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word Sense RAW novel - Chapter 231
78화 배후 (1) >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소담검을 보낸 것이 신의 한수였다.
명상을 하며 운기를 하는 도중에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 묘하게 이질적인 기운이 근방에서 느껴졌다.
이를 무시하기에는 뭔가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소담검을 보내서 살펴보게 했었는데, 이런 상황이 벌어지고 있던 것이었다.
이들의 정체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내 누이 동생을 납치하려 했다는 것이 속에서부터 분노를 자아하게 만들었다.
-푸푸푸푸푹!
순식간에 남천철검이 허공을 누비며 충격에 의해 떠오른 복면인들의 몸을 꿰뚫었다.
“오라버니!”
영영이가 나를 꽉 끌어안았다.
소담검을 통해서 중간부터 지켜봤지만 악바리 같이 포기하지 않던 모습과 다르게 몸이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두려움을 억지로 버텨가며 적들을 상대하고 있던 것이었다.
‘이런 아이를 납치하려고 해.’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
이 대가는 목숨으로 받아야겠다.
-운휘야! 앞을 봐!
소담검의 외침 소리가 머릿속을 울려 퍼졌다.
녀석의 말대로 충격에 의해 모두가 위로 튕겨 오른 상황에서 유일하게 바닥을 쿵쿵거리며 내게 신형을 날리고 있는 자가 있었다.
‘그놈이군.’
소담검의 시선으로 보았던 그 괴인이다.
두 눈과 입을 바느질로 꿰매고 있는 모습이 섬뜩하기 그지없었다.
“오라버니 조심해야 해. 몸이 돌덩이처럼 단단했어.”
영영이 내게 경고했다.
단단한지 아닌지는 확인해보면 알겠지.
나는 놈에게 검지와 중지를 모은 검결지를 뻗었다.
-촥!
그러자 허공이 일렁이며 날카로운 예기가 놈에게로 쇄도했다.
앞을 보지 못했지만 기감은 민감했는지 놈이 두 팔을 교차하며 계속 앞으로 내달렸다.
예기를 정면에서 버티려는 것 같았다.
-촥!
예기가 놈의 두 팔에 부딪쳤다.
상흔이 생겨난 놈의 팔에서 피가 솟구치며 뒤로 튕겨나갔다.
“어?”
영영이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저 괴인이 외공을 익혔다고 해도 내가 날린 예기는 어지간한 절정의 고수들조차 막기 힘들만큼 그 위력이 강하다.
영영이와 다른 결과가 나오는 것이 당연한 일일 수도 있다.
-쾅!
예기에 튕겨나간 놈이 위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처박혔다.
더는 일어나지 못할 것 같다.
-아니. 저놈은 앞을 못 보는 건 둘째 치고 밥은 어째 먹는대?
그 와중에 그게 먼저 보였냐?
음식도 먹지 않으면서 별걸 걱정하네.
-쿠쿠쿠쿠쿵!
그런 와중에 몸이 꿰뚫린 복면인들이 차례로 바닥에 떨어졌다.
객잔 내부가 아수라장이 되었다.
주인장한테 미안하네.
문으로 들어와서 영영이를 구하는 것보다 위에서 덮치는 게 가장 효과적인 상황이었다.
-주인장도 죽었을 것 같은데.
아마도 입막음을 위해서 그랬을 것 같다.
품에 안겨있는 영영이가 빨개진 얼굴로 쑥스러워하며 말했다.
“내, 내려줘.”
“무서웠지?”
“무섭기는! 하나도 안 무서웠거든.”
눈가에 맺힌 눈물은 닦고서 그런 소리를 해야지.
나는 내색하지 않고서 살짝 미소를 지으며 영영이를 내려줬다.
영영이가 다급한 목소리로 한 복면인에게 소리쳤다.
“언니를 어디로 데려간 거야?”
그 자는 입구 쪽에 서있는 복면인이었다.
다른 복면인들보다 훨씬 강한 자였는데, 절정의 극에 이른 무위를 지녔다.
운이 좋게도 암시에 걸리지 않았다.
“빌어먹을! 네년…..소검선과 혈육 관계였구나?”
그걸 이제 알다니.
영영이가 누군지도 몰랐나 보다.
그런데 납치를 하려고 들다니, 단순히 우연에서 벌어진 일인가?
나로서는 영문을 알 수가 없었다.
“그것도 모르고 날 납치하려고 했어? 난 또 간이 부은 줄 알았지.”
