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ility from Parallel Dimensions RAW novel - Chapter 295
296. 스카우트
서정우가 말했다.
“일단 자료를 좀 봅시다.”
오정화가 화면에 각 나라에서 전송 받은 몬스터 사체 사진을 연속으로 띄우며 설명했다.
“전투 영상은 일본을 제외하면 제대로 찍힌 게 없어요. 그래서 우리가 받은 사진은 몬스터 사체를 찍은 거예요.”
일본만 움직이는 몬스터의 영상을 갖고 있다. 게이트 방어에 실패해 도시까지 공격당한 건 일본뿐이기 때문이다.
“대신에 몬스터와 싸운 군인들의 증언과 현재까지 각국이 분석한 자료가 첨부됐어요. 그 나라들이 자기 네가 알아낸 분석 자료를 다 보내진 않았겠지만요.”
서정우가 사진들을 보며 말했다.
“일단 세 가지 타입으로 분류할 수 있겠군요. 우리나라에 나온 짐승형, 미국에서 나온 광물형, 일본에서 나온 곤충형. 특징이 좀 섞여 있어서 명확히 구분하기는 어렵지만, 다른 나라 것도 대충 그렇게 나누면 될 겁니다.”
서정우가 사진을 마저 넘겨보며 생각했다.
‘역시 저쪽 세계에서 본 놈은 하나도 없네.’
“이 자료를 복사해주시죠. 혼자 잘 연구해볼 테니까.”
연구 책임자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래도 도와줄 연구원 몇 명 정도는 있는 게….”
그는 지금 받은 자료를 저쪽 세계에 가져가서 몬스터 전문가에게 분석을 대신 의뢰할 생각이다. 그러니 연구원이 붙으면 곤란하다.
“말씀드렸다시피 혼자 하는 게 편합니다. 그래야 아이디어가 잘 떠오르거든요.”
그렇게 거절하는데 더 제안하면 눈치 없다는 소리를 듣는다.
“아. 그럼 뭐 어쩔 수 없지요.”
서정우가 단서를 달았다.
“다시 말하지만, 제가 하는 분석은 틀릴 수도 있습니다. 제 자료만 믿으면 큰일 납니다.”
저쪽 세계와 이쪽 세계의 몬스터는 비슷한 부분이 많지만, 차이점도 꽤 있다.
오정화가 말했다.
“의뢰한 나라로 분석 자료를 보낼 때 그 부분도 확실히 경고할게요.”
“내 이름은 꼭 빼고.”
오정화가 장담했다.
“이번에 우리 게이트에서 싸운 사람은 다 입이 무거운 사람들이에요. 그동안 게이트 관련된 기밀이 얼마나 잘 유지됐는지 보세요. 서 형사가 몬스터 분석 전문가라는 건 밖에서는 아무도 몰라요. 그건 지금 국가기밀로 취급되고 있거든요.”
* * *
서정우는 BH 테크 회장이면서 SH 십자 제약 사장인 이병훈을 조용히 만났다.
미행은 걱정하지 않았다. 스마트폰만 끄고 움직이면, 그의 공간분석 스킬에 걸리지 않고 미행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이병훈이 말했다.
“우리가 미국 정부의 의뢰로 진행 하던 프로젝트가 게이트와 관련된 거였나 봅니다.”
서정우가 설명했다.
“아틀라스 프로젝트란 건데, 로봇 병사를 보내 게이트를 탐사하려던 계획입니다. 두 분의 회사에서 진행 한 건 그 하위 프로젝트입니다.”
“아. 그것까지 알고 계셨습니까?”
“어쩌다 보니.”
이병훈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 일감은 이제 끝나겠군요. 정부 발표를 보니 몬스터와 싸울 때는 근처의 전자장비가 다 고장난다더군요. 그런 환경에서 정밀 기계인 로봇이 버틸 리가요.”
“대신에 다른 일감이 있잖습니까?”
“예?”
“SH 선화제약을 인수한 게 이렇게 도움이 되는군요.”
이병훈의 눈이 번쩍 떠졌다.
