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retiring from the national team, Poten exploded RAW novel - Chapter 155
155화. 진심
존이 놀란 표정으로 김유선을 바라보았다.
그는 한글을 쓰지는 못해도 듣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는 영국인이었다.
그리고 한치우 역시 충혈된 눈이 커져 있었다.
하지만 바로 굳은 표정으로 그녀를 노려보았다.
“야. 죄송하다는 말부터 시작해야지? 지금 이게 무슨 소리야!?”
“어, 어차피 용, 서할 마음이 없다는 거 다 알아. 나, 나라도 용서하지 못할 일……이니까.”
김유선은 한치우의 눈에 소름이 돋았다.
이제까지 알던 한치우가 아니었다.
더듬거리면서도 말을 이어 가고 있었지만, 그녀의 손, 발은 아까 입구에서보다 더 떨리고 있었다.
‘무, 무서워! 어떻게 사람이 저런 눈빛으로!’
한치우의 붉은 눈은 금방이라도 그녀를 집어삼킬 것만 같았고, 한치우의 얼굴도 사람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잘 알고 있네? 맞아. 용서할 마음 따위 전혀 없어. 그렇다고 해서 헛소리 따위 들어줄 마음도 아니야. 우성 물산? 그런 회사도 있었나? 누구 마음대로 우성 물산이야!?”
물산이야! 물산이야!
김유선의 귀로 한치우의 외침이 메아리처럼 울려 댔다.
‘긴장하지 말자. 긴장하지 말자.’
김유선은 눈을 감고 천천히 숨을 골랐다.
한치우가 호의적으로 나올 수 없다는 것은 비행기를 타기 전부터 예상하고 있었다.
자신은 가해자의 가족이었고, 한치우는 피해자의 가족이었다.
사촌지간을 떠나 원수라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그래도 김유선은 다시 눈을 뜨고 말을 이어 갔다.
“회. 회사의 이름은 나도 상관없어. 우성의 지, 지분 대, 대부분이 이곳으로 흘러들어오고 있다는 것을 아, 알고 있어. 우성 물산, 아, 아니. 우, 우성 물류와 기, 기공을 살릴 수 있게 기회를 줘. 지, 지분을 달라는 게 아, 아니야. 경영권! 경영권을 내가 갖게 해 줘!”
말이 계속 이어지며 용기가 생겼는지 끝에 가서는 그녀의 목소리에 제법 힘이 실렸다.
“미쳤네, 미쳤어. 여기 온다고 했을 때부터 이미 제정신이 아니었구나?”
한치우는 그녀의 말에 어이없는 표정으로 바뀌었다.
찾아와 무릎 꿇고 빌 줄 알았는데, 그의 예상을 완벽하게 벗어나고 말았다.
“알아! 죄인이란 거! 하지만 빨리 회사를 살리지 않으면, 모든 것이 공중분해 되고 말 거야! 결국, 건설까지도!”
“그래. 바로 그거야! 그게 내가 원하는 일이지.”
화악 –
“꺄악!”
한치우가 입가에 악마 같은 미소를 그리며 김유선의 눈앞으로 얼굴을 들이밀었다.
깜짝 놀란 김유선은 겁에 질려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한!”
참다못한 존이 자리에서 일어나 한치우를 불렀다.
“존. 가만히 있어. 너와 휴에게는 미안하지만, 내가 원하는 일이 바로 이거였어. 이제 제대로 알 것 같아.”
“그. 그게 무슨 말이야!?”
한치우는 존에게 고개조차 돌리지 않았다.
하지만 존은 한치우가 금방 한 말이 진심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왜 그토록 망해 가는 회사의 지분을 계속 사들였는지 알 것 같아 존은 불안한 마음을 숨길 수 없었다.
“김유선. 똑똑히 들어. 너희 가족이 더럽힌 아버지의 이름을 내가 다 거둬들여 깨끗하게 없애 버리는 것! 이것이 내가 원하는 일이고! 내가 지분을 사들이는 목적이야!”
한치우의 눈이 완벽하게 핏빛으로 물들었다.
