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490
135. NA54(4)
“안녕하세요, 사장님.”
연구실 앞으로 가자 장혜윤이 인사를 한다.
함께 오니 놀란 것처럼 보인다.
“네, 고생 많아요.”
“빈 사무실 지키느라 수고하십니다.”
태영은 어제 본 톡 내용 같은 것은 내색하지 않고 태연하게 인사했다.
“사장님, 혹시 재료실 출입하실 일이 있으면 등록해 드리겠습니다.”
아무도 부자 관계라는 것은 모른다.
당연히 장혜윤도 몰라야 한다.
“아니, 괜찮네. 내가 들어올 일은 없을 테니.”
“네, 그럼 문 열어 들이겠습니다.”
장혜윤이 빤히 쳐다본다.
“위니.”
지문과 안면을 인식시키며 위니를 불렀다.
[네, 마스터. 비인가자 출입 허가합니다.]이곳으로 오는 중에 아버지가 비인가지로 출입하게 될 것이라고 말해 두었다.
~후우우우우우웅~
문이 닫히자 에어 샤워가 돌아가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다.
“출입은 지문과 얼굴을 대야 하는 거냐?”
태영이 안으로 들어가자 아버지가 물었다.
“네, 맞습니다.”
“지문이 둘에, 안면 인식까지. 엄중하구나.”
위니가 열어 주면 그냥 들어가도 되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보여 주는 것도 있다.
“방진복으로 갈아입고, 에어 샤워 한 번 더 해야 합니다.”
“그래, 알았다.”
옷을 갈아입고, 다시 에어 샤워 부스를 통과했다.
마침내 연구실 안.
“복잡하구나. 들어오는 과정이.”
“네, 그렇습니다. 저리 가시지요.”
“그래.”
“오늘은 뭘 좀 드리겠습니다.”
의자에 앉는 것을 보고, 서랍 속에 넣어 둔 약병을 꺼냈다.
3병이다.
“그건 뭐냐?”
“암의 진행을 억제하고 통증을 완화시키는 약입니다.”
“암?”
“네.”
“…….”
한 병을 손에 들고 아무 말 없이 태영을 바라본다.
“암의 진행을 90% 이상 늦춰 줍니다. 그리고 통증도 비슷한 수준으로 낮춰 주고요.”
위니가 말해 준 내용을 조금만 각색해서 말했다.
“그……게, 말이 되니?”
“믿기지 않겠지만, 네. 말이 됩니다.”
“허…… 그럼, 6개월 판정받은 사람은 이 약을 먹으면 5년은 더 살 수 있다고?”
“어쩌면 10년쯤 더요.”
“아무 고통 없이?”
“네.”
“방사선 치료 같은 거 하지 않아도?”
“네.”
“허어…….”
어처구니없어 하는 것은 이해가 된다.
“이걸로 신약 개발 프로젝트로 설정하고 임상을 진행해 보십시오.”
“신약으로?”
“네, 자료는 여기 있습니다.”
USB 한 개를 꺼내 그 옆에 놓았다.
“허, 말이 ……안 되는데, 네가 말하니 될 것 같기도 하고.”
말 안 되지.
“네.”
“암의 종류는? 수많은 종류가 있는 것은 알지?”
“제가 의대생이 아니라, 자세히 알지 못합니다.”
“몰라?”
사실 모른다.
위니가 설명해 주니 그것을 기억하는 정도일 뿐이다.
“네.”
“그런데?”
“그냥 알 만큼 아는 것뿐입니다.”
“하, 이거 참.”
아버지의 저 한숨이 뜻하는 바가 무엇인지 안다.
하지만 설명할 방법은 없다.
“명절 뒤에 두 가지 더 드리겠습니다. 그 두 가지에 대한 자료는 그 안에 들어 있습니다.”
이건 다음에 또 놀라지 말고 마음의 준비를 해 놓으라는 의미이다.
“명절에 와서 일할 거냐?”
“네, 명절 아침만 같이하고, 이리 올 것입니다.”
“명절 내내?”
“아마 그럴 겁니다. 좀 집중해야 하거든요.”
“명절 뒤에 줄 약은?”
“루게릭 치료제와 암 치료제입니다.”
“뭐?”
이번에는 진짜 놀랐는지 큰 소리를 냈다.
여기는 완전한 방음에 주위에 사람도 없으니 아무런 문제가 없다.
“아, 소리 질러 미안한데, 암은 수술과 방사선 치료가 아니면…….”
물론 다양한 치료 방법이 있을 것이다.
치료 방법도, 생존 기간이 얼마나 되는지, 완치율은 얼마나 되는지 모른다.
