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genius villain's infinite absorption power RAW novel - Chapter 158
159. 대전사의 시험 (2)
방금 전까지만 해도 웃음이 넘쳤으나 이제는 아니었다.
분노에 지배당한 드로르의 모든 신경은 오로지 수혁에게 쏠려있었다.
그가 기운을 끌어올리자 어리석은 저 대전사 후보도 자신의 기운을 표출했다.
기운이 뭉쳐지며 검을 만들어 낸 것이 심상치 않아 보였지만 상관은 없었다.
아무리 위험한 무기라도 맞지 않으면 위험한 게 아니었으니까.
오히려 카리온을 걱정하던 카마카가 눈을 가늘게 뜨고는 손으로 턱을 살살 문질렀다.
“저게 뭐야? 우리 일족에 저런 기술을 만들어 낸 자가 있었나? 하긴, 세월이 지났으니 그럴 수도 있지.”
앞으로의 전투가 어찌 될지 궁금한 그와 달리 드로르의 입에서 으르렁거리는 짐승의 나지막한 울음소리가 들렸다.
“죽인다.”
드로르의 뒷발이 땅을 박차기 직전, 그의 발달된 감각에 경종이 울렸다.
본능적으로 몸을 비틀었으나 얇은 레이피어가 가슴팍을 뚫으며 보라색 피와 함께 튀어나왔다.
“뭣?!”
뜬금없는 공격에 드로르가 당황했지만 그 역시 대전사가 될 만큼 무수한 전투를 치른 역전의 용사였다.
심장과 한 치 차이로 빗겨난 레이피어를 가슴의 근육이 억죄며 붙들었다.
이어서 두 개의 손이 레이피어의 검신을 붙잡아 움직임을 봉쇄하고, 남은 두 개의 팔이 기형적으로 뒤로 꺾이며 주먹을 날렸다.
“훗.”
짧은 비웃음과 함께 레이피어를 찌른 것은 아라고사였다.
레이피어를 그대로 놓고 멀리 물러난 그녀는 드로르가 아닌 그 너머를 보고 있었다.
“이년이?!”
뿌드득.
고개를 뒤로 돌린 드로르가 가슴에 검을 꽂은 채로 그녀에게 돌진하려했다.
수혁에게 향하던 분노가 그대로 그녀에게 옮겨진 것이었다.
그러나 그의 의도와 달리 몸은 한 발자국도 옮길 수 없었다.
서걱.
어느새 그의 뒤에 다가간 수혁이 검으로 드로르의 머리를 날려 버린 것이었다.
왜 저 대전사가 수혁을 도왔는지는 그도 의문이었으나 이런 기회를 놓칠 리는 없었다.
일그러진 얼굴 그대로 공중에서 몇 바퀴나 뱅글뱅글 돌던 드로르의 머리통이 허무하게 구름땅으로 툭 하고 떨어졌다.
“아라고사아-!!!”
아이나우가 두 날개를 펼치며 날아올라 아라고사를 향해 쇄도했다.
그의 날카로운 발톱이 아라고사를 할퀴려 했으나 그녀의 품에서 튀어나온 메마른 나뭇가지들이 대신해서 발톱을 막아냈다.
카마카는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몰라 엉덩이를 의자에서 떼야 할지 말아야 할지 판단을 못 했다.
느닷없는 대전사끼리의 혈투에 수혁의 시선은 아이나우에게 향해 있었다.
그가 들고 있던 자수정을 가져가야 했기 때문이었다.
수혁이 아이나우의 뒤를 노리려하자 눈치를 보던 카마카 역시 전투에 뛰어들었다.
아무리 그와 아이나우가 사이가 좋지 않았지만 현재의 상황은 명백한 적대적 행위였다.
현재의 질서를 유지해야 하는 대전사로서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라우르족이 그런 비겁한 짓을 하면 안 되지-!”
수혁의 앞길을 막아선 카마카는 여전히 어른으로서의 훈계를 이어가려 했다.
