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318
화
내가 말이지. 이 세이커 위아드가 말이지, 이 오지게 바람 많고 건조한 곳에서 먼지 구덩이에서 뒹굴고 있는 이유가 도대체 뭐냐고.
내가 그래도 제3 데블 플레인은 물론이고 제1, 2, 7 데블 플레인에다가 교역 행성까지 하나 차지하고 모성이랑 거래를 하는 유력인사가 아니냔 말이지.
그런 내가 어쩌다가 이렇게 흙구덩이 속에서 벅벅 기어 다녀야 하느냔 말이지.
솔직히 제5 데블 플레인에 오는 것을 그렇게 깊이 생각하지 않았어. 뭐 내가 이곳에서 듀풀렉만 만들 수 있다면 그걸로 모든 고생은 끝나는 거니까 간단하게 생각을 했던 거지.
그런데 그게 문제가 심각해졌단 말이지. 그래 딱 봐도 알겠지만 내가 지금 듀풀렉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중요한 거지. 아, 그래. 여긴 페어리군 형제도 없고 페어리양도 없다는 것이 일단 문제지. 하지만 그래도 내가 그걸 수공으로 못 만들 사람도 아니거든? 나 이제 그랜드 마스터에 발을 디딘 사람이란 말이지. 손에 들고 있는 쇳조각 하나 없어도 마음의 검을 만들어서 쓸 수 있는 놈이 나란 말이지. 그런 내가 아무리 세밀한 물건이라도 머릿속에 들어 있는 설계도에 따라서 만들지 못할 물건이 어디 있겠어?
그래 충분히 만들 수 있어. 다만 재료가 있다면 말이지.
듀풀렉의 에너지로 쓸 코어? 그건 넘쳐나. 매일같이 티니페 놈들을 때려잡고 있는데 코어가 없을 것 같아? 여기선 모든 사람들이 코어를 화폐 대용으로 써. 우리같은 일개미들도 빨간색 등급의 몬스터들 잡아서 얻은 코어로 먹고 살고 있지. 코어가 없으면 어떤 지원도 받을 수가 없어. 먹지도 못하고 입지도 못하지. 그러니 어쩔 수 없이 굶어 죽기 싫으면 사냥에 나서야 한다는 거지.
뭐 간혹 헌터들의 수발을 들면서 시종 노릇을 해서 먹고 사는 놈들도 있기는 한데, 그런 개인 일개미들 두는 놈들은 제법 실력이 뛰어난 헌터들 뿐이지. 여기 식으로 이야기하면 적어도 별군 대장 정도 되야 한다는 거야.
내가 속해 있는 3별군은 헌터가 100명에 일개미가 300명 정도 되는 적잖은 인원이야. 그 400명 전체에 대한 명령권을 지니고 있는 것이 3별군의 대장이지. 별군장으로 부른다더군. 그 위에 소군은 그런 별군 넷이 모여서 만들어지는 단위고 중군은 소군이 넷이 모여야 하지. 그 중군 넷에 이런저런 헌터들이 모여서 집단군이 되는 거라더군. 그리고 그 집단군이 동서남북으로 있고 중앙에 하나가 있어서 총 다섯이야. 이게 여기 몬스터 전선에 나와 있는 우리 인류의 구성이지.
대략 집단군 하나에 인원이 3만 정도라니까 다섯 개의 집단군이면 15만 정도가 고작이란 소리지. 행성 하나에 파견된 인원으로는 참으로 초라한 지경이지.
거기다가 더 문제는 이곳 행성에 원래 살고 있던 선주민은 거의 전멸을 했다는 거지. 그들은 내가 알고 있는 다른 데블 플레인의 선주미들처럼 에테르를 활용해서 능력을 키우는 것을 전혀 하지 못해서 티니페들이 나타난 초기에 거의 전멸을 했다고 해. 뭐 안 봐서 모르지만 여기 툴틱에서 그렇다니까 그런 걸로 아는 거지. 그냥 선주민들의 유적 정도가 남아 있을 뿐인데 얇고 작은 개인용 컴퓨터를 만들어 낼 정도의 문명을 지니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이 되고 있지. 뭐 모성이나 지금 현 인류의 문명에 비하면 몇 백 년 정도 뒤쳐진 문명이란 소린데, 그렇게 멸망한 것이 또 몇 백 년은 된 듯 하니까 그대로 발전을 했으면 모성과 비슷한 발전을 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 행성이라더군. 아쉬운 일이지. 모성 정도로 발전할 수 있었던 행성의 인류가 몬스터의 등장으로 멸종을 했다니 말이야.
