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evil RAW novel - Chapter 157
158화. 당과의 변신
천지가 진동했다.
“안― 됩니다. 관조가 얼마나 귀한데 새인데 죽입니까?”
천리전음술의 임자는 바로 소귀였다.
언덕에서 철로를 향해 손을 흔들며 부르고 있었다.
“저놈이 우리가 하는 일에 방해하다니 저놈부터 죽여라!”
누군가가 그렇게 소리쳤다.
무사들이 ‘와’ 하고 그쪽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소귀는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 도망치기에 바빴다,
“그래도 우리에겐 관조의 내단이 필요하단 말이다.”
청룡검객이 악다구니를 치고 달려들었다.
무사들도 뒤질세라 몰려들었다.
수십 종류의 암기와 검기가 날았고 비검까지 등장했다.
그때였다.
산등성이 쪽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부―웅! 부―웅!
소리가 맑고 힘차게 울려 퍼졌다.
산등성이 너머에서다.
금천공주가 손을 오목하게 만들어 불고 있는 것이었다.
부―웅!
소리가 나자 관조가 울어 대면서 힘차게 날아올랐다.
금천공주는 약왕문의 딸이었다.
원로인 수라신조를 도와서 관조를 키운 적이 있었다.
순하게 길 드리기 위해서 별의별 것을 다 동원할 때였다.
수라신조가 하던 수법을 배웠다가 조금 써먹는 중이다.
과연 그녀의 생각대로다.
관조가 능선 쪽으로 날아왔다.
팔을 저어 수신호를 보낸다.
관조가 그녀 앞으로 날아오자 그녀가 소리쳤다.
“어서 줄 풀어!”
철로가 에구구! 하면서 밧줄을 풀었다.
그때야 관조가 그를 놓았다.
쿵!
그대로 땅에 처박혔다.
“에구구!”
철로가 벌떡 일어섰다.
하지만 급소가 너무 아파서 쪼그리고 앉고 말았다.
금천공주가 서둘러 그를 둘러메고 달리기 시작했다.
도망치기에 앞서 저만큼 멀리다.
천화일추 일행이 달려오는 것을 봤다.
미리 선수를 쳐서 귀신도 모르게 위장까지 했다.
거기까지는 무난해 좋았다.
문제는 이놈이 엄청나게 무겁다는 점이었다.
마치 멧돼지를 메고 달리는 듯이 낑낑거렸다.
자연히 그녀의 입에서 거친 숨소리가 터졌다.
그러자 소귀가 신속하게 뒤따라오고 있었다.
“에구구! 뉘신지는 몰라도 고맙소이다.”
곰처럼 행동하는 모습이 웃겼다.
금천공주는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생각하면 재미있고 멋진 놈이었다.
뿌리가 얼마나 강하고 튼튼했으면 뽑히지 않았다.
이제껏 붙어 있는 것이 신기할 지경이었다.
웃다가 생각하니 또다시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때마침 잘됐다.
능선 너머였다.
사내들과 재미를 보려고 비밀장소를 알아둔 곳이 있었다.
은밀한 곳이 바로 눈앞에 보이자 그녀는 더욱 치달렸다.
“여보시오 형씨! 거긴 절벽이니 그리로 가지 마시오.”
소귀가 뒤따라오며 걱정이 되는지 소리치고 있었다.
금천공주는 뒤를 힐끔 보고는 더욱 빠르게 치달렸다.
얼마나 빨리 달렸는지 몰랐다.
철로의 귓가에 바람 소리가 일어날 정도였다.
철로는 금천공주가 달리는 모습을 자세히 지켜보았다.
“에구구! 형씨가 지금 전개하는 신법의 이름이 뭐요?”
철로는 죽어도 배울 것은 배워야 한다는 녀석이었다.
자신이 연마한 신법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엄청 빨랐다.
뱀이 풀잎을 스치듯이 움직이는 경공술은 독보적이었다.
“호호! 아니 험험! 사형도출이란 신법인데 배우고 싶소?”
그녀가 말이 끝났을 때였다.
금천공주는 동굴 안으로 기어들고 있었다.
“예, 가르쳐 주신다면 정성껏 배우리다.”
“호호호! 아니 하하하! 동굴 안에서 가르쳐 드리리다.”
금천공주가 한동안 사내답게 웃으며 동굴로 사라졌다.
잠시 뒤였다.
금천공주가 봉두난발이 되어서 도망치기에 바빴다.
“색시 그냥 가면 어떻게 하오. 이름이라도 알려주시오.”
“미혼약에도 끄떡없는 저놈은 사람이 아니라 짐승이야.”
