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rb only the power of the wicked and become the strongest on Earth RAW novel - Chapter (225)
제225화. One Step
[…안 된다.]한참 후, 김진성의 머릿속에 들려온 단틸리온의 대답이었다.
“왜?”
[들어가는 순간 지금의 너는 죽는다.]단틸리온이 단호한 어투로 말했다.
[아무리 네가 마기와 하나인 ‘마인 체질’이라 할지라도, 그래 봐야 결국엔 한낱 중간계 생명체에 지나지 않는다.가장 먼저 ‘마기’의 선택을 받은 존재들 앞에서는 달걀로 바위 치기나 다름없다.]
“가장 먼저 마기의 선택을 받은 존재들?”
[마신.]말 중간에 치고 들어오는, 김진성의 물음에 단틸리온은 짧게 대답했다.
[태초에 마기가 존재했고, 그 마기 속에서 가장 먼저 생성된 생명체가 존재한다. 그게 마신이다.]단틸리온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김진성이 서 있던 주변의 땅이 가늘게 뒤흔들리기 시작했다.
땅은 점차 거세게 흔들리더니, 진동은 이내 지진 혹은 그 이상의 사태처럼 느껴질 만큼 강해졌다.
하지만 김진성의 시선은 전방에 고정되어 움직일 생각조차 안 하고 있었다.
지진의 원인이 전방에 생성되는 어떤 존재 때문이라는 것을 눈치챘기 때문이었다.
“…와.”
김진성이 작게 감탄했다.
전방에 등장한 거대한 존재의 얼굴을 보기 위해서, 그는 고개를 들어 올릴 수밖에 없었다.
마기와 똑같은 색깔의 검은 로브로 온몸을 가리고 있는 존재였다.
유일하게 드러난 얼굴은 길게 자라난 흰 수염으로 절반 이상은 뒤덮여 있었다.
수염 위 두 눈동자를 올려다보면서 김진성이 물었다.
“단틸리온?”
[풋. 어떻게 한눈에 알아봤지?]피식 웃으면서 묻는 단틸리온에게 김진성은 대답했다.
“온몸에서 뻗어 나오는 기운이 너무 친숙해서.”
알 수 없는 감탄사를 흘린 단틸리온.
이내 그는 본론으로 들어갔다.
[자, 이게 내 본모습이다. 마계의 모든 존재에게 추앙받는 마신 단틸리온의 실제 모습이란 말이다.어떤가? 감상이.]
“뭐, 나쁘진 않긴 하네.”
김진성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하지만 그러는 그의 두 손은 가늘게 계속 떨리고 있는 상태였다.
어느새 등줄기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리는 것을 느끼면서 김진성은 속으로 생각했다.
‘정말 무지막지하게 강하군….’
내색하진 않았지만, 김진성은 속으로 엄청난 충격을 받은 상태였다.
그동안 마계던전 안에 들어올 때마다 티격태격하며 싸웠던 단틸리온이 이 정도로 강력한 존재일 줄이야.
말 그대로 태산, 아니 그 이상의 존재처럼 느껴졌다. 상대? 말도 안 된다. 부딪치는 순간 김진성은 소멸한다.
아예 대결할 의지조차 느껴지지 않는 강력한 존재를 마주한 건, 각성한 이후로 처음이었다.
[큭큭큭…! 나쁘진 않다라.]김진성의 대답에 단틸리온은 화를 내기는커녕 클클거리면서 웃었다.
[시건방진 건 여전하구나, 애송이. 눈에 보일 정도로 대놓고 벌벌 떨면서 말이야.]“그럼 뭐, 살려달라고 무릎 꿇고 머리라도 박을 줄 알았냐?”
[최소한 이번만큼은 비슷한 반응을 기대했는데 말이지.]“꿈 깨라. 그나저나 왜 갑자기 본모습을 드러낸 거야? 인제 와서 나 죽이려는 건 아닐 테고.”
[정확히 맞췄다.]“…뭐?”
눈썹을 꿈틀하는 김진성에게 단틸리온은 대답을 이었다.
[이제부터 네 목표는 눈앞에 있는 나, 마신 단틸리온의 본체를 이기는 것이다.]“……!”
[그래야 마계 던전의 마지막 층에 들어설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을 충족할 수 있다.나 한 명도 이기지 못하는 상태에서 70명이 넘는 마신들이 바글거리는 마지막 층에 들어가겠다는 생각은 꿈도 꾸지 마라. 알겠느냐?]
그 말을 들은 김진성은, 이내 결심한 듯이 한숨을 길게 내쉬면서 검을 뽑아 들었다.
바로 단틸리온과 싸우려는 모습이었다.
“한번 해보지, 뭐.”
호흡을 가다듬은 김진성은 체내의 마기를 한껏 끌어모으기 시작했다.
