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genius villain's infinite absorption power RAW novel - Chapter 157
158. 대전사의 시험 (1)
저 물줄기의 내부에는 포세이돈의 기운이 서려 있어 그 어떤 쇳덩이보다도 더 단단하고 파괴력이 높았다.
맨몸으로 부딪칠 만한 공격이 아니었는데 카리온은 전혀 타격이 없어 보였다.
오랄레이가 잠시 멍하니 있다 오히려 미소를 지었다.
“그래. 대전사가 되기 직전인데 쉽게 끝날 리가 없지. 너를 꺾고 내 명성을 널리 퍼트리겠다-!”
삼지창을 어깨에 걸친 오랄레이가 훌쩍 뛰어오르자 솟구친 바닷물이 그의 발을 받쳐 주었다.
동시에 파도처럼 변한 바닷물을 타고 오랄레이가 수혁에게 쇄도했다.
솨아아아아-
서핑을 하듯 파도와 함께 들이친 오랄레이가 삼지창을 찔렀다.
높은 파도와 함께 위로 향한 오랄레이는 수혁의 머리 위에 도달해 있었다.
채채챙.
검을 만들어 낸 수혁이 삼지창을 연달아 쳐 냈으나 파도에서 튀어나온 물주먹이 그의 상체를 강타했다.
퍽.
뒤로 물러나며 살짝 휘청거린 수혁이 삼지창 대신 파도를 향해 검기를 날렸다.
파도를 가른 검기가 뒤로 지나쳤으나 다른 바닷물이 메꾸며 파도는 여전히 형상을 유지했다.
“하하하하! 소용없다!”
그러나 검기는 하나가 아니었다.
수혁은 검을 연달아 휘둘렀고 검기가 다발로 쏟아지자 끊임없던 파도가 조각조각 흩어졌다.
오랄레이 또한 검기를 삼지창으로 막아 내느라 파도를 계속 유지할 틈이 없었다.
“크윽.”
결국 파도가 흩어지며 오랄레이가 싱겁게 밑으로 추락했다.
볼썽사납게 자빠지지는 않았지만 자신을 지탱하던 파도가 사라졌다는 것에 자존심이 꽤 상한 얼굴이었다.
“포세이도온-!”
보랏빛 기운이 끓어오르며 바닷물에 물감처럼 번졌다.
그의 외침과 함께 이번엔 물로 이루어진 말 한 마리가 위로 솟구쳤다.
수마(水馬)에 탄 오랄레이가 삼지창을 겨누고 수혁을 향해 돌진했다.
물 위를 평지처럼 뛰는 말이 순식간에 간격을 좁혔다.
“포세이돈의 제물이 되어라!”
오랄레이의 희망 사항이 무색하게 삼지창은 허공을 갈랐다.
옆으로 피한 수혁 대신 등에 달린 망토가 삼지창 끝을 감싸더니 휙 하고 잡아끌었다.
“억?!”
삼지창을 굳세게 잡고 있던 탓에 오랄레이가 말 등에서 볼썽사납게 추락했다.
밑으로 떨어진 그의 위로 올라탄 수혁이 곧장 검을 찔렀다.
“제길!”
삼지창을 계속 잡고 있는다면 검에 곧바로 찔릴 상황이었기에 그는 하는 수 없이 삼지창을 놓고 손을 모았다.
오랄레이 주변의 바닷물이 그를 감싸며 두꺼운 물방울 방패를 만들어 냈다.
푹. 치이이익-
물방울을 찌른 검에서 물이 증발하며 새하얀 연기가 위로 솟구쳤다.
검에 담긴 기운이 방패를 갉아먹는 동안 수혁이 이번엔 무게를 늘리기 위해 양손으로 검을 짓눌렀다.
온 힘을 가하자 물방울 방패의 끝을 뚫은 검신이 조금씩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아… 안 돼!”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검을 본 오랄레이가 손을 마구 휘젓자 물에서 튀어나온 주먹이 수혁의 옆구리를 계속해서 강타했다.
퍽. 퍽. 퍽. 퍽.
몸이 충격에 흔들리는 와중에도 수혁의 모든 집중력은 검에 향해 있었다.
검이 다가갈수록 오랄레이의 동공이 빠르게 떨리기 시작했다.
“끄…으윽. 사… 살려줘-!”
푸욱-
마침내 물방울 방패를 꿰뚫은 검이 그의 양손을 지나 가슴에 파고들었다.
“커흐윽-”
아직도 자신이 진 것이 이해가 안 가는 얼굴의 오랄레이가 억울한지 두 눈조차 감지 못했다.
가슴팍에 박혀있는 검이 스르륵 연기처럼 사라졌다.
그의 시신 옆에 놓인 삼지창에 담긴 기운을 망토가 게걸스럽게 먹어 치웠다.
“드디어 끝이군.”
이 여정의 막을 내릴 마지막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라우르족의 전사 연기의 클라이막스.
대전사들과 마주칠 시간이다.