“혹시 이번 전투의 부상자 치료를 위해서, 제 하반신 마비를 낫게 한 약을 본격적으로 생산하자는 말씀이십니까?”
“그건 굉장히 귀한 약입니다. 만들고 싶어도 못 만듭니다. 재료가 없거든요.”
“아, 그렇습니까? 아쉽습니다.”
“회사에 우수한 제약 연구 인력이 많지요?”
“물론입니다. 기존 SH 선화제약 연구원도 많고, 아시아 태평양 나노 제약한국 지사의 연구원도 대규모로 스카우트했습니다.”
“그분들에게 몬스터 사체를 연구하게 하시죠.”
“예?”
“혹시 압니까? 치료에 도움이 되는 물질이 나올지.”
이병훈의 표정이 굳었다.
“호, 혹시 이번에 나타난 몬스터들을 전부터 이미 알고 계셨….”
서정우가 손을 들었다.
“전 그 몬스터들을 이번에 처음 보았습니다. 전에는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사실이다. 그는 이쪽 세계에 나타난 몬스터는 이번에 처음 봤다. 물론 저쪽 세계에서 다른 몬스터를 많이 보긴 했다.
이병훈이 가슴을 쓸어내렸다.
“아. 살짝 긴장했습니다. 이번 일의….”
“제가 원흉인가 해서요? 설마요.”
“하하. 제가 요즘 전설이나 신화에 관심이 많다 보니까. 하하하.”
이병훈이 어색한 웃음을 멈추고 말했다.
“SH 선화제약의 모든 연구역량을 몬스터 사체의 의학적 활용 연구에 집중하겠습니다. 그런데 몬스터 사체를 모두 정부에서 관리하고 있어서 손에 넣을 수가 없습니다.”
“정부가 계속 쥐고 있진 않을 겁니다. 연구용 사체를 나눠 받을 방법을 찾아보겠습니다.”
“연구 예산을 미리 준비해야겠군요.”
“정부에서 연구비도 빵빵하게 들어 올 겁니다. 원래 전쟁이 터지면 어떻게든 이기려고 돈을 쏟아붓잖습니까? 이번 일이 돈을 아껴도 되는 전쟁은 아닙니다.”
* * *
서정우는 경찰서로 돌아갔다. 그는 경찰서 근처에서 시선을 골목 쪽으로 돌렸다.
CIA 한국 담당자 제임스 커튼이 골목 입구에서 서정우를 향해 손을 들었다.
제임스는 다른 남자와 같이 서 있었다.
서정우는 그 남자를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뉴스에서 얼굴을 본 적이 있다.
‘미국 대사?’
그들은 골목 안쪽에 있는 작은 카페에 자리를 잡았다. 손님은 아무도 없었다.
제임스가 말했다.
“오늘 하루 이 카페를 빌렸습니다.”
“도청을 피하려는 거군요.”
제임스가 도청방지장치를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사방에 귀가 있으니까요.”
“그래서 오늘은 무슨 일입니까?”
제임스가 진지한 얼굴로 물었다.
“저번에 천억 원을 부르셨지요?”
제임스는 예전에 서정우에게 연봉 십억 원을 제시하며 미국행을 제안 했다. 그때 서정우는 천억 원을 줘도 안 간다고 대답했다.
제임스가 말했다.
“드리겠습니다. 천억 원.”
서정우가 혀를 찼다.
“쯧.”
미국이 갑자기 천억 원을 제안하는 이유는 뻔하다. 서정우의 현장 전투 능력만 보고 천억 원을 줄 리는 없다.
“밖에서는 아무도 모른다더니, 국가기밀이라더니, 어떻게 그 장담이 두 시간을 못 가나.”
미국 대사가 제임스의 옆자리에서 웃으며 말했다.
“게이트 연구 자료를 분석해 몬스터 웨이브를 예측하고 대비한 최고의 분석가, 인명피해 없이 몬스터를 전멸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최고의 전투 능력자, 앞으로 게이트 방어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관한 기반 계획을 만든 전술가. 그게 바로 서정우 씨라더군요.”
