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ility from Parallel Dimensions RAW novel - Chapter 139
139. 성물
서정우의 감지 스킬에 바로 옆 건물 옥상의 살기가 잡혔다.
그는 즉시 그쪽으로 사격했다. 옥상에서 살짝 고개를 내밀고 총을 겨누던 놈이 아래로 떨어졌다.
“으아악!”
서정우가 말했다.
“다 잡은 건 아니네. 건물 하나에 유인해서 다 태워버렸는데 나머지 두 건물에 아직도 남은 놈이 있나 봐?”
전창수가 모퉁이 너머에서 외쳤다.
“많아! 엄청 많다!”
“너희는 적이 많으니까 대가리만 자르면 잔챙이들은 알아서 죽겠지. 창수야. 슬슬 끝내자.”
“너 이 새끼. 여기 이렇게 혼자 쳐들어온 건 텔레포트 스킬이 있어서냐?”
“눈치챘냐?”
“씨발. 정보 브로커 개새끼. 더블이라더니 트리플이잖아!”
“브로커한테 넘겨받은 정보에는 감지와 사격밖에 없지?”
“브로커도 네가 제꼈냐?”
“선화와 나를 노린 건 백상어인데, 그걸 시킨 브레인은 브로커더라? 넌 하수인이고. 그래서 머리 쓰는 놈부터 먼저 처리했다.”
“그래. 맞아. 난 하수인이야. 돈만 주면 시키는 대로 하는 그런 놈이라고. 너한테 유감은 없어. 그러니까 우리 이러지 말고….”
“그런데 선화를 납치하려 한 건 너희가 맞잖아.”
“씨발. 이선화 더럽게 아끼네.”
“표 많이 나냐?”
“너 이 새끼. 여기서 빠져나갈 수 있을 것 같아? 못 나가! 우리 애들이 다 털린 건 아니야!”
“내 손에 죽을 놈이 걱정할 일은 아니야.”
전창수는 서정우가 처음 듣는 이야기를 꺼냈다.
“내가 이 주변의 텔레포트를 막아놨다. 날 죽이면 너도 죽는다!”
서정우는 그 말을 믿지 않았다.
“지랄하네. 텔레포트의 원리는 어떤 과학자도 밝혀내지 못했어. 원리를 모르면 대책도 못 세워.”
“현대 기술로 막는 건 당연히 불가능하지. 그런데 과학자들이 원리를 밝혀내지 못한 게 어디 텔레포트 하나냐? 성물이라고 알아?”
서정우는 멈칫했다. 그도 성물을 찾고 있다.
“성물로 텔레포트를 막을 수 있다고?”
전창수는 서정우에게 협상을 걸기 위해 설명했다.
“성물에 대해 알려진 건 거의 없지. 가진 놈들이 죄다 비밀로 하고 있으니까. 그런데 그게 내 손에 들어왔다.”
“누굴 죽이고 빼앗았겠지.”
“이 바닥 비지니스가 원래 그렇다. 죽이지 못하면 죽는다. 어쨌든 내가 가진 성물은 텔레포트를 막는 힘이 있단 말이다!”
전창수가 협박했다.
“그러니까 날 쏘면 너도 죽는다. 못 빠져나간다고!”
서정우는 그 문제보다 성물 자체에 더 관심이 있었다.
“네가 손에 넣은 거 보면 일반 등급이겠다?”
“씨발. 성물인데 등급이 뭐가 중요해? 어차피 희귀 등급 성물은 있다는 말만 들었지 본 적도 없는데.”
서정우가 각성자 특수부대에 있을 때 본 정부 보유 성물이 희귀 등급이다.
전창수가 사납게 말했다.
“중요한 건, 내가 가진 성물 때문에 네 텔레포트 스킬은 못 쓴다는 거다!”
“교란 방법은?”
“내가 그걸 왜 알려줘야 하지?”
“내가 안 믿으면 넌 죽으니까.”
“성물에 피를 한 방울 떨어뜨리면 그 일대의 텔레포트가 통째로 교란된다. 텔레포트 스킬을 쓰는 놈이 브로커를 제낀 것 같아서 피는 이미 묻혀놨다.”
