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the supporters are hammocked RAW novel - Chapter 257
257화 돌입
같은 시각.
곽승재는 한밤의 숲을 헤치며 걷고 있었다.
좌우의 들릴 듯 말듯 은밀한 발소리들이 그가 혼자가 아님을 말해 주고 있었다.
‘이상하다고 생각했었지.’
처음 위화감을 느낀 건 블랙 마켓에서였다.
도둑 동아리의 행동 양상이 작년도와 너무나도 달랐기 때문이다.
어지간해서는 눈에 띄지도 않았고, 간혹 찾아내더라도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선 숨어 버렸다.
마치 이쪽의 일거수일투족을 훤히 지켜보며 움직이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대체 뭘 써서 보는 걸까…….
‘……수정구.’
방범용 수정구들을 이용하는 건 아닐까?
그런 가설을 두고 되짚어보니 아주 많은 부분에서 아귀가 맞아 떨어졌다.
올해 들어 당규영이 채다빈을 중용(重用)하고 있는데, 그 천재적인 마법공학 실력이라면 충분히 가능할 터였다.
그리고 이건 선도부 입장에서 매우 심각한 문제였다.
‘해결하지 못하면 앞으로도 끌려만 다닐 뿐이다.’
시야의 유무는 어마어마한 정보 격차.
도둑 동아리가 무슨 짓을 벌이든 한발 늦게 움직이게 될 것이며, 그 늦은 움직임조차 훤히 읽힐 것이다.
따라서 채다빈을 무력화하는 것이 이번 작전에서 선도부의 목표 중 하나.
어떤 면에서는 임시 보관소 경계만큼이나 우선순위가 높았다.
선도부 역시 정보전에 능한 부원들을 여럿 보유하고 있다.
이들을 전부 역추적에 돌린 결과 어느 정도 채다빈의 위치를 특정할 수 있었고, 그것이 지금 그들이 풀숲을 헤치고 나아가는 이유였다.
‘저기인가.’
이윽고 허름한 3층짜리 건물이 곽승재의 시야에 들어왔다.
유리창이 죄다 깨져 있으며 담쟁이덩굴로 뒤덮여 있어 영락없는 폐건물이다.
그러나 곽승재를 비롯한 선도부원들은 자신들이 제대로 찾아왔음을 확신했다.
건물 주위와 옥상 등에 도둑 동아리 부원들이 경계를 서고 있었으니까.
일부는 은신한 상태였으나 곽승재의 이목을 속일 수는 없었다.
그때, 도둑 하나가 선도부를 발견하고 눈을 치켜떴다.
그리고 막 입을 열어 외치려던 순간,
“선—!”
선도부원 하나가 번개처럼 돌진해 그를 제압했다.
다른 부원은 옥상을 향해 석궁을 쏘아 보냈고,
– 파지직!
옥상에서 주위를 살피던 도둑은 감전이라도 된 것처럼 몸이 빳빳하게 굳어진 채 쓰러졌다.
곽승재가 신호하자 나머지 선도부도 도둑들을 은밀하게 제압해 나가기 시작했다.
“끅.”
“억.”
학생선도부는 용살학원 재학생들 중에서도 최고의 실력자들만을 모아 둔 집단.
심지어 이 작전에 참여한 인원들은 그중에서도 고르고 고른 최정예다.
때문에 도둑들은 비명 한 번 질러 보지 못하고 쓰러지기 바빴다.
이윽고 선도부원 하나가 곽승재에게 다가와 보고했다.
“다 치웠다. 돌입하나?”
곽승재가 긍정하는 의미로 턱을 살짝 끄덕인 뒤, 폐건물을 응시하며 말했다.
“방범용 수정구를 사욕을 위해 사용하는 것은 중대한 교칙 위반이자 불법 행위다. 가담한 자들도 마찬가지. 빠짐없이 연행하도록.”
선도부원들이 훌쩍 2, 3층 높이로 도약하더니, 반쯤 깨진 유리창을 부수며 건물 안으로 진입했다.
– 챙그랑—!
* * *
– 저희 노출된 것 같아요.
“뭐? 누구 왔어?”
– …….
당규영이 놀라서 물었으나 채다빈의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아마 더는 통신을 이어 갈 수 없게 된 거겠지.
당규영은 씁쓸한 표정이 되었다.
“아씨……. 한 방 먹었네.”
‘역시 호락호락하지 않구만.’
고르고 고른 인재들만 모여 있는 선도부다.
누군가는 수정구에 관해 의심을 해 봤을 테고, 거기서부터 차근차근 추적해 결국 꼬리를 잡아낸 거겠지.
