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retiring from the national team, Poten exploded RAW novel - Chapter 70
70화. 골을 내주어야 하는 이유야
무어의 준비가 끝났다면 된 것이었다.
“릴! 마이크! 계속 놓치지 말고, 폴! 리치! 도와줘!”
풀백의 오버래핑은 필립과 조나단이 알아서 견제해 줄 것이다.
로빈이 뒤에서 잔소리를 쉬지 않고 해 줄 테니까.
사이드의 압박이 강해지며 어쩔 수 없이 도밍구스에게 연결되는 패스의 횟수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나는 적당한 간격을 유지하며 도밍구스를 안쪽으로 더 끌어들였고,
폴과 리치가 마이크와 릴을 도와 중앙을 더 압박하자, 맨유의 풀백들도 라인을 위로 올리며 우리의 빈틈을 찾으려는 시도를 계속했다.
‘그래. 그렇게 올라와야지.’
나는 도밍구스와 조금 떨어진 곳에서 맨유 진영에 비어있는 곳이 어디인지 확인했다.
아슈르와 무어의 뒤에서 둘을 견제하는 센터백의 좌우 공간이 먹음직스럽게 보였다.
툭-
그때,
오버래핑을 올라왔던 맨유의 왼쪽 풀백이 릴의 빠른 속도를 이기지 못했고, 도밍구스에게 급히 공을 밀어주는 것이 보였다.
‘지금!’
나는 도밍구스에게 굴러가는 공을 보며 앞으로 뛰었다.
이제까지 일부러 내준 공간이 순식간에 지나가고, 당황하는 도밍구스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두 다리의 허벅지는 더 빨리 달릴 수 있다는 것을 뽐내려는지, 제로백에 도달하는 시간을 줄이며 튀어 나가는 슈퍼 카처럼 폭발하는 나의 스피드를 도밍구스는 잡을 수 없었다.
“무어! 그대로 달려!”
타닥!
퍼엉!
내 유니폼을 잡아당기려는 도밍구스의 팔을 날파리 쫓듯 손을 휘둘러 치워 버린 후, 오른발 엄지발가락에 공을 정확히 갖다 대고 발목에 힘을 주어 힘껏 차올렸다.
굳이 무어에게 시선을 주지 않아도 이미 달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계속 가!”
빠르게 날아가는 공의 아래로, 골대를 향해 뒤도 보지 않고 달리는 무어의 등이 보였다.
무어의 옆으로 아까부터 붙어 있던 센터백이 날아오는 공에 시선을 주며 함께 달리는 것도 보였다.
‘무어는 공을 보지 않고도 내 패스가 어디로 떨어질 건지 알고 있어!’
아슈르가 팀에 합류하기 전까지 나의 패스를 늘 받아왔던 무어였다.
오프사이드 트랩을 벗어나기 위해 어떤 타이밍에 뛰어야 하는지, 자신의 속도가 어느 정도인지, 무어는 잘 알고 있었다.
적당한 실력을 노력으로 극복하는 무어의 원래 모습이 돌아온 순간, 센터백 한 명만으로 달리는 무어와 날아가는 나의 패스를 막아 내는 것은 무리였다.
고맙게도 아슈르가 무어가 달리는 왼쪽으로 함께 뛰어 주며 센터백을 계속 잡아 주고 있었다.
만약, 여기서 아슈르의 옆에 있던 센터백이 무어를 함께 막았다면 무어는 결코 둘을 뚫고 슛을 연결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쉬를 놔둘 수는 없겠지. 지금 우리의 공격 라인에서 가장 무서운 것이 블랙 팬서이니까.’
하지만 맨유가 아닌 어떤 팀이라도 아슈르를 두고 무어에게 둘이 달라붙는 선택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무어 정도라면 센터백 한 명으로도 충분히 막을 수 있는 계산이 되어 있을 것이다.
‘그것이 너희가 무어에게 골을 내주어야 하는 이유야.’
무어는 단 한 번도 날아오는 공에게 시선을 주지 않았다.
맨유의 센터백이 몇 번이나 고개를 돌려 공의 위치를 확인하는 동안에도 오로지 달리는 것에만 집중했다.
그리고
촤아아아아-
내가 봐도 멋진 슬라이딩이었다.
무어가 어쩔 수 없이 떨어지는 공의 위치를 확인하며 미끄러지고 있었다.
이유는 클라우디오가 앞으로 튀어나왔기 때문이었다.
파앙-
슬라이딩 태클로 미끄러진 무어의 오른발 끝에 떨어지는 공이 먼저 걸렸다.
