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rb only the power of the wicked and become the strongest on Earth RAW novel - Chapter (173)
제173화. 능력 대전 (2)
퍽! 퍽! 퍽!
아군 탑 타워에 도달한 알롭스키가 열심히 타워를 때려대는 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미니맵을 확대해서 보고 있는 주안은 속으로 빠르게 계산했다.
‘곧 드래곤이 나오는데, 잡고 나면 탑 타워는 깨지겠군.’
내구도가 꽤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는 모습을 보니, 아무래도 한타 전까지는 버티지 못할 것처럼 보였다.
‘…어쩔 수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이미 한타를 위해 모두 드래곤 둥지 안에 모인 이상, 어떻게 되든 간에 최소한 드래곤은 잡아야만 한다.
“탑은 무시하고 한타에만 집중해! 드래곤은 다음 순이야!”
그래도 제일 중요한 건 한타에서의 승리라는 걸 알고 있는 주안이 다시금 블루팀 선수들에게 주의를 줬다.
“잘 생각해. 알롭스키가 빠진 지금, 레드팀은 우리랑 비교도 안 되게 약해! 그걸 이용해서 한타를 열면 무조건 우리 승리야!”
레드팀의 최대 요주 인물은 알롭스키다.
알롭스키가 합류한 레드팀은 무시할 수 없는 존재지만, 반대로 알롭스키가 빠진 지금의 레드팀은 전혀 무서울 게 없는 전력이라는 소리다.
– 그런데 적들이 근처로 접근 안 하고 멀찌감치 떨어져 있는데요?
챠노의 말에 주안이 저 멀리를 바라보았다.
드래곤 둥지 아래쪽 멀리에서 눈치만 보며 어슬렁거리고 있는 레드팀 4명의 모습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당연하지. 쟤네들은 한타를 하고 싶지 않으니까.”
이대로 알롭스키가 계속 탑 라인을 밀어서 블루팀이 우왕좌왕하기를 바라고 있을 것이다.
그걸 알고 있는 주안이 그들의 의도대로 행동해 줄 이유가 없었다.
“일단 드래곤 공격해! 그러면 알아서 근처로 다가올 거야.”
주안의 말에, 드래곤 둥지에 제일 가까이 있던 기안이 드래곤을 바라보았다.
똬리를 튼 채로 잠들어 있는 거대한 드래곤….
지금까지 그가 살면서 보았던 그 어떠한 몬스터보다 거대한 덩치에, 기안은 자신도 모르게 망설였다.
“뭐 해?! 빨리 안 치고!”
하지만 주안의 재촉에 기안은 어쩔 수 없이 드래곤을 공격할 수밖에 없었다.
기안이 들고 있는 검으로 드래곤을 한 대 치자.
콰아아아!!
괴성과 함께 드래곤이 분노한 듯이 날개를 퍼덕거리며 그 거대한 덩치를 일으켰다.
날개를 쭉 편 드래곤은, 아까 똬리를 틀었을 때보다 훨씬 더 컸다.
– 와, 씨…!
– 엄청 크잖아?
– 진짜 마계 던전 안 드래곤을 꺼내 왔나…?
전원이 드래곤의 위용에 감탄사를 터뜨릴 그때.
드래곤의 입이 크게 벌어지면서, 가까이 있던 기안을 향해 거대한 화염구를 쏘았다.
콰앙!
– 으앗!
간신히 옆으로 몸을 날려 공격을 피해낸 기안이 자신이 서 있던 자리를 바라보았다.
거대한 불길로 활활 불타는 모습…. 거기에 땅까지 움푹 파인 걸 보면, 방금 브레스의 위력이 얼마나 강했을지 대충 예상됐다.
‘엄청 세잖아!’
분명 이번 경기를 위해 잡아 온 놈이라 팔과 다리에 헌터용 수갑이 채워져 있는데도 저 정도 위력이라니.
방심하면 레드팀과 한타를 벌이기 전에 드래곤한테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기안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 * *
[드디어 드래곤을 쳤습니다!] [역시 한타를 열고 싶어 하는 블루팀이 드래곤을 먼저 건드렸네요.] [그런데 기안 선수 표정 보세요. 브레스 위력에 꽤 놀란 표정이에요.] [하하하…. 놀랄 만도 하죠.]다니엘 해설이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
[실제로 마계 던전 30레벨 이상에서만 등장한다는 드래곤을 직접 생포해서 경기장 내에 집어넣었으니까요.] [제가 알기로도, 레벨 30 초반 쪽 던전에서는 보스급으로 등장하지 않습니까?] [맞습니다.]참고로 마계 던전 레벨이 30을 넘어가면, 메이저 클랜에서도 작정하고 에이스들을 포함한 20명 이상의 팀을 꾸려서 레이드를 뛰는 형국이다.
