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Year-Old Top Chef RAW novel - Chapter 163
163화. 막을 수 없음 (4)
“방청객들이 있어야 리액션이 있는 것 아닌가? 우리끼리 요리하고 맛있다고 한들, 무슨 재미가 있겠어요?”
“그래서…… 이 방식을 기획한 겁니다.”
내 비서인 오스틴이 무언가 문제를 발견했다는 듯이 스티븐에게 말했다.
“자신만의 대단한 요리로 프랜차이즈를 일군 요리사…… 또는 장인들의 요리를, 반유현 셰프님께서 수정해주시는 기획…… 아주 좋습니다. 그런데.”
스티븐이 가져온 기획안은 간단했다.
각 요리 분야에서 가장 잘나가는 전문가, 장인, 명인이라 불리는 이들의 요리를 먹고 그것을 수정 보완해주는 기획안이었다.
자신의 요리를 나에게 가져온 장인이라 불리는 사람들인 자신과 자신의 요리를 홍보할 수 있는 기회를 얻으며, 나아가 반유현의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나의 평가를 받는 것이라 함은 인생을 역전할만한 기회를 얻는 것이기도 했다.
내가 맛있다는 코멘트를 한마디만 한다면, 그의 레스토랑은 3대가 먹고 살 정도의 많은 손님들을 불러 모을 것이니까.
아프리카 축제 이후, 세계적인 프랜차이즈들이 나에게 메뉴를 내어달라고 줄을 선 것도 그 때문이었다.
“요리업계에 있는 사람이라면 반유현의 이름을 등에 업고 싶은 욕망을 가져봤을 겁니다. 저는 이번 아프리카 축제 때 확실히 느껴버렸죠. 그리고, 이런 기획안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스티븐 리도 그 점을 생각해 이런 기획안을 고안해냈다.
“이미 수많은 프랜차이즈 창업주들과 각 요리의 문화재라고 불려도 손색없는 분들이 줄을 서 있습니다.”
“아니…… 제가 말한 문제는…… 우리끼리 연극 하는 것처럼 보여선 안 되는 겁니다.”
오스틴이 제기한 문제도 나름 합당했다.
장인이 스튜디오에 찾아왔고, 내가 그의 요리를 맛보고 평가하며 더 발전시켰다 한들, 그 발전된 요리를 먹을 사람이 없다는 말이었다.
나와 장인, 둘이서 요리를 하고 맛있다느니 맛없다느니 하는 화면이 재밌을 리가 있겠냐는 것이었다.
“전 세계인들을 상대로 해볼 생각이신 거죠?”
“역시…… 알아주실 줄 알았습니다.”
나의 말에 스티븐은 고개를 끄덕거리며 답했다.
자신이 원했던 말을 내가 해주었다는 듯이, 아주 속 시원한 표정으로.
그와 반면에 또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생각하고 있는 직원들을 향해 내가 말했다.
“잘 들어. 스티븐 PD님이 가져오신 기획안…… 아직도 이해 안 된 사람?”
갑자기 싸늘해진 장내.
이것조차 시간 낭비라 생각한 나는 스티븐의 의도를 직접 말해주었다.
“나에게 요리를 들고 찾아오는 사람들은 프랜차이즈를 만든 장본인, 또는 각 요리의 최고라 불리는 이들이야. 내가 수정하고 보완해준 맛은…… 그들의 식당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직접 느껴볼 것이고…….”
그렇게까지 말해주자 직원들은 상기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이제 큰 그림이 그려지나? 오스틴, 어떻게 생각해.”
“와……!”
오스틴이 말했다.
“겨, 결국 이 채널을 꾸준히만 이어가서, 수많은 요리사들이 셰프님을 찾아오게 된다면 그들의 레스토랑에 셰프님의 손길이 닿을 수 있게 하는 것이고…… 셰프님은 세계적으로 더 많은 영향력을 가지게 되는 것이고…… 보다 많은 사람들이 셰프님의 손길이 닿은 요리를 먹을 수 있게 된 것이고…….”
“그래, 그만해.”
***
이 레스토랑을 오픈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는 없었지만, 아무래도 여태까지의 내 모든 행보가 이 레스토랑과 연결되어 있는 듯했다.
우와아아아아아아!
신발 브랜드의 대단한 인기상품이 출시되는 날, 수많은 사람들이 매장 앞에 줄을 서 있는 것을 본 적이 있나.
아니면, 세계적인 관심을 불러 모았던 핸드폰이 출시되는 날, 그와 같은 현상을 본 이 있을 것이다.
우와아아아아!
지금 내가 보는 장면이 그랬다.