공의 위치를 확인하며 쫓아온 센터백은 넘어지듯이 몸을 날린 무어의 유니폼도 잡아당기지 못했다.
퍼엉-
무어의 오른발은 공이 걸리자마자 그대로 위로 차올렸다.
클라우디오의 날렵한 몸이 뒤집히듯이 공을 쫓았지만, 이미 높이 솟아오른 공은 그의 키를 넘어 골대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으아아! 안 돼!”
촤륵!
무어를 쫓던 센터백이 골대 안으로 몸을 날려봤지만, 공과 함께 그물에 걸리는 신세밖에 되지 못했다.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무어가 골을 확인하며 벌떡 일어났다.
“으으으아아아아아아!”
그리고 골대의 뒤로 달리며 아이언들의 함성에 맞춰 힘껏 소리를 내질렀다.
그동안 쌓였던 마음의 짐을 모두 날려 버리는 멋진 포효였다.
“하하하하! 멋진 골이야!”
“결승전에 골을 넣다니! 축하해!”
아슈르와 릴이 얼른 뛰어와선, 아이언들을 향해 소리를 지르는 무어를 뒤에서 안으며 함께 기뻐해 주었다.
나도 빠질 수는 없었다.
“무어! 내 패스 기가 막혔지!?”
“물론이야!”
우리는 아이언들이 보는 앞에서 서로 힘껏 끌어안았다.
무어 브란트!! 무어 브란트!!! 무어 브란트!!!!
웸블리 스타디움에 무어의 이름이 더욱 크게 울렸다.
* * *
“처음에 쉽게 득점할 수 있었는데 미안해.”
전반전이 끝나고 웨스트햄의 라커룸에서 무어가 동료에게 사과하고 있었다.
“결승전은 처음이고, 그것도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뛰니까 다리가 없어진 상태에서 달리는 기분이었거든.”
머리를 긁적이는 무어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흥! 너만 긴장한 게 아니야. 나도 경기장에 들어와서 5분 동안은 기억이 없으니까.”
“로빈. 말의 내용과 말투가 전혀 안 맞아.”
“그, 그냥 나도 긴장했다는 말이야! 필립! 너도 긴장했잖아!”
“하하하하! 그래도 도밍구스 녀석 때문에 긴장이 풀렸어! 그 녀석, 경기 시작하기 전부터 한을 이상하게 보고 있더라고. 한이 레드 데빌즈(맨유의 애칭, 서포터즈도 같은 이름입니다.)로 가는 줄 아나 봐.”
“이상한 걱정이야. 흐흐! 전반전에만 두 골을 넣었으니까. 이제 우승 트로피는 우리 것이 되겠지? 으으! 우승 세레모니를 하는 내 모습이 상상이 안 돼!”
“릴! 트로피 들고 뛰다가 넘어지지나 말라고!”
“마이크. 너나 잘해. 촌스럽게 울지 말고, 당연한 것처럼 트로피를 들라고.”
웨스트햄의 선수들은 전반전이 2 : 0으로 끝이 나자 흥분한 상태였다.
너나 할 것 없이 벌써 우승 세레모니를 할 생각에 들떠 있었다.
“모두 내 말 잘 들어! 아직 경기는 끝나지 않았고, 이 상태로 그라운드로 나간다면, 우승 트로피는 맨유의 것이 될 거야. 반드시!”
한치우가 들떠 있는 동료의 기분을 한순간에 가라앉히는 소리를 했다.
“하, 한?”
“왜? 지금 수비도 잘하고 있고, 비토르에게 프리킥도 내어주지 않았는데?”
“우리가 전반전을 쉽게 가져갈 수 있었던 것은 모두 도밍구스 덕분이었다는 것을 명심해. 물론 그 녀석이 쓸데없는 자존심을 부리며 흥분한 것이 사실이지만, 맨유의 경험을 절대 무시하면 안 돼. 결승전의 경험이 많다는 것은 이런 상황에서 분위기를 수습하고 경기를 뒤집을 수 있는 경험도 포함된 것이니까.”
“그, 그럼. 후반전에는 도밍구스가 정신을 차리고 나오겠네? 아니면 교체되려나?”
“아니. 도밍구스는 훌륭한 미드필더야. 레드 데빌즈의 감독이라면 충분히 선수들을 다독이고 후반전을 준비할 거야. 그러니까 우리는 절대 주심의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방심하면 안 돼. 결승전이라는 것은 이제 다음 일정이 없다는 것을 뜻해. 적어도 오늘 경기를 뛰는 동안에는 남아 있는 리그 일정이나 FA컵 대회는 모두 잊어버리는 것이 좋아.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끝까지 뛰는 것. 이것이 결승전에서 승리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이니까.”