이내 자신에게 달려들려는 김진성을 가만히 지켜보던 단틸리온은,
[멍청한 녀석.]짧은 한마디와 함께 김진성을 향해 한 손을 가볍게 휘저었다.
퍼퍼퍽!
“……!!”
김진성의 두 눈이 부릅떠졌다.
자신의 왼쪽 팔부터 허리 아래까지의 신체가 인지할 틈도 없이 터진 것이다.
연쇄 폭발이라, 첫 공격을 무조건 막아주는 ‘가호의 장막’ 특성도 그를 지켜주지 못했다.
‘이렇게 쉽게…?’
김진성은 무슨 장난감 갖고 놀듯이 가볍게 자신의 신체를 터뜨린, 단틸리온의 경지에 충격받은 표정을 숨기질 못했다.
[아직 내 말 다 안 끝났다. 끝까지 들어라.]그런 그를 향해 단틸리온은 계속해서 말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지금의 네 실력으로는 당연히 나를 상대할 수 없다. 이건 단순히 실력의 문제가 아니다. 중간계 생명체로 태어난 이상 신을 상대하는 건 불가능하다.]김진성은 단틸리온의 설명을 말없이 듣고 있었다.
아까 언제 신체가 터졌냐는 듯, 어느새 멀쩡한 모습으로 다시 선 채로 말이다.
바닥에 흩뿌려져 있는 핏물만이 아까 전 폭발을 증명하는 유일한 흔적이었다.
[피와 살로 신체가 구성된 중간계 생명체들은, 마나를 담기 가장 불편하고 비효율적인 존재다.반면 나를 비롯한 마신들은 신체 전부가 순수한 마기로 이루어져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애초에 마나를 담을 수 있는 그릇에서부터, 태생적으로 큰 차이가 존재한다는 소리지.]
“그 그릇의 크기를 바꾸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데?”
[당연히, 타고난 신체를 바꿔야겠지. 피와 살로 이루어진 평범한 중간계 생명체의 신체가 아닌, 마신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을 드넓은 그릇을 보유한 신체로.]“…그게 가능해?”
김진성은 단틸리온의 대답 중 ‘원래대로라면’이라는 단어에 집중했다.
“원래는 안 된다면, 나는 바꿀 수 있나 보군.”
김진성의 말에 단틸리온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100% 확신하지는 못하겠지만, 내 예상이 정확하다면 너는 새로운 신체로 ‘탈피’가 가능하다.]“탈피라…. 근데 100% 확신하지 못한다면, 잘못하다간 ‘탈피’ 못 하고 죽을 수도 있다는 소리 아냐?”
[그래서 그 만약을 위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것이 첫 번째 스텝이다.]거기까지 말을 마친 단틸리온이 순식간에 김진성의 시야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그가 사라지고 난 자리에는, 다른 차원으로 이동하는 검은 포탈이 하나 생성되고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라.]예전처럼 머릿속에서 들려오는 단틸리온의 목소리.
김진성은 그의 말을 따라 검은 포탈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 * *
주변 환경이 바뀌었다.
처음 보는 낯선 장소지만, 김진성에게는 왠지 모르게 익숙한 느낌이었다.
“…레벨이 좀 높은 마계던전 같은데.”
[정확하다. 정면을 봐라.]김진성은 단틸리온의 대답을 따라 정면을 쳐다보았다.
규모가 어마어마하게 드넓은, 웅장한 중세 시대 느낌의 성이 눈에 들어왔다.
온통 검은 벽돌로 지어진 성의 정문 안쪽에, 거대한 누군가가 왕좌에 앉은 채로 김진성 쪽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마왕, 제탈이다. 49레벨 마계던전을 지키고 있는 최종 보스지.]단틸리온이 김진성에게 상대방의 정체를 알려주었다.
[첫 번째 스텝은 바로 저 제탈을 처치하는 것이다. 그 정도는 혼자서 할 수 있겠지?]“당연하지.”
김진성은 바로 대답하면서 다시금 검을 빼 들었다.
왕좌에 앉아 있는 제탈을 향해 다가가는 김진성의 모습은 당당하고, 거침이 없었다.
왕좌가 있는 성 내부까지 들어온 김진성을 향해,
“…너는 누구냐?”
제탈이 왕좌에 앉은 채로 물었다.
“중간계 생명체인가? 그러기엔 풍기는 기운이 마계 놈들과 너무 비슷한데….”
“알 거 없다.”
김진성은 짧게 대답하면서 바로 제탈을 향해 검을 그었다.
이전에 시련의 탑 45층 보스, 사리엘을 단칼에 처치할 때 사용했던 그 기술이었다.
차원의 힘과 살(殺) 스킬이 뒤섞인 검은 반월이 빠른 속도로 왕좌에 앉은 제탈을 향해 날아갔다.