그리고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살기 비슷한 기운에 김유선은 벌벌 떨었고, 존 역시 침을 삼키며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보여? 어? 내 눈이 어떤지 보이냐고!? 이게 내가 흘린 피눈물이야!”
털썩 –
“자, 잘못했어! 미안해! 진심이야! 잘못했어! 흐흐흑!”
한치우의 기세 때문에 겁에 질려 그런 것인지, 진심에서 그런 것인지 이제야 김유선이 무릎을 꿇으며 빌기 시작했다.
단단하게 마음먹었던 의지는 모두 날아가고 없었다.
한치우도 그녀가 빌기 시작하자, 소파에 바로 앉으며 그 모습을 내려보았다.
“흑! 흑! 용서는 바라지도 않아. 진심이야. 대신 기, 기회를 줘, 흑, 흑! 그, 그래도 할아버지께서 어떻게 일구신 기업인데, 이, 이렇게 무너지게 놔, 놔두어서는 안 되는 거잖아. 제발, 제발. 다른 것은 바라지도 않아. 내, 내게도 우성이라는 이름은 소, 소중해. 진짜야. 믿어 줘. 흑! 흑!”
“내가 회사를 말아먹었어? 어? 누구 때문에 이렇게 된 거지? 회사만 말아먹었어!? 하나뿐인 오빠도 잡아먹었잖아!?”
“그, 그러니까……. 흐, 흑! 흑! 내, 내가 자식이니까 내가 대신 죄를 갚을게. 제발 도와줘. 치우야. 제발! 흐흐흑!”
김유선이 무릎을 꿇은 채로 기어와 한치우의 다리를 잡았다.
“이거 놔.”
“치, 치우야. 제발. 어, 엄마는 아, 아직도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셨어. 내, 내가 흑! 흑! 두, 두 배로 엄마, 아빠 몫까지 죄, 죄를 갚을게. 바, 반드시 회사를 살려서.”
“우성 건설은?”
“으, 응?”
“우성 건설은 살릴 생각이 없나 봐?”
“그, 그건……. 거, 건설은 모, 몰라. 나는.”
“하! 이것 봐라? 결국, 네 잘난 꼴을 계속 유지하려는 거잖아. 안 그래? 네가 할 수 있는 일만 하겠다는 게 무슨 죄를 갚겠다는 거지?”
“아, 아니야! 그, 그런 생각한 적도 없고! 나, 나는 그냥 내, 내가 가장 잘, 잘할 수 있는 일을 하려고.”
“헛소리!”
파악 –
“악!”
“야! 한! 진정해!”
한치우가 김유선의 손을 거칠게 뿌리쳤고, 깜짝 놀란 존이 튀어나오며 한치우의 팔을 잡았다.
“흑, 흑! 난 아무 욕심이 없어. 진심이야……. 흑, 흑! 흑!”
김유선이 바닥에 고개를 파묻고 흐느꼈다.
그녀의 진심을 떠나 애처로운 모습이었다.
“너! 그래도 이건 아니야! 신사답게 행동해!”
“하 – 아 – ”
존이 무섭게 한치우를 노려보며 말했고, 한치우는 머리를 짚으며 눈을 감았다.
“일어나요. 함께 나가요. 이 녀석, 지금 사람 말을 들을 정도가 아닌 것 같으니까.”
존이 김유선을 부축해 밖으로 나가, 세 개의 문 중, 가운데 문을 열어 그녀와 함께 들어갔다.
EMA의 직원들이 늘어나며 건물 안쪽에 2층을 새로 만들었고, 1층의 응접실은 이제 직원들의 휴게실이 되어 버렸다.
대신 2층에는 회의실과 안쪽으로 세 개의 방을 만들었는데, 좌, 우가 토마스와 존의 사무실, 그리고 가운데가 휴게실로 꾸며졌다.
“자, 이거 마셔요.”
존이 냉장고에서 차가운 생수를 꺼내어 김유선에게 건네주었다.
“고, 고마워요.”
김유선은 차가운 물이 들어가자, 조금 진정이 된 것 같았다.
“아까 한 말, 진심인가요?”
“예?”