금천공주가 도망치다가 비틀거리며 쓰러졌다.
미혼약에 취해서 쓰러진 것이다.
그런 그녀의 앞으로 중년의 여인이 등장했다.
바로 난쟁이를 홀렸던 당과였다.
유령마공을 펼치고 있는지 신체가 투명했다.
당과가 금천공주에게 다가가 수혈을 짚으며 말했다.
“호호호! 네년이 나와 얼굴이 닮았으니 죽여야겠다.”
당과가 금천공주의 신체와 골격을 살피더니 일어섰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그녀는 금천공주를 닮았다.
아니 똑같았다.
변환신공을 일으킨 그녀는 망설이지 않았다.
당과는 잔인하게 행동했다.
금천공주의 얼굴을 망가뜨리고 단전을 파괴해 버렸다.
“죽고 사는 일은 네년의 운명이니 알아서 살아라!”
금천공주를 절벽으로 걷어차 버리고는 교소를 터뜨렸다.
“오늘부로 금천공주로 변신해 복수하며 살아가겠다.”
당과가 유령신공을 펼치자 몸뚱이가 투명하게 변했다.
“호호호! 이제 그놈을 죽여 가슴에 맺힌 한을 씻어보자.”
여기서 그놈이란 바로 소주를 말했다.
* * *
천마교의 비밀로 알려진 모처의 특실이다.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장방형의 욕실이다.
원로원의 주교인 무왕과 원로원의 원장이 만났다.
둘은 욕탕에 몸을 담근 상태였다.
두런두런 대화를 나누며 한가하게 바둑을 두고 있었다.
“평화유지군의 사령관인 소주를 환영한다고 했나요?”
“그렇습니다.”
“주교가 통일기를 걸었다는데 어떻게 생각하시오?”
원로를 대표하는 무왕의 질문에 원장이 대답했다.
“통일기가 교주전(敎主展)에 걸린 적이 있었지요. 아마 추사의 난에 걸렸으니까 이십 년은 넘었을 것이오”
“허허허! 벌써 그렇게 됐나요. 세월은 참으로 빠릅니다.”
“빠른 세월만큼 무왕께선 소주를 어찌 생각하시오.”
“왜! 무슨 문제라도 있으십니까?”
“오마를 물리치고 증거물로 내민 비천수라도 말입니다.”
“그걸 원주인 마사가 접수한 모양인데요.”
“무왕께선 소주의 제안을 주교가 받아들였다 보는지요?”
“물론입니다. 백발마사의 난을 평정한 것처럼요. 이번에도 오악의 늙은이를 물리치라는 조건을 내걸겠죠.”
“소주가 원주의 제안을 수락한다고 믿는단 말이지요?”
“받아드리지 않으면 어쩌겠소. 규칙이 그러하니 말이오.”
원장의 투정에 무왕이 욕탕의 물속을 쳐다봤다.
그물처럼 만들어진 바둑판이 물속에 그려져 있었다.
원장이 검은색의 미녀를 ‘풍덩’하고 던져버렸다.
수중에 그려진 투명한 옥석 판이다.
검은 머리를 풍성하게 기른 미녀였다.
석판에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그래서인지는 몰랐다.
미녀들이 원장의 몸에 달라붙어 안마를 해주었다.
물론 무왕에게도 백발의 미녀들이 달라붙어 난리가 났다.
“만약에 소주가 원주의 제안을 거절하면 어찌 되나요?”
“모르겠습니다. 워낙에 중요한 문제라 아득할 뿐입니다.”
“혹시 소주가 교주에 도전장을 던지면 어찌 됩니까요?”
“아쉽지만 원로와 장로들을 소집해 안건을 처리해야죠.”
“장로회에서 소주를 금위군 대장으로 선발했었잖아요.”
“그랬었지요.”
“그럼 그 자리를 그냥 넘겨주면 되질 않습니까요?”
“그렇게만 된다면 문제가 없지요. 하지만…….”
원장이 한숨을 내쉬면서 술을 꼴깍대며 마셨다.
진한 술향기가 실내에 퍼졌다.
그리고…….
무왕처럼 똑같이 백발의 여인을 물속에 던진 상태였다.
말하자면 이들은 바둑알처럼 여인을 물속에 처넣었다.
정말 황당하기 그지없는 행동이었다
“문제는 골기의 출몰이요.”
“그건 장로회에서 이미 소주를 이용하겠다고…….”
“계획은 그랬지요. 하지만 요놈이 오마를 꺾지 않았소.”