“꺼져.”
“이런 말썽쟁이 녀석. 네놈은 어른에게 예절교육 좀 받아야겠다.”
카마카의 두 손에 사람 몸통만 한 두 개의 도끼가 생겨났다.
무기를 손에 들자 카마카의 부드럽던 표정이 흉신악살처럼 변해 버렸다.
“예절을 모르는 너는 죽어도 싸다.”
쌍도끼와 그의 기운이 합쳐지며 거친 기세를 끌어올린 카마카가 수혁을 향해 도끼를 휘둘렀다.
광풍처럼 몰아붙이는 그의 쌍도끼에는 오로지 적을 죽이겠다는 일념 하나만 가득했다.
쿠과과과과-
쌍도끼에서 불어오는 소용돌이가 몸을 갈가리 찢으려 하자 수혁 역시 자신의 검에 기운을 가득 담아 휘둘렀다.
콰광! 콰광! 콰광!
검과 도끼가 연달아 마주칠 때마다 포탄 터지는 굉음이 고막을 강타했다.
카마카가 몸을 회전하며 도끼를 연달아 휘두르자 수혁이 고개를 젖히며 발을 세워 그의 복부를 향해 채찍처럼 휘둘렀다.
퍽.
“크흐흐. 간지럽다.”
명치를 깊숙이 때린 발에도 카마카가 비웃으며 야만적인 자신의 기운을 더욱 끌어올렸다.
기운에 지배당한 그의 육체는 고통을 모르는 하나의 광전사와 다름없었다.
아이나우가 그를 싫어 하면서도 싸우지 않으려 하는 이유 중 하나였다.
짐승의 피가 흐르는 그보다 더욱 짐승같은 존재
그게 카마카였다.
“크하하하하-!”
수혁의 검이 그의 팔뚝을 베어내 피가 튀었으나 오히려 대소를 날렸다.
쌍도끼의 연계 사이로 보이는 빈틈에 검을 찌르고 물러났으나 몸에 피를 흘리는 카마카는 지칠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팔뚝에서 흐르는 피가 흘러 손잡이를 적시고 도끼날을 붉게 물들였다.
그럴수록 카마카는 더욱 입꼬리를 올리고 이를 드러냈다.
“재밌구나. 재밌어! 참으로 오랜만이다!”
또다시 검과 도끼가 충돌했다.
“음?!”
까가가각-
서로의 기운이 부닥치며 불똥을 튀었고 수혁은 전과 다른 변화를 느꼈다.
도끼에 담긴 힘이 더욱 강해졌다는 사실을.
카마카는 피를 흘릴수록 더욱 강하고 흉폭해지는 능력을 가진 것이었다.
“오래 끌면 안 되겠군.”
그들 너머에서는 아이나우와 아라고사가 그들 못지않게 혈투를 벌이는 중이었다.
아이나우의 날개짓과 동시에 휘둘러지는 창을 아라고사의 레이피어가 힘겹게 막아 냈다.
아직도 저 둘이 왜 싸우는지 몰랐지만 수혁에게는 참으로 땡큐였다.
“어딜 보냐!”
자신에게 집중하지 않는 수혁에게 카마카가 피를 뿌리며 접근했다.
밑에서 위로 올라가는 도끼날에서 도기가 뿜어지며 수혁의 이마를 스치고 지나갔다.
송골송골 맺히는 핏방울이 곧바로 살이 차오르며 사라졌지만 카마카의 눈에 이채가 떠올랐다.
“으음? 너… 뭐냐.”
그의 이마에 맺힌 핏방울에서 느껴지는 냄새는 분명 라우르족 특유의 혈향이 아니었다.
드디어 의심의 눈초리를 가지게 된 카마카를 보자 수혁이 비웃음을 지었다.
스윽-
손을 크게 휘젓자 라우르족의 남성이 아닌 인간 이수혁이 서 있었다.