“그거 다 그냥 운이 좋아서 맞아떨어진 겁니다. 어차피 제 예상은 다 추측이라서.”
“미국에는 훌륭한 학자가 많습니다. 한국 측에서 제공한 몬스터 분석 자료를 그 학자들에게 의뢰해 검토했습니다. 현재까지 나온 그 어떤 분석도 한국 측 분석을 따라가지 못한다더군요. 그 분석도 서정우 씨의 작품이라고 들었습니다.”
서정우가 외국에도 그가 준 자료를 넘기라고 오정화 행정관에게 요구하기는 했다. 그런데 미국은 이미 그 자료를 적당한 학자에게 맡겨 검토 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어떻게 대응할지까지 결정했다. 한국 정부의 발표 후에 그걸 다 하려면 시간이 좀 빠듯하다.
“그 자료를 정부에서 공개하기 전에, 아주 실시간으로 넘어갔나 봅니다?”
“미국은 친구에게 진 신세를 잊지 않으니까요.”
그 친구는 정부를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서정우가 의자에 등을 기대고 다리를 꼬았다.
“하긴. 미국을 위해서 목숨 걸고 우리 정부와 싸우는 한국 고위 공무 원이나, 일본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한국 국회의원이라면 널려있죠.”
집안 전체가 대대로 매국노인 국회의원 이홍국도 그런 사람이다.
“실시간으로 국가기밀 빼내 주는 친구가 있어서 미국은 참 좋겠습니다.”
갑자기 삐딱해진 서정우의 반응에 미국 대사는 조금 당황했다.
“서정우 씨가 작성한 게이트와 몬스터 관련 자료를 모두 공개하라고 요구한 건, 서정우 씨잖습니까?”
“그거야 정식으로 절차 밟아서 공개하라고 한 거지요. 미리 빼돌리라는 게 아니라. 그리고 내 이름은 꼭 빼라고 했고.”
그 자료를 정부에서 공개하지 않으면 서정우가 직접 퍼트리려고 했다. 출처를 숨기는 건 해커 김수철을 이 용하면 된다. 그러면 김수철이 철가면의 정체를 의심하게 되지만, 그건 몬스터 때문에 지구가 망하는 것보다는 작은 문제다.
서정우가 물었다.
“그래서 나도 그런 친구가 되어 달라?”
“아예 미국인이 되시지요. 계약금 천억 원에 연봉은 따로….”
“연봉 천억 원이라도 안 할 텐데 겨우 계약금이라니.”
“예?”
현금 천억 원이 있으면, 삶의 질 자체는 조 단위의 재산을 가진 재벌과 차이가 없어진다. 강남 한복판에 백 층짜리 빌딩은 못 세우지만, 먹고 마시고 쓰는 건 똑같이 할 수 있다.
미국 정부는 천억 원을 주면 서정우를 미국으로 데려갈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서정우는 고민조차 하지 않고 거절했다.
서정우는 몬스터에 대한 분석을 저쪽 세계의 전문가에게 맡긴다. 저쪽은 몬스터도 흔하고 관련 학자도 많아서, 가상의 몬스터 분석을 의뢰해도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그런 작업은 한국에서 오가면서 해야 좋다. 미국에서는 좀 위험하다. 게다가 저쪽 세계의 미국 전문가들과는 잘 아는 사이도 아니다. 서정우가 말했다.
“안 갑니다. 천억이 아니라 더 줘도 안 가니까, 돈으로 나를 살 수 있다는 생각은 버리시죠.”
미국 대사가 당황한 얼굴로 물었다.
“그럼 어떤 대가를 원하십니까?”
“세계평화?”
“예?”
“거기다 인류생존.”
“그게 무슨….”
“게이트가 열 개로 끝날 거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습니까?”
미국 대사는 바짝 긴장했다.
“게이트가 더 열린다고 예측하는 겁니까?”