서걱.
깔끔하게 베이는 소리와 함께, 제탈의 신체가 왕좌와 함께 수직으로 갈라졌다.
“…제법이군.”
하지만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입을 여는 제탈.
심지어 언제 베였냐는 듯, 다시 멀쩡한 모습으로 자리에서 일어나기까지 했다.
“정말 오랜만에 전력을 다할 수 있는 중간계 놈을 만났구나!”
김진성을 내려다보며 크게 외친 제탈의 온몸에서 강력한 마기가 뿜어져 나왔다.
그러자, 성 내부 곳곳에서 다수의 가디언들이 솟구쳐 오르듯 모습을 드러냈다.
‘…키메라들이군.’
온몸이 괴상하게 개조된 모습을 본 김진성은 단번에 가디언들의 정체를 눈치챘다.
심지어 온몸이 해골로 이루어진 걸 보면, 일반 생명체가 아닌 언데드처럼 보였다.
“죽어라!”
곧 제탈의 외침과 동시에, 소환된 가디언들이 일제히 김진성을 포위하듯이 덮쳐왔다.
제탈 역시 김진성을 향해 돌격해 오는 모습.
“…일단, 숫자부터 맞춰볼까?”
가만히 서 있던 김진성의 혼잣말이 끝나던 그때.
그의 주위에 갑자기 수많은 분신이 생성되더니, 이내 덮쳐오는 가디언들을 일일이 상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김진성의 본체는, 정면에서 달려오는 제탈을 향해 다시금 검을 휘둘렀다.
촤촤촤촥!
순식간에 제탈의 신체를 열 번 넘게 가르는 김진성의 검.
그 공격은 모두 성공했다.
제탈의 신체가 네모난 조각이 되어 분리되는 모습이 김진성의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뭐야?’
조각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속도를 멈추지 않고 주먹을 휘두르는 제탈의 모습.
눈을 크게 뜬 김진성은, 본능적으로 몸을 재빨리 틀어 아슬아슬하게 제탈의 공격을 피해내었다.
쿵!
김진성이 서 있던 곳이 제탈의 주먹에 의해 움푹 들어갔다.
“아직도 눈치를 못 챘나 보군.”
제탈이 한마디 하면서 다시금 김진성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러는 제탈의 신체는 다시금 멀쩡해져 있었다. 조각났던 신체가 다시 붙은 것이다.
‘뭐지? 콰그미어 같은 특성을 보유한 놈인가?’
김진성의 머릿속에는 자연스레 콰그미어가 떠오를 수밖에 없었다.
주먹만 한 크기의 신체만 남아 있어도 죽지 않고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는 뛰어난 생존력을 가진 몬스터, 콰그미어 말이다.
‘그렇다면….’
김진성은 바로 달려오는 제탈을 향해 스킬을 사용했다.
동시에 제탈 바로 코앞에 검은 블랙홀이 생성되었다.
얼마 전 그레이엄을 처치하고 얻은 ‘차원 이동 블랙홀’ 스킬이었다.
“엇…!”
갑자기 생성된 블랙홀의 모습에 놀란 제탈이 곧바로 달려들던 방향을 틀려고 했지만, 이미 늦었다.
차원 이동 블랙홀의 강력한 흡입력에 의해, 제탈의 온몸이 블랙홀 안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크윽…!”
제탈은 이를 악문 채로 빨려 들어가지 않으려고 있는 힘을 다해 버티기 시작했다.
그로 인해 제탈은 제자리에 몇 초 이상 머무는 큰 실수를 저지를 수밖에 없었다.
정확히 김진성이 의도한 바였다.
“이 폭발을 맞고서도 살아남을 수 있을까?”
김진성은 두 손바닥을 제탈을 향해 내민 뒤, 각각 마기와 천기 구체를 형성하기 시작했다.
곧이어 그의 장기 중 하나인 잉크루시오를 이용한 폭발 공격이 펼쳐졌다.
콰아아아앙!
이내 성 내부를 완전히 뒤덮는 거대한 폭발이 굉음과 함께 일어났다.
폭발은 성 내부를 휩쓰는 것도 모자라, 튼튼한 지붕과 벽까지도 박살 내며 군데군데 구멍을 만들었다.
강력한 폭발의 여파가 완전히 사라진 후, 김진성의 시야에는 아무도 없는 휑한 성 내부의 모습만 들어왔다.
제탈을 비롯해 키메라들까지 이번 폭발에 휩쓸려서 완전히 소멸해 버린 것이다.
‘…아니야.’
하지만 정면을 쳐다보는 김진성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제탈, 이 새끼 아직 살아 있어.’
그렇게 속으로 생각할 때.
아무도 없던 정면의 시야에, 누군가가 순간 이동을 하듯 갑자기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바로, 제탈이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