여태까지 곽승재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으로 보아 그가 주도한 계획 같다.
‘잘 찌르고 들어왔네.’
당규영 역시 컨트롤 타워의 중요도를 알고 있었기에, 블랙 마켓 당시에는 그곳에만 졸업생을 둘이나 배치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들의 도움을 받을 수 없으니, 선도부가 밀고 들어오면 그야말로 속수무책.
그렇다고 컨트롤 타워를 안 쓰면 안 쓰는 대로 이번 작전의 성공률이 떨어지니, 당규영으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허술하더라도 쓰는 수밖에.
그리고 그 약점을 곽승재가 매섭게 찌르고 들어온 것이다.
좋지 않은 상황이라도 아군과 공유할 필요는 있었기에, 당규영이 정총명과 통신을 연결했다.
“다빈이 짤렸어. 곽승재가 간 거 같은데.”
– ……어쩐지. 이제 시야는 없다고 봐야겠네.
“그렇지.”
– 이제 어떻게 하려고?
정총명이 당규영에게 선택을 맡겼다.
시야 없이 속행하거나, 지금이라도 발을 빼거나.
물론 대답은 진작에 정해져 있었다.
당규영이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이건 못 먹어도 고지. 다빈이한테 미안해서라도 끝까지 간다.”
– 그럴 줄 알았어. 준비해라.
통신은 거기까지였다.
대기하는 동안 당규영이 마지막으로 점검했다.
우리가 서 있는 건물 창가와 C거래소를 연결하는 로프를 가리킨다.
“로프 튼튼하지?”
“아유, 당연하죠. 절대 안 끊어져요.”
신병철이 보란 듯이 콱콱 밟아댔으나 로프는 정말로 꿈쩍도 하지 않았다.
장비를 설치하고 해체하는 방면에서는 확실히 1인분을 한다.
당규영이 다음 질문을 던지기 전에 완드 남학생이 먼저 답했다.
“마법들도 전부 해제했습니다. 최소한 저 주변은 깨끗해요.”
“좋아, 저쪽에서 손 쓰는 대로 들어가자.”
과연 얼마 지나지 않아 강력한 마나의 파동이 일었다.
백마법 동아리가 손을 쓴 것이다.
저쪽과 거리가 상당히 떨어져 있음에도 선명하게 느껴질 정도라면, 마법의 위력은 과연 어느 정도일까.
이어서 C거래소 위에 거대한 마법진들이 여럿 떠오르더니, 차례차례 각인된 마법을 내려 보내기 시작했다.
– 콰아아아아—!
건물 전체가 자줏빛으로 뒤덮였다가, 노란빛, 어두운 녹빛을 띠었다가, 결국에는 꽁꽁 얼어붙었다.
내부에서 대기하는 선도부원들을 무력화하고, 그렇지 못하더라도 디버프를 중첩시켜 두려는 의도다.
살상력이 있는 마법을 썼다면 건물이고 뭐고 흔적도 없이 사라졌을 테지만, 그건 자제했을 거다.
누군가가 다치면 괜히 일이 커지고, 건물이 무너지며 금지 아이템들이 유실되면 이도 저도 아니게 되니까.
“습격이다—!”
선도부원으로 짐작되는 누군가가 외쳤다.
하기야 이만큼 대단위 마법들을 와르르 퍼부었는데 장님이 아닌 이상은 눈치챘겠지.
물론 백마법 동아리가 준비한 패는 이것뿐만이 아니었다.
C거래소 주위에 균열들이 열리며 화염, 빙결, 뇌전 등 각종 정령이 우르르 쏟아져 나왔고, 선도부원들과 전투를 벌이기 시작했다.
삽시간에 난장판으로 변해버린 일대.
물론 이 상황은 오래 지나지 않아 뒤집힐 터였다.
컨트롤 타워 정리가 끝나면 선도부의 주력이 곧장 이쪽으로 합류할 테니까.
게다가 곽승재한테는 나무 문이라는 사기적인 이동 수단이 있지 않은가.
여러모로 지체할 시간이 없었기에 당규영이 짤막하게 한마디 했다.
“모여.”
[그림자 안가]발밑에서 그림자가 뿜어져 나오더니 먹물처럼 일행을 뒤덮었다.
“돌입.”
그 상태로 우리는 차례대로 로프에 발을 올렸다.
곡예를 하듯 빠르게 달려 C거래소 창가에 도달하고, 창문을 통째로 도려 낸 다음 안으로 들어선다.
“…….”
“…….”
당규영과 올라운더 마법사들이 잔뜩 경계를 끌어올린 채 주위를 살폈다.