서정우의 감지 스킬로는 성물의 힘을 구분할 수는 없다. 이선화의 목에 걸어준 전설 등급 성물 목걸이의 힘도 감지되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 전창수가 하는 말이 사실인지 확인할 수가 없다.
“흐음.”
전창수가 제안했다.
“우리도 네 쪽에 한 일이 있으니까, 지금까지 입은 피해는 감수하겠다. 그냥 보내줄 테니까 여기까지 하자.”
“내가 텔레포트로 빠져나갈 수 있게 그 성물의 피를 닦겠다고?”
“그럴 리가 있냐? 걸어서 빠져나가라. 막지는 않을 테니까. 나도 실수한 게 있고 너도 보복할 만큼 했으니까 여기까지 하자고.”
서정우는 전창수가 진짜 성물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 그렇다고 그 말을 아예 안 믿는 건 아니다.
‘선화의 목걸이에는 몸에 해로운 것을 이선화에게 보내는 힘이 있어. 그건 차원 너머까지 간섭했다는 뜻이니까, 일반 등급 성물도 공간 정도는 간섭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
물론 전창수의 약속은 손톱만큼도 믿지 않았다.
‘여기서 멈추면 이놈은 부하들을 긁어모아서 당장 오늘 밤에 날 공격할 게 뻔해. 나뿐만이 아니라 선화와 소라까지 노릴 거야.’
서정우가 말했다.
“여기까지 왔으면 끝을 봐야 하는 거 알잖아?”
서정우가 화염 수류탄을 앞으로 던졌다. 전창수가 숨어 있는 쪽이 아니라 그냥 앞쪽으로 던졌다.
화염 수류탄이 모퉁이를 넘어가자마자 총알이 날아와 박혔다. 수류탄은 그 위치에서 폭발했다. 화염이 크게 일어났다.
그건 전창수를 잡으려고 던진 수류탄이 아니다. 연막탄 대신이다.
서정우는 화염이 크게 일어났다가 가라앉는 순간 앞으로 달렸다. 불길과 연기가 그의 몸을 잠깐 가려주었다.
전창수는 서정우가 모퉁이를 넘어오면 쏘려고 기다렸다. 그런데 폭발과 화염, 연기가 사격을 방해했다. 방해받은 시간은 찰나에 가까울 정도로 짧았지만, 사격 각성자끼리의 전투에서 그 정도면 지형의 이점을 잃고도 남는다.
화염이 아직 다 사라지지도 않은 상태에서 서정우와 전창수는 동시에 상대를 향해 총을 쏘았다. 그러면서 상대가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의 살기를 감지해 옆으로 뛰었다.
서정우의 총구 방향은 화염과 연기 때문에 전창수의 눈에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반면에 서정우는 3차원 공간 분석 스킬을 사용해 전창수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했다.
전창수의 방탄복에 철갑탄이 퍽퍽 박혔다.
희귀 몬스터를 가공한 가죽에 내부 방탄판까지 있는 방탄복을 권총탄으로 뚫는 건 무리였다. 대신에 충격은 충분히 전달됐다. 연달아 박히는 명중탄 때문에 전창수가 중심을 잃었다. 전창수가 쏜 총알도 다른 방향으로 빗나갔다.
화염과 연기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상대가 정확히 보였다.
서정우가 총구를 위로 살짝 들었다. 범위가 넓은 가슴이 아니라 머리를 노리고 방아쇠를 당겼다.
총알이 발사되는 순간 전창수가 고개를 비틀었다. 총알이 전창수의 뺨을 관통했다.
전창수가 쏜 총알은 서정우의 왼팔을 스쳤다.
서정우는 총상을 무시하고 계속 방아쇠를 당겼다. 그가 쏜 총알이 전창수의 오른팔을 관통했다.
“크악!”
전창수는 권총을 놓쳤다. 다음 총알이 그의 다리를 관통했다.
전창수가 한쪽 무릎을 털썩 꿇었다.
서정우가 달려들어 전창수를 걷어찼다. 전창수가 뒤로 날아갔다.
서정우가 변장을 위해 쓴 가발에 붙은 불씨가 확 커지며 불이 붙었다. 그의 머리 위로 불길이 솟아올랐다. 진짜 지옥에서 온 사람처럼 보였다.
