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the divorce, the tycoon is reincarnated as the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50
50화
50.
경험 부족은 어쩔 수 없다.
아무리 재능이 출중하다고 하더라도 20대 초반의 경험이란 결코 깊을 수가 없었다.
더욱이 프로라는 세계는 재능은 기본이었다.
재능 없는 자가 프로에서 살아남는다는 것은 처절한 노력이 함께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물론 노력 또한 프로의 세계에서는 기본이라고 할 수 있었다.
“재능도 센스도 피지컬도 다 충분해. 부족한 것은 경험 하나뿐.”
현준은 처절하게 싸우고 있는 철호를 바라보며 입맛을 다셨다.
돈이 꽤나 깨지기는 했지만 해외 전지훈련의 성과는 있었다.
만일 전지훈련을 보내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대등한 싸움은 없었을 것이었다.
경험조차 돈으로 살 수 있는 세상에 현준은 고독한 링 위에서 싸우는 두 명의 선수들을 응원하는 대중들을 바라보았다.
염세적인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혐오스러울 수 있는 고대 로마 시대의 콜로세움이었다.
하지만 태초부터 인간이 가진 폭력적이고 가학적인 본능을 현대 세상은 너무 억제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런 격투기에 열광을 하는 것인지도 몰랐다.
현준은 철호의 아버지가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철호의 얼굴에 멍이 들고 피가 흐르는 것을 보며 잔뜩 굳어 있는 표정이었다.
몇몇 여자들은 너무 잔인하다며 외면을 하고 있었지만 대부분의 관중들은 화끈한 경기에 열광을 하고 있었다.
철호 또한 힘겨워하면서도…….
‘즐겁냐?’
즐거워하고 있음을 멀리서도 느낄 수 있었다.
종이 한 장 차이.
누가 더 절박한지에 따라 갈리게 될 승부였다.
상대편 선수도 절박할 터였다.
승리에 대한 열망은 철호 못지않을 것이었다.
하지만 경기에서 승리자는 오직 한 명뿐이었다.
퍼억!
퉁퉁 부은 눈으로 잘 보이지도 않는 상대 선수의 주먹을 가까스로 피해내며 자신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주먹이 나갔다.
미국의 전문 격투가들은 분명 대단했다.
동양인보다 피지컬도 좋았고 그런 좋은 피지컬 가운데 센스까지 함께 가지고 있는 이들만이 프로로 활동을 하고 있었다.
그런 가운데 철호는 자신이 애송이였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학창시절 건들거리며 동창 친구들 앞에서 힘자랑하는 것은 지금과 비교하면 얼굴조차 들 수 없을 만큼 부끄럽고 창피한 일임을 느낄 수 있었다.
쿵!
클린 히트.
정확하게 상대 선수의 턱에 들어간 철호의 주먹은 무의식적인 것이었지만 분명 감각이 있었다.
‘이겼다.’
이미 다리가 후들거리고 얼굴은 화끈거렸다.
언제 쓰러져도 이상할 것 없는 몸 상태였다.
한 대만 더 맞았다면 링 위에 쓰러지는 것은 자신이 되었을 것이었다.
이겼음을 느꼈지만 철호는 상대가 버티고 일어서면 이번에 쓰러지는 것은 자신이 될 것을 알았기에 링 위에 쓰러진 상대를 향해 달려들려고 했다.
하지만 자신의 몸을 막아서는 심판에 철호는 정신이 벙벙해지다가 이내 기쁨으로 가득 차올랐다.
저번 경기에서 지고 전전긍긍했던 철호였다.
또다시 진다면 더 이상 프로의 세계에서 더는 버틸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심판의 경기 중단에 철호는 뻐근한 두 팔을 머리 위로 들어 올리며 환호를 했다.
“우아아아아아!”
커다란 경기장이 울리도록 고함을 내지른 철호는 링의 로프 위로 아슬아슬하게 올라가서는 자신의 기쁨을 관중들에게 전했다.
“박철호! 박철호!”
“철호 오빠아!”
승자에게 전해지는 환호는 승자에게 엄청난 벅참을 안겨 준다.
죽을 것같이 힘겨운 훈련과 감량과 그보다 더 힘겨운 링 위에서의 고독한 싸움이 이 순간으로 보상을 받게 되는 것이다.
철호는 VIP 석에서 협회 관계자들과 함께 앉아 있는 현준을 바라보았다.
마치 실망시키지 않았다며 자신의 가치를 알아봐 준 이에게 가치를 증명하는 듯했다.
