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the divorce, the tycoon is reincarnated as the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99
99화
99.
현준이 클럽 빌리언츠를 떠나고 임고석은 고영민을 만나고 있었다.
“무슨 일로 날 보자고 한 거지?”
“내 밑으로 들어오라고.”
임고석은 자신을 아래로 보는 고영민에 기가 찼다.
고영민이 최필석을 쓰러트렸지만 그렇다고 고영민이 임고석보다 상황이 나은 건 아니었다.
“그걸 내가 받아들일 거라고 생각하나?”
“새로운 물주 물었다며.”
“…….”
“그 물주가 우리 임 사장 과거에 대해서 아나 모르겠네. 알면 참 좋은 꼴 보겠어.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지. 괜히 산해진미 먹으려고 했다가 탈 나는 거 임 사장도 잘 알잖아. 안 그래? 장부 챙겨 가려면 다 챙겨 갈 것이지. 왜 남겨 두고 갔나.”
고영민은 간사한 미소를 지었다.
최필석이 임고석의 약점을 가지고 있지 않을 리 없었다.
물론 임고석도 최필석의 약점을 가지고 있었지만 최필석은 어떻게든 빠져나갈 방법을 가지고 있을 터였다.
그런 임고석의 약점을 고영민이 손에 넣은 것이 분명했다.
“네놈도 무사하지 못할 텐데.”
“그런 협박은 소용없어. 어차피 나는 물러설 곳이 없거든.”
고영민의 말처럼 고영민은 물러설 곳이 없었다.
일본의 야쿠자들에게 화물을 받기도 힘들었고 받는다고 해도 거래를 하려면 사업장이 있어야 하는데 그 사업장이 될 빌리언츠를 임고석이 차지해 버린 것이다.
임고석이 빌리언츠를 건드리지 않았다면 어떻게든 밀거래로 화물을 한국으로 들여와서는 빌리언츠를 통해 유통을 해 자금을 마련했을 터였다.
던지기나 각종 거래를 통해 마약을 팔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렸다.
클럽의 큰 손들을 통해 대량으로 유통을 시켜야 빠르게 현금화를 할 수 있었다.
최근 들어 빌리언츠가 마약 유통의 주요 통로임을 경찰들이 알아차리면서 조심하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가장 큰 유통 통로는 빌리언츠였다.
더욱이 일본 야쿠자들에게 보낼 여자를 공급하는 곳도 빌리언츠였다.
그러니 고영민도 빌리언츠를 포기할 수 없었다.
진흙탕 싸움에서 물러나는 이는 더 많이 가진 자일 수밖에 없었다.
남은 것이 없는 고영민과 이제 곧 모든 것을 가질 임고석의 싸움은 임고석에게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
“뭐 부하가 될 생각이 없으면 협력. 그래. 계속 거래를 하자고. 일본에서 물건 받고. 우리는 유통해 주고. 빌리언츠는 같이 운영하고. 얼마나 좋아. 위에 상납도 안 해도 되고 돈은 서로 나눠 가지면 되니. 훨씬 좋지. 임 사장도 자금 상태 안 좋다며. 몇 번만 하면 큰돈 벌 수 있는데.”
악마의 속삭임이었다.
하지만 임고석으로서도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제안이었다.
“병X 새끼. 그러게 최필석을 왜 죽여.”
“…….”
임고석에게 의탁하러 온 최필석의 부하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고영민과 손을 잡는다면 최필석의 부하들이 자신을 가만두려 하지 않을 터였다.
지금의 깡패들의 세계에 의리고 뭐고 하는 것들이 있을 턱이 없었지만 생각지도 못한 미친놈들은 어디에나 있기 마련이었다.
임고석도 고영민과 손을 잡기 어려운 사정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같이 죽자고?”
임고석은 고영민이 정말로 막무가내로 움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친개라는 별명이 그냥 생긴 것이 아니었다.
임고석은 순간 다른 룸에서 놀고 있을 현준이 떠올랐다.
‘하! 서 대표는 살려야 하는데.’
행여라도 현준이 전쟁에 휘말려 죽거나 다치기라도 한다면 임고석도 모든 것을 다 잃을 수도 있었다.
“모두 네놈 때문이잖아! 최필석도 우리도 화물을 훔쳐 가지 않았어!”
“그럼 정보가 어디서 셌을까?”
“그…… 그건.”
임고석도 어떻게든 알고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자신 쪽에서 새어 나갔을 가능성이 컸다.
자신의 부하들을 믿지만 절대 아닐 것이라는 보장은 할 수 없었다.
“임 사장이 안 했어도 니네 새끼가 저지른 일이야. 임 사장이 책임을 져야지.”
고영민은 임고석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
“내가 여기 오면서 말이야.”
“…….”
“홀에 장필구가 있더라고.”
“그놈이?”
