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Black-Haired Foreigner RAW novel - Chapter (243)
구교사.
드르륵, 탁.
요란한 소리와 함께 양호실의 문이 열렸다.
“크흐흐흐흐흐흐······.”
마에다 신지가 음산한 웃음을 흘리며 들어선다.
“이제 곧······. 전부 끝이다.”
김덕성.
놈을 파멸시키고 사이온지 아리스를 손에 넣으리라.
그를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었다.
그것이 테러리스트로 추정되는 자와 손을 잡는 것일지라도.
“굴욕은 잠깐뿐······.”
어차피 문화제에 모인 건 서민뿐.
마에다 재벌의 후계자로서 철저히 엘리트 교육만 받고 자란 마에다 신지에게 일반 서민의 생명은 개미와도 같았다.
테러가 일어나서 몇 명이 죽건 그에게는 아무 상관 없는 일이었다.
오히려 우민들의 사소한 희생으로 목적을 손쉽게 달성할 수 있다는 흥분감이 신지의 가슴을 달구고 있었다.
뒤처리는 마에다 재벌의 힘을 빌리면 손쉽게 해치울 수 있을 터.
[준비는 됐겠지?]신지의 귀에 있는 블루투스 이어폰에서 변조된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물론이지. 약속이나 지키라고.”
[당연히 지킬 테니 결계진을 작동하도록.]“그렇게 하지.”
뚝.
통신이 끊어진다.
마에다 신지의 시야에 결계진이 보인다.
이 결계진에 마력을 주입해서 작동시키기만 하면 그의 역할은 끝이다.
신지가 망설이지 않고 파란 마력을 오른손에 피워올린 그때.
“거기까지입니다.”
마에다 신지의 귓가에 익숙한, 하지만 이 자리에 있으면 안 되는 목소리가 들렸다.
신지가 고개를 돌렸다.
거기에는 찬란한 은빛 머리카락이 인상적인 미소녀, 사이온지 아리스가 은빛 눈동자를 차갑게 빛내며 서 있었다.
그 옆에는 검은 머리 소년, 김덕성이 있었다.
두 남녀의 모습을 본 마에다 신지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배신자. 마에다 신지.”
아리스의 눈동자가 싸늘하게 식는다.
CCTV로 마에다 신지의 모습을 봤을 때도 설마 했었다.
마에다 신지.
그는 지금까지 학원의 2인자이자 모범적인 풍기위원장으로서 학생회장인 그녀의 지시를 충실히 이행하는 심복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장을 목격한 지금.
아리스는 마침내 깨달았다.
마에다 신지가 자신을 배신했다는 사실을.
아리스가 입술을 깨문다.
그녀의 마음속에서 배신감이 치솟는다.
그 모습을 본 마에다 신지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
“어떻게?! 대체 어떻게?! 계획은 완벽했을 텐데!”
마에다 신지가 허둥지둥대면서 나와 아리스를 보며 소리친다.
어떻게 저렇게 대사까지 전형적인 삼류 악당일 수가 있지?
정말 대단하다.
“그동안 당신이 학원을 위해 세운 공로를 생각해서 지금이라도 순순히 투항한다면 큰 죄는 묻지 않겠습니다.”
아리스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한다.
파츠츠츠츳!그녀의 몸에 은빛 스파크가 튄다.
마에다 신지는 아리스에게 꽤 신뢰를 얻던 인물이라는 설정.
그런 신지의 배신은 아리스에게 상당한 충격이었고, 원작에서도 나온 모습이다.
지금도 아리스의 입술이 배신감으로 파르르 떨리고 있다.
“투항? 내가? 너 따위한테?”
신지가 안경을 고쳐 쓴다.
“흐, 흐흐흐흐흐, 흐흐후후후후, 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의 입에서 광소가 흘러나온다.
신지의 눈동자가 광기로 물든다.
“감히 이 몸한테 투항이라니! 마에다 재벌의 후계자인 이 신지님이 시골 촌년에 불과한 너한테 왜 투항해야 하지?”
“그, 그건?!”
마에다 신지의 말에 당황하는 아리스.
그녀의 몸이 움찔한다.
역시 알고 있었나.
원작과 같은 전개.
하긴 모르고 있는 게 더 말이 안 된다.
“어떻게 알았냐고? 마에다 재벌의 정보력을 얕보지 말라고! 촌년 주제에!”
“그런, 말도 안 되는······.”
아리스의 눈동자가 흔들린다.
그녀의 손이 파르르 떨린다.