“저는 한국어를 들을 줄 알아요. 아까 우성 물산을 살리겠다는 말. 진심입니까?”
“아! 예! 진심이에요. 물론, 쉽지 않은 일이죠. 하지만 해야 하는 일이에요. 제가 아까 치우에게 했던 말은 진심입니다.”
“좋아요. 미스 킴?”
“예.”
“호텔에 묵고 있나요?”
“예. 여기서 멀지 않아요.”
“오늘은 바로 호텔로 들어가서 안정을 취하고 계세요. 내일 오전 열 시. 저희 보안 직원이 데리러 갈 겁니다. 내일 저와 이야기하도록 하죠. 아! 지금 가시는 길에도 저희 직원이 안내할 겁니다. 그러니 제게 위치를 설명할 일은 없겠죠?”
“예, 예!”
* * *
11월 17일 수요일.
그랜트 감독이 자신의 사무실에서 한스 박사를 앞에 두고 앉아 있었다.
그의 손에는 서류 한 장이 들려 있었는데, 서류를 확인하는 그랜트 감독의 표정이 좋아 보이지 않았다.
“흠……. 우측 종아리 근육의 염좌라…….”
“토요일 경기까지는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 어제 경기 후반전에서 교체로 나갔을 때, 부상이 확인된 것 같습니다.”
“결국, 월드컵 예선 일정이 너무 빡빡한 게 문제가 될 줄 알았어요.”
“어쩔 수 없는 일이죠. 언제나 이런 문제는 있었으니까요.”
둘이 심각하게 주고받는 내용은 이번 월드컵 예선에 참가한 선수의 부상이었다.
현재 웨스트햄에 소속된 선수 가운데 월드컵 지역 예선을 치르는 선수는 한 명뿐이었다.
“카메룬의 의료진을 믿을 수 있겠습니까?”
“염좌는 방사선 촬영을 할 수만 있다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물론, 내일 아슈르가 돌아오면 저도 정밀 검사를 하겠지만, 거의 확실할 거예요.”
“회복하는 데 시간이 걸리겠군요?”
“그렇죠. 다행인 것은 햄스트링이 아니란 점입니다. 아슈르야 뭐, 워낙 근육의 탄성이 뛰어나고, 성실한 선수이기 때문에 종아리 근육 염좌라면, 다른 선수에 비해 일찍 회복할 가능성이 커요.”
“그래도 보름 이상은 걸릴 것이 아닙니까?”
“예. 검사 결과에 따라서 더 늘어날 수도 있죠.”
“저희 훈련이 너무 힘들었을까요?”
“감독님. 훈련은 당연히 힘든 일입니다. 우리가 상대한 바이언은 물론이고, 아틀레티의 훈련은 저희보다 더 지독하죠.”
“하하! 뭔가 당근과 채찍이 함께 느껴지는 말인데요?”
그랜트 감독이 웃으며 말했지만, 한스 박사의 표정은 걱정이 가득했다.
꾸욱 –
그랜트 감독이 소파에 몸을 편하게 기대었다.
“스트레스를 받으시면 좋지 않아요.”
“적당한 스트레스는 긴장 상태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이제 강팀과의 경기가 줄줄이 이어질 텐데, 걱정하지 않을 수는 없죠.”
그랜트 감독은 눈을 감아 잠시 생각에 잠겼다.
주말에 리그, 그리고 다음 주에는 바로 마드리드 원정이었다.
그리고 다시 주말에 리그까지 소화해야 조금 숨통이 트이는 일정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아슈르의 공백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물론, 찰스와 로버트가 있고, 최근 한치우가 미친 활약을 보여 주며 프리미어 리그 득점 순위 1위에 자리하고 있지만, 이것도 감독으로서는 걱정이었다.
그래서 감았던 눈을 뜨고 물었다.
“한은 좀 어떻습니까?”
“이상이 생기기를 바라시는군요.”
“하하하! 그렇게 보였습니까? 예. 솔직히 이상이라도 생겨서 속 편하게 쉬게 해 주고 싶은 심정입니다. 감독의 권한으로 쉬게 해 주자니 선수가 원하지 않고, 계속 내보내자니 불안하고. 이거 갓난아기를 키우는 심정이에요.”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음…… , 제게 한번 맡겨 보시겠습니까?”