그리고 선도부의 기척이 느껴지지 않는 걸 확인한 뒤 손짓했다.
“이동한다.”
앞서 정총명이 스캔 마법으로 확인한바, 내부 구조는 블랙 마켓 때와 같았다.
건물을 뜯어 고치지는 않은 모양이다.
다만 가장 중요한 임시 보관소의 위치는 최상층인 4층.
우리는 옆 건물 2층에서 넘어왔으니 올라가려면 당연히 계단으로 향해야 한다.
해서 빠른 걸음으로 걷던 도중, 선두의 당규영이 멈칫하더니 나를 불렀다.
“김호야.”
“네.”
“진법 나왔어.”
과연 전방에서 알 수 없는 위화감이 느껴졌다.
그대로 전진했다간 이리저리 헤매고 다니다가 시간만 잔뜩 빼앗길 터.
해서 미리 상의한 대로 여기는 내가 해결해야 한다.
나는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다 묶어 주세요.”
“응.”
당규영의 그림자가 끈 형태를 띠더니 일행을 기차처럼 일렬로 연결했다.
그런 다음 지시한다.
“다른 거 다 무시하고, 줄 당겨지는 대로만 따라와.”
“그러지.”
“넵, 누님.”
최한길과 신병철이 답했다.
몇 걸음 앞으로 발을 내딛자 복도가 일렁거리더니 저절로 둘로 나뉘었다.
물론 고인물 센스에 의하면 양쪽 다 오답이고, 정답은 직진.
무시하고 걸으니 벽에 부딪힐 즈음 저절로 다시 합쳐진다.
또 몇 걸음 떼니 복도가 길게 늘어지며 왼쪽으로 홱 꺾였다.
그러나 나는 아예 그 자리에 멈춰서 버렸고, 그 상태로 몇 초가 지나자 복도는 안 통한다는 사실을 깨닫기라도 한 것처럼 원상복구 되었다.
‘잘 보고 지나가면 됨.’
이후에도 고인물 센스에 의존하여 척척 나아가니 순식간에 교란 진법을 돌파할 수 있었다.
신병철이 고현우 성대모사로 호들갑을 떨었다.
“허허, 김 형의 눈썰미는 정말이지 놀랍구려. 저 어려운 진법을 이리도 쉽게 돌파하다니.”
“야, 신병철. 지금 농담이 나와?”
당규영이 핀잔을 주었으나 나는 가볍게 웃었다.
“왜요, 분위기 환기도 되고 좋은데.”
“내 편 들어줘.”
“병철아, 소풍 왔냐?”
“프흫흫흫.”
그러나 우리는 곧 일제히 잡담을 멈추었는데, 멀지 않은 곳에 계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경계심을 잔뜩 끌어올린 채 조금씩 접근했으나, 여전히 선도부는 코빼기도 비추지 않았다.
당규영은 조금 김이 빠진 눈치였다.
“아니, 어떻게 여기까지 오는데 한 명이 안 보이냐?”
정총명의 스캔을 통해 내부 인원수가 매우 적다는 것을 확인했고, 그 적은 인원마저도 백마법 동아리의 대단위 마법에 영향을 받았을 터였다.
그래도 이만큼 왔으면 한 명쯤은 마주칠 법한데.
‘좋은 소식은 아니지.’
여기가 아니라면 매우 높은 확률로 임시 보관소 근처에 있다는 뜻이니까.
다른 이들도 여기까지 생각이 미쳤는지 분위기가 한층 더 무거워졌다.
반면 최한길은 대수롭지 않은 기색으로 계단에 발을 올렸다.
“걱정해서 뭐 하나. 이제 와서 돌아갈 것도 아니고.”
“그것도 그렇지.”
당규영도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고, 나머지 일행과 함께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그런데 막 3층을 지나 4층으로 향하는 계단에 발을 올렸을 때, 우리는 위쪽을 확인하고 우뚝 멈춰설 수밖에 없었다.
그곳에 여학생 하나가 가만히 서서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기 때문에.
팔뚝에 찬 선도부 완장, 금색 넥타이핀.
3학년 선도부원이다.
‘그래, 어쩐지 있을 거 같더라.’
최상층에 도달하려면 반드시 계단을 이용해야 하니 반드시 한 명쯤은 배치할 만했다.
“…….”
이내 여학생의 허리춤에서 가느다란 세검이 뽑혀 나왔다.
그녀는 그것을 가슴 앞에 세우고, 반대쪽 손은 뒷짐을 진 채, 백조처럼 우아하게 예를 갖추었다.
그러더니 무서운 속도로 계단을 내려오며 돌진해 들어왔다.
– 쐐애애액!
서포터가 다 해먹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