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the supporters are hammocked RAW novel - Chapter 314
314화 18주 차 기말고사 (7)
꿈을 꾸었다.
눈을 떠 보니 가슴팍 위에 회색 털이 복슬복슬한 고양이가 앉아 있었다.
소위 고양이 식빵 굽는 자세를 한 채로.
‘얘도 오랜만이네.’
중간고사 이후로 처음 보는 것 같다.
굳이 쫓아낼 건 뭔가 싶어서 내버려 두고, 계속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런데 어디선가 꼬질꼬질해 보이는 강아지 한 마리가 나타났다.
녀석은 내 눈치를 살피면서도 쫑쫑거리는 발걸음으로 다가오더니, 바로 옆에 웅크리고 앉았다.
“…….”
그게 마음에 안 들었던 걸까.
회색 털 고양이가 식빵 굽기 모드를 해제했다.
그리고 꼬질꼬질 강아지한테 다가가서 냥냥펀치를 날리기 시작했다.
“깽!”
강아지는 연신 깨갱대면서도 도망치지 않고 내 옆자리를 지켰다.
계속 보고만 있을 수도 없어서 둘을 뜯어말렸다.
“그만 때려, 그만 때려.”
그만 때려—를 반복하다가 눈을 번쩍 떠보니 역시나 꿈.
잠자리가 바뀐 탓일까.
중간고사 때도 이러더니, 기말고사도 꿈자리가 뒤숭숭하다.
어차피 꿈이겠거니 여기고 크게 의미 부여는 하지 않기로 했다.
시간을 확인해 보니 어느덧 아침이라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러자 김호베개를 빼앗긴 서예인이 부스스 눈을 뜨더니, 나를 슬슬 잡아당겼다.
“더 자…….”
“안 돼. 그만 자.”
물론 내 태도는 단호했다.
푹 자라고 김호베개까지 해 줬으니 깰 때는 깨는 게 맞다.
그런데 내 침낭에 붙은 건 서예인뿐만이 아니었다.
오른쪽으로 시선을 돌려 보니 홍연화가 새근새근 잠들어 있었다.
‘얘는 왜 여깄냐.’
분명 침낭은 저기 깔았었는데.
이런 건 당사자한테 물어보는 게 최선.
그리고 어차피 다 깨워야 해서, 나는 침낭을 약하게 흔들었다.
“홍연화.”
“으응…….”
홍연화가 미간을 조금 찌푸리더니, 작게 웅얼웅얼 답했다.
“깨우지 마…….”
“아침이야. 일어나야지.”
“깨우지 말라고…….”
그럼에도 나는 계속 침낭을 흔들었고, 결국 짜증이 극에 달한 홍연화가 눈을 떴다.
그리고 낮게 깔린 목소리로 으르렁거리다가,
“야, 깨우지 말라고 몇 번을—허억!!”
나를 마주치자마자 얼굴이 사색이 되어 벌떡 일어났다.
그러나 아직 침낭 속이었기에 균형을 잃고 반대쪽으로 털푸덕 넘어가 버렸다.
한참을 버둥대다가 겨우 침낭을 벗어난 홍연화.
내 앞에 서서는 횡설수설 변명을 늘어놓는다.
“이, 이게 왜 붙었냐면……? 내가 그러려고 한 게 아니라, 그, 잠버릇이, 시끄러워서? 백준석이 너무, 그……. 코골이……?”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될 것 같기도 하고, 안 될 것 같기도 하고.
다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라, 나는 다 제쳐 두고 하나만 물어보았다.
“그래서, 잘 쉬었냐.”
“어? 어, 응…….”
“그럼 됐어.”
중요한 건 충분히 휴식을 취했는가, 그래서 오늘 하루 활동에 지장이 없겠는가.
침낭이 왜 붙었는지는 다소 미심쩍지만, 그걸로 물고 늘어질 생각은 없었다.
이후에도 홍연화는 연신 이쪽을 흘끔거렸으나, 내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자 안도한 기색이었다.
상황이 정리되자, 지켜보던 백준석이 질문을 던졌다.
“오늘은 어떻게 할 건가.”
“우리도 가야지, 치즈 방.”
첫날은 아이템 확보에 집중했는데, 히든 방의 개수와 거기서 얻을 수 있는 아이템이 한정적이었기 때문이다.
반면 지금은 어느 정도 필요한 것들이 갖춰졌기에, 히든 방의 중요도가 상대적으로 낮아졌다.
따라서 슬슬 기말고사의 본래 목표인 치즈 방으로 눈을 돌리려는 것이다.
“목표는 그렇게 설정하고, 가는 길에 히든 방 있으면 한 번씩 들리는 식으로.”
“그게 좋겠군. 고현우는?”
“연락 오겠지.”
나는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소식이 끊겼어도 고현우라면 알아서 잘 판단하고 움직일 터.
어쩌면 그 둘도 치즈 방 쪽으로 움직이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우리도 우리대로 할 일을 하는 게 맞다.
나는 일행들을 쳐다보며 말했다.
“출발합시다.”
* * *
아이템을 수급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우리처럼 히든 방들을 털어먹고 다니는 것이다.
다만 다른 참가자들이 나처럼 히든 방 위치를 줄줄이 꿰고 있을 리는 없고, 어쩌다 얻어 걸리는 게 전부일 터.
‘그래도 파밍은 조금씩 하고 있겠지.’
유령 몬스터들도 아이템을 떨구기는 하니까.
그렇게 부족하게나마 파밍을 하다 보면, 어찌어찌 팀원들과 연락이 닿거나 합류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우리가 마주친 팀이 그 경우로 보였다.
모퉁이를 돌려던 찰나, 반대편에서 남녀가 뒤섞인 사인조가 나타났다.
