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genius villain's infinite absorption power RAW novel - Chapter 159
160. 자장가
아이나우는 곧장 수혁에게 공격 대신 입을 열었다.
아직 완전한 몸의 상태를 갖추지 못해 섣불리 움직이지 못했다.
“신께서 너를 징벌하길 원하신다. 하지만 나는 생각이 다르다. 너에게 더 좋은 제안을 하겠다.”
“?”
“너의 기운을 바쳐라. 그리하면 살아서 돌아갈 수 있게 해 주겠다.”
아니나우가 창으로 100층의 공간 끝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손잡이가 달린 구름의자들 가운데 밋밋한 구성의 구름의자 하나가 놓여있었다.
별다른 특징이 없어 보이는 의자였지만 이상하게도 불길한 기운이 가득했다.
“저기에 앉거라. 그렇다면 네가 했던 모든 일들을 용서해 주겠다.”
“너나 앉아라.”
저런 뻔히 보이는 수법이라니.
하지만 이로써 저게 무슨 의자인지는 확실해졌다.
저게 바로 신이 그토록 원하던 제물을 바치는 의자겠지.
아라고사를 잡느라 기운을 소진한 아이나우를 향해 우주에서 내려오는 별무리가 다시 기운을 보충해 주었다.
수혁은 당연히 눈치챘으나 일부러 막지 않았다.
저놈이 힘을 회복해야 내가 흡수할 힘이 많아지니까.
자수정도 챙기고 힘도 얻어 가고.
일석이조다.
으드득.
아이나우 역시 수혁이 무엇을 노리는지 눈치를 채고는 부리를 가득 깨물었다.
“네놈이 나를 끝까지 농락하는구나.”
정수리까지 분노가 치솟은 아이나우가 날개를 펄럭이며 포탄처럼 쇄도했다.
기다란 날개를 접자 눈 깜빡하기도 전 그의 신형이 사라졌다.
쇄애애애액-
아이나우 주변에 생긴 공기 저항이 전투기와 같은 굉음을 내뿜었다.
빛살처럼 뻗어진 그의 창이 수혁의 신형을 꿰뚫기 직전, 그림자로 만들어진 대검이 움직였다.
부-웅.
묵직한 대검이 바람을 가르며 창을 막으려 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
눈앞에서 벌어진 예상 외의 일에 수혁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대검과 부딪치기도 전에 창이 뚝 잘린 것처럼 창끝이 사라졌다.
이어서 공간을 건너뛰며 창날이 수혁의 가슴 바로 앞에 나타났다.
“큭.”
재빨리 몸을 비틀자 창날이 가슴 대신 어깨를 푹 찌르고는 다시 공간에 먹히며 사라졌다.
처음 겪는 공격에 수혁의 표정이 일그러지는 걸 본 아이나우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이걸 본능으로 피하다니… 그러나 네가 죽을 시간만 미뤄졌을 뿐이다!”
“잔재주로군.”
상처를 손으로 훑자 멀쩡해진 상태로 되돌아왔다.
아이나우의 기술을 일부로 폄하했지만 그리 간단히 싸울 상대는 아니었다.
적의 창에서 경천동지할 기세는 보이지 않았지만 사실 그건 모든 힘이 완벽하게 창 내부에 통제되었기 때문이었다.
거기에 더해 공간을 분절하며 적을 꿰뚫는 수법은 어디에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위험한 기술이었다.
과거 까마귀 조인족이 공간 속에 몸을 통째로 숨겼던 것을 생각해 보면 보다 한 차원 더 높은 기술이었다.
“잔재주에 한 번 당해 보거라!”
아이나우의 창이 연달아 수혁을 찔렀다.
퍼벙! 퍼벙! 수욱-
서로의 대검과 창이 부딪치는 가운데 또다시 창날이 사라지며 이번엔 수혁의 목을 노렸다.
고개를 젖히며 맨손으로 창날의 옆면을 떨쳐낸 뒤 몸을 돌리며 발차기를 날렸다.
퍽.
창대로 막은 아이나우가 뒤로 물러나며 창을 위에서 아래로 내리찍었다.
펑! 파스스스.
구름땅이 스파크와 함께 흩어지자 다른 구름이 다시 번지며 빈 공간을 메꿨다.
수혁은 뒤로 한 발자국 물러나 아슬아슬하게 창을 피했다.
거기를 벌리지 않으려는 아이나우에게 계속해서 다가갔으나 날개를 휘두르며 풍압을 생성해 내는 그는 접근을 쉽사리 허용하지 않았다.
서로의 창과 대검이 부딪치고 구름땅을 파헤치며 전투가 이어졌다.
불규칙적인 창의 움직임을 살펴보던 수혁의 손이 빠르게 움직였다.
탁. 지금.
아이나우가 내지른 창을 손으로 잡아끌며 다가가는 수혁이 먹이를 잡은 맹수의 눈빛으로 다가섰다.
“어딜!”