“짭새 새끼가 뭔 냄새를 맡은 모양인데. 혹시 부하 놈 중에 짭새 있는지 확인해 봐. 오늘 임 사장 모가지 따 버리려고 했는데. 오늘은 날이 아닌 듯하네.”
고영민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주일 뒤에 화물 올 거야. 잘 맡아 둬.”
“그걸 왜 나한테 보내!”
“매번 거기서 받았잖아. 받은 건 우리가 유통해 줬고. 아! 이번에는 우리가 물건 팔고 난 뒤에 보관료 줄 테니까. 외상으로 달아두고. 말했다. 짭새 조심하라고. 물건 들어갔을 때 짭새 새끼들 들어갈 수 있으니까.”
고영민은 할 말을 다했는지 자리에서 일어섰다.
임고석은 고영민이 룸에서 나가고 나자 잔뜩 화가 치밀어 올랐는지 룸 안의 테이블을 뒤집어 버렸다.
“제기랄!”
지금 고영민을 잡아 죽여야 했다.
하지만 홀에 경찰청의 특수수사과 장필구가 있다면 움직일 수 없었다.
고영민은 자신의 앞에 놓인 술잔의 술도 전혀 마시지 않았다.
약을 탄 것은 아니었지만 아예 손도 대지 않은 것이다.
임고석이 광분하고 있을 때 고영민은 조금은 마음이 풀린 것인지 입가에 미소를 가득 지으며 룸들이 있는 복도를 지나 홀로 나왔다.
홀의 테이블 한쪽으로 장필구가 보였다.
장필구와 눈이 마주친 고영민이었다.
서로가 서로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장필구로서는 고영민의 범죄 증거를 아직 확실하게 잡지 못했다.
물론 고영민보다 더 위의 머리를 잡으려고 하는 경찰이었다.
경찰도 최필석이 죽었다는 사실은 알게 되었다.
황당할 정도로 허무하게 실버스틱이 무너졌고 아이언스틱의 임고석이 빌리언츠를 손에 넣는 것에 특수수사과도 혼란 상태였다.
임고석이 흑막인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물론 임고석이 현준과 자주 만나고 다니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 때문에 아직도 제대로 된 정보가 없는 골드스틱이 현준은 아닌가 하는 다소 어처구니없는 생각마저 들게 하고 있었다.
물론 현준의 나이나 그동안의 행보로 그럴 가능성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현준에게도 뭔가가 있기는 해 보였지만 범죄 관련해서는 아무것도 없이 깨끗했다.
오죽하면 신호 위반이라도 하나쯤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런 것도 없었다.
그렇게 고영민과 장필구는 눈이 마주쳐졌지만 아무런 일 없이 스쳐 지나갔다.
클럽 안에는 시끄러운 음악 소리와 남녀의 환호 소리만이 가득했다.
다시 현준이 있던 룸 안으로 되돌아온 임고석은 종합 격투기 협회 임원들이 여자들에 둘러싸여 있는 어처구니없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서 대표님은?”
“그게. 임원분들 여자 붙여 주시고서는 집에 가셨습니다.”
“집에 가셨다고? 언제?”
“사장님께서 고영민이 만나러 가시고 곧바로 사장님 찾으시다가 집에 간다고 나가셨습니다.”
현준이 그냥 갔다는 말에 임고석은 차라리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임고석도 홀에서 장필구를 보았다.
장필구가 왜 빌리언츠에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전쟁은 피할 수 있었다.
“장필구는?”
“방금 나갔습니다.”
“개X끼들. 알고 있었구만.”
“알고 있었으면 고영민이하고 싸움이 터졌을 때 쳐들어오는 것이 낫지 않습니까?”
“그놈들 목적이 우리가 아니야.”
“그러면?”
“알 필요 없어.”
임고석은 자신들을 여전히 피라미라고 여기고 있는 경찰들에 이를 갈았다.
바닥이 보이지 않는 심연 같은 곳이었다.
‘이 바닥에서 뜰 수 있다고 생각을 했던 것이 오만이었던가.’
임고석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한 번 발을 들이밀고 나면 죽어야만 끝이 나는 세계였다.
임고석은 고영민이 최필석을 칠 때 자신도 고영민의 뒤를 쳤어야 한다고 후회를 했다.
물론 최필석의 죽음이 일본 야쿠자들의 배신 때문이었기에 그때 고영민을 쳤다면 자신들도 무사할 수 없었을지도 몰랐다.
‘문제는 회장님의 의중인데.’
죽은 최필석이 회장으로 불렸지만 임고석은 최필석 위에 진짜 회장이 있음을 알고 있었다.
그 진짜 회장이 어째서인지 조용했다.
그가 나섰다면 지금처럼 혼란스러운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몰랐다.
‘선거철이어서 그런가?’
사실 임고석도 진짜 회장님이 누구인지는 알지 못했다.
지금 국회의원 선거 시기였기에 진짜 회장님이 정치인인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뿐이었다.
