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evil RAW novel - Chapter 214
216화. 난쟁이의 등장
목마지공(木馬之功).
녀석도 보통 고수가 아니었다.
꺾어진 목을 부여잡고 그대로 상대의 뒤통수를 받아쳤다.
꽝!
소리가 얼마나 컸던지 도망치던 천마가 더 빨리 달렸다.
자신을 공격한다고 착각해서다.
이리저리 갈지자 형식으로 몸을 움직이며 변신을 꾀했다.
그런 다음에 몸을 훌러덩 재주까지 넘었다.
땅바닥에 착 엎드리며 그들을 쳐다보았다.
저만큼 벼락이 내려치는 곳이었다.
고루의 모습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의 두 눈알이 뽑힌 상태에서도 공세를 멈추지 않았다.
목이 뒤틀린 놈도 얼싸안으며 치고받았다.
하나는 머리가 제멋대로 움직였다.
하나는 팔이 뽑힌 상태로 치열하게 싸움을 벌였다.
천마로서는 믿어 지지가 않았다.
절지신공과 목마지공!
분리된 팔과 꺾인 목이 치고받았다.
목불인견―!
바로 도깨비 싸움에 비견할 바가 아니었다.
“으음. 지독한 놈들! 어찌 저러고도 날 죽이려 들까?”
성곽은 거대한 진법에 갇혀있는 감옥 같은 곳이었다.
천마가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도망갈 곳을 찾았다.
등 뒤쪽으로 높은 절벽이 보였다.
다른 것은 몰라도 절벽 하나만은 자신 있는 천마였다.
촛대바위에 근무하며 공들여 연마한 신법이 있었다.
천마는 절벽으로 냅다 도망치기 시작했다.
공격자들이 잠시 주춤한 사이였다.
단행된 신법이라 용하게 도망칠 수 있었다.
“와―아! 잡아라.”
추적자들이 함성을 지르며 따라붙지만 어림없었다.
귀영신법으로 일단은 공간이동을 시도했다.
절벽에선 죽으라고 답설무흔 신법을 펼치며 달려갔다.
“헉―헉!”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눈앞이 가물거리며 가슴이 벌렁거린다.
금성에게 쫓기던 때에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정말 생애 처음이었다.
가랑이가 찢어지도록 죽기 살기로 쫓겨본 적이 없었다.
다리가 덜덜 떨리면서 심장이 터져 나갈 정도였다.
가슴에 가해진 통증에 심장에 폭발할 지경이었다.
벼랑을 올라가지 못하고 작은 동굴로 기어가 숨었다.
동굴 앞에 당나무가 있어서 숨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이놈들아! 내가 정신만 차리면 몽땅 죽여 줄 테다!”
천마가 가부좌를 틀고 앉기가 무섭다.
돌돌돌―!
허공으로 치솟은 반월도였다.
당나무를 싹둑 잘라내고 번쩍거리는 곳이었다.
그곳에 난쟁이가 신형을 드러내고 있었다.
천마가 놀라서 무형신검을 반쯤 뽑은 상태였다.
난쟁이의 등장에 놀라는 눈치였다.
당나무가 잘려져 넘어간 뒤에서야 소리가 들려왔다.
그만큼 난쟁이의 신형이 번개처럼 빨랐다.
“왜― 떫냐?”
난쟁이의 짤막한 어투에 천마는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에―효! 이젠 도망 다니기에도 지쳤소이다.
노인장께서 복수하고 싶거든 살았을 때, 목이나 베시오.”
천마의 힘없는 어투에 난쟁이가 피실 웃는다.
“내가 네놈을 죽이려고 여기까지 쫓아왔는지 아느냐?”
“그럼 죽어가는 나에게 무슨 볼일이 있어서 왔소이까?”
천마의 힘없는 질문에 난쟁이가 파천도를 풀어서 던졌다.
툭―!
무인은 자신의 무기를 목숨처럼 아꼈다.
그런데 천하에 제일도라고 자처하는 난쟁이다.
그가 파천도를 던지다니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무슨 뜻이요.”
“봐라! 뭐가 달라졌는지. 뭐가 변했는지를 찾아봐라.”
천마는 눈앞에 떨어진 파천도를 쳐다볼 필요도 없었다.
이미 잔상법술을 통해서 파천도의 변화를 읽었다.
“칼날이 날카롭게 세워졌소. 이건 사람을 죽였다는 뜻이고요. 도에 붙었던 검들이 녹아들어서 하나의 합신(合神)이 만들어졌소이다. 백 번째 고수의 피로 삭혀졌다는 뜻이오.”
난쟁이가 머리를 끄떡였다.
“파천도가 완성된 것은 도기를 다뤘기 때문은 아니다.”
“아니라면 뭐 다른 변화가 있단 말이요?”