-크. 누구 동생 아니랄까봐 말하는 거 봐라.
영영이의 빈정거리며 적을 약 올리는 모습에 소담검이 혀를 내둘렀다.
나도 몰랐는데 은근히 날 닮은 것 같기도 하네.
복면인의 눈동자를 보니 꽤나 복잡해보였다.
정말 몰랐나 보다.
“죽기 싫으면 빨리 언니와 언매를 어디로 데려갔는지 불어!”
영영이 놈에게 다그쳤다.
남궁가희뿐만이 아니라 진주언가의 언영인도 납치되었나 보다.
저런 놈들이 그냥 입을 열 리가 만무했다.
강제로 입을 열게 해야지.
그때 복면인이 무너져 내린 계단 쪽을 쳐다보며 소리쳤다.
“엄살 부리지 말고 일어나!”
괴인더러 하는 소리인가보다.
기운이 느껴지지만 그 정도 충격이라면 내상이 심해서 쉽게 일어날 수가 없다.
그런데 예상과 다르게 무너져 내린 파편들이 들썩거리더니 이내 괴인이 몸을 일으켜 세웠다.
‘지혈이 된 건가?’
팔의 상처가 나은 것은 아닌데, 피가 멎어 있었다.
저 정도라면 팔이 떨릴 텐데 조금도 떨고 있지 않았다.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건가?’
그렇지 않고는 저렇게 태연자약하게 다시 설 수 있을 리가 만무했다.
“……오라버니. 저놈 이상해.”
영영이가 당혹스러운 듯이 놈을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그 모습에 복면인이 이죽거리며 소리쳤다.
“암시귀가 그렇게 쉽게 당할 것 같으냐! 일어났으면 당장 저놈을 막앗.”
‘암시귀?’
그게 뭐지?
저 눈과 입을 바느질 한 괴인을 말하는 건가?
일단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괴인에게 나를 막으라고 명을 내린 복면인이 객잔 밖으로 도망치려 했다.
시간이 지체될수록 내 상대가 되지 않는 걸 아니까 놈을 희생시켜서 살아남으려는 모양이다.
그러나,
“헛?”
도망치려 하는 놈의 앞을 남천철검이 가로막았다.
복면인이 이를 뿌리치고서 도망치려 했지만 남천철검이 검초를 펼치는 바람에 이를 막기 급급했다.
“오라버니!”
영영이 내게 외쳤다.
암시귀라 불렸던 괴인이 나를 향해 또 다시 달려들고 있었다.
눈과 입을 꿰맨 저 얼굴로 황소처럼 저돌적으로 달려드니 괴기스럽기 짝이 없었다.
“물러나!”
영영이를 뒤로 보낸 나는 패도적인 일권을 날리는 놈의 주먹을 잡아냈다.
그리고 단번에 놈의 가슴을 향해 역으로 일권을 먹였다.
-퍽! 우드드득!
오성 공력을 실었다.
그래서인지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선명하게 들려왔다.
한데 공력에 의한 여파로 뒤로 밀려나가야 할 녀석이 이를 버텨내고서 내 얼굴을 우악스러운 손으로 움켜잡으려 했다.
‘이놈…..’
확실했다.
고통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
나는 고개를 뒤로 살짝 젖혀 아슬아슬하게 놈의 손을 피해냈다.
그리고 그대로 놈의 머리에 발차기를 먹였다.
-우드득!
심후한 공력이 실린 발차기에 놈의 머리가 옆으로 꺾였다.
목뼈가 부러진 게 선명하게 보일 정도였다.
한데 놈이 내게 그 상태로 앞발차기를 날리며 가슴을 걷어찼다.
그 모습에 영영이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모, 목이 꺾였는데 어떻게?”
괴물 같은 모습에 많이 놀랐나보다.
그러나 나는 조금도 당황스러워 하지 않고 놈이 날린 앞발차기를 몸을 살짝 틀어 피한 후에 팔꿈치를 찍어버렸다.
-투툭!
놈의 종아리 뼈가 부러져서 튀어나오며 신형이 무너져 내리려 했다.
나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서 왼손으로 암시귀라 불렸던 괴인의 머리채를 붙잡았다.
-슉!
검집에 있던 소담검이 나의 오른손으로 빨려 들어왔다.
나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괴인의 머리에 소담검을 박아 넣고서 풍차처럼 그대로 목으로 회전시켜버렸다.
-콰드드드득!
목의 뼈가 갈리는 소리와 함께 괴인의 머리가 뜯겨졌다.
