 떠나서 그 조리법이 실력을 증명하죠.”
우와아아아아!
한 곳에 모여든 아프리카 사람들 고기 굽는 냄새가 나니 환호를 질러댔다.
“심사위원들은 저분들이 되겠습니다. 현지인의 입맛을 잡는 것이 선행되어야 하고, 이 요리를 얼마나 대중적으로 발전시켰는지가 중요하니까요.”
백원종이 이기리란 생각이 들면서도, 벤니스의 특제소스가 어떤 역할을 해줄지 몰라 나조차도 기대가 되었다.
스타 셰프 vs 대한민국 대표 프렌차이즈 창업가.
그런데, 그때.
“셰프님. 다들 도착하셨다고 합니다.”
“누구.”
“루시앙 셰프님, 톰슨 셰프님, 그리고 올리버 셰프님과 톰슨 셰프님 밑에 있는 스타 셰프들까지 거의 도착했다고 합니다. 시간을 다들 잘 맞추셨네요.”
내 몸에 부착된 마이크 덕에 저 멀리서, 오스틴의 보고를 함께 들은 이성찬 쪽을 봤다.
이성찬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인이어로 그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내가 아는, 그…… 셰프님들 맞지? 너랑 파리에서 레드 테이블을 시작한?
“네, 맞아요.”
-이거, 촬영 첫날부터 대박 그림인데?
나와 같은 생각을 한 모양이었다.
-악어 고기 더 있어……?
“있는 것 같습니다.”
-너랑 내가 지금 생각하는 대로, 들이대도 되는 것 맞지?
“그럼요. 얼마나 친한데.”
내 말이 떨어지자마자, 버스가 들어오고 있는 방향으로 카메라맨들이 이동했다.
루시앙과 톰슨, 그들의 밑에 있는 셰프들이 내리는 것을 찍으려는 카메라맨들.
나도 그쪽으로 이동했다.
버스가 멈췄고, 셰프들이 내렸다.
우와아아아아!
나를 처음 보는 셰프들은 탄성을 내뱉었다.
고개를 숙여 인사한 뒤, 이 버스의 대장이 내리기를 기다렸다.
“허허. 반 셰프……. 이렇게 거추장한 환영은……. 뭔가 있는 것 같은데.”
“네, 셰프님. 와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일단 첫날은 조금 피곤하시겠습니다.”
“하하하. 자, 자네! 무, 무슨 생각이라도 하고 있는 거야? 이 카메라들 뭐야?”
그 옆 버스에서 내린 올리버도 내게 다가왔다.
“반 셰프!! 이게 얼마 만이야!”
“아, 올리버 셰프님. 감사합니다. 일단 저쪽으로 가시죠.”
“으, 응?”
카메라들이 자신을 둘러싸자 이상한 분위기를 감지한 둘이었다.
정확히는,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두려워하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아, 악어?”
“악어 요리를 하라고?”
그리고 또 저 멀리 들어오는 버스 한 대.
[ 펠라지오 ]그 호텔의 이름이 대문짝만하게 적혀있는 것을 보니, 톰슨이 타고 있는 버스일 터.
“죄송합니다 셰프님들, 방송……. 다들 아시잖아요? 하루만 힘써주십시오.”
“후. 다른 사람 부탁도 아니고……. 반셰프 부탁이니까.”
“그래요. 해보죠 루시앙 셰프님!”
-첫 날부터 좋아! 유명 레스토랑 수장들의 대결을 담을 수 있다니! 하하하하!
다소 흥분한 이성찬의 목소리가 인이어로 전해졌다.
-내 느낌 알지 유현아. 이거 또 대박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