“그렇다. 그게 뭔지 말해봐라.”
“모르겠소.”
“몰라?”
난쟁이의 눈에서 살기가 무럭무럭 피어나기 시작했다.
“이… 이―노―움―!”
난쟁이의 펄쩍 뛰는 호통에 천마는 눈을 질끈 감았다.
원기를 회복해도 표정만큼은 완전히 질린 상태였다.
“네놈은 파천도를 망쳐놨었다. 난 거기에 굴하지 않고 제삼의 방식으로 도기를 다스렸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 살기가 다했다. 파천도로서 위력이 사라졌다.”
천마는 피실 웃고 말았다.
생명을 다한 파천도가 자신과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
송곳니 하나로 오행검진을 파괴한 것은 맞는다.
하지만 대신 검신을 도신에 붙여서 완성해 주었다.
그밖에 뭘 어쩌란 말인가.
“이보시오, 노인장. 억지는 그만 부리고 죽이지 않으려면 가시오. 노인장하고 말씨름할 정도로 한가하지 않소이다.”
천마가 절벽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저들이 누군 줄 아시오? 날 죽이려고 몰려다니는 살수란 말이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나를 죽이려 하는데 나를 지켜주지도 못할 이따위 파천도로 뭐 어쩌란 말이오.”
“흥? 네놈이 잔상법술인가 천리안인가 천술을 연마해 천군처럼 쓸만한 눈을 가졌다고 여겼더니 정말 형편없구나.”
난쟁이가 혼자 씨부렁거리더니 손짓했다.
파천도가 휭하니 떠오르면서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자! 눈이 있으면 똑똑히 보란 말이다. 네놈은 파천도에 혈기를 뿌려서 도기를 살아나게 했다. 나는 사람을 죽여서 칼날을 세웠다. 그러나 파천도의 생명인 살기가 죽었다. 이젠 고철에 불과하다.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냐?”
난쟁이의 억지스러운 말에 천마가 피식 웃었다.
“그래서 대체 뭘 어쩌란 말이오.”
“살려 놔라. 살기를 살려야 한을 풀 수가 있다.”
“아니 도대체 어떻게 무슨 재주로 살리란 말씀이시오.”
“너도 나처럼 백 명을 죽여서 도기를 다스리면 된다.”
“뭐요? 나보고 저 밖에 있는 사람들을 죽이란 말이오?”
“누가 저놈들을 죽이라고 했느냐? 여기엔 인간 백정들이 많다. 그놈들을 죽여서 살기를 살려라.”
“싫소.”
“뭐? 싫다고?”
“난 인간 백정이 아니란 말이오.”
“흥? 살기는 아무나 죽인다고 살아나는 것이 아니다.”
“그럼 누구를 죽여야 살기가 살아난단 말씀이시오.”
“백 명의 절대 고수를 죽인 자들이다.”
“그럼 광장에 가란 말이오.”
“그렇다.”
“노인장은 나를 죽이려는 저들이 보이지도 않소?”
“그러니까 광장으로 가야 살아남는다.”
난쟁이가 그 말을 남기고 돌아서려다가 한마디 덧붙였다.
“이놈아! 사방팔방에서 살수들이 덤벼도 도망치지 말아라. 오행검법은 삼백육십의 방위에 검진이 설치되어 있다. 이 말은 사방팔방에서 공격해도 파천도를 휘두르면 얼마든지 방어할 수 있다는 뜻이다.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냐?”
난쟁이는 그 말만 남기고 싹 사라졌다.
천마가 때려죽이라고 욕지거리를 토해냈다.
동굴로 몸을 숨기려 하는데 눈앞이 노래지고 있었다.
겨우 들어온 구멍을 쳐다보는 순간이었다.
뒤에서 귀신같은 음성이 싸늘하게 들려왔다.
“흐흐흐! 맞았어! 바로 때려죽이려는 중이었거든……….”
일장을 가하는데 얼마나 강하고 빠른지 몰랐다.
천마가 피할 틈새도 없다.
쇄―액!
공기를 찢는 소름 끼치는 소리가 들린 뒤였다.
펑―엉!
피하지도 못하고 그대로 일장을 얻어맞고 말았다.
“커―억!”
비명이 터졌는데 천마가 내지른 소리가 아니었다.
공격한 자의 신음인데 이놈의 손이 부러진 상태였다.
천마가 천천히 돌아섰다.
무형살기를 일으키며 소리쳤다.
“뒈져라!”
천마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회오리가 형성했다.
상대는 몸을 부들부들 떨더니 앞으로 고꾸라지고 말았다.
철퍼덕!
천마가 다른 놈을 향해서 똑같이 소리쳤다.
“네놈도 뒈져버려라!”
“흐―억!”
상대는 등덜미가 쪼개지는 통증에 비명을 지른 뒤였다.