“네, 맞죠.”
“루게릭은 스티븐 호킹 박사가 많은 자료를 남기긴 해도 아직 발병 원인도 밝혀지지 않은 병이야.”
“그렇습니까?”
“그래, 그런데 그게 가능하다고?”
“네.”
“허, 그게…….”
“회사 직원 한 명의 어머니가 루게릭 병입니다. 그리고 그 직원의 동생이 저와 같이 증발했습니다.”
“그…….”
“도움을 주고 싶어서 시작한 일입니다.”
“……그래, 네 심정 안다. ‘별이 되어’에 네가 쏟는 노력이 어느 정도인지도 대략 알고.”
“네.”
“정말 가능한 거냐?”
“가능합니다.”
“이걸 발표하면, 전 세계의 이목이 너에게 집중될 거다.”
“아버지 이름으로 하셔야 합니다.”
“내가 뭘 알아서?”
“USB에 자료 모두 있습니다. 아버지는 전공이 그쪽 분야이시니 조금만 공부하시면 될 겁니다.”
“왜 네 이름으로 하지 않고?”
“저는 아직 학생에 전공이 그쪽이 아닙니다. 누가 봐도 이상하지 않습니까?”
“그렇긴…… 한데.”
“다른 사람이 들으면 안 되기에 이곳으로 와서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그런데 한 가지 묻자.”
“네.”
“암 이야기인데, 이 약은 지연 효과, 새로운 약은 치료제. 그냥 치료제만 만들면 되지 않느냐?”
“우선, 매일 비명을 지르는 사람이 있어서 급히 만든 것입니다.”
“단순히?”
“네.”
“너에게 중요한 사람이냐?”
아버지가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합리적 의심이다.
‘이새봄이 있는데, 또?’ 이런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아닙니다. 그냥 그럴 이유가 좀 있어서 그런 것입니다.”
“……그래, 알겠다.”
“신약은, 정상적인 과정으로 10년쯤 걸리죠?”
“처음부터 하면 그보다 훨씬 더 걸리지.”
“동물 임상을 최단기로 마치고, 발표하면서 임상 1상의 시작을 언론에 발표하면 지원자가 많을 것입니다.”
“그건 맞을 거다. 암은 더할 것이지만.”
“저는 약을 만들어서 명절 후에 두 사람에게 줄 겁니다. 그렇다고 해도, 여전히 만들어지지 않은 약입니다.”
“그러마. 그건 걱정하지 마라.”
“자 그럼, 약 제조 과정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여기서?”
“네, 저기서.”
태영이 바이오 세그제스터가 있는 젠룸을 가리켰다.
저게 생산 설비야?
그것도 연구실 안에?
눈빛에 의문이 가득하다.
“원소 매핑, 한번 말씀드렸는데, 기억하시죠?”
“그래, 기억하지.”
“저 장비의 이름은 바이오 세그제스트인데 레벨은 G급입니다.”
“바이오…… 세…….”
“아버지가 개발한 약, 제가 가진 원소 매핑 기술로 생산, 그렇게 됩니다.”
“그것이 전체를 관통하는 흐름의 기본 맥락이라는 거지?”
아버지가 한마디로 정리하셨다.
“네, 맞습니다.”
“그래, 알겠다. 나머지는 제조 과정을 보고 나서 이야기를 마저 하자.”
“네.”
태영이 먼저 일어나서 젠룸 앞으로 갔다.
“위니 청정도.”
에어 샤워 부스가 아닌 출입문으로 들어갔다.
아버지가 들어온 후에 문을 닫자, 공기가 소용돌이쳤다.
[청정도 2가 되었습니다.]“음.”
어제 모두 맞춰 둔 일이다.
“여기 제조 설비가 어디?”
아버지의 질문을 들으면서 원료 투입구를 점검하고, 정리한 후에 스위치를 눌렀다.
~빙~
바이오 세그제스트에서 음성이 흘러나왔다.
“이제 보세요.”
~사사삭~위이이이~
조용한 공간에서 들릴 듯 말 듯 한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알약이 순식간에 만들어지며 이송 벨트로 떨어져 나왔다.
“하, 이…… 하……하.”
할 말을 잃은 아버지.
시선은 그곳으로 향하고 태영의 어깨를 툭툭 친다.
“네가 사라진 며칠 사이에, 너에게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
“저도 기억이 없습니다. 아버지.”
그 이야기를 할 수는 없다.
다만, 기억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었고, 그로 인해 현재와 같은 일이 있는 것이라는 생각으로 정리되어야 한다.
“참, 너도 기억이 없다고 하니…….”