전창수는 겁에 질렸다.
‘코드네임 지옥부처. 건드리지 말걸.’
서정우는 가발을 벗어 던졌다. 그런 후에 최근에 넉넉히 확보한 레드 포션을 꺼내 상처를 입은 왼팔에 부었다. 총상은 물론이고 폭발 화염을 뚫을 때 입은 약간의 화상도 레드 포션의 힘으로 치료되기 시작했다.
서정우가 권총을 전창수의 이마에 겨누었다.
“이제 가라. 지옥에 가면 너하고 똑같이 생긴 놈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같이 불구덩이에서 굴러라.”
전창수가 왼손을 흔들었다.
“자, 잠깐! 날 죽이면 이선화도 죽는다!”
서정우가 방아쇠를 당기려다가 멈추었다.
“무슨 개소리야?”
“이선화가 오늘 야외 오디션에 갔지? 그곳에 애들을 보냈다. 그래서 여기 방어가 약해진 거다. 그놈들만 여기 있었어도 너 혼자서 내 요새를 뚫는 건 불가능했단 말이다!”
서정우가 인상을 썼다.
“영화사에는 총 잘 쏘는 사람이 많을 텐데 거길 공격했다고?”
“비상 상황에 이거저거 가릴 때가 아니라서 일단 애들을 보냈다. 네가 누군지 알고 나서 나도 거기 있는 내 부하들에게 이선화를 잡으라고 연락했다.”
“전화할 시간이 없었을 텐데?”
“조금 전에 창가에 있던 부하에게 신호했다. 그러니까 네가 날 죽이면 이선화도 죽는다!”
서정우가 무전기를 의식하고 말했다.
“선화에게 전화해봐.”
잠시 후에 서소라의 다급한 목소리가 골전도 이어폰을 통해 들렸다.
– 전화를 받지 않아요. 수정이하고 현수도요.
그의 표정이 굳었다.
서정우의 표정이 변하는 걸 본 전창수가 여유를 좀 찾으며 말했다.
“성물 이야기도 농담이 아니야. 이곳에서는 텔레포트 스킬을 못 써. 쓰려고 하면 거부감이 들걸? 억지로 쓰면 뒈진다고!”
전창수는 서정우가 스킬을 쓰다가 죽을까 봐 그 말을 한 게 아니다. 텔레포트를 쓰기 전에 전창수를 죽일까 봐 미리 말린 것이다.
일반적인 텔레포트는 스킬 발동, 이동할 곳 지정, 실제 이동의 3단계로 구성된다. 텔레포트가 어려운 상황이라면 이동할 곳의 좌표를 설정하는 단계에서 문제를 인지할 수 있다.
그런데 서정우의 평행차원 텔레포트는 이름만 텔레포트다. 같은 세계의 특정 공간으로 가는 게 아니라 다른 세계로 넘어간다. 공간 좌표 설정 단계가 아예 없다.
‘이쪽 공간에만 개입하는 일반 등급 성물이라면, 저쪽 세계로 넘어가는 나를 붙잡지 못하겠지.’
서정우가 전창수에게 총을 겨누었다.
“그런 건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넌 이제 그만 가라.”
전창수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서정우가 진짜로 그를 죽이려 한다는 걸 깨달았다.
“이 미친 새끼! 너도 죽는다고!”
“네가 걱정할 일이 아니야.”
“사, 살려줘! 살려주면 뭐든 다 할게!”
“네가 가진 성물은 어떤 유물이냐? 어디 있고?”
“그걸 말하면 죽일 거잖아!”
“대답 안 할 줄 알았….”
서정우가 휙 돌아섰다. 새로운 살기가 잡혔다. 창문을 열고 기관총을 내미는 놈이 보였다.
서정우가 그놈을 쏘았다. 적이 뒤로 나자빠졌다.
화염 폭탄을 터트린 남쪽 건물에서도 살기가 몇 개 잡혔다.
‘살아남은 놈들이 정신을 차렸군.’
갑자기 강렬한 살기가 또 감지됐다.