“한의 말이 맞아! 지난 리그 경기에서도 우리는 맨유에게 동점을 허용했어. 물론, 내가 파울을 하는 바람에 비토르에게 프리킥을 내어준 결과였지.”
“마이크. 그것은 너 혼자만의 잘못이 아니야. 나도 잘못이 있어.”
마이크와 폴이 한치우의 말에 지난 실수를 되짚었다.
“자, 자! 내 말은 잘못을 떠올리라는 것이 아니라. 방심하지 말고 우승 트로피를 함께 들어 올리자는 것이야! 우리의 첫 우승 트로피를 말이야!”
“그래! 끝까지 죽도록 뛰자!”
라커룸의 분위기가 새롭게 바뀌었다.
‘한치우가 웨스트햄의 중심이다! 모든 선수가 믿고 따르고 있어!’
한쪽 구석에서 소형 카메라를 들고 선수들의 모습을 촬영하고 있던 최재영은 한치우를 중심으로 선수들이 단합하는 과정을 모두 담았다.
선수 경험이 있는 그였기에, 지금 팀의 중심이 누구인지는 바로 알 수 있었다.
“그럼, 이제 내가 얘기할 차례인가? 모두 긴장은 풀린 것 같아 다행이다! 아까 한의 얘기를 명심하고, 우리는 결승전 무대가 처음이란 것을 잊지 말아야 해! 지난 리그의 경험을 바탕으로 맨유의 미드필더진을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것도 잊지 말도록! 후반전에 맨유의 공격이 거세질 게 분명한 만큼 수비 간격 잘 유지하고, 공을 잡고 오래 끌지 말고 줄 곳이 없으면 그냥 밖으로 걷어내도 좋아! 여기 작전판을 보도록…….”
선수들의 호흡이 가라앉기를 기다렸던 그랜트 감독의 전술 지시가 시작되며 선수들은 다시 집중하기 시작했다.
‘오늘은 반드시 비토르에게 골을 내주지 않겠어! 그리고 보여 주겠어. 나도 킥이라면 비토르에게 뒤지지 않는다는 것을!’
그랜트 감독의 말을 들으며 마이크는 지난 일을 떠올리며 자신을 더욱 채찍질하고 있었다.
그리고 맨유의 라커룸 분위기는 한치우가 예상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었다.
“자갈루! 왜 자꾸 어리석은 행동을 하는 거지?”
윌슨 감독은 화를 내지 않고, 타이르듯이 도밍구스에게 물었다.
여기서 잘못 감정을 폭발시킨다면, 라커룸의 분위기가 엉망이 되며 아직 끝나지도 않은 경기를 그대로 말아먹을 수가 있었다.
오늘 경기는 뒤가 없는 결승전이니만큼 선수들의 감정을 건드리지 않고, 잘 달랠 필요가 있었다.
“죄송합니다. 요즘 한의 영입설이 자꾸 제 마음을 어지럽히고 있어요. 한이 우리 팀으로 들어오게 되면, 제가 설 자리가 없어지는 것이니까요.”
다행히 도밍구스는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며 솔직한 마음을 꺼내놓았다.
만일 윌슨 감독이 화를 냈다면, 자존심 때문이라도 절대 얘기하지 않았을 것이다.
“오! 이런! 도밍구스 자갈루! 그게 무슨 소리인가? 한과 자네의 포지션이 겹치나? 너무 쓸데없는 걱정이었어!”
윌슨 감독은 도밍구스에게 걱정할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밍구스. 한이 들어오게 되면, 긴장해야 할 사람은 나와 비토르라고. 왜 네가 걱정하는 거야? 그리고 네가 중심을 잡아 주지 못하니까 벌써 두 골이나 먹어 버렸다고. 네 탓이라는 게 아니라. 그만큼 네가 우리 팀에서 중요한 위치라는 것이다.”
“주장…….”
“아직 45분이나 남았어. 우리는 예전에 세 골을 뒤지고도 역전에 성공한 적이 있지. 아마 후반전에 세 골을 넣고 승부를 뒤집는다면 팬들은 더욱 우리를 사랑해 줄 거라고.”
“그래! 미안해! 우리 반드시 역전하고 트로피를 맨체스터로 가지고 가자!”
리스까지 도밍구스를 격려하며 침체될 뻔한 선수들의 마음을 잡아 주었다.
맨유의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는 순간이었다.
