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Black-Haired Foreigner RAW novel - Chapter (377)
#3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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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상공 위에서 벌어지고 있는 메사이어와 김덕성의 결전은 쿠로사와 유지의 심상전개를 통해 전 세계 모든 사람에게 생중계되고 있었다.
TV, 컴퓨터 할 것 없이 모든 모니터가 메사이어와 김덕성의 결전을 중계 중이었으며, TV와 컴퓨터가 없는 오지에는 하늘 위에 그들의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영상이 환상처럼 떠올랐다.
77억 세계인 모두가 김덕성과 메사이어, 이 세계의 운명을 결정짓고 있는 결전을 보고 있었다.
메사이어의 추종자와 동맹을 제외한 모든 인류는 쿠로사와 유지의 심상전개를 통해 메사이어의 최종 목적을 알고 있었다.
현 세계의 종말, 그리고 신세계의 창조.
세계가 종말하면 재산, 지위, 권력, 성별, 나이 여부에 상관없이 전부 소멸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종말은 진정 모두에게 평등했다.
이 세상에 살아가고 있는 누구도 이 상태로 허무하게 소멸하고 싶지 않았다.
“힘내! 김덕성!”
“당신뿐이야!”
“우리를 구해줘!”
“힘내라고!”
“죽여버려!”
“전부 쓰러뜨려!”
세계인들의 응원이, 의지가 힘이 되어 지금 이 순간에도 쿠로사와 유지를 통해 김덕성에게 전달됐다.
김덕성의 더없이 정확하면서 파괴적인 찌르기, 필살필중의 검술에 전 인류의 염원이 담겼다.
듀랜달 위에 떠오른 흑광과 백염이 서로 뒤섞이며 새로운 색을 만들어냈다.
그것은 우주였다.
검은 바탕에 하얀 별빛이 반짝이는 우주가 듀랜달의 칼날 위에 현현했다.
[우주검]【Cosmic Sword】
김덕성, 그만의 신념을 담아내서 형상화한 천지검을 넘어선, 전 인류의 신념이 응집된 우주검이 그 자리에 현현했다.
등장만으로 공간을 찢어발기는 우주검.
그 뒤로 인류의 의지가 77억개의 별이 되어 흑태자가 남긴 여명의 서광과 함께 김덕성의 등을 떠받치고 있었다.
전 인류의 마음이 하나로 모인 순간.
번쩍.
김덕성의 등 뒤로 구원자의 상징인 새하얀 헤일로가 떠올랐다.
이 모든 것이 이루어진 찰나의 순간, 그 광경을 보던 메사이어가 웃었다.
“하, 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하하!”
오염된 구세계가 선택한 거짓 선지자가 저기 있었다.
77억 인류의 의지가 그를 선택했다는 사실 따위에, 세계의 의지가 김덕성에게 힘을 부여했다는 진실 따위에 메사이어는 흔들리지 않았다.
그에게 있어서 김덕성은 찬탈자이자 기만자이며 진정한 구세주인 자신을 쓰러뜨리기 위한 마지막 시련, 전 인류를 현혹하는 거짓 구원자, 구세주에게 맞서는 적그리스도, 부처에게 맞서는 제바달다에 불과했다.
인류는 거짓 구원자에게 잠시 현혹당했을 뿐이었다.
신세계의 도래야말로 유일무이한 구원의 길.
그리고 자신은 이 세계의 유일무이한 구세주다.
메사이어는 그 사실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거짓 구원자여── 이 자리에서 그대를 참하고, 신과 악마한테 고통받는 구세계에 종언을 고하겠습니다! 구원의 길을 눈앞에 보고도 믿지 못하는 우매한 77억 인류를, 억조창생을 게이트도, 빌런도, 영웅도, 이계종도, 마력도, 마술도, 이능력도 없는── 오직 인간만이 존재하는 낙원, 인류가 스스로 운명을 자유롭게 결정하는 신세계로 인도하겠습니다!”
메사이어의 선언이 유적 전체를, 도쿄도 전체를, 나아가 전 세계를 울렸다.
그의 눈에서 흑색 광망이 번쩍였다.
그의 머리 뒤에 떠오른 흑색 헤일로가 더 가열차게 빛을 발했다.
“저는 메사이어! 전 인류를, 억조창생을, 이 거짓되고 오염된 구세계를 구원하겠다고 스스로 결심하고 일어선 자! 그 어떤 고난과 시련에도 굴하지 않는 진정한 세계와 인류의 구세주입니다! 세계인들이여! 저의 구원을 믿지 않아도 좋습니다. 저를 증오해도 좋습니다! 저는── 저를, 제 신념을, 제 구원을 불신하고 저를 증오하는 당신들마저 사랑합니다. 그렇기에 사랑하는 당신들 전부를 구원하겠습니다. 왜냐하면──”
메사이어가 예검을 들었다.