게이트를 빠져나오자 99층을 관리하던 조인족이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
“대전사가 될 자격을 얻으셨군요. 축하드립니다.”
“자격?”
“네. 마지막으로 기존의 대전사들과 싸워 그들의 인정을 받아야합니다.”
인정이 아니라 밥상을 엎을 예정인데.
굳이 이 말을 할 필요는 없었다.
“통로를 열어.”
“네.”
100층으로 가는 길은 더 이상 계단이 아니었다.
조인족이 날개를 휘젓자 앞에 백색의 게이트가 생겨 났다.
‘제법 긴장 좀 되겠지?’
보통 100층을 앞둔 전사들은 감격에 떨며 선뜻 들어가지를 못했다.
그들의 떨리는 감정과 두렵고도 패기 넘치는 모습이 제법 좋은 구경거리였다.
그러나 조인족의 예상과 달리 수혁은 망설임 없이 게이트를 들어갔다.
“정말 성격 하나는 화통하군.”
못 말린다는 듯 조인족이 고개를 젓는 동안 수혁을 맞이한 것은 근엄한 얼굴의 대전사들이었다.
100층 중간에는 전투장 대신 넓은 공간의 광장이 존재했다.
광장의 끄트머리 단상에 마련된 구름의자에 앉아 있는 대전사들과 수혁의 눈이 마주쳤다.
그들 중 먼저 얼굴을 맞이했던 카마카가 수혁을 향해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그의 인사를 무시한 수혁은 대전사들을 살펴보았다.
이들의 실질적인 리더가 누구인지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카마카를 지나 독수리 조인족, 그 옆에 다크엘프와 팔이 4개인 처음 보는 종족까지.
두 번째에 앉아 있던 아이나우가 제일 먼저 입을 열었다.
저놈이구나.
“잘왔다. 카리온. 실로 오랜 만에 온 대전사 후보로구나. 하지만 대전사는 100층에 오른다고 얻을 수 있는 자리는 아니다.”
점잖은 태도의 아이나우가 자신의 날개로 부리를 쓰다듬었다.
“그것 됐고, 이곳에 도달하면 신의 상징물이 있다던데. 그건 어디에 있지?”
“하하하하. 고놈 참 인내심이 짧구나. 성급하고 무례한 것이 라우르족의 특징이긴 하지. 아니면… 원래 성격이 그런 건가?”
“?”
말을 하던 아이나우의 어투 마지막쯤에 묘한 의도가 느껴졌다.
수혁이 수상한 낌새를 느끼기도 전 아이나우가 말을 이어갔다.
“너의 말이 맞다. 이곳에 올라왔으니 합당한 보상을 받아야겠지. 네가 원하는 것을 말해 보아라. 우리의 신께서 감당할 수 있는 부분이라면 능히 들어주실 것이다.”
아이나우가 소매에서 주먹만 한 보랏빛 자수정 하나를 꺼내들었다.
자수정을 본 수혁의 눈이 반짝였다.
저건가?
수혁의 얼굴에 흥미가 돋은 걸 발견한 아이나우와 대전사들이 조소를 금치 못했다.
“이 순간은 그 누구든지 표정이 똑같군. 신께 바람을 갈망하는 저 얼굴. 대전사라면 피할 수 없는 숙명과도 같지. 제법 떨릴 거다. 너의 욕망을 표출해 보아라.”
카마카의 말에 다른 대전사들이 웃는 사이 수혁은 그동안 생각해 왔던 것을 얘기했다.
“나의 파티원이었던 엘프와 묘족의 고향을 되살려 줘.”
“고향?”
“그래. 엘프들의 고향인 세계수는 병들고, 묘족의 땅은 물이 메마르고 땅이 갈라진다는군. 그들의 고향을 원상 복귀시켜 줘.”
“호오… 참으로 특이한 요청이구나. 너의 강함이 아닌 남을 위한다라… 라우르족 출신 전사가 맞나?”
아이나우의 묘한 표정만큼이나 카마카의 표정 역시 이해할 수가 없다는 것이 그대로 드러났다.
“아니, 이 녀석아. 지금 이게 얼마나 귀중한 기회인데 고작 그런 일을 신께 요청한단 말이야? 네놈 정말 괴팍한 놈이구나?”
“그래서 된다는 거야, 안 된다는 거야? 다들 원래 그렇게 말이 많나?”
슬슬 말이 길어지자 수혁이 짜증을 냈다.
그의 무례한 태도에 아이나우와 카마카가 어이가 없다는 듯 서로 눈이 마주쳤다.
아라고사는 수혁의 얘기를 듣고 무슨 생각에 빠졌는지 조용해졌고, 드로르는 이 상황이 재미있는지 계속해서 배꼽을 잡고는 킬킬대는 중이었다.
그의 네 개의 손이 구름의자의 팔걸이를 연달아 두드렸다.
아이나우가 새파랗게 어린 녀석에게 당하는 걸 보니 제법 즐거운 모양이었다.
