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Football Talents Are Mine RAW novel - Chapter 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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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8. 통찰력(2)
경기에는 흐름이라는 게 있다.
하지만 아스날은 전방에 2개의 라인을 구축하여 공의 흐름을 불규칙하게 만들었다.
파브레가스와 나스리가 맨 시티의 포백을 끊임없이 압박하여 패스를 제대로 하지 못하게 만들고, 좌우 풀백 클리쉬와 사냐가 중원까지 올라가 2차 압박을 가했다.
맨 시티의 수비진은 공을 걷어내느라 급급했고, 공이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빠지면서 선수들이 대혼란에 빠졌다.
그야말로 난장판이 따로 없었다.
웃긴 건 아스날의 선수들 역시 공을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의도적으로 공의 흐름을 방해하고 있어.’
이리저리 분주하게 뛰어다니던 호영은 느닷없이 터치라인 밖의 벤치를 바라보았다.
아르센 벵거.
과연 이빨 빠진 호랑이라고 얕볼게 못 된다.
평범하게 플레이해서는 이길 자신이 없으니, 아예 비이상적인 방식으로 게임을 이끌어나가겠다는 초강수였다.
그리고 호영은 확실히 경기하는 데 있어서 어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일단 공을 잡는 횟수가 현저하게 적으니 공격을 가고 싶어도 갈 수가 없었다.
[경기는 어느새 전반 14분을 향해 흘러갑니다. 하지만 여전히 치열한 볼 다툼이 오가고 있는데요.] [어째 공이 잔디 위에 있는 시간보다 공중에 있는 시간이 더 긴 것 같습니다. 선수들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어요.] [말씀하신 순간, 맨 시티의 진영으로 공이 떠오릅니다! 야야 투레와 파브레가스가 동시에 뛰어드는데요!] [투레가 따내는군요!] [하지만 파브레가스의 발 맞고 그대로 아웃. 맨체스터 시티의 스로인으로 경기 속행됩니다.]맨 시티의 스로인 상황.
야야 투레가 공을 잡으러 가자, 호영이 그쪽으로 달려가 신호를 줬다.
그러자 그 뒤쪽으로 파브레가스가 뒤따라와 모기처럼 달라붙었다.
“어디서 메렝게 특유의 냄새가 난다 했더니.”
레알 마드리드를 비하하는 표현으로 쓰이는 단어인 메렝게(Merengue).
의도적으로 호영을 흥분시키려는 파브레가스의 도발이었다.
호영도 가만히 듣고만 있지 않고 차분하게 맞받아쳤다.
“그래. 나는 그 덕분에 레알 마드리드에서 7개의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렸지. 당신이 지난 7년 동안 삽질하는 동안 말이야.”
“건방지기는.”
호영의 눈에 파브레가스의 표정이 일그러지는 것이 순간 비쳤다.
[세스크 파브레가스]보유재능
-파뿌리(T)
-파뿌리의 스루패스(U)
-출중한 시야(S+3)
-예술적인 창조성(S-)
-완벽한 공간침투(S-)
-천재적인 축구지능(A+)
-(더 보기)
(조건을 만족할 시 한 가지 재능을 탐할 수 있습니다.)
(T등급(Title)을 탐할시 감각의 일부를 습득할 수 있습니다. 단, 만 18세가 넘어야 탐할 수 있습니다.)
(S등급 이상은 히든조건을 달성해야 탐할 수 있습니다.)
(조건1: 세스크 파브레가스보다 공격 포인트 많이 기록하기)
(조건2: 볼 커팅에 성공하여 득점으로 연결시키기)
(조건3: 경기에서 승리하기)
(히든조건: 재능 1개 이상을 탐할 시 개방)
패스를 사방에 뿌려서 붙은 한국식 별명 파뿌리.
수비 가담력과 탈압박이 약하지만, 패스나 돌파기술만큼은 세계적인 수준의 선수였다.
둘은 어깨를 맞대고 계속해서 신경전을 벌였다.
“그만 꿈에서 깨어나. 거긴 더 이상 레알 마드리드가 아니야.”
“당신이나 꿈에서 깨지. 아스날에서는 절대 우승할 수 없다는 걸 가장 잘 알고 있을 텐데.”
“후회할 텐데.”
“글쎄.”
세스크 파브레가스.
그는 과연 바르셀로나 출신답게 호영에게 안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오늘 경기에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래, 어디 한 번 열심히 해봐라. 오늘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을 테니까.’
그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패배하지 않는 것이다.
실점을 허용해선 안 되었고, 그러기 위해선 상대가 원하는 플레이를 못하도록 만들어야 했다.
그 중심에서 파브레가스가 맡은 바 역할을 잘 수행해주고 있었다.
아스날은 공이 자신의 진영으로 넘어오지 않도록, 위기 상황이 발생하면 그 즉시 거센 압박을 가하면서 공을 뻥뻥 차댔다.
[다시 한 번 볼 경합이 일어납니다. 알렉스 송이 달려가 공을 걷어차는군요.] [맨 시티의 진영으로 떠오른 공, 이번엔 우호영이 따라붙습니다.]재차 벌어진 볼 경합.