그런 던전의 보스가 경기장 안에 들어가 있으니, 제아무리 마나 억제용 수갑을 차고 있다 하더라도 브레스의 위력이 어마어마한 것이다.
[실제로 지금 저 레벨 상태에서 한 대 잘못 맞으면 바로 빈사 상태에 빠질 겁니다.] [과연, 예상보다 훨씬 강한 드래곤을 낀 한타 대결이 어떻게 펼쳐질 것인지! 정말 기대됩니다!]중계를 이어가며 스크린을 바라보는 토마스 캐스터의 두 눈동자는 흥미로움으로 꽉 차 있었다.
* * *
– 적의 포탑을 파괴했습니다.
레드팀 모두의 헬멧 스크린에 다음과 같은 시스템 창이 떴을 그때였다.
– 블루팀이 드래곤 치고 있어요!
아군의 보고를 들은 김진성이 드래곤 둥지 쪽을 바라보았다.
미리 심어놓은 드래곤 둥지 쪽 와드에, 블루팀 전원이 드래곤을 사냥하기 시작한 모습이 그의 두 눈에 들어왔다.
“…일단 근처에서 배회하고 계세요. 절대 한타 각 주지 마시고요. 저도 바로 합류할게요.”
말을 마친 김진성은 마지막 남은 미니 몬스터를 처치한 후, 순간 이동을 위해 이동하려고 했다.
블루팀이 드래곤을 치는 이유 중에는 김진성을 불러내려는 의도가 있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드래곤을 이대로 내줄 수도 없고, 그러려면 한타를 해야 해.’
그리고 한타를 하려면 레드팀 전력의 절반 이상이나 다름없는 김진성이 필수로 합류한 상태여야 한다.
– 아뇨, 오지 마세요.
그때 갑자기 들려오는 목소리에 김진성의 걸음이 멈췄다.
– 제가 어떻게든 견제해 볼게요. 계속 탑 라인 미세요.
말을 마친 후 드래곤 둥지 쪽으로 두 손을 겹쳐 마나를 모으기 시작하는 레드팀 선수.
5팀, 한스였다.
‘설마….’
김진성이 의외라는 표정을 짓는 그때.
한스의 두 손바닥 앞에 거대한 초록색의 구체가 생성되었다.
그 구체는 완성되자마자 전방을 향해 빠르게 날아갔다.
퍼억!
밀도 높은 액체 덩어리가 땅바닥에 부딪히는 소리가 블루팀 선수들 근처에서 들려왔다.
– …어?
– 뭐야?
블루팀 전원이 놀라 그쪽을 바라보았다.
구체가 떨어진 곳을 중심으로 생성된 넓은 초록색 늪지대가 블루팀 선수들이 서 있던 바닥을 뒤덮었다.
동시에 그들의 헬멧 스크린에 떠오르는 시스템 창들.
– ‘중독’ 상태 이상에 걸렸습니다.
– ‘중독’ 효과로 인해 꾸준하게 HP가 줄어듭니다.
– 이동 속도가 느려졌습니다.
“……!”
주안의 눈이 커졌다.
갑자기 뜬금없이 중독 상태에 빠졌다고?
– 이런 망할…!
– 브레스다! 조심해!
– 씨발!
중독 상태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블루팀 입장에서는 드래곤이랑 전력을 다해 싸우는 와중에 이동 속도가 느려진 것이 더 타격이 컸다.
아무래도 드래곤 둥지 근처를 뒤덮은 초록색 늪 때문인 것 같았다.
“모두 늪 밖으로 벗어나!”
바로 지시를 내린 뒤 본인도 몸을 돌려 늪 바깥 지역으로 달리는 주안.
그러면서도 고개는 아래쪽에 있는 레드팀 선수들에게로 고정되어 있었다.
‘어떤 새끼가 능력을 사용한 거지?’
누가 방금 초록색 구체를 날린 범인인지 찾을 필요조차 없었다.
당사자인 한스가, 또다시 두 손바닥을 모은 상태로 초록색 구체를 생성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 이번에 공격하면 이제 한 번 더 날릴 마나밖에 남지 않아요.
구체를 완성하면서 한스가 레드팀 전원에게 말해왔다.
– 하지만 지금 두 번째 ‘독 구슬’만으로도 블루팀의 드래곤 사냥은 견제할 수 있죠.
말을 마침과 동시에 두 번째 독 구슬을 발사하는 한스.
퍼억! 하고 터지는 소리와 함께 드래곤 둥지 바로 위쪽 땅이 다시금 초록색 늪으로 뒤바뀌었다.
