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 Comic Genius RAW novel - Chapter 119
120화. 얼마 남지 않았다.
5월 말.
[ 이변을 만들다! 한국 작가 원작, 심야 시청률 6.8% 기록! ]의 방영이 4회 째 성공가도를 이어나갔다.
덕분에 한국에 원작자 ‘안서준’이란 이름을 더욱 알리게 되었으며.
그로인해 뿐만 아니라 펜툰 의 조회수나, 역시 부수가 상승했다.
그 때문이었을까.
내게 여러 진행방향이 들려오는 것이었다.
– 안 선생님. 아직 확정난 것은 아니지만, 의 애니화에 대해 이야기가 조금씩 오가고 있습니다.
고준하에게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역시, 내 예상대로 흘러갔다.
‘업계나 투자자들이 나를 흥행보증수표라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4권까지 출시된 의 한국 애니메이션화.
‘아직 TV가 될지, OVA가 될지, 극장판이 될지는 아무도 모르지.’
하지만 투자자들이나 기획사에서 내게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가 일본은 물론 한국까지 대박을 쳐버렸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내 차기작인 를 넘보는 것이었다.
‘가 비록 퀄리티는 훌륭해도, 아이들이 못 보는 청년 타겟층이라 애니메이션화에 투자하는 건 조금 고민됐겠지.’
하지만 이제야 겨우 결심할 수 있던 것이다.
SBC에서 실험한 ‘심야 애니메이션’의 가능성을 보고 말이다.
‘물론 아직은 이야기만 오가는 정도지만.’
그래, 투자자들은 간을 보고 있는 것이다.
는 고작 4화까지밖에 방영되지 않았으니.
좀 더 지켜봐도 될 노릇이겠지.
‘하지만 가 차회를 거듭할 수록 이 시청률을 그대로 끌고 간다면…….’
본격적으로 는 차기 심야 애니메이션 제작에 돌입할 것이다.
‘는 물론이고, 도 빠르게 진행이 될지도 몰라.’
물론 내 작품만이 아니다.
‘다른 작가들의 한국 작품들도 애니메이션화가 진행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내가 꿈 꿔왔던 한국 서브컬쳐 부흥에 가까워 질 수 있는 것.
‘하지만…… 일단 올해엔 넘어야할 벽이 있어.’
그래.
아주 큰 벽이 있었다.
[ 일본작 게 섯거라! 초 기대작 올 7월 출시 대개봉. ] [ 흥행예감. 수백만 명이 기대하는 자랑스러운 한국 애니메이션, 7년 만에 대개봉! ]‘고작 2달도 안 남았군.’
나는 혀를 찼다.
의 흥행 연쇄효과 때문일까. 7월 개봉을 예고하는 의 기대도 그만큼 상승했다.
[ ssta: 제작비 150억. 역대급 한국 애니메이션 한 편 나오네요. 대단하다……. ] [ 리바: 가 한국의 희망이다! 너만 믿는다! 한국 파이팅! ] [ 몬타리: 이 애니메이션, 700만 명은 가능하겠지? 부디 성공해서 업계를 살려냈으면 좋겠다. ] [ 황길산: 솔직히 1000만 명도 가능하다고 본다. 일본보다 잘 만들었으니까. ]나는 그들에게 미안하고 착잡한 마음이 들었다.
애써 만든 서브컬처에 대한 큰 관심을, 기대에 저버리게 만들까봐.
‘회귀 전보다 더 기대하는 느낌이야.’
그야 당연했다.
PV로만 보여줬던 의 작화는 국내 역대 최고였다. 일본에 비교해 봐도 꿇릴 것이 없다.
더군다나 한국 서브컬쳐 시장이 크게 상승했고, 웹툰으로 인해 다양한 독자층을 유입시키는 중이었다.
‘만화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는 거지.’
‘만화는 무조건 나쁜 것이다’라는 인식을 웹툰으로 서서히 없애는 중이었다.
포털 사이트를 통해 대중들에게 접하기 쉬운 것도 있었지만.