뜯겨진 목으로 피가 솟구치려 하기에 나는 그 상태로 놈의 몸을 걷어찼다.
-팍!
발차기에 밀린 괴인의 몸이 실이 끊어진 인형처럼 혼자서 휙휙 주먹을 휘두르다가 이내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역시 회복이 빠르든 고통을 느끼지 못하든 머리와 몸을 분리하면 죽는 건 매한가지였다.
“아닛?”
남천철검을 상대하던 복면인이 어처구니가 없어했다.
내가 이놈을 이렇게 쉽게 제압하리라고 전혀 예측하지 못했나 보다.
영영이도 놀라서 휘둥그레진 얼굴로 내게 말했다.
“오라버니…..이런 괴물이랑 싸워본 적이 있어?”
이 정도면 무난한 축이다.
죽을 상처에도 말도 안 되는 회복 능력으로 낫는 괴물들도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러고 있을 틈이 없다.
나는 남천철검을 상대하고 있는 복면인에게로 신형을 날려 놈을 단숨에 제압해버렸다.
절정의 극에 이르렀다고 해도 나와 격의 차이가 컸다.
초식을 펼치는 검을 단번에 날려버리고서 팔을 잡고 비틀어서 꺾어버렸다.
-우드득!
“끄악!”
이놈은 고통을 느꼈다.
하긴 이질적인 느낌을 가진 것은 저 눈과 입에 바느질을 한 놈뿐이었다.
“이, 이 괴물 같은 놈.”
자신보다 강하면 괴물인가.
웃긴 녀석이네.
나는 팔이 꺾여서 꼼짝 못하는 놈의 복면을 거칠게 벗겼다.
꽤 평범한 인상의 얼굴이 드러났다.
그때 영영이가 놈의 목에 검을 겨냥하고서 다그쳤다.
“우릴 어떻게 쫓아온 거야?”
영영이의 물음에 놈이 고통의 신음성을 흘리며 말했다.
“처, 천리추향을 따라왔다.”
천리추향(千里追香).
그것은 말 그대로 천리까지 퍼져나가는 분향이었다.
향성이 강한 이 분진 가루를 뿌리면 특수한 기구나 훈련된 추적견을 통해서 위치를 추적을 할 수 있다.
그럼 꽤나 먼 곳에서부터 추적해 왔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래서 내가 이곳에 있다는 사실을 미처 파악하지 못했을 수도 있었다.
영영이 입술을 질끈 깨무는 모습이 보였다.
반응을 보면 아무래도 영영이가 봉황당에서 맡은 임무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짐작된다.
-푹!
“큭!”
영영이 놈의 목에 검끝을 밀어 넣으며 위협적으로 말했다.
“당장 말해! 언매와 언니를 어디로 데려간 거야? 말하지 않으면 죽어.”
그런 영영이의 말에 놈이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더니, 이 아이가 아니라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소검선…..나를 살려주겠다고 약조해라. 그럼 그들을 풀어주겠다.”
자신의 목숨을 두고서 흥정하려는 놈이었다.
“뭐야!”
화가 난 영영이 놈의 따귀를 때렸다.
소중한 동료들이 납치 되어서 이성을 유지하기 힘들었나 보다.
다시 손을 들어 올리자 영영이를 노려보며 말했다.
“날 이런 식으로 대하면 그 언니와 언매라는 계집들을 평생 볼 수 없을 텐데?”
그런 놈의 말에 영영이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
겨우 화를 진정한 영영이 내게 고개를 돌리더니 이내 전음을 보냈다.
동료가 어떻게 될까봐 불안해하는 영영이의 모습에 가슴이 아린다.
‘후우…..’
나는 놈을 위압적으로 내려다보았다.
눈빛에 실린 살기를 감지했는지 놈이 다급히 내게 말했다.
“서, 서두르지 않으면 그 여자들을 살아서 못 볼 수도 있소. 잘 선택….”
놈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나는 손을 위로 치켜올렸다.
그리고 놈에게 따귀를 날렸다.
-짜아아악!
“으억!”
영영이가 때린 것과는 비교도 안 되는 소리와 함께 놈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고개가 돌아간 놈의 입에서 핏물과 함께 부러진 이빨들이 후두둑 떨어졌다.
“오라버니!”
영영이 놀라서 나를 불렀다.
흥정을 포기하나 싶어서 당황했나보다.
이빨이 털린 놈도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내게 소리쳤다.
“그, 그 계집들이 전부 죽어도 좋다는….”