막 그곳까지 도망쳤던 블루팀이 다시금 혼비백산해서 사방으로 뿔뿔이 흩어지는 모습이었다.
– 됐어요. 독 늪의 지속 시간이 대충 1분 정도니까, 그 전까지 적들은 드래곤 칠 엄두도 못 낼 거예요.
한스는 말을 이으면서 김진성 쪽을 쳐다보았다.
– 그동안 계속 탑 미세요. 1분 정도면, 2차 타워 밀고도 남잖아요?
김진성은 한스 쪽을 말없이 바라보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이고는 계속 상대 탑 라인 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 혹시 모르니까 나머지 네 분은 계속 뭉쳐 있어요.”
지시를 내린 뒤 미니 몬스터를 하염없이 잡던 김진성은, 이내 한참 뒤에야 다시 입을 열었다.
“고마워요, 한스.”
그 말에 한스가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 풋, 아닙니다. 오히려 제가 고맙죠.
“……?”
– 당신의 말이 맞아요. 현재 상황에 최선을 다해야죠. 언제 5팀 막내인 저한테 이렇게 모두가 주목할 만한 쇼케이스가 찾아오겠어요?
한스가 솔직한 심정으로 술술 털어놓기 시작했다.
– 지금 활약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트리운포 간부들은 주안과 루카, 둘에게만 집중할 거예요. 아, 당신까지 포함되겠군요.
혹시 알아요? 이번 기회에 맹활약을 펼치면, 저 또한 주안과 루카 못지않은 최고의 유망주로 자리 잡을지?
그 말에 김진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자신의 ‘독 구슬’이라는 능력을 마지막 히든카드로 남기기보다는, 트리운포에서 한 계단 더 스텝 업 하기 위해 공개하고, 사용한 것이다.
“일단 확실한 건, 우리 팀이 이기면 당신은 2라운드 때까지 최소 3위 자리는 확정이라는 겁니다.”
– 아…. 그런가요?
김진성의 위로에 씨익 웃는 한스.
하지만 거짓말은 아니었다.
레드팀이 이기면 자연스럽게 다섯 명의 점수가 확 올라갈 것이다.
그렇게 되면 1라운드 때 점수가 훨씬 높았던 한스가 블루팀의 상위 세 명을 제치고 최소 3위 안에 들어갈 것이 확정적이었다.
“아, 물론 다른 팀원들이 ‘능력’을 사용해서 더 큰 활약을 펼치면, 좀 더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요….”
의미심장한 어투로, ‘능력’이라는 단어를 강조하면서 말끝을 흐리는 김진성.
그 말뜻을 이해 못 하는 팀원은 한 명도 없었다.
이해한 그들은 하나같이 모두 고민에 빠진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알롭스키의 말이 맞기는 하는데….’
‘일단 확실한 건, 이대로 가면 레드팀에서 알롭스키와 한스만 점수를 따는 게 확정이긴 해.’
속으로 생각하면서 고뇌에 빠진 레드팀.
그때였다.
촤악!
“악!”
갑자기 들려오는 한스의 비명에 모두의 고개가 홱 하고 그쪽으로 돌아갔다.
큰 충격을 받은 모습으로 뒤로 한참을 물러나고 있는 한스.
그런 그를 공격한 이는….
‘기안?’
막 검을 휘두른 듯한 기안이, 레드팀 네 명이 뭉쳐 있는 곳에 서서 모두를 돌아보고 있었다.
– 뭐야?!
– 여긴 어떻게 온 거지?
– 일단 잡아!
레드팀은 반사적으로 기안을 공격하기 위해 무기를 꺼내 든 채로 달려들었다.
순식간에 기안의 코앞까지 다가와 무기를 휘두르는 한스를 제외한 셋.
하지만,
“!”
“어?”
그들의 무기는 허공만 갈랐을 뿐이었다.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기안을 찾기 위해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레드팀.
“이미 도망쳤어요.”
그때, 김진성의 목소리가 레드팀 전원에게 들려왔다.
“지금 벽을 타고 블루팀 쪽으로 되돌아가는 중이에요.”
– 벽을… 타고요?
“네.”
대답하는 김진성의 눈에는 현재 기안의 모습이 제대로 확인되고 있었다.
‘항시 주변 확인’ 스킬을 사용해서, 현재 경기장 전체를 모두 확인할 수 있는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벽을 타고 있는 게 확실해요.”
대답을 잇는 김진성의 눈에는, 투명해진 모습으로 벽을 자유자재로 관통하고 있는 기안의 모습이 보였다.
그걸 보며 김진성은 속으로 생각했다.
‘기안도 고유 능력을 사용했군.’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