“어딜.”
“!”
먼저 자리를 잡은 것은 호영이었지만 공을 따내지는 못했다.
뒤이어 뛰어오른 파브레가스가 무작정 다리를 들어올린 것이었다.
자칫하면 호영의 얼굴 가격으로 이어질 뻔한 찰나였다.
하지만 경기는 그대로 진행되었다.
[주심이 경기를 그대로 진행시킵니다. 이 정도면 옐로카드를 줬어도 될 것 같았는데 말이죠!]공은 결국 파브레가스의 발에 맞고 맨 시티의 골문을 향해 뻗어갔다.
조 하트(Joe hart) 골키퍼가 공을 잡으려고 했으나, 골라인 아웃되어 경기의 흐름이 또다시 끊어졌다.
간담이 서늘해진 호영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아무리 대담하다고는 하지만 이런 일은 좀처럼 익숙해질 수 없었다.
눈앞으로 축구화가 스쳐 지나갔는데 어떻게 태연할 수 있겠는가.
그런데 성질을 부리는 것은 오히려 파브레가스였다.
“워어어어어어어어!”
그는 고릴라처럼 자신의 가슴팍을 쾅쾅 두드리면서 포효했다.
그는 현재 극도로 흥분한 상태였다.
마치 토트넘과의 북런던 더비를 하는 것만큼이나 경기에 집중하고 있었다.
아니, 그 이상이었다.
과몰입.
호영을 바라보며 어서 일어나라며 손을 내밀고 있었다.
“어서 일어나!”
격렬한 목소리로 호영을 쏘아붙였다.
평소 차분함을 유지하는 그의 성격과는 거리가 먼 행동이었다.
그는 원래 그런 선수가 아니었다.
16살의 어린 나이에 바르셀로나를 떠나 아스날에 입단하였던 그는, 프로다운 모습으로 아스날을 이끌어온 선수였다.
남의 귀감이 되어주는 것뿐만 아니라 인성 또한 좋기로 유명했다.
헌데 그런 그가 오늘은 180도 달라져 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승리와 우승.
아버지라고 생각하는 아르센 벵거의 염원을, 바르셀로나로 떠나기 전에 반드시 이뤄내고 싶었으니까.
그는 격렬한 움직임을 쏟아내며 승리를 향한 열정을 내비쳤다.
[이게 바로 EPL의 묘미 아니겠습니까. 경쟁은 이런 것을 뜻하는 겁니다. 2위로 오르기 위한 3-4위권의 투철한 경기. 보기만 해도 간담이 서늘해지는군요. 누구 하나 병원에 실려 가도 전혀 이상할 게 없는 경기입니다.] [축구라기보다는 마치 전쟁을 보는 것 같습니다. 슈팅이나 패스는 거의 나오지 않지만, 그저 공을 사수하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볼 수 있다니요. 그야말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경기네요.]그동안 벵거 감독이 신봉해오던 ‘아름다운 축구’는 경기장 그 어디에도 없었다.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이기려는 모습은 구차해 보이기까지 했다.
축구경기장에서 그 누구도 축구를 하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방해했다.
안티 풋볼(Anti-football).
벵거가 평소 혐오하던 전술을 펼치고 있는 것이었다.
즉, 그 정도로 절실하다는 방증이었다.
그리고 그게 실제로 통하고 있었다.
[아스날의 점유율이 73%까지 올라갑니다. 지루한 공 돌리기 게임이 계속되고 있어요.]맨 시티가 전방 압박을 가하며 패스미스를 유도해봤지만, 패스에 있어서 세계 최고라 자부하는 아스날은 그 어떤 상황에서도 공을 지켜냈다.
혹여라도 공격을 하다가 공을 빼앗기면 과하다시피 몸싸움을 걸면서 강제로 흐름을 끊어댔다.
그 탓에 양 팀의 슈팅수는 전반 35분이 되도록 2번밖에 되지 않았다.
분명 박진감이 넘치는 경기이긴 했지만 공격이 이뤄지지 않으니 보는 재미가 없었다.
경기를 보러온 아스날의 축구팬들마저 머리를 긁적이게 만드는 경기력이었다.
하지만 벵거 감독으로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이길 수 없어.’
그가 생각하는 우호영은 그 정도로 뛰어난 선수였다.
‘기회만 된다면 언제라도 득점을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선수야.’
이미 수많은 경기를 통해 증명하지 않았던가.
그런 그를 상대로 이기려면 최대한 기회를 주지 말아야 했다.
이는 매우 이성적이고 현실적인 대처였다.
그리고 40분.
맨 시티와의 치열한 볼 다툼에서 잘 버텨낸 아스날은 서서히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드디어 아스날이 본격적으로 공격을 나서기 시작하는데요. 상대를 거칠게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파브레가스와 나스리가 유기적으로 패스를 주고받습니다. 1선에서는 월콧과 아르샤빈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어요.]기습.
아스날은 공격적인 축구를 구사하며 경기를 풀어나갔다.