“선수를 위하는 일이라면, 얼마든지요.”
그랜트 감독이 한스 박사의 말에 조금은 안심이 되었는지, 다시 감은 눈으로 생각에 빠졌다.
“감독님?”
“말씀하세요.”
“독일에서 치료를 받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그랜트 감독의 감은 눈이 다시 떠졌다.
앞에 보이는 한스 박사의 표정이 심각해져 있었다.
“한을 독일로 보내자고요?”
“감독님. 제가 농담하는 것으로 보이십니까?”
“하하하! 이거, 너무 뛰어난 팀 닥터를 옆에 둔다는 것이 귀찮은 일이 되어 버릴 줄은 몰랐습니다.”
“감독님!”
한스 박사의 목소리가 순간 커졌다.
“저. 귀는 안 먹었습니다. 조용히 말씀하셔도 됩니다. 밖에서 우리가 싸우는 줄 알겠어요.”
“감독님. 이렇게 놔두면, 언제 위험한 일이 벌어질지 모릅니다!”
한스 박사가 으르렁거리듯이 힘을 주어 낮게 말했다.
소리를 지르지 못해 얼굴이 붉어졌는데도, 그랜트 감독은 다시 눈을 감아 버리며 모르는 척했다.
“이번 시즌만 끝나고 나서요. 아직 준비되지 않았습니다. 이번 시즌만.”
그랜트 감독의 말에 한스 박사의 심각했던 눈이 슬픔으로 물들었다.
* * *
다음 날 러시 그린 훈련장.
오랜만에 열리는 훈련장에 많은 기자와 팬이 몰려와 있었다.
이번 주 토요일에 열리는 프리미어 리그 12라운드는 리그 순위표 1위에서 한 번도 내려오지 않는 웨스트햄과 리버풀을 제치고, 드디어 4위로 올라온 맨유가 런던 스타디움에서 맞붙게 되었다.
“캡틴! 여기요!”
“저도 부탁해요!”
“옆에 로빈도 해 주세요!”
“어? 페어다!”
“저기는 전차군단이 따로 없군! 헤르만과 레온까지!”
“자, 자! 빨리 보내 주자고! 차가 밀리겠어!”
속속 도착하는 선수들이 일찍 나와 기다려 준 팬들에게 사인을 해 주며 훈련장 안으로 들어갔다.
팬들은 알아서 차가 밀리지 않도록 집요하게 종이와 펜을 들이밀지 않았다.
“왔다! 묠니르가 왔어!”
“묠니르! 묠니르가 왔다!”
하지만 박민석이 운전하는 볼보가 모습을 드러내자, 유지되던 질서가 순식간에 무너지고 말았다.
“맥스! 맥스가 함께 있어!”
“블랙 팬서가 검사 때문에 병원으로 바로 간 모양이야!”
조수석에는 한치우가 선글라스를 낀 채 앉아 있었고, 뒷좌석에 맥스가 보였다.
사람들의 예상대로 아슈르는 정밀 검사를 위해 바로 병원으로 갔기 때문에 오늘은 맥스가 한치우와 함께 훈련장에 온 것이었다.
한치우가 조수석의 창문을 내려 넘어오는 종이와 펜을 받아 묵묵히 사인을 해 주는데, 뒤쪽에도 사람들이 제법 몰렸다.
“맥스! 평가전 정말 잘했어!”
“데뷔하자마자 도움을 올리다니! 정말 대단해!”
“역시! 너는 해머스의 미래야!”
지난 스코틀랜드와의 평가전에서 맥스는 후반전에 교체 출전할 수 있었다.
처음으로 대표팀에 차출된 것도 모자라 바로 데뷔전까지 치른 것이었다.
그리고 그 경기에서 맥스는 어시스트까지 기록하는 활약을 펼쳤다.
꼭 대표팀에서의 활약이 아니더라도 맥스의 인기는 꾸준하게 올라가고 있었다.