[멸세검 레반테인] [진명해방] [세계를 태우는 종말의 불꽃]화르르륵.
그의 손에 들린 예검, 레반테인의 칼날을 이루던 검은 화염이 칼자루를 타고 번졌다.
그의 전신에 검은 화염이 타올랐다.
[합일] [수르트]화르르륵.
두 번째 검은 화염이 일어나면서 그의 등 뒤에 있던 레반테인의 정령, 수르트가 메사이어와 합일했다.
메사이어의 등 뒤로 거대한 화염의 날개가 솟아올랐다.
“──그것이 구세주. 모두를 구원하는 자니까요!”
메사이어가 멸세검 레반테인을 휘둘렀다.
“라그나로크 종말류── 최종오의.”
멸세검 레반테인에서 일어난 검은 불길이 거대한 장막을 만들어냈다.
“아포칼립스(Apocalypsis).”
검은 불길이 종말의 형상을 갖추기 시작했다.
뿌우우우우.
종말의 뿔피리 소리가 전 세계에 울려 퍼졌다.
지금까지 지구 역사에서 찾아왔던, 그리고 미래에 도래할 가능성이 존재하는 모든 종말의 재앙이 김덕성의 앞길을 가로막았다.
대홍수, 대지진, 쓰나미, 초화산 폭발, 기근, 역병, 태풍, 전면 핵전쟁, 운석 충돌, 지구 자기장 붕괴, 빙하기, 형언할 수 없는 우주적 공포···.
발생 가능한 모든 멸망의 가능성이 현실로 구현되어 오로지 김덕성의 앞길을, 그의 우주검을 막기 위해 그에게만 휘몰아쳤다.
메사이어가 입술을 깨물었다.
아포칼립스.
홀로 77억 세계인의 총의를 전부 능가하는 구세의 염을 짊어진 그의 전부를 검에 담아 쏟아내는, 모든 종말의 가능성을 현세에 구현하는 궁극 스킬.
천지창조를 중지하고, 원래라면 꺼낼 생각도 없었던 그 스킬을 사용하게 할 정도로, 김덕성의 우주 돌파는 위협적이었다.
최종오의를 사용해서 방어하지 않았다면, 자신은 이미 죽었을지도 몰랐다.
메사이어가 입술을 깨물었다.
하지만 김덕성의 찌르기는, 우주마저 뚫어버리는 그의 듀랜달은 종말을 문자 그대로 찢어발기며 메사이어의 지척까지 다가왔다.
빙하기의 한기도, 초화산 폭발의 용암도, 운석 충돌과 핵폭발의 충격도, 대홍수와 쓰나미의 물결도 김덕성의 듀랜달에 하나도 남김없이 모조리 분쇄당했다.
형언할 수 없는 우주적 공포조차 인류와 세계의 의지 앞에, 김덕성의 신념 앞에 무력하게 찢겨나갔다.
은하를 압축한 압도적인 힘, 찬란한 우주의 별빛을 가로막기에는 지구라는 한 행성의 종말은 너무나 약했다.
“어떻······. 게······.”
김덕성의 듀랜달이 모든 재앙을 돌파한 순간, 메사이어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의 얼굴에 처음으로 불신이 떠올랐다.
믿을 수 없었다.
“내 구세의 신념은 전 인류의 의지 따위는 진작에 초월했을 텐데······.”
메사이어는 스스로를 믿었다.
본인이 품은 구세의 신념을 믿었다.
설령 전 인류가 자신을 외면하더라도, 불신하고 증오하더라도, 그런 인류를 사랑한다는, 그렇기에 모두를 구원하겠다는 그의 신념은 단 한 번도 흔들리지 않았다.
그렇기에 인류의 총의 따위, 몇 번을 모여도 구세의 신념을 결코 흔들 수 없다.
따라서 거짓된 선지자인 김덕성의 우주 돌파가 아무리 강력해도 자신이 펼쳐낸 종말의 대재앙을 뚫어서는 안 됐다.
그래야 했다.
하지만 김덕성은 모든 재앙을 가볍게 뚫어냈다.
그의 검에 실린 우주의 별빛은 모든 재앙을 정면에서 분쇄하면서 여기까지 왔다.
“그런데 어째서 당신 따위가······. 기만자인 당신 따위가! 저를, 이 구세의 신념을 아무렇지도 않게 돌파하는 겁니까! 어떻게!”
메사이어가 발악하듯 소리치면서 레반테인을 들어 김덕성의 듀랜달을 막으려 시도했다.
아포칼립스를, 별의 재해를, 구세의 신념을 뚫어낸 김덕성의 칼끝 앞에서는 무의미한 발버둥이다.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해야만 했다.
그는 구세주.
마지막까지 인류를, 세계를 구원하기 위해 행동해야 했다.