중앙 미드필더 알렉스 송이 나스리와 파브레가스와 함께 삼각편대를 만들어 중원을 탄탄히 지키고, 좌우 풀백 사냐와 클리쉬가 오버래핑을 펼치며 마루앙 샤막을 지원했다.
그러는 사이에 좌우 윙포워드로 기용된 아르샤빈과 월콧이 중앙으로 침투하였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파브레가스의 킬 패스가 우측 전방으로 파고든 것은.
타악!
[콜라로프가 놓쳤어요!] [그대로 박스 안쪽으로 돌파를 시도하는 아르샤빈! 바로 뒤쪽에 콤파니가 서 있는데요!]호영과 함께 호흡을 맞추고 있던 뱅상 콤파니가 그 앞으로 달려가 포지션을 잡았다.
거기까진 좋았다.
다만.
“제길.”
다급한 마음에 섣불리 발을 집어넣은 것이 화근이었다.
수비 위치 선정은 좋았으나 침착함과 판단력은 개인의 몫이었고, 단 한 번의 실수로 아르샤빈에게 돌파구를 내어주고 말았다.
그리고 문전 앞 상황.
러시아를 유로 4강으로 이끌었던 최고의 러시아 축구선수 안드레이 아르샤빈(Andrey Arshavin)은, 전매특허인 인사이드 킥으로 골문을 열어젖혔다.
철렁!
43분 만에 터져 나온 아스날의 선제골이었다.
하프타임.
원정팀 라커룸은 혼돈 그 자체였다.
만치니 감독은 분노에 겨워 미치광이처럼 소리를 지르고, 몇몇 선수들은 좌절에 빠져있었다.
여기서 화나지 않는 이가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그 누구보다도 화가 나는 건 선수들 본인이었다.
모두가 부푼 기대를 안고 에미레이트 스타디움을 찾아왔다.
하지만 전반 45분을 무기력하게 보내며 패배하고 말았다.
문자 그대로 아무것도 하지 못한 전반전이었다.
지난 며칠 동안 오늘의 경기를 위해 땀을 흘리며 준비했건만, 그간의 노력이 모두 물거품이 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축구선수로서 가장 회의감이 드는 순간이었다.
그렇다고 딱히 마땅한 대응책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집중력과 정신력 그리고 운.
아스날에 비해 부족한 것이라면 그뿐이었다.
만치니는 열변을 토해냈다.
“갑자기 흐름이 끊겨도 우리는 우리의 페이스를 되찾아 와야 해. 그렇지 못하면 우리는 제대로 된 공격을 할 수 없어. 상대에 맞서 싸워야 할 필요가 있다고 이 멍청이들아. 무슨 말인지 아나? 몸으로 부딪치란 말이야. 주심이 카드를 아끼고 있는데 다들 왜 멀뚱멀뚱 서 있는 거지? 생각이라는 게 있으면 몸을 이용해야 할 것이 아닌가? 겁을 먹어야 하는 건 우리가 아니라 상대란 말이다.”
만치니의 말은 틀림없이 옳았다.
아스날의 선수들은 몸싸움이 강한 편이 아니었다.
경기에 조금 더 집중하고 열정적으로 나선다면 충분히 지금보다 더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을 터였다.
“후반전엔 가레스 배리를 대신해 비에이라가 들어간다.”
만치니 감독은 몸싸움이 강한 패트릭 비에이라를 투입시키면서 경기를 보다 수월하게 풀어갈 작정이었다.
그리고 호영을 따로 불러서 말했다.
“네가 선수들을 경기장에서 이끌어라. 오늘처럼 중요하고 큰 경기에서는 너의 역할이 매우 중요해. 나는 너를 믿는다.”
신뢰와 부담.
양날의 검이 호영의 목을 겨누고 있었다.
그때부터 고민이 증폭되어갔다.
지옥 같은 하프타임의 시작이었다.
하지만 견뎌내야 한다.
방법을 찾아내야 하는 것이 호영의 몫이었다.
그리고 이럴 때 도움이 되는 건 역시···.
“너는 중요한 걸 놓치고 있어.”
빅 매치 경험이 많은 호나우지뉴였다.
그는 마치 지도자의 포스로 다가와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너는 경기의 흐름을 지배하는 법은 알지만, 현재 아스날이 만들어내는 흐름은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축구는 이해의 스포츠야. 공의 방향과 위치, 그게 바로 경기의 흐름이지. 그리고 그 본질을 이해해야 공의 흐름을 느낄 수 있어.”
“어렵네요. 알 것 같으면서도 멀게 느껴지는 말이에요.”
“이건 타고난 감각이니 그럴 수도 있지. 하지만 너는 그 말고도 가진 무기가 많잖아. 그것들을 잘 활용해봐. 상대가 흐름을 강제로 망친다? 볼의 흐름을 예측할 수 없다면, 예측할 수 있게 만들어야겠지.”
“눈에는 눈, 이에는 이. 강제로 말이군요.”
“그렇지.”
호영의 두 눈이 번뜩였다.
두뇌가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본질이 무엇인지, 그리고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후반전이 시작될 무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