“이 정도라면, 바로 앞의 가게인 ‘반유현 레인보우’ 매출에도 타격이 있겠는데요?”
로또 육인방 중 하나였던 제리가 총괄하며, 아프리칸 요리를 메인 테마로 삼은 ‘반유현 핑크’.
조금 과장 보태어, 이 일대의 모든 식당의 손님들을 한곳에 불러놓은 것만 같았다.
레스토랑 오픈 6시간 전, 나는 레스토랑 ‘반유현’의 정통인 마지막 메뉴 테이스팅을 하러 가는 길이었다.
내가 여지껏 런칭한 레스토랑들 중에서, 오픈 6시간 전에 이렇듯 많은 인파를 동원한 레스토랑은 없었다.
라스베이거스, 포시즌스 가장 꼭대기 층에 위치한 내 레스토랑의 대기 줄이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이어졌고 브랜드 ‘반유현’을 예약하는 어플은 서버가 또 다운되어 버렸다.
“레스토랑을 런칭할 때마다 다운되어버리니, 문제가 많습니다. 개발팀에서 조속히 해결한다고 합니다.”
자신감과 자존감으로 충만한 나마저도, 나를 사랑해주는 고객들에게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는 풍경이었다.
“감사할 따름이야.”
바로 건너편 메이가 총괄하고 있는, ‘반유현-레인보우’의 손님까지도 끌어올 것 같은 인파였지만, 오히려 ‘반유현-레인보우’에도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고객들끼리 눈치 싸움을 한 것 같습니다. ‘반유현-핑크’로 쏠릴 줄 알고 이참에 ‘반유현-레인보우’의 요리를 맛보고자 했던 고객들일 텐데…….”
그렇게 레인보우와 핑크, 포시즌스를 향한 줄이 두 줄로 나열되어있었다.
두두두두두두!
그 광경을 보고 있는데, 헬기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NSC, 헬기 밑에는 네바다주의 최대 방송사의 이름이 적혀있었다.
오늘 날, 이 광경을 찍기 위해 헬기까지 동원한 방송사였다.
하기야, 나의 레스토랑이 이곳에 있다는 것을 홍보하고 싶어 안달 난 상태였을 테니까.
우와아아아아아!
나는 사람들의 환호성을 받으며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가게 안에는 정갈하게 차려 입은 제리와 그를 따르는 셰프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준비했던 코스 A, B 둘 다 가져와.”
A코스는 중동과 지중해의 영향을 받아 각각의 주요 향신료를 메인으로 구성한 코스였다.
절대 자극적이지 않게 재료와 어울리는 향신료를 사용한 요리들.
코스 하나하나가 지날 때마다 식재료 본연의 맛과 향신료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풍미를 높였다.
“A코스에 있는 무르시아(Mrouzia)? 어린 양고기를 꿀, 생강, 아몬드, 사프란을 발라서 구운 요리…… 꿀의 농도가 너무 짙어. 이 코스의 특성상 사프란의 향이 녹진하게 배어들어야 하는데, 꿀의 농도를 낮춰, 아주 미세하게.”
오픈 다섯 시간 전, 이런 피드백을 주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냐만, 나의 주방에선 의미가 있다.
이들이 모두 나의 말을 즉각적으로 받아들일 만한 실력이 있을뿐더러 나와의 깊은 공감대가 있기 때문이다.
정확히는 제리가 나와 깊은 공감대가 있고, 제리를 따르는 이들이 제리와 깊은 공감대가 있는 것이지만.
“B코스 메추라기를 증기로 찔 때, 꺼내는 시간 조금만 줄여. 수분이 너무 많아. 원래 조리시간에서 2분 정도만 빼면 되겠어.”
창의력, 코스의 구성, 재료 본연의 맛을 살렸는가 등…….
미슐랭 스타 평가의 잣대를 생각해보면 쓰리스타를 거머쥐게 되어도 손색없을 만한 맛이었다.
아프리카 전 대륙을 잠도 자지 않고 떠돌고, 돌아와서도 꺼지지 않는 주방을 운영했으며, 나를 굳건히 믿는 제리의 저력이란 이런 것일 테다.
내가 이번 생에도 그를 찾은 이유였고.
“이 앞에 자네들 요리를 먹으려고 서있는 사람들 봤지?”
“저희가 한 건 없습니다. 모두 반유현 셰프님의 이름을 보고 줄을 선 것이죠.”
“저 사람들이 테이블에 앉는 순간부터는 온전히 여기 주방에 있는 셰프들의 몫이야. 잘해보자. 우리 목표는 미슐랭이다.”