원작에서도 신지 놈이 이렇게 주인공과 히로인들이 보는 앞에서 아리스의 정체를 까발려서 혼란을 주는 장면이 있다.
당연하게도 유지는 라노벨 주인공답게 그녀에게 상냥한 말을 속삭여서 그녀를 설득하고 시골 소녀의 모습을 받아들이게 만든다.
원작에서도 꽤 명장면으로 꼽혔던 장면.
그 내용을 떠올리면서 나는 아리스의 손을 잡았다.
“선배.”
꼬옥.
손을 잡자 아리스가 나를 응시한다.
“김덕성군······.”
“괜찮습니다.”
“하지만 저는······. 당신한테 위로받을 자격이······.”
아리스가 우물거린다.
그녀의 얼굴이 굳는다.
위로받을 자격을 말하는 걸 보니 아까 내게 차갑게 대했던 이유를 말하지 못한 거에 대해서 죄책감을 느끼고 있는 거겠지.
굳이 말 안 해도 상관없었다.
아리스의 마음 정도는 이미 알고 있었으니까.
아직 아리스는 시골 소녀라는 본인의 정체성을 완전히 받아들이지 못한 상태.
그런 상황에서 나와 일정 수준 이상으로 친해지면서 두려움을 느낀 것이다.
다시 시골 소녀의 모습으로 돌아갈까 봐.
실제로 아리스는 나와 있으면서 느슨한 모습을 보여줬지만, 그게 의도한 사항은 아닐 가능성이 높았다.
지금의 아리스는 아직 완벽 초인이라는 틀에 스스로를 가두고 있는 상태였으니까.
“그건 제가 아까 괜찮다고 말하지 않았습니까. 그러니까 상관없습니다.”
“김덕성군······.”
내 말에 살짝 놀라는 아리스.
그녀의 얼굴이 빨개진다.
“그러니까 정신 차리시고, 슈오우 학원의 학생회장으로서 저 새끼를 체포하는 겁니다.”
내가 손가락으로 신지를 가리켰다.
놈은 라노벨 삼류 악당답게 나와 아리스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가만히 전부 들어주고 있었다.
“······알겠습니다. 추한 모습을 보였군요, 죄송합니다.”
아리스가 입술을 깨문다.
일단 일시적으로 진정시키는 데는 성공했다.
하지만 이건 미봉책.
일이 다 끝난 뒤 원작에서처럼 그녀를 시간을 두고 충분히 설득해야 아리스의 이야기가 완전히 마무리될 터.
지금 전부 끝난 건 아니다.
시간이 충분했다면 그렇게 했겠지만, 지금은 전투 상황.
적을 앞에 두고 한가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는 없는 법이다.
“정말 못 봐주겠군. 촌년 주제에, 감히 이 나를 우롱한 것도 모자라 검은 귀축과 놀아나다니!! 용서할 수 없어! 용서할 수 없다고!!”
주먹을 쥔 채로 입에 침을 튀겨가며 소리 치는 마에다 신지.
원작에서도 찌질하기는 했지만, 저 정도로 심각하지는 않았는데.
왜 저러지?
“마에다 신지,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항복을 권유하겠습니다. 지금이 마지막 기회입니다. 투항하시길 바랍니다.”
츠팟!
아리스의 몸에서 은빛 섬광이 터진다.
그녀의 몸에 은빛 바디 슈트가 입혀진다.
전투 모드로 전환한 것이다.
전신 장갑을 장착한 아리스가 일본식 장창을 빼든 채로 신지를 노려본다.
[파트너, 우리도 그걸 하자.]머릿속에서 흑태자의 목소리가 울린다.
‘그게 뭔데?’
[변신.]그게 변신이라니.
어이가 없지만 일단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전투 모드로 전환해줘야 한다.
지금까지는 수상할 정도로 원작 전개를 제대로 따라갔지만, 앞으로도 그럴 거라는 보장은 전혀 없으니까.
듀랜달에 마력을 주입한다.
[듀랜달 온라인]무미건조한 알림음과 함께 검은 섬광이 터지며 검은 전신 장갑이 내 몸에 달라붙는다.
전투 전환을 완료한 나는 듀랜달을 뽑아 들고 신지를 응시했다.
우리 두 사람의 모습을 본 신지가 안경을 고쳐 쓴다.
“어이가 없군. 뭐, 이제 이 시시한 연극도 끝이군. 잘 가라.”
그가 의기양양하게 웃으면서 손으로 푸른 마력을 분사한다.
“천박한 검은 귀축도, 그리고 그놈과 붙어먹은 촌년인 너도! 흐, 흐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하! 이 결계가 작동하면 모두 끝이란 말이다!! 아리스! 너는 이제 내 소유물이 되는 것이다!”