“소중한 기회인데 후회하지 않겠느냐?”
“빨리 좀 해라.”
“…건방진. 네놈은… 나중에 보자.”
아이나우의 가슴팍 깃털이 부풀었지만 간신히 인내심을 발휘했는지 다시 가라앉았다.
자수정에 이마를 댄 채 아이나우가 눈을 감고는 무언가 중얼거리자 자수정에서 빛이 조금씩 생겨나며 깜빡거렸다.
자수정이 깜빡거릴 때마다 아이나우가 고개를 몇 차례나 끄덕거리자 이내 자수정의 빛이 허무하게 꺼져 버렸다.
자수정과 중얼거리던 아이나우가 고개를 들자 비웃음이 가득했다.
“어리석은 녀석. 허무하게 기회를 날렸구나. 참으로 안타까운 소식이지만 그들의 세상은 다시 원래대로 돌릴 수 없다.”
“왜지?”
“이미 침식이 일어난 공간은 망가져 버린 거다. 다시 되돌릴 수 없어.”
“침식?”
“신의 의지가 깃들어 필멸자들을 시험에 들게 할지니… 그들은 재앙을 맞닥트린 것이 아니라 축복이라 생각하고 이곳까지 도달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얘기하시는군. 아직 오르지 못한 자가 있다면 다들 분발해서 이곳까지 오라고 전하거라.”
놀리는 건가?
아이나우의 어조에는 그런 기색이 역력했다.
그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인 다른 대전사들과 달리 다크엘프인 아라고사는 눈을 가늘게 뜨고는 아이나우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빛에 담긴 것은 명확한 적의였으나 잠깐 떠올랐던 기색을 금방 감추고는 무표정으로 돌아왔다.
아이나우는 수혁을 놀리느라 그녀에게 신경을 쏟지 못했다.
“씁. 결국 이런 식이었나. 흠… 의견을 물어보고 내가 거둘 수밖에 없겠나.”
“그게 무슨 말이지?”
수혁의 혼잣말에 조용히 있던 아라고사가 반응했다.
아이나우를 노려보던 때와 달리 수혁을 향한 눈동자에는 알 수 없는 감정이 담겨있었다.
“뭐긴 뭐야. 갈 길 잃은 그들 세상이 망해 가니 내가 도와준다는 얘기지.”
“그걸 왜 네가 도와주는 거지?”
이 다크엘프는 왜 뜬금없이 꼬치꼬치 캐묻는 거지?
의문이 들었지만 수혁은 대답은 다 해 줄 생각이었다.
이제 이들을 죄다 죽이고 저 아이나우가 가진 자수정을 탈취해 돌아갈 생각이었으니까.
“그야 내 파티원들이었으니 당연히 신경 써 주는 거지. 그리고 그들이 이곳에 무엇을 위해 그리 절박한 심정으로 싸워 오르는지 잘 알았으니까. 대답을 이해했나?”
“…그렇지. 의지가 중요한 법이지. 좋은 리더로군. 우리도 진작 알았더라면….”
왜인지 모르겠지만 아라고사는 아쉬움과 만족감이 복합적으로 얽힌 표정이었다.
“이제 대화는 그만! 대전사의 시험을 치룰 시간이다. 너는 우리들 중 누구와 싸울지 골라 보아라.”
대화를 끊은 아이나우가 선택지를 제공해 주었다.
굳이 4명과 싸울 필요 없이 1대1로 싸울 기회를 준다니 오히려 수혁으로서는 땡큐였다.
미리 숫자를 한 명 줄여 놓을 수 있으니까.
카마카가 슬며시 손을 들어 드로르를 가리켰다.
저번에도 저 녀석과 싸우라고 하더니 어떻게든 그에게 도움을 주려는 모습이 보였다.
겉껍데기에 보이는 호의를 무시할 필요는 없다.
“너로 하지.”
수혁의 지목에 앉아있던 드로르의 웃음이 멈추었다.
톱니처럼 자잘한 이빨에서 으드득하는 소리가 들렸다.
“나, 생김새, 약해?”
“아니. 약하진 않지.”
“그런데, 왜?”
“만만하게 생겼어.”
마지막 말이 도화선에 불을 붙인 것 마냥 드로르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너, 죽어.”
수혁의 독설을 들은 카마카가 만족스러운 얼굴을 보였다.
“그래. 라우르족이라면 그 정도 패기를 보여야지.”
드로르의 몸에서 희뿌연 기운이 일렁거렸다.
네 개의 팔근육의 힘줄이 꿈틀거리며 근육이 더욱 선명해졌다.
수혁 역시 손을 뻗자 그림자에서 검붉은 기운이 샘솟더니 하나의 검을 만들어 냈다.
전투장도 없이 이곳에서 바로 맞붙는 거라면 찬성이지.
그러나 검을 휘두르려던 수혁은 잠시 후 벌어진 광경에 눈만 크게 뜰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