발을 뒤로 물리며 몸을 빼는 아이나우가 창대를 비틀며 수혁의 손을 털어 버린 뒤 창을 뒤로 회수했다.
회수한 창날이 사라지며 어느새 수혁의 등을 노렸다.
그대로 다가간다면 등이 찔릴 수 있는 상태.
그러나 수혁은 무시하고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펄럭.
“아니?!”
수혁의 등을 노린 창날을 망토가 휘리릭 붙잡아 막아섰다.
망토를 털기 위해 창대를 이리저리 흔들었으나 꽉 붙잡은 망토는 쉽사리 놓아주지 않았다.
“이 자식이!”
“체크메이트.”
싸늘한 눈빛과 함께 위로 힘껏 올라간 대검이 그대로 아이나우의 정수리를 갈랐다.
서걱.
핏방울과 함께 몇 가닥 깃털이 허공에 휘날렸다.
먹이를 놓친 망토가 아쉽다는 듯 등을 툭툭 쳤다.
바닥에 놓인 애꿎은 깃털만 대검으로 찌르던 수혁은 몸을 돌렸다.
공간을 건너뛴 아이나우가 한참 떨어진 곳에서 다시 나타났다.
뚝. 뚝. 뚝.
정수리에서 흐르는 피가 그대로 눈썹을 지나 턱 끝까지 흘러 땅으로 떨어졌다.
자신의 피를 무심히 쳐다보던 아이나우가 지나친 흥분을 거두었다.
“참으로 오랜만에 보는 피군.”
“그래. 아까운 피 그만 흘려. 신선도가 떨어지잖아. 고기도 한 번에 잡아야 맛있는 법이거든.”
먹잇감을 바라보는 수혁의 방긋 웃는 미소에 아이나우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생각이 바뀌었다. 역시 널 잡기 위해 전부 힘을 합쳐야 했어.”
“이제 와서? 대전사들이 없는데?”
“이곳은 대전사들만 있는 곳이 아니다.”
아이나우가 창을 구름땅에 내리찍자 변화가 시작되었다.
창이 내리찍은 부분이 원형으로 구름이 흩어지며 99층과 통로가 연결되었다.
연달아 98층 97층 96층… 50층까지 전부 뚫려 버린 공간을 향해 아이나우가 침을 튀기며 외쳤다.
“신의 전사들은 명령을 따르라-!!! 불신자가 나타났다!”
그의 말과 함께 신의 무기를 받은 전사들이 웅성거리는 소리와 함께 하나둘씩 위로 올라왔다.
콜로세움의 관리를 하던 조인족들을 시작으로 검과 부, 도, 창 등 신의 무기로 무장한 전사들이 나타나 무기를 겨누었다.
마법을 사용하는 자들은 지팡이에 마력을 감쌌고, 활을 쏘는 자들은 화살을 시위에 걸었다.
그들의 얼굴을 살펴보던 수혁은 혹시나 하는 마음을 가졌다 역시나 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가장 마지막에 올라온 전사들 중 익숙한 얼굴들이 눈에 띄었기 때문이었다.
“불신자다. 그런데 저 망토 되게 익숙한데? 카리온이 쓰던 것과 같아.”
“네? 설마….”
“카리온이 저 불신자 녀석에게 당했다고?!”
“…복수를 해 줘야겠군요.”
마르하임과 칼리아, 멜리에가 어정쩡한 얼굴로 전사들의 뒤에 서 있었다.
그러나 아무래도 무슨 오해가 있는지 그들의 얼굴이 분개한 표정으로 뒤바뀌었다.
이런… 저들을 어떻게 설득하지?
잔뜩 늘어난 전사들을 보자 의기양양해진 아이나우가 한 번 더 명령을 내렸다.
“불신자 녀석을 사로잡는다면 곧장 대전사의 직을 내려 주겠다! 위대하신 신의 힘을 전수받고 싶은 자는 앞으로 나서라-!”
“와아아아아-!!!”
공을 세우고 싶은 전사들이 일제히 수혁을 향해 다가왔다.
날붙이와 마법들이 쏟아지는 가운데 수혁이 손을 뻗자 주변에 그림자검이 떠올랐다.
잔뜩 발톱을 간 그림자검이 새로운 먹잇감을 찾아 그르렁거렸다.
일단 거추장스러운 것들은 전부 정리하자.
쇄애애애액- 퍼버벙! 서걱.
화염구와 바람칼날, 번개 등을 모조리 부수며 날아간 그림자검이 제일 먼저 다가오는 전사의 목을 날렸다.
“커흑.”
그림자검이 이리저리 전사들의 무기를 피해 그들의 목을 따는 동안 수혁도 펄쩍 뛰어올라 전사들 사이에 파고들었다.
“죽여! 컥!”
“으아아악!”
하이에나 무리에 끼어든 수사자처럼 마구 날뛰는 수혁과 그림자검이 전사들의 무기를 쳐 내고 목을 잘라 냈다.