설령 모두가 그를 증오하고 외면하더라도, 구원의 가능성이 0%라 하더라도.
나아가야 했다.
그것이 그가 선택한 구세의 길이니까.
파각.
초월병기 멸세검 레반테인이 김덕성의 찌르기, 우주 돌파에 허무하게 부서져 가루로 화해 흩어졌다.
그의 칼끝이 메사이어의 심장에 닿기 직전.
찰나의 순간.
우웅.
두 사람이 지닌 현자의 돌이 서로 공명했다.
세계가 정지했다.
흑백으로 변한 세계 속에서 메사이어와 김덕성이 서로 마주했다.
“······돌아가고 싶지 않습니까? 월드 게이트가 열린 지금이라면 돌아갈 수 있습니다. 그토록 바라던 당신의 진짜 가족이 있는 원래 세상으로 말이죠.”
심장에 칼끝이 겨눠진 상황에서 메사이어가 말했다.
그의 말에 김덕성의 입가에 웃음이 떠올랐다.
*
나는 웃었다.
귀환이라고? 이제 와서?
흑백의 세계 속에서, 나는 메사이어에게 칼끝을 겨눈 상황.
하지만 이대로 놈을 찌르는 건 불가능했다.
여기는 놈과 나의 심상이 현자의 돌을 매개로 묶여 만들어진 세계.
나를 가로막는 건 놈의 마지막 신념이었다.
원작과 애니메이션에도 이런 연출이 있었다. 아무것도 없는 흑백 세계에서 유지와 메사이어가 대화하는 장면.
거기에서 유지가 메사이어의 과거를 듣고 눈물을 흘렸지.
메사이어의 과거 회상 장면은 애니메이션에서도 쓸데없이 좋은 작화로 재현되었다.
빌어먹을 세탁기 전개 같으니.
아무튼 나는 놈의 마지막 신념을 여기서 꺾어야 했다.
아, 지금 당장이라도 조지고 싶은데. 염병할 라노벨 세계 같으니.
나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메사이어에게 답했다.
“돌아가고 싶냐고? 물론. 돌아가고 싶지.”
“그렇다면 게이트를 통해 돌아가십시오. 어차피 당신은 ‘라노벨’ 같은 이 세계를 좋아하지도, 주변 인물들을 사랑하지도 않지 않습니까? 이방인인 당신의 목적은 처음부터 끝까지 귀환이었지 않습니까? 구세는 다른 방법으로······.”
메사이어의 말을 들은 나는 코웃음쳤다.
이 새끼 내 과거를 제대로 보기는 한 건가?
“아니. 그 말은 틀렸어.”
내가 좋아하지 않는다고?
안 사랑한다고?
어이가 없어서.
나는 메사이어를 똑바로 바라보면서,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진심을 내뱉었다.
“······좋아해.”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와서야, 모두의 응원을 듣고 나서야 나는 깨달았다.
나는 이 세계를, 정말 빌어먹을 정도로 인정하기 싫지만.
좋아했다.
모두를 좋아했다.
메사이어의 표정에 당황이 떠올랐다.
저 빌어먹을 미친놈 당황한 건 보기 좋았다.
항상 그 여유로운, 모든 걸 다 알고 있다는 미소가 마음에 안 들었거든.
미소녀도 아니고 시커먼 남자, 그것도 빌런이 그렇게 느끼하게 웃어대면 기분만 나쁘다.
나는 메사이어를 바라보면서, 살짝 뜨거워진 얼굴로 설명했다.
“물론 처음부터 좋아한 건 아니야. 원래는 싫었어. 빌어먹을 오그라드는 행동도, 답답하고 호구 같은 주인공이랑 히로인들도, 쓸데없이 상냥하고 물러터진 고구마투성이인 이 엿 같은 세계도.”
메사이어의 뺨이 떨렸다.
“정을 붙이기도 싫었어. 돌아가야 했으니까. 아픈 어머니가 저쪽에 있었으니까. 하지만······. 넌 모르겠지만 한국인은 정의 민족이거든. 그래서 들어버렸거든. 정이. 지내다보니 빌어먹게도 좋아하게 되어버렸거든. 그 호구 새끼들을, 이 쓸데없이 상냥한 세계를······.”
나는 메사이어의 두 눈을 똑바로 바라보면서 말했다.
“내가 빙의자인데도······. 배척하지 않고 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좋아하는 상냥한 이 세계를 나는 좋아한다고. 빌어먹게도!”
내가 이런 라노벨 주인공 같은 낯 뜨거운 대사를 자진해서 내뱉는 날이 오다니.
온몸에 소름이 쫙 돋았다.
손발이 맥반석 위의 오징어처럼 오글거렸다.
아, 개 쪽팔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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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지트 소설 (구:아지툰 소설) 에서 배포하였습니다.
웹에서 실시간으로 편리하게 감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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