자신이 속았다는 것을 깨달은 카마카의 눈동자가 더욱 좁혀지며 불쾌한 기분이 더욱 거세졌다.
“어쩐지 어울리지도 않는 이상한 붉은 망토나 차고 다닌다고 했더니… 네 얼굴을 보니 불신자로구나!”
“참으로 빨리도 알아차린다.”
“…원래의 그 몸은 어떻게 됐지?”
오히려 수혁의 정체를 알자 실컷 날뛰던 카마카는 분위기가 한 톤 다운된 상태였다.
진정한 분노란 오히려 이렇게 차가워질 수 있다는 것을 잘 아는 수혁은 슬슬 전투를 마무리 지을 때가 다가오는 걸 느꼈다.
“이미 죽어 있는 놈이었지. 다른 녀석이 이 몸을 훔친 걸 내가 다시 빼앗은 것 뿐이야.”
“……그렇군.”
순순히 대답해 주자 카마카의 목소리가 더욱 침침하게 가라앉았다.
수혁은 격장지계로 적의 감정을 요동치게 하는 걸 좋아하지만 지금은 사용할 수 없었다.
적이 분노할수록 강해지는 타입인데 굳이 화를 일으킬 필요가 없었다.
물론 이미 카마카의 분노는 머리 꼭대기를 넘어 저 머나먼 하늘까지 닿은 모양이지만 굳이 부채질은 하지 않았다.
험한 말 대신 수혁은 몸 주변에 검을 더 소환했다.
과거 드미트리가 사용했던 것처럼 수혁의 몸 주위로 형상을 갖춘 검이 열댓개가 떠올랐다.
마치 무협지에 나오는 이기어검처럼 날아오른 검과 함께 이번에는 수혁이 먼저 선공을 날렸다.
타닷.
한걸음에 카마카에게 다가간 수혁은 검과 함께 그를 포위했다.
카마카를 향해 검을 내지르자 주변에 떠오른 검이 동시에 그를 찔렀다.
“으아아아아-!!!”
괴성을 지르는 카마카가 보랏빛 호신강기를 끌어올렸다.
수혁이 찌른 검이 호신강기를 지나쳐 그의 몸을 찌르기 직전 심상치 않은 기세에 발을 뒤로 물렸다.
호신강기 주변으로 휘몰아치는 폭풍이 수혁이 만들어 낸 검을 깨부수며 오히려 덩치를 키워 나갔다.
콜로세움의 구름천장이 부서지더니 바깥의 하늘이 아닌 반짝이는 별이 가득한 우주공간이 드러났다.
저 머나먼 우주 공간에서 손톱만 한 별빛이 천천히 커지더니 이내 밑으로 쏟아졌다.
쏟아진 별무리가 카마카의 주변에 흡수되더니 카마카의 덩치가 커지고 도끼 역시 모양이 바뀌었다.
외날의 도끼가 양날로 바뀌더니 날붙이 표면에 다마스커스와 같은 문양이 새겨졌다.
“진정한 대전사의 힘을 보여 주지.”
두 개의 양날 도끼를 잡은 카마카가 성큼성큼 발을 디뎠다.
천장이 뚫리며 그가 더욱 강해진만큼 저 멀리 싸우는 아이나우와 아라고사 역시 별무리를 흡수하며 기세를 키워 갔다.
“그러면 나도 제대로 해야지.”
공중에 떠올랐던 검이 수혁이 들고 있던 검에 모조리 흡수되었다.
이어서 검의 크기가 커지더니 과거 마음껏 휘둘렀던 대검과 같은 모양으로 바뀌었다.
대검을 뒤로 뺀 채 무릎을 살짝 굽힌 수혁은 자세를 잡고 카마카를 일격에 베어 낼 준비를 마쳤다.
대검 표면에 검붉은 기운이 응축되며 지글지글 끓어올랐다.