예! 셰프!
셰프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외쳤다.
여지껏 한 번도 없었던 오픈 전 사람들의 반응 때문인가.
이 셰프들의 기세도 남달랐다.
“런칭 축하한다 제리.”
로또 육인 방으로 브랜드 ‘반유현’이 건재하기 전부터 고생한 제리를 축하해줬다.
“감사합니다! 셰프!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
“아버지가 일본에서 카레 장사를 30년 했고, 그 밑에서 카레를 15년 배운 뒤, 인도에 가서 카레를 10년 배운……. 일본, 인도 통틀어 최고의 카레 장인이라고?”
카오스카리.
오사카에 위치한 카레 전문점으로, 현지인을 비롯해 수많은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레스토랑이었다.
일본 전역에 40개의 매장이 운영되고 있으며, 그 창업주는 1대 다이켄 켄지.
그는 30년간 일본 카레의 정통을 세운 자였다.
그리고 그 아들, 다이켄 이사오가 ‘반유현 TV’의 첫 게스트로 확정되었다.
“일본 최고 카레 가문의 첫째아들이 인도 카레의 대가가 되었다……. 캐릭터는 죽여준다.”
다이켄 이사오가 선정된 이유도 그뿐이었다.
카레라는 그 요리 분야에서 그보다 전문가인 사람이 있을까.
전문가가 있더라도 그보다 카레로 알려진 사람은 없을 것이다.
“새로운 카레를 계속해서 개발하는데, 아무래도 그 신메뉴를 반유현 셰프님께 평가받고 싶어 하는 것 같습니다.”
이렇듯 한 분야의 대가들이 나를 찾아오는 것은 화제성은 당연히 있는 것이고 실제 내 요리실력을 믿기 때문이다.
내가 카레라는 분야에 정통하지 않더라도 요리는 맛이 우선되는 것이기에, 이들이 거리낌 없이 자신들의 요리를 나에게 내밀 수 있는 것이었다.
“곧 오신다고 합니다. 촬영 준비하겠습니다.”
그 게스트가 도착하는 것부터, 내가 그의 요리를 평가하고 이 요리의 맛을 더 끌어올릴 방법을 제시하는 것까지 모두 라이브.
앞서 말했잖나, 나에 기대감을 거는 고객들에게 그에 더하는 충격을 주면 된다고.
나는 그 방법으로 짜여진 각본 없이 오로지 내 내공과 실력을 담을 수 있는 구성을 하기로 했다.
감독인 스티븐 리는 첫 영상부터 무리수를 두는 것이 아니냐는 말을 했지만, 당연히 무리수 일 리 없었다.
‘내가 먹다 흘린 카레 양이랑, 카레 대부라 불리는 이사오가 먹은 카레 양이랑 비슷할 테니까.’
카레라 함은 흔히 밥에 비벼 먹는 그 카레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각종 향신료가 섞인 가루를 뭉뚱그려 카레라 부르는데, 대중들이 흔히 입에 붙여 말하다가 우리가 먹는 카레가 된 것이었다.
여러 가지 향신료의 조합들을 100년 동안 얼마나 많이 조합해 봤을까.
나는 대중적으로 카레에 많이 들어가는 강황가루와도 아주 친했다.
그때, 마침 네 명의 카메라 군단과 한 동양인 남성이 들어왔다.
“반유현 셰프님, 일본어도 사용하신다고 들었습니다. 반갑습니다. 이렇게 저를 첫 번째로 초대해주셔서 영광입니다. 다이켄 이사오입니다.”
정중하게 허리를 90도로 꺾으며 내게 손을 내밀었다.
나도 그에게 예를 갖춰 두 손으로 그의 손을 잡았다.
“다른 방송 채널들 같은 경우에…… 인터뷰도 하고 여러 가지 구성이 있겠지만, 저희는 그런 게 없습니다. 준비하신 것 바로 조리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물론, 앞서 말했던 대로 이 방송은 각본 없는 라이브였고 실시간으로 사람들의 채팅이 올라오고 있었다.
-반유현 포스 보소!!
-와 30년 요리한 사람이 머리를 바닥에 박네!… ㄷㄷ
-당연히 그래야지 우리 유현 님이 가진 미슐랭이 몇 갠데.
-그래도 가문 대대로 카레 요리를 했다는데, 과연….!
-반유현이 피드백 제대로 주는 거 아니야?
-엥? 카레만 30년 한 사람한테 줄 피드백이 있을까?
-반유현은 천상계 요리를 하는 사람이니까. 줄 피드백이 있겠지.
그때 이미 구독자 75만을 넘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