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 Comic Genius RAW novel - Chapter 112
113화. 여행이라도 가시는 게 어때요
SBC, 국내 3대 지상파 방송사.
한일 공동 제작 애니 로 대박을 친 뒤, 다른 지상파 방송사보다 앞장서 애니메이션에 자주 편성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같은 저 연령을 타겟으로 한 애니메이션이었으니.
15세 이상 타겟인 의 판권을 구매한 이유도 그랬다. 아동도 볼 수 있도록 수정 편집하여 방영하려 했다.
하지만 그것을 막은 것이 이현중 PD.
‘어림없는 소리지! 는 애들이 보는 작품이 아니야.’
그렇다.
는 유아용 애니메이션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게 그 이유.
게다가 수정 작업 때문에 방송 편성이 늦어질 것이고, 작품성도 완전히 망쳐버릴 것이라는 것.
‘저연령 아이들을 맞춰 방영할 것이 아니니 굳이 오후 6시에 편성할 필요는 없다.’
무편집으로 방영할 시, 아이들의 정서에 맞지 않다는 것을 인정해 심야 애니메이션을 추진했다.
‘심야 애니……. 할 만한 도박이다.’
이현중 PD는 진지하게 생각했다.
아주 가능성이 없지만은 않았으니.
는 국산 만화 중에서 가장 인기를 누리고 있는 작품이다.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말이다.
‘는 공식적으로도 15세 이상 타겟.’
원작도 성인 독자의 비율은 꽤 있었다. 본인도 를 사봤을 정도였으니.
‘다른 작품은 몰라도, 한국인이 만들고, 한국에서도 인기 있는 라면 다르다.’
한국인이 만든 였기에, 다른 일본 작품들과 의미가 다른 것이었다.
로 인해 심야 애니메이션 편성에 성공한다면, 한국의 서브 컬쳐는 크게 성장할 계기가 될 것이다.
‘안 그래도 국산 만화시장에 생기가 돌고 있어, 애니메이션도 역시 가능하다.’
의 방영에 한국 서브 컬쳐의 생사가 달려있다.
이현중 PD는 어렵사리 설득을 해서, 무편집 심야 애니메이션 편성에 성공했다.
목표 시청률은 6%.
편성 시간은 드라마가 끝나는 금요일 11시 10분부터였다.
그렇게 6달간 매주 금요일 1회씩 방영하기로 결정 됐다.
‘일본 애니 가 성공한다고 해도, 한국 애니메이션엔 타격이 없다.’
일본 만화를 마구 들여와 국산 만화에 피해를 주기도 한 사례가 있었다.
하지만 애니메이션은 그런 걱정이 없었다.
한국 애니메이션 편성제도가 보호해줄 것이니.
일본 애니메이션을 한국 애니메이션보다 더 많이 방영할 수 없는 법적 제도였다.
‘게다가 애니메이션 의무방영 제도 때문에 요새 국산 애니메이션들이 점점 질이 떨어져간다.’
본래는 한국 애니메이션의 활성화를 위한 제도였으나.
그저 양만 늘어나고 질은 떨어져갔으니.
‘마침 제작진이든, 독자든 자극이 필요했어.’
그래. 가 이들에게 큰 자극을 줄 것이다.
‘심야에 방송되어도 굳이 눈치 받을 필욘 없다.’
선정성이 있는 심야 애니메이션이라면 문란하다는 각종 단체가 이의를 제기하는 등, 문제가 꼭 따라온다.
아무래도 한국의 정서 때문이었다.
하지만.
‘는 그 흔하다는 서비스 씬도 없고, 그야말로 재미를 위해 열혈과 액션이 담긴 뜨거운 작품이다.’
굳이 문제가 제기될만한 건 폭력성 정도였으나. 15세 이상 권장을 걸고, 저 연령층은 못 보는 심야 방영이니 그 문제를 덜 수 있었다.
‘만약, 방영이 성공한다면…….’
SBC측에 오리지날 애니메이션, 혹은 한국 원작을 이용하여 애니메이션을 기획할지도 모른다. 아니, 본인이 그렇게 할 것이다.
되도록 양강일, 박정우, 안서준 같은 젊고 능력 있고, 인기 있는 작가들의 작품으로.
