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82
화
우린 다시 몬스터를 끌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게 무슨 고생인가 싶어서 짜증이 벌컥벌컥 난다.
도대체 왜 우리 쪽으로 그레이트를 끌고 오는 걸까? 뭔가 획기적인 사냥법이라도 있나? 한 마리가 아니라 두 마리 일 때의 효과적인 사냥법 같은 것이 있는 건가?
아니 그런 방법이 있다고 해도, 우리가 거부하면 그냥 따로 해결을 하는 것이 당연한 거 아닌가?
언제부터 사냥터에서 다른 파티와 함께 몬스터를 사냥했다고?
생각하면 할수록 짜증이 난다.
“남펴언, 딴 생각 하지마아. 위험하다고.”
“으, 응!”
나는 포포니의 충고에 번뜩 정신을 차렸다. 순간의 실수가 죽음을 부르는 상황에서 내가 뭔 짓인지.
다시 그레이트 아이보리에게 집중을 하며 언덕에서 먼 곳으로 이동했다.
다행스럽게 저들도 더는 그레이트를 끌고 다가오지 않았다. 포기한 모양이다.
그래도 혹시 몰라서 더 멀리 이동을 해서 그레이트 놈에게 집중을 했다.
힘이 엄청나게 강하고 또 몸에 두르고 있는 생체 에너지의 질과 양도 대단했다.
그런 녀석의 생체 에너지 사이로 내가 디버프를 밀어 넣을 수 있다는 것이 자랑스러울 정도다.
여하간 어느 정도 치고받다 보니까 놈의 공격 흐름을 알게 되었다. 어떤 공격 이후에, 어떤 움직임 다음에는 어떤 공격이 들어온다는 그런 정보들이 하나씩 쌓이면서 나와 포포니는 조금씩 여유가 생겼고, 그레이트의 머리에는 상처들이 늘어났다.
그러던 중 녀석이 움찔하는 것이 느껴졌다.
“포포…!”
경고를 주기도 전에 놈의 몸통 공격이 들어왔다. 이건 뭐 정말 순간이다.
하지만 다행히 포포니도 나도 몸을 띄우고 녀석의 공격을 흘리며 자연스럽게 뒤로 밀려났다.
아주 정석적인 방어를 해 낸 것이다.
“차앗!”
“으라차차!”
큰 공격 다음에는 당연히 빈틈이 있다. 이 그레이트 아이보리 녀석도 그런 상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놈이다. 몸통 공격 이후에 약간의 틈이 있고 그 틈을 노려서 놈의 목에 칼질을 해 주는 것이 아주 중요한 공략 방법이다.
이 칼질이 잘 들어가면 사냥이 아주 쉽게 풀린다고 했다.
추와왁! 촤좍!촤좍!
나와 포포니는 각각 반대쪽 옆으로 돌아가서 놈의 목에 큼직한 상처를 그어 줬다.
그리고 다시 정면으로 와서 놈을 상대하기 시작했다.
정면에 적이 없으면 그 육중한 몸으로 빙빙 돌면서 난동을 부리고 또 그러다가 몸통 박치기를 하고 그러는데 그럼 아주 곤란해진다.
순간 아차하면 충격파에 날려가는 일이 생기니까 말이다.
그래서 정면에서 놈의 시선을 잡아주는 존재가 반드시 필요한 것이 이 아이보리 사냥이다.
“남펴언, 시간 좀 끌어 줘!”
“응? 어!”
나는 잠깐 뒤로 빠지는 포포니를 대신해서 거대한 녀석의 정면에 홀로 섰다. 우와 둘이 있을 때보다 엄청 떨리네.
카강! 카강, 카가강 카각!
이런 마구 휘몰아치는데 이거 정신없네. 포포니와 함께 일 때는 대부분의 공격이 포포니에게 집중이 되었던 거구나? 난 그냥 거들기만 할 뿐이었어. 그래서 이놈도 포포니에게 집중 공격을 한 거였군. 당해 보니까 알겠네. 우어어 손목이야.
“비켜 남푠!” 이젠 남푠이냐? 어쨌거나 우리 마눌이 준비한 한 수를 볼까나?
“이야앗!!”
콕!
소리 좋고, 포즈 좋은데 포포니 칼로 찌르기는 좀 그렇지 않니? 그것도 칼끝만 약간 들어갔는데?
“아, 힘들다.”
포포니는 그렇게 그레이트 아이보리 라이너의 이마를 칼로 콕 찌르고는 자리에 주저앉아 버린다.
어어, 마눌 위험하다고!
내가 급히 마눌 앞으로 나서서 칼을 들고 긴장하는데 뭔가 이상하다.
아이보리 놈이 미동도 없이 있다. 뭐지?
퍼벙!
“이크!”
후두두둑.
아, 아이보리 라이너 머리가 사라졌다. 죽은 거지. 그런데 머리가 사라졌어.
