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incarnated cop who beats you with wealth RAW novel - Chapter 20
이층의 사무실.
벽면이 유리로 되어있어 스테이지가 훤히 보였다.
죽어버린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댄서들의 흔들림이 더욱 격렬하다.
나와 몽두는 자연스럽게 술잔을 들었다.
“아까 저희 직원들 도와주셔서 감사해요.”
심 마담의 말에 나는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아니, 그냥 너무 시끄러워서.”
“그분들 자주 오기는 하는데, 너무 진상이라 애들이 싫어하거든요.”
“여기는 블록 같은 게 없나 봐?”
심 마담은 과일을 집어먹으며 손을 내저었다. 무슨 큰일 날 소리냐는 듯.
“오는 사람 한정되어있는데 그게 쉽나요.”
하긴. 알음알음 아는 사람만 오는 곳이니.
게다가 가게 특성상 수요자는 돈 많고 젊은 사람인데, 그건 그거대로 또 귀하다.
“그나저나 처음 뵙는데, 직원들에게 얘기 많이 들었어요. 매출을 많이 올려주셨다고.”
한번 올 때마다 천 단위로 쓰고 갔다.
김 실장의 잔소리 폭격을 받아 가며.
적어도 가게의 이번 달 수익에서 내 지분이 꽤 클 것이다.
“술이 맛있으면 그에 응당한 값을 치러야지.”
“혹시 명함을 받을 수 있을까요?”
갑작스러운 제안에 당황했지만 나는 너스레를 떨었다.
“술 먹으러 오는데 누가 명함을 들고 다니나.”
“하하. 그러네요. 사무실에서 얘기하다 보니 제가 착각했어요.”
그녀는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뭐, 사업하시는 분들이세요?”
“이것저것 다 만들어 팔지. 전자기기가 주력이고.”
“아하. 사장님은?”
심 마담의 시선이 몽두를 향했다.
하지만 그도 나처럼 능청 떨며 짤막하게 대꾸했다.
“녹봉 받는 집안이라.”
-크크. 몽두 아버님이 동사무소에서 일하시거든.
틀린 말은 아니군.
의미가 상당히 왜곡되었지만.
심 마담이 싱긋 웃었다.
장소가 장소다 보니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싶은 손님들이 더러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대개 그런 손님들은 정재계에서 한자리 차지하는 사람일 테고.
나는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것 같았다.
속으로 우리 재력을 가늠하고 있겠지.
흐음. 우리가 어떤 놈인지는 재주껏 생각해라.
그녀는 머릿속으로 계산이 끝났는지 내게 술을 권했다.
“앞으로 자주 오세요. 저희가 잘 해드릴게요.”
“글쎄. 손님 수준을 보니 영. 공연이나 애들도 매주 비슷한 것 같고.”
나는 부러 부정적으로 중얼거렸다.
오늘 있었던 일이 크게 실망이라는 듯.
-막내야. 그렇게 나가도 되냐? 심 마담이랑 친해져야지.
몽두도 불안하게 나를 돌아봤다.
하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이게 더 자연스럽다.
따지고 보면 우리는 VIP인데 가게 실수 때문에 흥을 깬 것이나 마찬가지니까.
게다가 이놈들은 돈 있는 사람을 쉽게 놔주지 않는다.
진상이라도 돈만 있으면 장땡이라는 태도를 방금 보여주지 않았던가.
만약 내가 아닌 다른 손님이 개입했으면 문중이 아니라 그가 쫓겨났을 것이다.
내가 담배를 꺼내들자 뒤에 서 있던 직원이 불을 붙여주었다.
“아무래도 무대는 변화 주기 힘들어서요. 두 달에 한 번씩 바뀐답니다.”
“그러면 나도 두 달에 한 번씩 오지 뭐.”
심 마담은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는 가 싶더니 자세를 고쳐 앉았다.
“혹시 색다른 재미를 원하세요?”
“재미라. 어지간한 건 다 해봐서.”
“사탕은 좋아하시고요?”
-헉!
나와 몽두는 물론 깜장까지 숨을 들이마셨다.
사탕.
마약 중 알약 형식으로 된 엑스터시를 뜻하는 은어.
필로폰이나 코카인보다 중독성은 약하지만 환각 작용은 서너 배나 강한 마약이다.
-야. 이거 물건이다. 물건이야.
깜장의 흥분된 목소리가 귓가를 울렸다.
“물론. 그런데 난 사탕보다 설탕이 더 좋더라고.”
입자가 굵은 필로폰은 소금.
비교적 고운 코카인은 설탕으로 통했다.
심 마담은 눈썹을 까딱거리며 의외라는 듯 긍정했다.
“나쁘진 않죠. 근데 전 깔끔한 게 좋아서.”