‘부디 성공해다오. 이게 희망이다!’
이현중 PD는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다.
한국 서브 컬쳐 발전에 모든 걸 걸었다.
* * *
“소식 들으셨어요? 편성 결정 됐대요. 그것도 심야 애니메이션으로.”
라피스가 신문을 가져와서 보여주며 말했다. 아무래도 2쿨짜리 애니메이션을 심야에 방영하는 건 국내 최초였으니 말이다.
“설마 가 지상파 심야 애니메이션으로 방영될 줄은 몰랐는데.”
액션 부분을 어린 아이들도 볼 수 있게 완화 편집되어 오후 저녁에 방영될 줄로 알았다.
그동안 모든 애니메이션이 그래왔으니.
라는 성인 애니메이션을 편집하여 저 연령층에게 보여주기도 했고 말이다.
‘그런데. 이번엔 편집 없이 방영한다고?’
는 무편집 그대로 방송을 내보내는 것이었다. 심지어 심야 시간으로.
‘만화 시장이 커져가고, 원작도 국내에 인기가 많으니 SBC에서 통 크게 도전을 해보려는 거구나.’
내가 만화 역사를 바꿈에 따라 이뤄진 일이었다.
시청률이 보장된다면, 지속적으로 심야 애니메이션을 편성할 것이다.
그것뿐만이 아니다.
‘만약, 성공한다면 본격적으로 국산 원작이나 오리지날 애니메이션을 만들고자 SBC 내부에서 논의해볼지도 모른다.’
성공하면 투자를 해서 더욱 큰 이득을 노리는 것.
간단한 이야기였다.
실질적으로, 애니메이션은 시청률로 수익을 내는 것보다는 DVD, 원작 단행본 등을 판매하기 위한 홍보수단에 가까웠다.
‘애니메이션이 성공하는데, 더더욱 높은 수익을 노리기 위해 자체 애니메이션을 만들려 할지도 모르는 일이지!’
그래, 오히려 방송사에서 제작하거나 투자를 하는 경우가 생길 것이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잘 될 경우를 가정한 것이다.
‘심야에 애니메이션으로 시청률을 뽑는 건…… 단 한 번도 시도해 본 적이 없어서 보장을 못해.’
심야 편성은 굉장히 큰 도전이었다. 자칫하면 판권을 구매한 돈을 날려버릴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
‘하이리스크 하이 리턴인가.’
실패한다면 한국 애니메이션의 발전은 더뎌지고.
성공한다면 본격적으로 10대 후반을 위한 심야 애니메이션이 발전하게 되는 것.
“그래도 이런 도전을 하는 것만이라도 잘 된 일이야. 몇 년 뒤엔 편집만으로 불가능해질 정도로 저 연령 타겟 애니메이션 수급이 어려워지거든.”
“맞아요. 그 뒤로부터 지상파 애니메이션 편성이 확 줄어들게 되는 계기가 되었죠.”
국산은 물론이고 해외 애니메이션까지 말이다.
그러니 에 기대를 걸만했다.
가 흥한다면 심야 애니메이션의 기반이 다져진다.
그렇다면 국산 애니메이션의 판도도 바뀔 것이다.
‘그래, 나도 새 애니메이션을 생각해야해.’
애니화만으로 만족하지 않았다.
‘애니메이션은 엄청난 작품 홍보 효과가 있다.’
로 확실하게 느꼈다. 애니메이션이 방영된 이후 총 매출이 6배는 넘게 뛰어올랐으니 말이다.
“애니메이션을 이용해서 웹툰을 좀 더 키워보자.”
펜의 홍보를 위해 웹툰을 애니메이션화 하고자 했다.
다른 웹툰 사이트들도 준비 중이거나 생겨나는 상황이었으니. 상승세인 대형 포털사이트에, 애니메이션화까지 겸한다면 압도적인 입지를 다질 수 있겠지.
우선 2작품을 준비하는 게 좋을 듯 했다.
“가장 인기가 좋은 , 그리고 를 애니화 해야 할 거 같은데…….”
는 인기도 좋고, 간단한 내용이라 비용 절감 면에서도 유리했다.
하지만, 는 애니화를 할 수가 없었다.