아무튼 어쨌거나 그래서 이곳에선 선주민은 찾아 볼 수 없다고 하는데 또 들리는 말로는 어딘가에 선주민들이 아주 소수로 흩어져서 숨어 살고 있다는 소문도 있어. 예전에 그런 사람들이 간혹 발견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툴틱에 있거든. 몇 십 년 전의 기록이라고 하지만, 어차피 이쪽 사람들도 플레인 게이트를 중심으로 일정한 영역 밖으로는 나가지 못하고 있으니 그 밖의 상황은 어떤 것도 확언을 할 수 없는 상황인 거지.
“미친 것들.”
샤마렐은 언덕 위에 만들어진 3별군 4조 숙영지에서 저 먼 곳에서 벌어지는 전투를 바라보며 그렇게 중얼거린다.
샤마렐이 바라보는 곳에선 1조의 일개미들이 한창 싸움을 벌이고 있다. 뭐 사냥이라고 부르는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거다. 100명의 1조 일개미들은 그야말로 조직적으로 티니페를 상대한다. 티니페가 툭 튀어 올라서 아래로 떨어지며 가하는 공격에 당하는 이는 하나도 없다. 아주 간단하게 피하고, 또 떨어져서 착지와 함께 약간의 충격을 받은 티니페의 허점을 놓치지 않고 공격을 한다. 보고 있는 내가 진심으로 감탄을 할 정도로 아주 기계적인 공격과 방어가 이루어지고 있다.
어떻게든 1조의 영역 안으로 떨어진 티니페는 얼마 지나지 않아서 집중 공격을 받아서 쓰러진다. 그리고 그 쓰러진 자리에는 다시 1조 일개미들이 질서 정연하게 간격을 유지하고 늘어선다.
“보이지? 저렇게 간격을 유지하고 있으면 티니페 그것들도 같은 곳에 다시 뛰어드는 경우가 줄어든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저렇게 간격을 일정하게 유지를 하는 거지. 그렇지 않고 조금이라도 모여 있으면 거기로 티네페들이 몰려드는 경우가 많으니까 말이야.”
“그래봐야 사냥한다고 사람이 몰리면 그 자리로 티니페들이 끝도 없이 뛰어 내리잖아. 저기 1조 영역에도 벌써 그런 곳이 세 곳이나 되는데?”
“그래도 아직은 버티고 있잖아. 스벤슨. 저길 보면 수시로 조원들이 배치를 바꾸면서 체력을 유지하고 있는 거야. 안 그랬으면 벌써 무너졌지.”
“샤마렐, 혹시 저 1조에 헌터들도 끼어 있어? 아니, 일개미로 왔다가 헌터로 각성한 사람들이 끼어 있는 거야?”
“그 말은 스스로 에테르를 다루는 이들이 있냐는 말이지?”
“그래. 그거야. 그런 사람도 있어?”
솔직히 난 그게 정말 궁금하다. 내가 보기에 저기 있는 1조 일개미 중에서 상당수가 에테르를 몸에 지니고 있으니까 말이다. 그걸 그들이 알고 있는지 어떤지는 모르지만 확실히 에테르를 몸에 지니고 있는 이들이 있다. 저건 내가 처음에 게리 등에게 설명을 했던 그 상황과 같은 거다. 몸에 에테르를 계속 두르고 있다보면 돌연변이가 생기지 않으면 에테르를 몸에 품어서 헌터의 능력을 지니게 되는데 저 1조는 그런 식으로 헌터의 능력을 지니게 된 이들이 많은 것 같다.
“없을 거야. 만약 지급받은 방어구나 무기가 없이 에테르를 다룰 수 있다면 즉시 헌터가 되어서 몇 배는 나은 대우를 받을 텐데, 저런 곳에서 머물고 있을 이유가 없지.”
“그런가?”
“그렇지. 하지만 다른 일개미들에 비해서 방어구와 무기를 훨씬 잘 다루게 된 사람들은 분명히 있어. 문제는 그 사람들도 갑옷이나 무기가 없으면 에테르를 사용하지 못한다는 거지. 음, 사실 그들은 반쯤 헌터에 가깝다고 할 수 있는데 문제는 갑옷과 무기를 잃게 되면 일반 일개미보다 약간 나은 정도가 될 뿐이라는 거지. 그래서 정식 헌터가 될 수는 없는 거야.”
그렇군. 하지만 저들에게 오러 이용법을 가르치면 순식간에 쓸만한 전력이 될 것 같은데? 대충 1조의 절반 정도는 건질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군. 그런데 샤마렐, 그거 역시 못 구하는 거야?”
“뭐? 성형기?”
“그래. 그거.”
성형기라고 하는 것은 입체 프린터의 다른 이름이다. 내겐 그게 정말 필요하다. 왜냐하면 그 입체 프린터가 기본적인 재료를 합성해서 새로운 재료를 만드는 기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