-짜아아악!
“끄악!”
공력이 실린 따귀에 놈의 뺨 살점이 뜯겨져나갔다.
영영이가 내 팔목 옷자락을 붙잡고 소리쳤다.
“미쳤어! 오라버니 언니랑 언매가 죽어도 좋다는 거야!”
그런 영영이를 바라보며 나는 차분한 목소리로 달래듯이 말했다.
“영영아. 오라버니 믿지?”
그런 나의 말에 영영이가 인상을 쓰며 나를 쳐다보았다.
그러다 이내 옷자락을 놓으며 내게 말했다.
“…..믿어.”
그때 고통의 신음을 흘리던 놈이 떨리는 눈으로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소, 소검선…..저, 정파의 영웅으로 각광받고 있는 자가 사람을 구할 생각하지 않고 이렇게 감정적으로 굴다니…”
“정파는 개뿔이.”
-퍽! 우드드득!
“끄아아아악.”
갈비뼈를 걷어 찼더니 부러지는 소리가 경쾌하게 들려왔다.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놈이 이젠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며 자지러졌다.
나는 놈을 싸늘한 눈초리로 내려다보며 말했다.
“내 누이 동생을 건드리려 한 버러지 새끼가 어디서 흥정을 하고 있어.”
“쿨럭…쿨럭…..”
놈이 피 기침을 하며 나를 노려보았다.
그래도 강단이 있는 놈이었다.
이렇게 맞아대도 기가 죽지 않는 걸 보면 말이다.
“소검선……기어코….그 여자들을…..버리는군. 전부 네놈이….선택한 거다. 퉷.”
나는 놈을 내려다보며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강하게 나오면 내가 한 발 물러서고서 그래 네 목숨을 살려줄 테니까 그 여자들이 어디 있는지 제발 알려줘 라고 물을 것 같지?”
“……..”
그런 나의 말에 놈이 인상을 찡그렸다.
자신의 의도와 전혀 다른 반응이 나와서 당혹스러운 모양이다.
놈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아니. 정말 그 계집들이 어찌 되어도 상관 없다는 거….”
-쾅!
그때 객잔의 문을 누군가 거칠게 박차고 들어왔다.
근육질에 털가죽 옷을 입은 심술궂은 인상의 청년이었는데 그는 바로 송좌백이었다.
좌백이 녀석이 영영이를 쳐다보며 손을 들어올렸다.
“여어. 오랜만이다.”
영영이의 눈이 커졌다.
어릴 적부터 알아왔던 고향의 아는 오라버니가 반가워서가 아니라, 녀석의 어깨에 걸쳐져 있는 남궁가희를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어, 언니!”
영영이 환해진 얼굴로 부리나케 좌백이에게로 뛰어갔다.
인사를 받아주지 않고 남궁가희에게만 관심을 보이는 영영이를 보며 좌백이 뻘쭘했는지 입을 쩝쩝 거렸다.
“흠흠.”
반면 복면인들의 우두머리 놈은 무사히 구출된 남궁가희의 모습에 당혹스러운지 침을 꿀꺽 삼키며 내게 말했다.
“도, 동료가 있었구나……운이 좋군. 하나 다른 계집은 절대로…”
-저벅저벅!
그때 걸음 소리와 함께 한 인영이 객잔 안으로 들어왔다.
놈의 시선이 그곳으로 향해졌다.
그런데 그 인영은 다름 아닌 웬 복면인이었다.
복면인이 한 쪽 어깨에 여인을 들쳐 매고 있었는데 그녀는 다름 아닌 진주언가의 언영인이었다.
“언매!”
영영이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복면인은 분명 놈의 동료였다.
그런데 다시 이곳에 납치했던 그녀를 데려온 연유를 알 수 없었다.
그때 놈들의 우두머리가 복장이 터진 사람 마냥 잔뜩 상기된 얼굴로 복면인에게 소리쳤다.
“네. 네놈 미친 거냐! 어째서 그 계집을 이리로 다시 데려온 거야?”
그 외침에 언영인을 들쳐 매고 있던 복면인이 몸을 배배 꼬더니, 갑자기 어울리지 않는 웃음을 터뜨렸다.
“깔깔깔깔!”
흡사 여자처럼 웃고 있었다.
“너 이 새끼가 돌은 거….”
“깔깔깔. 이 남자는 이 몸의 충실한 노예란다.”
‘!?’
복면인의 한 손에는 사련검이 들려 있었다.
끝
ⓒ 한중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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