전투 모드조차 전환하지 않고 광소를 터뜨리는 신지.
결계진이 이미 망가졌다는 사실을 아는 내가 보기에는 코미디가 따로 없었다.
“천박한 우민들아! 이제 목도해라! 이 신지님의 압도적인 힘을!”
삼류 악당처럼 대사를 내뱉으면서 결계진에 마력을 주입하는 신지.
당연히 망가진 결계진이 작동할 리 없다.
“뭐지? 대체 뭐야?!”
아무 반응도 없는 결계진을 보고 신지가 놀라던 그때.
[덕성 오빠. 이쪽은 이미 초 클리어! 세라땅이 트릭스터 위치인지 뭔지 하는 할머니 단번에 제압해버렸다구! 역시 세라땅쪽이 더 강한 할머니일지도? 막이래. 니시시시시.]귓가에 하루의 통신이 들려온다.
“다른 테러 위협은?”
[세라땅이 협회장 아저씨 불러서 협회에서 주변 보안 점검 중인데 없는 거 같아. 니시시시. 오빠. 하루 잘했지? 칭찬해줘. 칭찬.]세이라와 이치로가 점검했는데도 없다면 진짜로 없는 거다.
수상할 정도로 원작과 똑같이 흘러가는 모습에 위화감이 조금 든다.
이렇게까지 그대로 흘러간다고?
“그래, 잘했다.”
하루와의 통신을 끊는다.
“야, 네 협력자 벌써 체포당했다는데?”
“뭐라고······?”
내 말을 듣고 동요하는 신지.
그의 눈동자가 커진다.
“투항할 생각이 없다면······.”
파츠츠츠츠츠츠!!
아리스의 전신에 은빛 전기가 감돈다.
“힘으로 제압하겠습니다.”
번쩍!
구교사 양호실 안이 은빛 섬광으로 물든다.
콰과과과광!
굉음이 울리며 구교사 벽이 무너지고 유리가 전부 깨진다.
“끄아아아아아아악!”
비명과 함께 섬광이 걷히며 마에다 신지의 몰골이 드러난다.
찢어진 교복.
깨진 안경.
온몸이 너덜너덜해진 마에다 신지의 손에서 아리스가 단도형 초상병기를 빼앗고 그의 몸에 구속구를 채운다.
마에다 신지 제압도 끝났다.
“이제 끝이군요.”
후우.
아리스가 한숨을 쉰다.
정말 이래도 괜찮나 싶을 정도로 허무하기 짝이 없는 결말.
[그래도 이번에는 별다른 사고 없이 끝나서 다행이네. 파트너. 그래, 이런 날도 있어야지.]머릿속에서 흑태자가 저렇게 말했지만, 나는 찝찝함을 느꼈다.
이대로 끝난다고?
말도 안 된다.
분명 더 있을 것 같은데.
“김덕성군. 표정이 왜 그렇습니까?”
아리스가 내게 다가오며 살짝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한 순간.
“정말 끝일까?”
엉망진창이 된 신지가 고개를 든다.
그가 웃는다.
“예. 끝입니다. 당신은 항복을 거부했으니 선처도 없을 테고, 자랑하는 마에다 재벌의 배경과 연줄도 협회장이 직접 나선 이상 이번만큼은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할 것입니다. 배후의 협력자까지 사로잡혔으니······.”
“난 혼자 죽지 않아.”
마에다 신지가 목소리를 깔고 말한다.
아까의 찌질한 모습과는 반대되는, 의미심장한 모습.
혼자 죽지 않는다니 뭐지?
자폭이라도 할 셈인가.
내가 듀랜달의 손잡이를 잡은 순간.
“시간이 되었다.”
“무슨 시간 말입니까?”
마에다 신지가 그렇게 말한 순간.
깨진 창문 바깥에서 교내 방송용 스피커로 미리 녹음해둔 것으로 추정되는 마에다 신지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마에다 신지가 웃는다.
아리스의 얼굴이 새하얗게 굳는다.
그녀의 손과 어깨가 파르르 떨린다.
아리스의 다리에 힘이 풀린다.
“전교생한테 네 추악한 실체를 전부 알려줄 방송의 시간 말이지.”
“뭐, 뭐라고? 전교생한테······. 내 정체가 전부 알려져······? 아, 안 돼······. 안 된다고······.”
털썩.
그녀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주저앉아 양손으로 얼굴을 가린다.
아니.
이런 씨발.
이건 원작에 없던 전개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