들어온 구멍에 그대로 얼굴부터 처박히고 뒹굴었다.
그래도 도망은 치고 싶었던 모양이다.
발은 움직이고 있었다.
화산의 비영신법(飛影身法).
허공에서만 발이 움직이고 있을 뿐이었다.
뭔가 닿는 것이 있어야 도망칠 일인데 아무것도 없었다.
허우적대며 발을 움직인 덕분이었다.
용케도 무형살기의 공격을 일부나마 피할 수 있었다.
살인 수법과 행동이 하도 이상해서 그랬다.
처음 보는 수법인지라 암살자가 주춤거렸기 때문이었다.
그 덕분에 그의 몸이 회전해서 겨우 일어설 수 있었다.
“흐흐흐! 감히 노부의 유령일부장(幽靈一腐掌)을 맞고도 끄떡없다니 과연 군주답도다. 그러나 안 되었지만 너는 군주는 아니다. 이젠 내가 군주다. 너 죄인 군주는 들어라. 여기서 죽든지 무릎을 꿇고 항복을 하든지 하나를 선택하라!”
작은 공간.
천마는 천지합금도의 기수식을 펼치고 있었다.
자세를 낮췄고 검을 반쯤 뽑은 상태에서 한발 내디뎠다.
발검의 상태―!
이쯤이면 상대가 먼저 굴복해야 마땅한데 아니었다.
뭔가 잘못됐다.
무형살기에 녀석의 얼굴이 엉망으로 일그러졌다.
멍들고 터져서 핏물이 흐르는데도 입술만은 꽉 다물렸다.
천마의 눈썹이 곤두섰다.
다시금 무형살기를 펼쳤다.
“그만 뒈지란 말이다.”
녀석의 신형이 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천마의 눈은 아직도 초점이 흐렸다.
그런대로 눈을 부릅뜨니 무서운 호상이었다.
호시(虎視)―!
사내가 가소롭다는 듯이 피식 웃었다.
입에서 핏물이 주룩주룩 흘러내렸다.
그래도 이놈이 쓰러지지 않았다.
분명히 무형살기로 내부가 진탕(震蕩)돼 죽었을 터였다.
천마가 손가락을 살짝 밀어보았다.
철퍼덕!
“히히히! 그놈 참. 뒈지는 것도 일품이구나.”
천마가 동굴 안쪽을 쳐다보았다.
저만큼 멀리서였다.
신비해 보이는 그림자가 움직이고 있었다.
천마가 호랑이 눈동자로 잔상법술을 펼쳐보았다.
신체가 투명해서 잘 보이지 않았다.
놈이 신형을 움직여 다가왔다.
“좋다. 유령일부장에도 죽지 않았느니 사내대장부라 인정하겠다. 하지만 일 초만 허락할 뿐이다. 네놈과 노닥거리다가 다른 놈들이 오면 체포하지 않고 죽일 것이다.”
사내가 신공을 끌어 올렸는지 손이 투명하게 변했다.
손바닥에서 광채가 어려 번쩍였다.
천마는 몸을 더욱 낮추면서 자세를 안정시키려고 했다.
아직도 거칠어진 호흡을 가다듬지 못한 상태였다.
그러니 자세가 엉망인 것은 부정할 수 없었다.
몸까지 가늘게 떨어서 정말 처량하기 그지없어 보였다.
“흐흐흐!”
가소롭게 보이고 불쌍한 모습이었다.
정말 어리석은 놈이라고 생각한 듯싶었다.
그렇다고 봐줄 수도 없었다.
사내가 비웃으며 두 손을 서서히 쳐들었다.
허공에 대고 손을 수십 번 흔들었다.
흰색의 기체가 가슴 부위에서 뭉쳤다.
회강천리(會剛千里)!
손을 회전시켜서 그대로 천마를 향해 쳐냈다.
느렸다.
아니, 그렇게 느꼈을 뿐이었다.
정작 흰색의 기체는 천마의 눈앞에서 폭발하였다.
펑!
순식간에 공기가 찢어지듯이 파열음이 들렸다.
희뿌연 기체가 천마의 머리를 향해 덮쳤다.
천마가 천지합금도를 펼쳐냈다.
번쩍!
섬광이 일었다.
진폭의 파장에 얼굴이 뭉그러지듯 일그러졌다.
몸뚱이는 충격의 여파로 뒤로 밀리고 말았다.
천마가 기어든 구멍 밖으로 나오게 되었다.
“이놈. 두더지처럼 거기에 숨어 있었구나.”
밖에서다.
기다렸다는 듯이 다른 놈이 공격해 오고 있었다.
천마가 미처 대처할 새도 없었다.
진정 번개 같은 검법이었다.
살수의 일격을 피하지 못하고 정통으로 맞았다.
엉덩이가 화끈거렸다.
절대악인
— 정원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