* * *
〈웨스트햄은 이제 후반전 45분만 잘 버틴다면 리그 컵 우승을 이뤄낼 수 있습니다. 강한 수비력이 있기 때문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것은 시간문제 아니겠습니까?〉
〈흠, 아니요. 맨유는 결승전 경험이 많은 팀입니다. 그리고 어떤 팀도 결승전에서 승부를 쉽게 포기하지는 않습니다. 전반전에는 도밍구스 자갈루의 이해할 수 없는 플레이가 몇 번 나와서 웨스트햄이 쉽게 골을 넣을 수 있었던 것뿐입니다. 아! 물론 그렇다고 한치우 선수의 움직임이나 무어 브란트의 슛이 쉬웠다는 것은 아닙니다. 조직력이 강한 맨유의 움직임이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죠. 제 생각에는 후반전은 좀 다른 모습을 보여 주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아, 그렇군요! 예, 선수들 다시 그라운드로 나오고 있습니다. 아, 도밍구스 자갈루 선수. 후반전도 그대로 뛸 모양입니다.〉
두 팀 다 교체 선수는 없었다.
그렇다는 것은 맨유의 분위기는 내 예상대로 바뀌었다는 것이 된다.
삑!
주심의 휘슬이 울리고 아슈르가 내게 공을 밀어주었다.
‘그래도 확인은 해 봐야겠지.’
나는 굴러오는 공을 발로 밀며 위로 올라갔다.
하프 라인을 지나자, 리스와 비토르, 그리고 뒤에 도밍구스까지 나를 압박하려고 공간을 좁혀 왔다.
세 녀석의 움직임에는 조급함이 보이지 않았고, 도밍구스 역시 아까와는 달리 침착하게 내 패스 타이밍을 노리는 모습이었다.
‘역시! 분위기를 수습하고 나왔어!’
촤악- 퉁!
나는 공을 밟아 오른쪽으로 당기며 하프 라인에 맞춰 서 있는 릴에게 공을 연결했다.
“레드 데빌즈 녀석들이 정신을 차리고 나왔어! 사람 놓치지 마!”
릴이 다시 돌려주는 공을 받으며 주위 동료에게 빠르게 외쳤다.
툭- 툭-
내 발에서 공이 리치에게, 리치는 로빈, 로빈은 다시 내게, 여기까지의 움직임이 무척 조심스러웠다.
다른 선수들도 달리진 맨유의 분위기를 느끼는 것이다.
그 사이, 맨유 녀석들이 라인을 끌어올리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공을 계속 우리가 가지고 있어야 해!”
촷! 타닷-
로빈이 내게 밀어준 공을 밟아 돌리며 리스의 발을 피하고 앞으로 달렸다.
“라인 잡아!”
도밍구스가 양쪽에 풀백에게 외치며 수비를 조정하는 게 보였다.
‘아쉽네.’
돌아온 도밍구스가 반갑지는 않았다.
“마이크! 릴! 내려와!”
툭-
나는 도밍구스의 눈치를 살피며 공을 다시 뒤로 돌렸다.
마이크와 릴이 폴과 리치와 더 가까워지며 밑으로 주저앉았다.
헤르만의 앞에 있는 로빈, 그리고 그 앞에는 거의 식스백에 가까운 수비 라인이 넓게 펼쳐져 있었다.
이것이 로빈이 스위퍼가 되어 새롭게 만들어진 아이언 실드였다.
마이크와 릴은 폴과 리치의 앞에서 중앙으로 더 이동하곤, 나의 수비 범위를 줄여 주며 크로스의 타이밍을 뺏는 역할까지 한다.
이러나저러나 둘이 많이 뛰어야 하는 것은 변함이 없었다.
‘일단은 공을 계속 소유하면서 녀석들을 우리 쪽으로 더 끌어와야 해.’
“로빈!”
나는 공을 잡고 있는 로빈에게 외치며 공을 받았다.
그러면서 로빈의 눈과 마주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준비해!’
분명히 로빈은 내 뜻을 알아차렸을 것이다.
“중앙은 단단해! 사이드에서 공을 잡으면 함께 달려들어!”
도밍구스는 똑똑한 녀석이었다.
우리가 라인을 끌어내리며 공의 점유율을 높이자,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바로 알고 있었다.
도밍구스의 말대로 나와 필립, 조나단, 그리고 로빈까지 있는 중앙은 뚫기도 힘들었고, 공을 뺏는 것은 더 힘들었다.
그래서 도밍구스는 리스와 함께 릴을 아웃 라인 근처까지 가두는 데 성공했다.
“릴! 그냥 밖으로 차 버려!”