‘에세이와 일상의 공감이 주류인 것이 웹툰이니까. 어른들도 충분히 보고 느낄 수 있는 거야.’
인식 개선은 어느 정도 효과를 나타나는 듯 했다.
만화와 애니메이션에 관심을 갖고 기대를 하는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것.
거기까진 좋았다.
‘진짜 문제는 2달 뒤 터진다.’
바로 .
모두가 일본을 드디어 뛰어넘을 때가 왔다며, 과하게 기대하고 있지만.
이 공든 탑이 와르르 무너져 내린다면…….
‘……허탈감도 그만큼 크겠지.’
상황은 종잡을 수 없게 최악으로 내몰린다.
믿고 출자를 한 투자자.
장기간 기대했던 국민들.
한국 애니메이션의 도약이 되길 바랬던 업계.
모두에게 상실감으로 돌아오며 재앙이 되는 것이다.
일본을 뛰어넘겠다던 아성을 가졌던 국민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겠지.
‘그렇게 되면 만으로 버티는 게 부족할지도 모른다.’
아니, 오히려 독이 될지도 모른다.
는 한국 원작의 일본 애니메이션.
‘원작만 한국이고, 그 애니메이션은 일본에 만들었으니.’
한국 제작진이 없는 의 흥행은 한국 애니메이션에 큰 효과가 없다.
한국인이 만든 가 망한다면, 한국 애니메이션은 망했다는 인식이 퍼져도 이상하지 않을 노릇이었다.
‘그래, 그렇다면…… 심야 편성이 성공한다 해도 큰 소용이 없어.’
방영 이후, 차기 심야 애니메이션이 문제였다.
지상파 측은 한국 작품에 투자해서 한국인이 제작하는 것이 아닌, 일본 인기 애니메이션을 수입하는 방식을 고집하는 것만 고려할지도 모른다.
‘가 와장창 망하면 투자자들은 한국 제작진을 신뢰하지 못할 거야.’
결국 일본의 서브컬쳐에 잡아먹히게 되는 것.
내 목표인 한국 서브컬쳐의 부흥에 실패하는 것으로 직결된다.
‘그래. 심야 애니를 활성화시킨 의미가 없어진다.’
심야 편성으로 한국 작품이 활성화되기를 바랬지만, 외산 작품이 수입된다면 모든 계획이 틀어져버린다.
‘그것만큼은 절대 안 된다.’
그렇기 위해서 그의 대항마를 만들었으니.
내가 기획했던 극장판 애니메이션 의 성공이 절실한 이유였다.
‘우선 PV는 좋은 평가를 받았지.’
안 그래도, 또한 만큼 기대를 받는 중이었다.
다름 아닌, 극장판의 ‘호소다 마루모’와 한국 작가 ‘안서준’같은 최고의 인력들이 참여했다고 크게 광고가 나오고 있었으니.
절로 기대가 모이는 것은 당연했다.
안서준과 호소다가 참여한 한국 극장판 애니메이션 에 큰 기대를 걸기도 했으나.
역시 문제가 걸려있기도 했다.
[ god1: 근데 은 감독이 일본인이잖음 ㅡㅡ ] [ 류스캐: 한국 애니에 일본인 감독? 장난함? 이래선 한국 애니메이션이라고 해야 할지 원ㅋㅋㅋ ] [ pitcha: 감독이 일본인인데 이게 왜 한국 애니메이션인가요?;;; ]일본인인 호소다 씨가 감독을 맡고 있는 것에 대해 불편한 사람들도 있었다.
‘아무래도, 감독이 작품의 모든 것을 총괄하기 때문이니까.’
그 때문인지, 한국 애니메이션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한국 애니메이션이 맞아.’
투자도, 제작진들도 전부 한국인.
배급과 기획 및 타겟층도 한국.
심지어 제작하는 장소마저도 한국이다.
‘회귀 전엔 한국 영화를 제작한 일본 감독도 있었지.’
비록 일본인 감독이었지만, 모든 요소가 한국이었기에 한국 영화로 취급되었다.