“엑소더스와 엑스터시라. 진작 알아볼 걸 그랬네.”
“어머. 그러면 곤란한데요.”
“그런데 사탕은 갑자기 왜? 하나 주려고?”
“하하. 원하신다면. 사실 저희 클럽에서 다달이 파티가 열리거든요.”
파티라.
마약 파티를 말하는 거겠지.
“색다른 재미를 찾으시면 초대하고 싶어요. 다만 연회비가 조금 비싸답니다.”
“흐음.”
나는 머뭇거렸다.
그런 자리가 있다면 무조건 참석해서 다 쓸어버려야 했지만, 문제는 내 신분.
어중이떠중이 놈들이라면 걱정 없으나 대기업 라인은 나를 알아볼 수도 있다.
선상 파티에서 떡하니 얼굴도장을 찍었으니까.
심 마담은 눈치가 빠른 여자였다.
내가 고민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서둘러 뒷말을 붙였다.
“물론 신상 노출은 최소한으로 유지하려 해요. 좁은 바닥이다 보니 아는 사람끼리 마주칠 수도 있고.”
“그건 좀 곤란하거든.”
“그래서 원하시는 분들께는 가면을 나눠드리고 있습니다. 쓰셔도 되고, 안 쓰셔도 돼요. 분위기가 좋아서 아무도 그런 걸 신경 안 쓰거든요.”
분위기가 좋은 게 아니라 난잡해서 신경 쓸 겨를이 없는 거겠지.
아무튼 그런 조건이라면 괜찮다.
여차하면 몽두만 보내지 뭐.
“연회비는 얼마지?”
“큰 아이로 여섯 장입니다.”
-이런 순 양아치 새끼들이!
깜장이 기함했다.
몽두와 내가 동시에 얼굴을 찡그렸다.
고막이 찢어질 것 같다.
그녀는 우리가 불만이 있다 생각했는지 한껏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가격이 좀 비싸지만, 보안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저희가 이런 일에는 전문가거든요. 품질은 최상급이고요.”
이렇게까지 영업하는 데 발을 뺄 수는 없지.
나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심 마담의 얼굴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퍼졌다.
“근데 지금 지불은 곤란하고, 대신 차를 맡겨놓지. 파티 당일 현금으로 지불하고.”
내가 타고 온 차는 마세라티 그란투리스모.
2억 원을 호가하는 고급 스포츠카였다.
“좋습니다. 창아.”
뒤에 서 있던 직원이 내게 다가왔다.
나는 그에게 스포츠카 키를 넘겨주었다.
심 마담은 창이에게 눈짓했다.
“명함을 드릴게요. 얘는 창이라고, 저를 대신해서 일 처리하는 실장이에요. 이 친구가 곧 저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파티 안내는 물론 당일 케어까지 모두 창이가 책임질 겁니다.”
“확실하게 모시겠습니다.”
창이가 나와 몽두에게 명함을 건넸다.
그런데 어딘가 익숙한 디자인과 이름이다.
나는 인상을 찌푸리다가 문득 떠오르는 기억에 탄성을 내지를 뻔했다.
이건···
“파티는 언제 열리지?”
몽두의 질문.
심 마담이 벽에 걸린 달력을 보며 중얼거렸다.
“보통 중순에 열리는데 정확한 날짜는 며칠 전에 고지해드립니다.”
중순이라.
약 이주 정도 남은 시간.
나와 몽두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차를 맡기셨으니 저희가 데려다 드리죠.”
“아니. 됐어. 사람을 부르면 돼. 집안 어르신이 낯선 차를 경계해서.”
“어머. 그러면 조심히 들어가세요. 또 뵙죠.”
나와 몽두는 적당히 둘러대며 술자리를 마무리했다.
가게를 나가려는데 한 남자가 문 앞에 서있었다.
아까 문중에게 맞은 웨이터였다.
그는 우리에게 오더니 고개를 꾸벅 숙였다.
볼이 발갛게 터진 채였다.
“아까는 감사했습니다.”
“···가서 치료나 잘 해요.”
나는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가게를 나섰다.
그리고 택시를 타는 척하며 뒷골목으로 빠졌다.
어둠 속에 주차되어 있는 봉고차 한 대.
“꼬리는?”
“없어요. 애들 홀 뒷수습하기 바빠 보이던데.”
혹시 미행이 있을까 봐 부러 가까운 거리를 돌아왔다.
우리는 이어폰을 빼며 차 안으로 들어갔다.
윽. 긴장이 풀리니 속이 울렁거리기 시작한다.
“큰형한테는 문자로 대략적인 보고 올렸다.”
“흐음. 그나저나 심 마담은 만났는데 별 소득이 없네요. 이거 잘못하면 밥상 차려서 마약반 주게 생겼으니.”
몽두가 걱정스럽게 중얼거렸다.