“혹시 기억나면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정도는 해 둬야 다음에 무슨 이야기라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알겠다. 그럼 제조 설비는?”
“지금 보셨듯이 청정도가 아주 중요합니다.”
“그러네. TV에서 보던 반도체 공장 같은 느낌이다.”
비슷할 것이다.
“아버지 연구실 공사가 끝나면 바이오 세그제스트 G급을 설치해 드리겠습니다. 공장은 4월이죠?”
“그래, 연구실 공사는 2월에 마무리된다고 하더라. 공장은 시간이 더 걸릴 것이고.”
“공장에는 k급과 h급으로 설치합니다. 공식적으로 거래 증거를 남길 거니까, 비용 지불도 해 주시구요.”
아버지는 G급과 k급 그리고 h급의 의미를 모른다.
그리고 그 차이가 얼마나 중요한지도.
“그래, 그건 걱정 마라. 그리고 이걸 보니 네가 초기에 전용으로 연구동 하나 지어 달라던 것이 납득이 된다.”
“지어 주실 거죠?”
“총무 파트에서 허가 관련해서 알아보고 있는 중이다.”
부지가 넓으니 문제는 없을 것이다.
“알겠습니다. 자본 증자 더 하실 수 있죠?”
“꼭 안 해도 되지만, 크면 좋지. 그런데 왜?”
“어머니와 상의 한번 해 보세요.”
“오늘 내가 본 것과 상관이 있는 거지?”
“네.”
아버지는 연구자 마인드이다.
미래를 생각하면 어머니의 조언이 필수다.
“증자를 하면 여유가 생기니까, 그 돈으로 공장 설비를 완전히 바꾸실 필요가 있습니다.”
“설비도 설비지만, 공장을 증설하려면 증자가 필수적이지. 총무 파트에 공장 증설을 같이 추진하라고 하마.”
“네, 시간이 걸리는 일은 미리 진행해 두시면 좋죠.”
“저 약이 세상에 나타나서 발생할 상황을 미리 대비해야 하는데.”
“그것도 어머니와 상의를 좀 하십시오.”
“아마 전 세계에서 모두 날아올 텐데.”
“그럴 겁니다. 그것도 대비를 잘 해 두시구요, 공장 정비를 해 두시면, 임상 1상을 시작하기 전에 설치해 드리겠습니다.”
***
“저 왔습니다.”
“어서 오너라.”
“어서 와요. 회장님.”
회장님이라고 부른 사람은 현베스트 부사장 채정하다.
사장실에 앉아 있다가 반긴다.
채정하는 간혹 태영에게 이런 유의 장난을 건다.
예전에 어머니와 같은 해에 함께 입사한 동기라고 했다.
현베스트를 설립할 때, 주변에서 빚을 얻어 자본금 20억을 출자하면서 합류했다.
“놀리는데 재미 들렸나 봅니다?”
“그럼, 재미있지. 회장님이 준 정보로 지난해 우리가 벌어들인 돈이 얼마인데?”
많이 벌었다.
“그래 앉거라.”
“네.”
맞은편의 자리에 앉았다.
“그쪽과 인센티브와 배당 협의했지?”
그사이에 채정하가 물어왔다.
“했죠.”
“아, 빨리 듣고 싶은데, 사장님에게만 말해 줄 거지?”
“그럼요.”
“그래도 대충이라도 듣자, 억 소리는 나?”
인센티브로 억 단위는 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일 것이다.
“아, 그것도 비밀.”
“에잉, 회장님은 이런 부분에서 너무 박해.”
“하하하.”
“그나저나 최 군아, 사귀는 사람 없어? 없으면 소개해 줄게.”
“안 알려 준다고, 회장님에서 바로 최 군으로 강등시켜 버립니까?”
“회장님에게는 소개를 못 해 줘도 최 군에게는 해 줄 수 있거든.”
“사양하겠습니다.”
“왜? 이쁘고 스카이 나왔는데.”
“죄송합니다. 사귀는 사람이 생겨서요.”
“아하, 아까워라.”
“이 부사장이 소개하려는 사람이 이 부사장 딸이다.”
채정하의 아쉬움에 설명을 덧붙인 사람은 어머니다.
“네? 사위 삼으려고 했단 말입니까?”
“그~럼, 딸 가진 엄마들 백 명을 줄 세워 봐라. 그 말 안 하는 사람 있을지.”
“아무튼 채 부사장, 나중에.”
“사장님까지 쫓아내네. 그럼, 난 갈 테니 모자간에 이야기 나눠.”
“네.”
장난 가득한 채정하가 나갔다.