그와 비슷한 상황으로, 은 한국 애니메이션임에 틀림없었다.
[ 리메인: 감독만 일본인이고, 제작진 나머지는 죄다 한국인임. 그리고 스토리나 캐릭터 디자인은 안서준 씨가 했다는데요. 음악도 양방언 씨에, 제작 회사들도 전부 한국 회사.] [ 정철환: 누가 뭐래도 한국인들이 만들어낸 애니메이션입니다.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지지층이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네.’
덕분에 을 더욱 열심히 준비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내게 수십억이란 돈이 있었지만, 에 더 투자하지 않았다.
‘호소다 씨가 예산 문제에 대해 언급조차 안 하니까.’
돈이 부족하다면 먼저 이야기를 꺼낼 것이다.
‘아무래도 55억이면 충분히 만들 수 있는 듯 해.’
그래서 나는 그를 믿기로 했다.
하지만, 아무래도 를 따라 2003년 개봉을 맞추는 건 불가능 한듯 했다.
시간이 촉박했다.
호소다에게 물어보니, 그도 역시 조금 애매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올해? 흐음…… 안 그래도 투자자들이 를 의식해서 그런지, 기한을 빨리 맞춰달라고 해서 서두르기도 하고 있어. 마침 제작진들도 내 작업 스타일에 슬슬 적응이 되는지 속도가 매우 빨라. 다들 잘 하고 있지.”
“그럼 올해 개봉이 가능하신건가요?”
내가 묻자, 호소다 씨는 미안하다는 듯, 고개를 좌우로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니, 아쉽지만 그렇게 해도 올해 개봉은 무리야. 남은 파트를 생각해보자면…… 2004년이 봄쯤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정말 빠르면 2월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어.”
“그런가요.”
나는 그의 말을 듣고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2004년 2월.
‘의 개봉으로부터 거의 6개월이란 시간이 흘러야 한다.’
반년 동안의 시간.
‘과연 그때까지 사람들이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아줄지…….’
큰 기대감이 무너져버리면 다시 쌓아올리기 힘든 법이었다.
더구나 그 시간마저 오래 흐른다면…….
잊혀질 위험도 있다.
‘에 무조건 영향이 갈 수밖에 없어.’
아무래도 의 후폭풍 덕분에 의 첫 시작은 험난할 듯 싶었다.
‘그래도 해내야 한다.’
나는 인터넷에서 상황을 보았다.
[ VS ]아무래도 그 두 작품이 가장 주목받았는지, 가장 언급이 많았고.
[ 당연히 한국인들이 만든 가 이겨야지! 돈도 3배나 더 들였는데! ] [ 딱 봐도 가 더 신나고 멋지고 재밌어 보인다. ] [ 개인적으로 안서준씨는 좋아하지만, 가 더 기대되는 건 사실. 엄청 재밌어 보임. ]의 기대는 하늘을 찌를 듯 했다.
‘가 PV는 잘 만들긴 했지. OST도 좋고 장면들이 하나하나 엄청난 퀄리티이기도 하고.’
그 덕분에 큰 기대를 하는 것이다.
‘지금의 시대는 회귀 전과 완전히 다르긴 해.’
내가 회귀 후엔 한국의 서브컬쳐가 훨씬 크게 살아났으니, 의 관객이 더 많지 않을까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아무래도 위험성이 더 컸다.
‘오히려 많은 컨텐츠에 노출됐기 때문에 관객들의 눈이 더 올라가 있을지도 몰라.’
작화가 좋아봤자 소용없는 것이다.
스토리의 부실함을 금방 알아챌 것이니.
혹평으로 가득 차겠지.
기획력 없는 한국 애니메이션은 이제 희망이 없다면서 절망할 것이다.
‘반년 동안은 어떻게든 버텨줬으면 싶은데…….’
그렇게 시간이 흘러, 7월 17일.
내 방학 날이었다.
그리고 대망의 가 드디어 전국 상영관의 스크린 위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