막대한 양의 기운을 담아내지 못했던 전과 달리 드미트리를 죽이고 능력을 흡수한 뒤 수혁은 자신의 기운을 정제하는 법을 깨달아 버렸다.
그 덕에 순수한 기운의 응축으로 만들어진 이 대검을 처음으로 선보인 그는 상체를 살짝 굽히며 대포처럼 쏘아졌다.
“좋다-!”
카마카는 수혁의 정면 승부를 피하지 않았다.
그 역시 강력해진 두 개의 도끼를 위에서 밑으로 내리찍으며 횡으로 베어오는 수혁의 대검과 그대로 부닥쳤다.
쾅!
서로의 기운이 충돌하며 생긴 후폭풍에 구름땅이 흩어지며 밑층으로 가는 통로가 생겨날 정도였다.
“왜냐!”
아이나우의 창이 빛을 내뿜으며 빛살처럼 마구 공간을 휘저었다.
파바바박.
창이 휘저을 때마다 허공에서 메마른 나무 조각들이 사방으로 비산했다.
“왜 저놈의 편을 드는 것이야! 신의 종자로서 너에게 누가 힘을 부여했는지 잘 알면서 왜!”
아라고사가 드로르를 기습한 뒤, 노스페라투에게 드로르가 허무하게 죽어 버린 그 순간.
아이나우가 생각했던 계획은 전부 흐트러져 버렸다.
노스페라투가 드로르와 싸우느라 힘을 드러내는 순간 대전사들을 설득해 그를 잡아들여 공물 의자에 앉힐 생각이었다.
그러나 모든 게 망가졌다.
위대하신 신께서는 아직 자신을 믿고 바라보는 상황.
오래된 대전사로서 이 사태를 수습해야 하는 것은 오롯이 자신의 몫이었다.
“노스페라투 때문에 다크엘프 일족이 망했는데 왜 칼을 엉뚱한 곳으로 휘두르는 것이냐!”
“…애초에 얌전히 있던 우리 일족을 건든 것은 바로 너희들이야!”
대전사가 된 그녀가 지금껏 자리를 지킨 이유는 단 하나.
그녀의 여왕이 시킨 명령, 그 하나 때문이었다.
“방법을 찾아도 돌아오지 말고 자리를 지켜라. 때가 되면 알 것이다.”
일족을 떠난 그녀가 대전사가 되기 전부터 끊임없이 정령들이 귀에 대고 속삭였다.
때가 다가온다고.
검을 갈고 닦으라고.
저 오만한 신을 추락시켜야 한다고.
온 세상에 패악을 끼치는 신을 끌어내릴 때가 다가온 것을 그녀는 느꼈다.
과거 신과 비등하게 싸웠던 노스페라투라면 온 세상을 혼돈으로 물드는 저 신을 끌어내리라는 것을.
그의 힘을 아껴 주기 위해 자신이 나섰다.
마지막 남은 다크엘프로서 그녀는 자신의 소명을 다한 것을 깨닫고는 환하게 미소 지었다.
아이나우의 창이 자신을 관통하는 그 순간에도 그녀의 후련한 얼굴은 해맑았다.
털썩.
창에 꿰뚫린 아라고사의 몸에서 보랏빛 기운이 흘러나와 아이나우가 들고 있던 자수정으로 스며들었다.
죽은 그녀의 몸에서 힘을 회수한 아이나우가 몸을 돌렸다.
그의 눈에 가슴에 대검이 박힌 채 쓰러진 카마카의 신체에 수혁의 붉은 망토가 달라붙어 있는 모습이 보였다.
카마카의 기운이 망토로 흡수하는 광경을 본 아이나우가 못 볼 것을 본 것처럼 미간을 찌푸렸다.
그러나 오히려 이것 또한 기회였다.
비록 동료들은 전부 없지만 그 스스로의 힘으로 노스페라투를 붙잡아 공물 의자에 앉힐 생각이었다.
“불신자 녀석. 네 녀석을 사로잡아 신께 바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