나는 메스꺼운 속을 부여잡고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오늘 엄청 큰 수확이 있었어요.”
“마약 파티? 확실히 파급력이 큰데···네 출혈에 비하면 그것도 잘 모르겠다.”
깜장의 말투에 미안함이 묻어났다.
삼 주간 쓴 돈이며 담보로 넘긴 스포츠카까지.
아무리 재벌이라지만 희생이 너무 크긴 했다.
나는 그의 걱정을 덜어주기 위해 부러 웃었다.
“걱정 마세요. 술값은 제가 내고 싶어서 낸 거고, 차는 돌려받을 거니까요. 파티 당일 모조리 잡을 겁니다.”
“잡다니? 심 마담을?”
“심 마담도 중요하지만, 진짜 주인공들은 따로 있습니다.”
“누군데?”
“포크파 잔당과 송대악. 그리고 구마파 놈들.”
“뭐?”
몽두와 깜장이 어서 설명해보라는 듯 재촉했다.
나는 주머니에서 창이 준 명함을 꺼냈다.
“이걸 받는 순간 다 알겠더라고요.”
검은색 바탕에 금박으로 새겨진 이름.
이름이나 정보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디자인만큼은 확실하다.
마은태가 돈 가방에 꼽아두었던 명함과 같은 것이다.
“마은태? 그러면 뭐야. 창이인가 뭔가 하는 놈이 스파이인 건가?”
“아니요. 제 생각에는 심 마담인 것 같아요. 송대악과 직접적으로 관련 있는 건 심 마담이니.”
“창이는 그저 심 마담의 사람일 뿐이고?”
“네. 아마 그녀를 도와주는 일만 했겠죠. 예상은 그렇습니다.”
“심 마담은 왜 구마파랑 붙어먹은 거지?”
음. 여러 가지 가설이 있겠지.
“마약 공수하면서 모종의 거래가 있었을 수도 있고, 아니면 마은태랑 내연관계일 수도.”
“일단 심 마담한테 눈을 붙여놔야겠군.”
깜장이 감 잡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내연관계면 제일 좋습니다.”
“그건 왜?”
“송대악을 자극할 수 있으니까요.”
“아!”
몽두가 뭔가를 깨달았는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내 등을 막 두드리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야! 막내! 너 진짜 최고구나?”
“아야야, 잠시, 잠시만요.”
깜장만 이해 못 했는지 머리를 긁적였다.
그러자 몽두가 상기된 얼굴로 그에게 설명했다.
“지금 얘가 하는 말은, 마은태와 심 마담이 붙어먹었다는 걸 안 송대악이 애들을 끌고 구마파를 치도록 하자 이 말이에요.”
“그게 마약 파티 당일이면 최고겠죠. 바로 현장 체포니까. 폭력, 마약, 성매매. 트리플크라운이 될 수도 있어요.”
“게다가 거기 온 놈들이 동네 백수도 아닐 테고, 이거 잘하면 우리 모두 특진하겠는데?”
“트, 특진?”
깜장이 침을 꿀꺽 삼켰다.
파티에 참석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유명 정재계의 자제들일 것이다.
게다가 굵직한 조직폭력 두 팀을 한 번에 소탕?
대한민국이 뒤집힐 수도 있다.
“굳이 내연관계가 아니더라도 소문을 조금 틀면 돼요. 심 마담이 관리하는 비자금을 구마파가 먹었다고.”
“대, 대박.”
몽두가 숨을 고르며 냉정을 찾았다.
“그런데 송대악이 과연 움직일까? 수배 중인 와중에. 그것도 마약 파티에 딱 맞춰서.”
“움직이게 만들어야죠. 그리 어렵지 않을 겁니다.”
조직의 근간이 흔들리는 와중, 위기가 곧 기회임을 안다면 움직일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포크파가 건재하다는 것을 알려야 감옥 생활이며 조직이 순탄할 테니까. 후일을 위해서라도 무조건 해야 할 테다.
게다가 그와 조직의 성격상 변절자를 그냥 둘리도 없고.
아. 그래서 구마파도 송대악을 찾아댔던 거구나.
놈이 알아채고 일을 벌이기 전에 찾아서 죽이거나, 경찰에 넘겨 마무리하려 했던 것이다.
모든 것이 아귀를 찾아간다.
“설계 제대로 해보겠습니다. 우리 형님들 승진을 위하여.”
깜장은 핸들을 잡고 몸을 부르르 떨어댔다.
장밋빛 미래가 눈앞에 펼쳐진 듯 흥분한 기색이 역력하다.
빵빵-!
그가 경적을 울려대며 세차게 엑셀을 밟았다.
“승진 가즈아!”
부아아앙-
봉고차가 힘차게 경찰서로 향했다.
끝
ⓒ 배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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