라피스도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10대 학교폭력물이라는 딱지가 붙어서 국산 애니메이션 업계에 타격이 올지도 모르니까 그렇죠.”
그래, 애니메이션은 언론과 단체들의 먹잇감이 되어선 안 된다.
“는 악령들과 싸우는 내용이지만, 는 학교 일진들과 싸우는 내용이니까. 쪽이 비교적 현실에 가깝기 때문에 반드시 문제가 제기될 거야.”
절대로 틈을 주어선 안 된다.
그래서 는 과감히 후보에 빼버렸다.
그리고, 연재도 종료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는 거의 2년 넘게 연재해서 100화도 넘었다. 슬슬 완결해도 될 거 같다고 생각해.”
안 그래도 는 완결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고.
마지막 화 원고를 남겨둔 참이었다.
굳이 갑작스런 완결로 낸 결말이 아니었으니, 독자들도 큰 불만이 없을 것이다.
“그럼 새 작품을 그리시려는 건가요?”
“나는 애니화를 노리니까. 아무래도 폭력적이지 않은 걸 해봐야겠어. 10대에서 20대들도 볼 수 있는 거로 말이야.”
라피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국산 TV애니메이션은 태동기에 불과하다. 한동안 비폭력적인 것을 방영하는 게 좋을 듯하다.
“그럼 어떤 장르를 생각하시는데요?”
라피스의 물음에 나는 턱을 어루만졌다.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음…… 그러게. 뭘 그리지?”
머릿속이 새하얗다.
새 작품을 그리려고 했는데, 정작 떠오르는 게 없다.
“되도록이면 가족 정서도 넣고, 휴머니즘도, 폭력은 없지만 뭔가 경쟁도 있고…….”
“그러니까 그게 뭔데요.”
“나도…… 모르겠어.”
내 얼빠진 대답을 듣자, 라피스는 어깨를 들썩였다.
“뭘 고민해요. 그럼 여행이라도 가시는 게 어때요? 뭘 쓸지, 뭘 그릴지 고민하는 작가들은 여행을 갔다 와서 영감을 얻는다고 하잖아요.”
“흐음…….”
솔깃한 말이었다.
정말 그렇게 해볼까.
‘마침 어머니도 이번 주말에 쉬시니까…….’
4월이란 시기도 여행하기 좋은 때였으니.
‘뭔가 편하게 쉬다가 좋은 소재가 떠오를지도 모를 일이지.’
여행을 하면서 새 작품을 결정하는 것으로 결심했다.
‘그래, 소재 얻는 데엔 여행이 최고다!’
이곳저곳에 취재도 할 수도 있고 말이다.
그런데, 누구랑 가지?
나 혼자 가기엔…… 좀 적적한데.
“여행을 혼자 가는 거보다 다 같이 가는 게 좋을 거 같은데. 라피스, 넌 어떻게 생각해?”
“글쎄요. 작가마다 케이스가 다르지만, 서준님은 다 같이 가는 편을 선호하는 거 같네요.”
“그래. 혼자 가서 뭐하냐.”
같이 여행 갈 사람들을 섭외하기로 했다.
– 여행? 작년에 가고 못 갔네.
우선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 화실 사람들도 함께 간다고? 그러면 나는 좋지, 우리 준이 도와주시는 분들인데 인사라도 해야겠어.
흔쾌히 수락해주셨다.
– 여, 여행? 이번 주가……. 으윽, 미안. 이번 주는 마감 빠듯하다. 우리는 안 되겠지만, 재밌게 놀고 와.
진호 아저씨와 희원누나는 참가하지 못하고.
– 여행이요? 저는 갈게요. 휴양지에서 작업하는 것도 꽤 좋을 거 같아요. 새로운 경험을 느낄 수도 있을 거 같아서.
격주 연재라 비교적 여유가 있는 소현 누나와.
– 꼭! 꼭! 갈래요! 악, 그런데 토요일에 보충 수업 있다던데…… 그, 그래도 갈래요!
보충수업에서 도망친 하림 누나와 같이 가는 것으로 결정됐다.
“좋은 소재를 건져낼 수 있는 여행이 되었으면 한다.”
뭔가 재밌는 작품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란 기대감으로, 유명 휴양 리조트에 예약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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