우리 마눌이 콕 찌른 그 칼질에 이 큰 놈의 머리가 사라진 거다. 역시 그건 무서운 거였다. 그 물방울.
“하아, 남편 나 잘했지?”
“응,응. 아주 잘 했어. 멋지다. 우리 마누라.”
나는 포포니에게 다가가 머리를 쓰다듬어 줬다.
그리다가 곁으로 다가가 앉아서 쓰담쓰담을 해 줬다. 쓰담쓰담은 머리에서 허리까지 하는 걸 말하는 거다.
그렇게 잔뜩 사냥으로 긴장된 분위기를 풀고 있는데 저 멀리서 충격파 소리가 들린다. 저들은 아직도 사냥이 끝나지 않은 모양이다.
고생들 한다. 하지만 우리도 힘들어서 니들 도와주러 갈 여유가 없다. 너흰 열 명이고 우린 둘이잖아. 이해해라.
아주 죽을 거 같으니까 말이지.
“이거 몬스터 패턴이 배에 있지?”
“웅. 남편.”
“코어 나왔으면 어떻게 확인을 하지? 이거 죽은 다음에 칼질까지 해버렸는데? 코어 나와도 이걸 들어 옮기기 전에는 꺼내지도 못하겠는데? 옆으로 쓰러지지도 않고 그냥 앞다리 무릎 꿇고 앉아서 죽었어.”
“정말이네? 우웅 어쩌지?”
“조금 있다가 힘을 내서 한 번 밀어보자. 옆으로 쓰러뜨려서 확인을 해야지. 이럴 때엔 연합에 있다는 그 코어 확인 장치 같은 게 있었으면 좋겠다. 아우.”
“응 정말. 아우.”
우린 그렇게 잠시의 휴식을 즐겼다. 서로 어깨를 기대고 커다란 아이보리 앞에 앉아서.
그러다가 내 머리를 스치는 기발한 생각이 있었다.
“아, 사체 수거팀 부르자. 포포니.”
“응?”
“수거팀 불러야지. 이게 얼마나 비싼 건데? 이거 크기도 커서 엄청나게 비싸다고 그랬어. 툴틱에 봐봐 이거 여기 있잖아.”
“아, 그렇구나. 그럼 우리가 밀지 않아도 되는 걸까?”
“그렇지 않을까? 그 사람들이 알아서 사체를 가지고 갈 때에 우린 확인만 하면 되는 거지.”
“응응. 아주 좋은 생각이야. 남편.”
어이, 어디 남편 머리에 손을! 어이, 치우지?
그래 그래야지. 웃기는 왜 웃어? 귀엽게.
우리가 잠시 숨을 돌리고 툴틱을 이용해서 사체 수거팀을 부른 후에 언덕 쪽의 사냥도 끝이 난 모양이다.
환호성이 들리는 것 같았다. 하긴 이런 놈을 잡고 나면 환호성을 지르고 싶을 정도로 성취감이 있긴 하겠다. 더구나 여러 사람이 모두 힘을 합쳐서 고생 끝에 만들어 낸 결과라면 당연히 그래야지.
하지만 이제 저들과 나는 서로 해결을 봐야 할 문제를 가지게 된 상태다.
나는 툴틱에서 그레이트 아이보리의 사냥에 대해서 차근차근 정보를 검색했다.
하지만 두 마리를 동시에 상대할 때에 획기적이거나 효과적인 사냥 방법은 어디에도 없다.
그러니 저들이 우리에게 저 몬스터를 끌고 온 것은 함께 죽자는 수작에 불과하다. 물론 저들도 죽고 싶은 생각은 없었을 테니 정보 미흡에서 온 잘못된 판단이었을 것이다.
그럼 이제 저들은 어떻게 나올까? 난 저들을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고민을 하고 있는데 멀리서 전차가 달려온다. 저건 특별히 만든 건가보다. 크기가 엄청나게 크다. 그럼 저거 부르는 비용도 만만치 않겠네? 설마 이 그레이트 사체 값보다 더 나오는 것은 아니겠지?
“우와, 이거 오랜만에 보는 거네요? 요즘 제6 임시 거점 쪽으로 몰려가는 상황이라 이거 잡는 사람들이 별로 없는데 말이죠.”
전차에서 내린 연합 직원이 고개를 흔들면서 그렇게 말하다가 우릴 보고는 눈을 똥그랗게 뜬다. 아마도 그가 전차의 책임자인 전차장인 모양이었다.
“설마 두 분이서 잡은 겁니까? 아님 일행들이 희생되기라도? 어라? 그 분들이시네? 나무 몬스터 잡으시던 두 분. 맞지요?”
그가 머리에 쓰고 있던 헬멧을 벗어 옆구리에 끼고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면서 물었다.
난 얼른 손을 잡아 줬다. 이게 어디서 남의 아내 손목을 쥐려고.
“네. 반갑습니다. 알아봐 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빨리 오셨습니까?”
내가 궁금해서 물어보자 그는 씨익 웃더니 대답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