“사람을 늘리지는 않는가 보네요?”
“우린 늘릴 필요성을 못 느끼지만, 펀드 매니저가 부러움의 대상이던 시대는 지났거든.”
“그렇습니까?”
시대가 바뀌기는 하는가 보다.
금융 분야의 취업은 모든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직종 중 하나였는데.
“그래, 그쪽에서는 뭐래?”
법인 결산은 통상 2월 말이다.
설립 후 기간은 짧았지만, 실적이 아주 좋았으니 인센티브 이야기와 배당 이야기도 해야 했다.
지난해 실적의 가결산을 했고, 그 결과는 태영이 받았다.
그것에 대한 이야기다.
“수익률이 좋으니까 성과급으로 550억 말했습니다.”
“헉, 그렇게 많이?”
어머니는 정말 깜짝 놀란다.
“네.”
사실상 이건 태영의 생각이지만, 전달자의 입장으로 말하는 것이다.
“그쪽에서 알고리즘 주고, 투자비까지 다 지원했는데, 욕심이 없는 거야? 아니면 후한 거야?”
“더 잘해서 많이 벌어들이라는 뜻 아닐까요?”
“그래, 그렇게 해석하자. 대충 비율을 기준으로 하후상박으로 해도 엄마 몫이 400억은 되겠네.”
“개인별 배정을 그쪽에서 정해 주지는 않았습니다.”
“그래, 그건 내가 알아서 하마.”
“배려가 권리 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면요.”
“그건 그렇지?”
“네.”
“그래도, 채 부사장만 한 친구가 없으니, 비율로는 7%가 안 되지만, 10%로 밀어줄까 싶다.”
조금 전에 억 소리 나느냐고 물었는데, 그것의 55배다.
아마도 놀라 뒤집어질 것이다.
현베스트에 합류할 때 20억을 넣었는데, 두 달 만에 2.5배를 벌었으니 그러고도 남지.
그조차도 성과급이지 배당금은 아직 말도 꺼내지 않았다.
물론 투입 자본금에 비례하는 배당금보다 성과급이 훨씬 많을 것이다.
그러니 배당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수 있지만.
“배당은 30%로 받아들었습니다.”
“나머지는 재투자?”
“네.”
“재투자도 좋지만, 배당금으로 2,700억은 되겠구나. 미국 투자자의 배당은 어떻게?”
“저에게 보내 주시면 됩니다. 법적 문제와 세금 문제는 그쪽에 맡겨서 처리하겠습니다.”
“그래라, 그럼 너에게 보내는 것이 2,400억이 넘을 거다.”
“네, 거기가 크죠?”
“그래, 배당은 대부분 그쪽이니까.”
태영의 이름으로 된 배당까지 합치면 훨씬 더 많아진다.
“그리고 혹시 금감원에서 연락 갈지도 모르지만, 정당한 돈이니까 걱정은 말고.”
“네.”
별로 큰돈도 아닌데.
“아버지 회사에 증자 좀 하는 거 어떻습니까?”
“인수하고 증자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그럴 이유가 있어?”
“시설 투자도 해야 하고, 조만간 나올 이슈가 있어서 몸집을 불려 두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요.”
“이슈?”
“자세한 건 퇴근해서 아버지에게 들으신 후에 몸집을 어느 정도까지 불리는 것이 좋을지 판단을 해 주시면 좋을 것 같은데요.”
“그래, 그러마.”
두 분이 식사하면서 대화거리로 충분할 것이다.
그리고 증자 규모는 어머니의 판단에 맡기면 된다.
“비상장이면 공시 의무가 없죠?”
“한도가 있지, 자산 총액이나 주주의 숫자 등에 기준이 있으니까.”
“아버지 회사는요?”
“아직 공시 의무 대상은 아니다.”
“다행이네요.”
“그리고 네 말 듣고 미국에 투자 회사를 설립하는 것은 검토하는 중인데, 아무래도 미국에 한번 다녀와서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사람이 문제죠?”
“그래, 내가 일에서 오래 떠나 있다가 다시 시작한 지 오래되지 않아서 사람이 제일 어려운 문제네.”
“천천히 여유를 가지고 하세요. 급할 것도 없는데요 뭐.”
“그래, 회사로 들어갈 거냐?”
“네, 들어가려고요.”
“하나만 묻자.”
“네, 어떤?”
“사귀는 사람이 생겼다는 거, 봄이냐?”
“네.”
“인정하고 받아들이기로 했구나. 잘했다.”
환하게 웃으시는 어머니.
어머니는 봄이를 아주 마음에 들어 하신다.
그건 다행인가?
“감사합니다.”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