수혁의 등을 찌르던 검과 검을 망토가 휘리릭 휘감고 옆으로 흔들었다.
“야-!”
“누굴 찔러!”
망토가 붙잡은 검이 다른 전사의 경로를 막아내고, 또 다른 검은 다른 전사의 옆구리를 찔렀다.
수혁의 등을 망토가 책임지는 동안 전방은 짐승의 이빨보다 날카로운 대검이 전사들을 마구 조각냈다.
“피해!”
대검의 위력을 확인한 전사가 외쳤지만 이미 허리춤이 대검에 잘린 뒤였다.
이어지는 대검의 검기폭풍.
반월형의 검붉은 검기가 사방으로 퍼지며 전사들을 무력화시켰다.
“으아아아-!!!”
검기를 막아 내거나 피한 자들은 다른 전사들이 토막 나는 것을 두 눈으로 바라보았다.
슬슬 그들의 눈에 공포감이 깃들자 아이나우가 다시 그들을 자극했다.
“신의 전사들은 포기를 모른다! 움직여라!”
그의 외침에 하늘에서 빛무리가 마구 쏟아지며 살아남은 전사들을 향해 힘을 보충해 주었다.
다시 전사들이 힘을 얻고는 수혁에게 무기를 휘둘렀다.
그들이 힘을 받는 모습을 보자 수혁은 위를 바라보았다.
“저 천장이 문제로군.”
뻥 뚫려 있는 천장을 어찌할까. 고민도 잠시, 다가오는 적들과 또다시 난전이 벌어졌다.
적의 허리를 횡으로 가른 대검이 살아남은 전사의 바로 앞에서 뚝 하며 멈추었다.
“앗!”
멜리에는 자신의 허리에서 멈춘 대검에 식겁했으나 금방 표정을 바꾸고는 용수철처럼 튀어 올랐다.
“카리온의 복수를 하겠다!”
그녀의 도톰한 손에서 날카로운 발톱이 수혁을 향해 휘몰아쳤다.
그녀의 손톱을 흘린 수혁이 팔꿈치로 멜리에의 얼굴을 타격하려다 급히 머리를 숙였다.
그의 머리 위로 두 개의 화살이 스치고 지나갔다.
뒤를 쳐다보자 마르하임과 칼리아가 원망 어린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철천지원수처럼 보는 그들의 눈빛에 수혁이 입맛을 다셨다.
“이런… 성가시게 하네.”
머뭇거리는 수혁의 빈틈을 놓치지 않았다.
머리 위에서 아이나우가 나타나 창을 뻗자 수혁이 급히 몸을 굴렸다.
아이나우가 아쉽다는 듯 혀를 차고는 다시 공간 속으로 몸을 숨겼다.
전사들 사이에서 나타나는 아이나우가 매의 눈으로 빈틈을 노렸다.
창날이 등을 스치자 망토가 아팠는지 마구 펄럭거렸다.
망토의 항의를 들은 수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말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 일단 거추장스러운 것부터 잡자.”
수혁의 신형이 휙하며 사라졌다.
순식간에 마르하임의 앞에 도달하자 놀란 칼리아와 마르하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들이 반응하기도 전 수혁이 더 빨랐다.
“잠깐 누워 있어.”
“뭣?!”
퍽.
정수리를 주먹으로 내리찍자 마르하임의 눈이 뒤집히며 쓰러졌다.
활에 담긴 힘을 꺼내기도 전이었다.
“마르하임 님!!!”
그가 죽었다고 생각한 칼리아가 단검을 꺼내 수혁에게 찔렀다.
그녀의 팔을 붙잡아 뒤로 꺾자 팔꿈치와 어깨가 부서지며 고통 어린 비명을 질렀다.
“아아악!”
이어지는 수도.
그녀의 목 뒤를 치자 칼리아 역시 기절하며 땅으로 쓰러졌다.
단검을 얼마나 세게 잡았는지 기절했음에도 단검을 꽉 쥔 손은 펴질 기미도 없었다.
“칼리아-! 마르하임-!”
동료들이 쓰러지자 분노한 멜리에가 덩치를 키워 괴물의 형상을 갖추었다.
다른 전사들을 밀쳐내며 다가온 그녀가 수혁을 향해 으르렁거렸다.
“크아아아아-!”
세 개의 다리로 괴성을 지르며 다가온 멜리에가 수혁보다 더 큰 발톱을 휘둘렀다.
밑으로 미끄러지며 발톱을 피한 수혁이 바닥에서 튀어올라 멜리에의 턱을 주먹으로 갈겼다.
퍽!
턱이 부서지며 골이 울리는지 멜리에가 휘청거리자 공중에서 한 번 더 몸을 돌리며 발로 멜리에의 관자놀이를 쳐 버렸다.
빡!
수혁의 연타에 커다란 덩치의 멜리에가 순식간에 나가떨어졌다.
“다들 잠 좀 자고 있으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