이미 맥스에게 광고 제의가 여러 곳에서 들어오는 상황이었고, 여러 클럽에서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
“이제 모두 올라가세요! 올라가요!”
시간이 자꾸 지체되자, 훈련장의 보안 직원들이 나오며 사람들을 스탠드로 올려보냈고, 막혔던 도로에 숨통이 트였다.
잠시 후, 운동복으로 갈아입은 선수들이 훈련장의 그라운드로 나오며 몸을 풀기 시작했다.
“잘 찍어.”
“모델들이 따로 없어. 훈련이 잘되어 있는 몸이야.”
“이제 좀비는 없어지고, 용사만 남게 된 거지.”
“하하하! 맞는 말이야.”
기자들이 몸을 풀기 시작하는 선수들을 카메라에 담기 시작했다.
“어? 뭐야? 한이 보이지 않는데? 분명히 아침에 드레이크와 함께 들어왔잖아!”
“안에서 할 일이 있는 게 아닐까?”
하지만 선수들이 줄을 맞춰 그라운드 외곽을 따라 달리기를 시작했는데도 한치우의 모습은 그라운드에 보이지 않았다.
“뭐야? 무슨 일일까?”
“설마, 같은 회사 선수라고, 아슈르가 검사받는 것을 보러 간 것은 아니겠지?”
“말이 되는 소리야? 저기 뛰는 맥스는?”
“설마, 부상이 발견된 것은 아니겠지?”
“일주일 가까이 쉰 사람이?”
기자들은 의문을 가지며 저마다 떠들어 대고 있었다.
질문만 있고, 대답은 없는 상황.
“어! 슐츠 박사도 보이지 않아!”
“그, 그럼 진짜 부상이란 말이야?”
“나중에 그랜트 감독에게 물어봐야 확실히 알 수 있을 것 같아.”
“묠니르와 블랙 팬서가 동시에 부상이라면, 이거, 이번에는 순위표가 바뀔지도 모르겠는데?”
기자들은 한스 박사의 모습까지 보이지 않자, 한치우의 부상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한치우는 지금 한스 박사의 사무실에 앉아 있었다.
그런데 그의 고개는 바닥을 향해 있었다.
“한. 내 눈을 똑바로 봐 주겠나?”
“예…….”
“이런, 전혀 나아지지 않았군! 오히려 더 심해진 것 같아!”
한치우가 고개를 숙이고 있던 이유였다.
김유선이 다녀간 이후, 좀처럼 충혈된 눈이 가라앉지 않아서였다.
“저, 그게요. 박사님. 지난주에는 원래대로 돌아왔었어요. 그런데 이틀 사이 또 이렇게 됐네요.”
거짓말은 아니었다.
확실히 지난주에 푹 자고 일어났을 때는 정상으로 돌아왔었으니 말이다.
“한. 내게 숨기는 것이 없어야 할 거야. 나는 진심으로 자네를 걱정하는 사람이야. 내가 해머스로 오게 된 이유에는 자네 때문인 것도 있으니까. 알지?”
“예. 박사님.”
‘죄송해요. 나중에 제가 설명해 드릴 수 있는 정도가 되면 전부 말씀드릴게요. 저도 진심이에요.’
한치우는 다시 한스 박사의 눈을 피하며 대답했지만, 속마음을 전부 꺼낼 수는 없었다.
“좋아! 오늘은 나와 시간을 좀 보내야 해. 감독님과는 이미 얘기가 끝났지.”
“예?”
“몇 가지 검사해 볼까 해서. 어제 장비들을 옮기느라 직원들이 고생 꽤 했지. 따라오게.”
한스 박사가 자리에서 일어나 한치우를 데리고 옆에 있는 검사실로 들어갔다.
검사실 안에는 러닝 머신이 새로 들어와 있었고, 보지 못했던 각종 검사 장비들이 함께 있었다.
한스 박사가 작정하고 준비한 것들이었다.
“일단, 침대에 편히 눕게. 뛰기 전에 심전도 검사부터 시작할 거니까.”
한스 박사는 여유로웠지만, 한치우의 붉은 눈은 긴장으로 물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