그런 철호의 마음을 알아본 현준도 철호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은 채로 박수를 쳤다.
철호는 그다음으로 자신의 성과를 보여주고 싶은 이를 찾았다.
‘민지영.’
무심한 표정으로 경기장의 한쪽 좌석에 앉아 있는 그녀였다.
시선이 마주치자 민지영도 축하한다는 듯이 박수를 쳐주었다.
다만 그녀의 눈이나 입술은 여전히 웃고 있지 않았다.
본래 그런 여자임을 알고 있는 철호였지만 살짝 실망을 하면서도 언젠가 환하게 웃고 있는 민지영의 표정을 보고야 말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자신을 응원해주는 관중들께 인사를 하기 위해 연신 고개를 숙이며 링을 돌 때 철호는 자신의 아버지를 보았다.
굳은 표정으로 박수도 치고 있지 않았다.
그런 모습에 철호의 마음은 차갑게 내려앉았지만 계속된 자신의 이름이 연호 되는 것에 관중들에게 인사를 하고서는 충격에서 벗어나 링 위에서 일어난 상대 선수에게 다가갔다.
“감사합니다. 선배님.”
자신보다 나이도 많고 경력도 많았다.
비록 같은 체육관은 아니었지만 좁은 바닥의 선배였다.
예의 바른 철호의 인사에 상대 선수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면서도 철호의 인사를 받아주었다.
“축하해.”
“감사합니다. 선배님.”
패자는 말이 없을 수밖에 없었다.
정말이지 종이 한 장 차이였음에 아쉽기도 했지만 그 종이 한 장이 때로는 결코 뚫을 수 없을 정도라는 것을 알기에 다음을 기약해야만 했다.
그렇게 철호는 최연소 국내 챔피언이 될 수 있었다.
처절하면서도 화끈한 경기 덕분인지 사업적으로도 매우 만족스러웠다.
너튜브 조회수는 기존의 경기 영상보다 훨씬 높게 오르고 있었고 언론에서도 짧게나마 철호의 챔피언 등극에 대해서 언급을 해 주고 있었다.
물론 공민지의 데뷔도 성공적이었다.
공민지의 사진들이 각종 커뮤니티를 장식하면서 인지도를 알리기 시작한 것이다.
더욱이 한국대생이라는 타이틀은 미모와 지성을 같이 갖췄다며 화제가 되었다.
몇몇 연예 기획사에서 접근을 하기도 했지만 이미 소속사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서는 아쉬워해야 했다.
그 소속사가 작은 기획사도 아닌 호성 그룹 산하의 회사임을 알기에 찔러 볼 수도 없었다.
“호성 그룹 광고 몇 개 돌리고 하면 되겠네.”
현준은 철호의 광고 몇 개 찍기로 하고서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 * *
2학기 기말고사도 끝나고 겨울 방학이 시작되었다.
현준은 예정되었던 대로 군대에 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미 남은 여유 자금을 전부 비트코인으로 매입했고 자신의 회사의 운영과 관리를 맡아 줄 이에게 맡겼다.
그 뒤에 호성 그룹의 회장인 서대영이 있었으니 2년 동안 적자여도 절대 망하진 않을 터였다.
물론 현준의 베스트 프렌드와 굿 프렌드가 호성 그룹의 계열사는 아니었다.
하지만 외부에서는 사실상 계열사로 취급받고 있었다.
김만춘의 죽음으로 실버스틱과 아이언스틱이 발칵 뒤집혔지만 현준에게 그 어떤 영향이 오진 않았다.
애초부터 현준을 용의 선상에 올려놓지도 않았으니 현준 주위로 그 어떤 움직임도 없었던 것이다.
‘임고석이가 철호의 챔피언 등극에 축하한다고 연락이 한 번 오기는 했지만. 딱히 접근을 하는 것은 아닌 듯하고. 정 안 되면 임고석이인지 뭔지 하는 놈도 처리해 버리면 될 일이겠지.’
현준은 김만춘처럼 임고석도 처리해 버리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한 번이 어렵지 두 번은 쉬운 법이었다.
그렇게 현준은 실버스틱이나 아이언스틱도 잠잠해진 것에 별다른 문제 없이 군대에 갈 준비를 했다.
몇 가지 문제들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당장 현준이 어떻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고 시간만이 해결을 해 줄 수 있었기에 현준도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현준은 올해는 다소 늦게 내리는 첫눈이 내리는 날 논산의 육군 훈련소에 입대했다.
현준이 입대를 하는 날 호성 그룹의 회장 일가와 현준의 지인들이 전부 몰려왔다.