“쯧쯧! 그래서 소주의 요구사항이 뭔지는 알아보셨소?”
“평화유지군은 핑계에 불과하고요. 세력을 확장해서 교주의 권좌를 넘보는 수작인듯싶은데, 아직 확실치 않습니다.”
“그런가요. 소문에 의하면요. 그는 인간 말종에다가 난봉꾼에 불과한 녀석이랍디다.”
“허허, 그런가요. 분명히 원주의 계책은 아닐 겁니다.”
“그렇다면 과연 누가 있어서 평화유지군을 창설하고, 조직을 장악할 정도로 계책을 펼쳤는지 정보는 있나요?”
무왕의 질문에 원장이 술을 마시며 투덜거렸다.
“그걸 몰라서 애가 탑니다. 외면상으로는 분명히 자리다툼입니다. 소주가 평화유지군을 창설해 확장을 시도하는 중이고요. 그런데 수라마전의 광시수라가 중원에서 객사했지요. 그런 바람에 무림의 꼴통인 원주가 전면에 나섰지요.”
“허허허! 하긴 원주가 어찌 무림의 안위를 생각했겠소.”
“그런가요. 천제가 살았다면 모를까요. 골기를 상대할 무사는 천마교에는 없지요. 더욱이 이번에는 원주도 양보하지 않을 모양 같습니다. 명목상으로 소주를 환영한다고 내세웠지만요. 아무래도 전쟁도 불사하고 덤벼들 모양입디다.”
원장이 바둑판의 물결을 호호! 입김을 불었다.
출렁이는 물결에 바둑무늬가 흔들렸다.
미녀들의 자세를 한동안 감상하며 술을 마셨다.
그리고는 손짓으로 위치와 자세를 교정하고는 말했다.
“그러면 원장은 소주의 등장을 고맙게 생각해야 합니다. 원통이 사형당했기에 가만히 지켜봤지 않았습니까? 여차하면 소주란 녀석을 장로회에 넘기면 그만입니다.”
원장이 알았다는 듯 어렵게 머리를 끄덕여 긍정했다.
“허허! 누명을 씌우는 정도로 끝나면 다행이지만, 원주가 모처럼 잡은 기회를 놓치지 않겠지요.”
“결자해지라 했습니다. 놈이 불쌍하게 됐으나 골기를 다스리려면 별수 없지요. 원주도 이를 알고서 녀석을 이용하려 할 것은 뻔합니다.”
무왕도 이해했다는 듯이 머리를 끄떡여 동조했다.
“그렇습니다. 본인도 그렇게 생각했고요. 원주보다 소주를 암중으로 돕는 자들이 문제입니다.”
원장이 술잔을 탁자에 강하게 내려놓았다.
그런 순간에 탕하는 소리에 답하는 듯싶었다.
무왕의 몸이 들썩이며 움직였다.
“허허허! 밝혀졌다면 원주가 가만히 있을 리가 없지요. 문제는 소주란 놈이 설치고 다닌다는 겁니다. 증거로 비천수라도를 내밀기에 부정할 수 없었겠지요.”
원장이 화기를 참을 수 없다는 듯이 술을 마셨다.
무왕이 의미심장한 미소로 대답했다.
“허허허! 오해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소주가 오마와 싸워서 이길 줄은 아무도 몰랐지요. 물론 그놈이 오마를 물리쳐서 난처한 일이기는 했지만요. 난 다만 오마와 싸움을 붙인 자들이 있었지 않았습니까. 그자의 정체가 처음엔 더욱 궁금했거든요.”
“당과란 계집이 백발무희를 납치해 싸움을 붙였지요. 오마의 도전을 꺾어서 좋긴 했습니다. 하지만 원주가 노골적으로 전면에 나서고 있습니다.”
장로를 대표하는 원장이 한숨을 쉬는 순간이었다.
무왕이 물속의 바둑무늬의 여인들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자색의 용무늬가 허공에 떠오르며 머물고 있었다.
이것을 바라본 원장이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어허! 천제께서 연성하셨던 무형비술까지 완성했군요. 이젠 원주와 소주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될 듯싶습니다.”
무왕이 돌연 입에 머문 술을 ‘푸’하고 품었다.
방울진 물방울…….
오색의 무지개가 생성되며 욕실을 메우고 있었다.
“어허! 아니야. 아닙니다. 아직 완성의 단계가 아니고요. 그냥 조금만 흉내만 냈을 뿐이지요. 대성하려면 소주가 연마한 무형살기가 필요합니다. 그것만 조금 연성하면 천마교를 넘보지 못할 겁니다.”
절대악인
— 정원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