그가 옆으로 뛰었다. 동쪽 건물 옥상에서 로켓탄이 날아와 폭발했다.
서정우가 옥상을 향해 사격했다. 그곳에 있던 놈이 아래로 추락했다.
“으아악!”
전창수는 로켓탄의 폭발 압력에 밀려 뒤로 날아갔다. 그런데 그는 바닥에 떨어지자마자 한쪽 다리를 이용해 도망쳤다.
서정우가 전창수를 쏘았다. 총알이 멀쩡한 다리까지 뚫었다.
“으악!”
전창수가 모퉁이 바로 앞에서 고꾸라졌다.
그런데 서정우도 총알이 떨어졌다. 탄창을 갈아야 한다.
전창수는 바닥을 굴러서 모퉁이 너머로 도망치는 중이다.
모퉁이 넘어까지 쫓아가기는 어렵다. 잘못하면 적의 화망에 걸린다.
서정우가 마지막 화염 수류탄을 전창수에게 던지고 탄창을 갈았다. 수류탄이 전창수의 바로 옆에서 폭발했다. 강력한 화염이 전창수를 집어삼켰다.
전창수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화염 속으로 사라졌다.
이제 가야 한다. 서정우가 평행차원 텔레포트 스킬을 사용했다.
서정우가 차원을 넘어왔다.
그는 담벼락에 등을 기댔다.
“후우. 역시 일반 등급 성물로는 평행차원 이동을 못 막네.”
평행차원 텔레포트는 평소처럼 사용됐다.
몸에서 탄내가 나고 팔에서는 피 냄새가 났다. 레드 포션 덕분에 상처는 나았지만, 꼴은 엉망진창이었다.
옷도 불에 그슬렸다.
이곳은 주택가다. 이런 꼴로 돌아다니다 그를 알아보는 사람이 생기면 문제가 커진다.
“어지간하면 조용히 빠져나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옷 상태가 너무 엉망이라 여기를 빠져나가려면 도움이 필요하다.
“소라 운전면허 꼭 따게 해야겠다.”
서정우가 휴대폰을 꺼냈다.
* * *
이선화는 평범한 차를 몰고 콧노래를 부르면서 나타났다가, 서정우의 상태를 보고 기겁했다.
“저, 정우 씨?”
서정우가 차에 올라탔다.
“갑시다.”
“그, 그래요. 병원부터!”
“다친 거 아니니까 다른 곳으로.”
이선화가 화를 냈다.
“안 다치긴요? 지금 본인 상태가 안 보여요? 앗! 파, 팔은 또 왜 그래요? 총 맞았어요? 병원부터 갈게요!”
서정우가 옷에 총알구멍이 난 부분을 벌려 팔의 피부를 보여주었다. 레드 포션 덕분에 흉터조차 남지 않았다.
“그냥 옷만 찢어진 겁니다. 긁힌 상처 하나 없죠?”
“그, 그렇네요. 그렇지만….”
총은 주택가 구석에 숨겨두었다. 하지만 옷은 그럴 수가 없었다.
이선화가 그의 옷을 힐끗 보며 말했다.
“옷은 어디서 그런 구닥다리 디자인을…. 아, 아니에요. 지금 디자인이 중요한 게 아니지. 진짜 괜찮아요? 옷 그거 다 불에 그슬린 거 같은데.”
“뭘 좀 찾다가 약간의 사고가 있었습니다만, 별거 아니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남들이 안 보는 곳에서 옷을 갈아입었으면 하는데…. 집 근처에는 기자가 또 왔을 수 있으니까 근처 공원 화장실에 내려주면 되겠네요.”
기자를 쫓아내려면 일단 서정우가 멀쩡해야 한다. 불에 그슬리고 화약 냄새까지 나는 상태로 기자와 접촉하면 바로 기사가 나간다.
이선화가 반대했다.
“요즘은 공원에도 CCTV 있어요. 뭔지 몰라도 이 꼴을 찍힐 순 없죠. 제일 안전한 곳으로 가요.”
“거기가 어디입니까?”
“우리 집이요.”
“네?”
“그 건물은 내부에 CCTV가 전혀 없는 거 알잖아요. 우리 집에 가면 절대로 안 들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