“뭐 좋은 것이 있다고 이렇게 다 몰려와. 어차피 몇 달 안 되어서 휴가 나갈 건데.”
“군대 두 번째 가는 것 같은 소리 하네.”
심드렁한 현준의 입대에 철호는 한소리를 했다.
하지만 다들 정말로 현준이 두 번째 입대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하! 환장하겠네. 정말로 군대를 두 번 가게 될 줄은…….’
복수도 좋았지만 군대를 두 번 간다는 것에 절로 암담함이 드는 현준이었다.
물론 내색은 하지 않았다.
본래라면 현준은 어떻게든 군대를 빼고 안 갔다.
하지만 지금의 현준은 그런 짓까지 할 생각은 없었기에 공백기의 시간 동안에 다녀오려는 것이었다.
그렇게 작별 인사를 하고서는 까끌까끌한 머리를 손바닥으로 쓸어내며 훈련병들 사이로 들어갔다.
사회에서는 재벌 3세였지만 군대에서는 다들 똑같은 훈련병이고 병사였다.
훈련병으로 들어간 현준은 훈련 기간 중에 딱히 자신이 재벌 3세라는 내색은 하지 않았다.
물론 중간에 훈련소장이 불러내서는 먹고 싶은 거 없냐고 묻거나 중대장이 불러서는 다른 훈련병들 몰래 자신의 어머니인 이연수 여사와의 화상 통화를 해 주는 등의 특혜를 받기는 했지만 현준은 남들과 다 같이 훈련을 다 받았다.
병장이 되면 이등병 기억도 나지 않는 법이었지만 그래도 상병급보다 자신의 주특기나 훈련은 다 잘 아는 예비역 병장 출신이었기에 훈련 중에 어리바리하지는 않았다.
그렇게 훈련 수료식 때 훈련소장 표창까지 받으면서 휴가증 하나는 챙겨서는 자대 배치를 받을 수 있었다.
현준이 열심히 훈련을 받은 것도 있었지만 보이지 않는 뒷손도 있을 터였다.
그렇게 뜨거운 전우애를 나눈 훈련소 동기들과 결코 지켜지지 않을 약속까지 하는 현준이었다.
“나가서 한번 보자!”
“그래! 자대 가서 열심히 하고. 나중에 꼭 보자!”
현준은 기시감을 느꼈지만 이번 기시감은 전생에서 이미 한 번 경험했던 것이기에 그런 기시감과는 달랐다.
그렇게 보이지 않는 뒷손의 개입 덕분인지 현준은 서울에 가까운 경기도의 한 부대에 전입을 받을 수 있었다.
현준이 서대영 회장에게 특혜를 받지 않을 것이라는 말을 했기에 서대영 회장이 눈에 띄게 현준을 빼지는 못했다.
그나마 최전방이나 서울에서 먼 곳으로 안 가게 해 준 것이다.
그렇게 자대로 전입해 온 현준은 지휘관으로부터 무슨 말을 들은 것인지 긴장한 눈빛으로 자신을 보고 있는 선임들을 볼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나 전생에서 군대 있을 때 중견 기업 아들도 아니고 조카인가 하는 애 있었지.’
중견 기업의 조카도 일반인들은 상상도 못 할 정도로 끗발이 날렸다.
그러니 방계도 아닌 직계 재벌 3세인 현준이었으니 괜히 건드렸다가는 중대장을 넘어 위의 대대장의 인생도 고달파지게 할 수 있었다.
차라리 사단장 아들이 더 편할 정도였다.
그렇게 괜히 건들지 말자고 다짐한 선임들의 눈빛을 보며 현준은 차라리 잘 되었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현준은 기왕 하는 것 농땡이 부리지 않기로 하고서는 열심히 했다.
그런 현준의 행동에 선임들도 재벌가 3세 치고는 열심히 하는 현준에 별다른 편견 없이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현준은 전입 한 달 뒤에 이제는 꽤나 친해진 선임들로부터 뜻밖의 말을 들을 수 있었다.
“현준아!”
“이병! 서현준!”
“야! 너 이제 막내 벗어났다!”
“신병입니까?”
“그래! 신병 한 명 들어온단다!”
현준은 신병이 들어온다는 말에 생각보다 빨리 막내 생활을 벗어난다는 생각을 하며 아버지인 서대영 회장이 또 수를 쓴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생활관으로 들어선 현준은 전입 온 신병을 볼 수 있었다.
“미치겠네.”
현준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전개에 한숨을 내쉬었다.
오진호가 자신의 후임으로 전입 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