* * *
“골드스틱 실제로는 없는 거 아냐?”
“뭐? 뭔 소리야?”
현준은 학교 캠퍼스의 벤치에 앉아 쉬고 있다가 문득 생각이 나서는 혼잣말을 했다.
그런 현준에 철호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되물었다.
현준의 휴식 시간을 굳이 방해하러 온 철호였다.
“선배니임!”
현준과 철호가 벤치에 앉아 있을 때 양손에 두 잔의 커피를 들고 온 장은주의 목소리가 들렸다.
“커피 드세요. 어머. 철호 오빠도 있었네요. 어쩌죠. 커피 두 잔뿐인데.”
분명히 현준 혼자였는데 어느 사이엔가 철호가 와 있었다.
난감해하는 장은주였다.
“아! 괜찮아. 나 커피 마시면 안 돼.”
“그래. 이놈 경기 얼마 안 남았으니까. 함부로 먹으면 안 돼.”
현준은 장은주로부터 커피를 받아들고서는 한 모금 마셨다.
쓴맛이 강했다.
“다음부터는 달달한 걸로 사와.”
“단 거 너무 많이 먹으면 몸에 안 좋아요. 선배님.”
“오래 살 생각 없으니까. 단 거로 사와.”
“왜요? 오래 사셔야죠.”
장은주는 틱틱대는 현준에 불만인 듯했지만 현준은 그런 장은주에게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니들 이제 그만 꺼져라. 나 쉬는 데 방해되니까.”
“어제도 나이트 갔냐?”
“사업 이야기하러 갔다니까.”
“사업 같은 소리 하네. 너 아주 유명하더라. 우리 과의 민경이가 너 빌리언츠에서 봤다더라.”
민경이가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현준이 클럽에서 산다는 소문은 한국대 내에서 자자했다.
“클럽 재미있어요?”
“은주 한 번도 안 가 봤어?”
“예! 철호 오빠! 한 번도 안 가 봤어요.”
은주는 클럽에 가 본 적이 없다며 호기심을 보였다.
그렇게 철호는 현준을 빤히 바라보았다.
“왜?”
“후배님이 가고 싶으시다잖아.”
“내가 왜?”
“대학생이 무슨 돈이 있냐!”
“나는 대학생 아니냐!”
“무늬만 대학생이지! 아무튼 한번 데려가 줘라!”
현준은 두 눈을 반짝이는 장은주를 바라보았다.
“아버님 선거에 문제없겠어?”
“선거 끝났는데요 뭐. 그리고 클럽 가면 나쁜 짓이에요? 선배님 맨날 나쁜 짓 하러 가는 거였어요?”
클럽에서 산다는 소문이 도는 현준이었으니 은주의 말은 그리 날카롭지는 않지만 가시가 있는 말이었다.
그때 끼어드는 사람이 있었다.
“어머! 우리 후배님 클럽 가고 싶어?”
“민지 언니!”
장은주는 공민지와 민지영이 함께 다가와 말을 걸자 반가워했다.
공민지는 만나기 힘들었지만 같은 과 선배이기도 했고 현준과 같이 있다 보면 의외로 자주 만나기도 했다.
그리고 민지영도 함께 있는 것에 인사를 하는 은주였다.
“어! 지영이 왔어?”
철호는 요즘 바빠서 오랜만에 본 민지영에 반가워했다.
학교와 자신의 아버지의 로펌 사무실을 오가며 바쁘게 지내고 있는 민지영이었다.
덕분에 데이트할 시간도 가질 수 없었다.
물론 아직도 정식으로 사귀는 사이는 아니었지만 다들 둘을 연인으로 여기고 있었다.
“음! 그럼 오늘 클럽 갈래?”
“예?”
“은주 한 번도 못 가 봤다며! 쩨쩨한 선배가 안 쏘기로 했으면 언니가 쏜다! 가자!”
“정말요?”
공민지는 클럽을 한 번도 가 보지 않았다는 은주를 위해 클럽 구경을 가게 해 주기로 했다.
“야! 빌리언츠는 가지 마라.”
“응? 왜?”
“아무튼 지금은 안 돼.”
언제 사고가 터질지 알 수 없는 상태였기에 빌리언츠는 피해야 했다.
“그럼 이지스로 가지 뭐.”
무슨 이유 때문에 빌리언츠로 가지 말라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클럽이 한두 개도 아니고 다른 곳으로 가면 그만이었다.
클럽은 처음이라고 했기에 가장 좋은 곳으로 데리고 가주려는 공민지였다.
문제는 이지스도 딱히 상황이 좋진 않아서 걱정이 들 수밖에 없었다.
‘다른 애들이야 걱정이 없는데…….’
처음으로 클럽 간다며 좋아하는 은주보다 공민지가 더 걱정인 현준이었다.
어찌 되었든 공민지는 현준의 몸의 배다른 누나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