“그게 합리적인 의심이죠. 그러니까 지금은 몬스터에 대한 정보 숨기고 자시고 할 때가 아닙니다. 내가 미국으로 가면, 미국은 몬스터 분석 정보를 좀 숨길 것 같은데 말이죠.”
미국이 그 정보를 이용해 뭔가 이익을 볼 생각이 없다면, 한국 정부 와의 갈등을 감수하면서까지 서정우를 스카우트할 리 없다.
대사가 진지하게 물었다.
“서정우 씨는 진짜 세계평화를 원하는 겁니까?”
“거기다 인류생존도 목표라니까요. 그러려면 게이트를 처음부터 잘 관리하고 통제해야 합니다. 그걸 위해 미국도 할 수 있는 일은 다 하시죠.”
“그거야 당연합니다. 우리는 그래서 중국 일본 연합과 협의….”
서정우가 대사의 말을 끊었다.
“그 연합에서 만든 전투용 각성제는 안 됩니다. 그거 사람에게 쓰면 나중에 내전 일어나서 다 망하니까, 분석만 해보고 손도 대지 마시죠.”
“서정우 씨가 그렇게 경고했다는 말은 들었습니다만, 결정은 위에서 하는 거라서….”
“수동 조작 무기에 강력한 탄약, 주로 철갑탄으로. 지금 상황에서는 그게 최선입니다. 주변에 민간인이 없으면 폭격으로 쓸어버리는 방법도 있긴 합니다만, 보병 없이 폭격만 하면 결국 놓치는 놈이 생길 겁니다. 몬스터 중에 땅 파고 들어가서 폭격을 견디는 놈이 없다고 누가 보장하겠습니까?”
“그건….”
미국 대사가 잠시 고민하다물었다.
“서정우 씨는 미국이 어떻게 하기를 바랍니까?”
“몬스터 분석 정보를 국제관계의 협상용으로 쓰려는 생각은 버리고, 그냥 우리 정부에 정식으로 달라고 요청하시죠.”
국가 간의 거래는 원래 받은 게 있으면 주는 것도 있어야 한다.
이번 몬스터 사태 때는 한국 정부가 대가 없이 정보를 제공했지만, 다음에도 그런다는 보장은 없다.
“우리는 한국 정부가 제공한 몬스터 정보가, 맛보기 상품이 아닌지 우려하고 있습니다. 정보지연도 우려하고 있고요.”
“미국은 그러려고 했나 보네.”
“그건….”
“미국의 친구라는 사람이 실시간으로 기밀정보를 빼내 주잖습니까?”
“친구가 매번 정보를 빼낼 수는 없습니다. 그러다 발각되면 임무에서 배제되겠지요.”
“미국을 위해서 우리 정부와 싸우는 고위 공무원이 한 명밖에 없는 건 아닐 텐데?”
“그게 몇 번 반복되면, 우리가 명분을 잃기 때문에….”
“아아. 그러니까 나한테서 다이렉트로 정보를 받고 싶으시다? 그걸 차선책으로 가져왔나 봅니다?”
대사의 얼굴이 밝아졌다.
“그렇습니다. 서정우 씨가 미국에 오기 싫다면 그거라도….”
“제가 공무원이라서.”
“예?”
“그러다 걸리면 잘립니다.”
“예?”
“공무원에게 월급은 소중하거든요. 먼저 일어나겠습니다.”
* * *
서정우는 몬스터와 싸우는 세계로 넘어갔다.
조연 배우 이선화는 저쪽 세계에 등장한 몬스터 이야기를 듣고 걱정 했다.
“그럼 거기도 여기처럼 전쟁터가 되는 거야? 거기 되게 평화롭고, 되게 살기 좋았는데.”
“그 정도로 나쁜 상황은 아니야. 저쪽 세계의 게이트는 이 년 전에 전 세계에 열 개만 열렸는데, 모두 소형이야. 위험도는 하급에서 중급. 그 후에 새로 열린 게이트도 없고.”
“그건 다행이다. 내가 그 세계로 다시 놀러 갔을 때 거기도 온 세상이 다 전쟁터면 진짜 슬플 거야.”
“그렇게 안 되게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