“쳇!”
파앙-
릴은 몇 번 스피드를 이용해 돌파를 시도하려고 했지만, 도밍구스가 아웃 라인에 맞춰 자리를 잡고 있었고, 안쪽으로 들어가는 공간에는 이미 리스가 서 있었다.
어쩔 수 없이 릴은 앞으로 길게 공을 차올리고 뒤로 돌아왔다.
아슈르도 무어도 공을 쫓지 않을 만큼 아무 의미 없는 처리였다.
“잘했어! 시간은 우리 편이야!”
우리에게는 의미 없을지 몰라도 맨유에게는 아니었다.
공이 길게 날아가는 1초가 아쉬울 테니 말이다.
릴도 그것을 알고 있었기에 우리 편이 없어도, 공이 최대한 안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많은 쪽으로 공을 찬 것이었다.
“사람 놓치지 마! 뒤는 보지 말고 각자 자리만 신경 써!”
로빈이 수비 위치를 잡아 주는 소리가 들렸다.
어느새 도밍구스가 공을 받아 우리 쪽으로 올라오고 있었다.
파앙-
도밍구스의 발에 맞은 공이 길게 로빈을 향해 날아갔다.
로빈의 옆에는 맨유의 스트라이커, 스웨덴 출신의 데얀이 서 있었다.
“조나단!”
조나단이 얼른 데얀의 앞쪽으로 붙는 것이 보였다.
데얀은 로빈보다 피지컬이 좋았다.
레스터와의 경기 후, 이럴 때를 대비해서 조나단이 로빈과 함께 뛰어 주는 훈련을 많이 했었다.
“큭!”
뒤에서는 로빈, 앞에서는 조나단이 함께 위로 뛰며 데얀이 정확한 헤더를 하지 못하도록 방해하고 있었다.
“계속 줘!”
데얀은 골대로 헤더를 하지 못하자 안전하게 뒤에 있는 리스에게 공을 연결하며 분한 듯이 외쳤다.
“나머지 포워드들 놓치지 마!”
나는 비토르를 마이크와 함께 견제하며 외쳤다.
도밍구스의 롱킥이 아무리 정교하다고 해도 비토르의 크로스만큼은 아니었다.
이때부터 도밍구스는 데얀의 머리를 향해 계속 공을 띄웠고, 나와 마이크는 비토르가 공을 잡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막았다.
그리고 로빈과 조나단은 계속 데얀과 함께 넘어오는 공을 향해 몸을 솟구쳤다.
치열한 공방전이 계속 이어지며 우리의 수비 라인은 점점 밑으로 내려왔고, 맨유의 공격 라인은 그만큼 올라왔다.
무어는 내가 마이크와 함께 비토르를 막자, 내 자리까지 내려와 도밍구스를 압박하고 있었고, 오직 아슈르 혼자만이 하프 라인에서 센터백 사이에 서 있었다.
파앙-
도밍구스가 무어의 발을 피해 다시 데얀의 머리로 공을 날려 보냈다.
“익!”
데얀이 조나단과 로빈의 틈에서 어떻게든 힘을 쓰며 몸을 띄우려고 했지만, 데릭과 같은 압도적인 피지컬이 아닌 이상, 둘의 사이에서 제대로 된 헤더는 하기 어려웠다.
“악!”
정확한 헤더를 하지 못한 데얀이 선택한 것은 어설프게 넘어지며 파울을 유도하려는 모습이었다.
내가 봐도 뻔한 수법을 결승전을 진행하는 노련한 주심이 모를 리가 없었다.
나는 눈을 빛내며 얼른 조나단의 앞으로 떨어지는 공을 발로 잡고 몸을 돌렸다.
“막아!”
“같이!”
내 주위로 리스와 비토르, 그리고 도밍구스까지 동시에 달려들었다.
“여기서 잡아야 해!”
뒤에서 들려오는 분한 목소리는 금방 넘어졌던 데얀이 분명했다.
‘지금이다!’
촤악- 툭-
나는 마르세유 턴으로 몸의 방향을 우리 골대로 바꾸며 비어 있는 로빈에게 공을 밀어주었다.
로빈의 오른발 앞으로 차기 좋게 굴러가는 공을 향해 크게 휘두르는 다리가 보였다.
뻐어엉-
‘제대로 맞았어!’
그동안의 훈련이 성과가 있었다.
로빈의 오른발 인스텝 킥은 정확히 공을 때렸다.
“아!”
도밍구스의 고개가 황급히 뒤로 돌아가지만,
이미 아슈르는 센터백의 사이를 뚫고 달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