그리고 우리를 발견하는 즉시 우뚝 멈춰섰다.
“……!”
“……!”
얼마간 대치 상태가 이어졌다.
네 사람의 행색을 확인해 보니 허리춤에 검을 한 자루씩 패용한 상태.
풍기는 기도(氣道) 역시 무인의 그것이라, 검술 동아리 소속임일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상대방 역시 전력을 가늠하려는 듯 이쪽을 살피다가, 홍연화의 얼굴을 발견하곤 더욱 긴장한 기색이 되었다.
유망주급이니 긴장될 수밖에.
이윽고 리더격으로 보이는 여학생이 말문을 열었다.
“……싸울 생각 없어. 그냥 지나갈게.”
그러자 홍연화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대외적으로는 얘가 리더를 맡기로 상의해 두었다.
아무래도 이름값이 있으니까.
상황에 따라 알아서 판단하라고 언질도 줬다.
그리고 홍연화는 여기서는 강하게 나갈 때라고 판단한 모양이다.
거만한 어조로 묻는다.
“싫다면?”
“…….”
그러자 검술 동아리 팀이 손을 검집에 올렸다.
전투가 벌어지면 언제든 출수할 수 있도록.
리더격 여학생이 굳어진 얼굴로 물었다.
“꼭 피를 봐야겠어?”
“그건 너희가 정해야지.”
홍연화는 언제든 싸울 의사가 있음을 드러냈다.
그걸 피하고자 한다면 상대측에게 남은 선택은 하나뿐.
여학생이 제안했다.
“아이템 하나, 됐지?”
“둘.”
“……알았어.”
여학생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어차피 싸워서 지면 다 잃는 것은 물론, 던전에서 쫓겨나서 몇 시간 동안 손가락만 빨아야 한다.
그럴 바에는 아이템 두 개를 내주는 게 낫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이내 남학생 하나가 앞으로 나서더니 아공간 배낭을 열어 보였다.
홍연화는 짐짓 무심한 척 그 안을 들여다보다가 아이템 두 개를 골랐다.
[귀마개] [칼로리 바(야채 맛)]그걸 보고 여학생이 확인했다.
“됐지, 이제?”
“어.”
홍연화가 턱을 까딱이자 검술 동아리 사인조가 황급히 우리를 지나쳐 갔다.
그러면서도 리더격 여학생은 연신 이쪽을 뒤돌아 보았는데, 홍연화가 아니라 날 보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저거 눈빛이 수상한데.’
쫓아가서 족쳐 봐?
그러나 아이템을 받기 전이라면 모를까, 받은 뒤에 말을 바꾸는 건 문제의 소지가 다분했다.
대외적인 리더는 홍연화라 평판 관리를 할 필요도 있고.
그리고 수작을 부려 봤자 뭘 어쩌겠나 하는 생각도 들어서 그냥 보내 주기로 했다.
이내 홍연화는 서예인에게 야채 맛 칼로리 바를 내밀었다.
방금 전까지의 거만한 태도는 어디 가고 아주 조심스럽게.
“이거……. 이따 먹어.”
“……합격.”
서예인의 얼굴은 무덤덤했으나 어쩐지 흡족한 기색이 느껴졌다.
오늘도 매운 맛 도전은 안 하겠군.
이어서 귀마개는 백준석 몫으로 돌아갔다.
“야, 써.”
“고맙다.”
백준석 역시 매우 기꺼워 보였다.
가는 길에 밴시가 튀어나오기라도 하면 자기 혼자만 디버프를 뒤집어 썼을 텐데, 이제는 그 역시 면역이니 말이다.
‘그럼 다시 스택 쌓아야지.’
우리는 밴시를 꼬리에 붙인 채로 이동했다.
– 꺄아아아악!
– 끼야아악!
[절규 항아리(17)] [절규 항아리(18)]…….
[절규 항아리(23)]계속 절규 스택을 쌓고, 이따금씩 히든 방에 들리면서 던전을 헤쳐 나갔다.
문득 지도를 확인해 보니 치즈 방까지 얼마 남지 않은 상태.
“……?”
그런데 서예인이 갑자기 걸음을 늦추더니 전방을 물끄러미 응시했다.
나 빼고 다들 귀마개를 하고 있었기에, 눈빛으로 무슨 일인가 물었다.
그러나 서예인은 대답 대신 대뜸 전방에 마력총을 난사했다.
– 투두두두두!!
‘확실히 눈이 좋단 말이야.’
나는 매우 흡족한 심정이 되었다.
고인물 센서에 뭐가 걸리길래 알려 줄 생각이었는데, 그럴 필요도 없이 알아서 해결해 주니.
“쯧.”
과연 어디선가 나지막이 혀 차는 소리가 들리더니, 벽에서 칼잡이들이 튀어나왔다.
그중 몇몇은 홍연화를 노리고, 또 몇몇은 나와 서예인을 노리며 검을 찔러 왔다.
– 쐐애애액!
그러나 암습은 상대방이 아무것도 모를 때나 효과적인 법.
들통난 상태에서 막무가내로 찔러와 봤자 막힐 수밖에 없었다.
– 펑!
짓쳐들어오던 칼잡이가 윈드포스를 맞고 뒤로 날아갔다.
나는 서예인에게 날아오는 칼날을 뿌리로 막는 동시에, 먹구름을 홍연화 쪽으로 보내 방어를 보완했다.
결과적으로 우리 쪽 피해는 전무.
암습이 실패로 돌아가자 칼잡이들이 즉시 뒤로 후퇴하여 전열을 가다듬었다.
그 수는 총 여섯이었는데, 리더격으로 보이는 녀석의 얼굴은 상당히 낯익었다.
해서 내가 말했다.
“너무 오랜만이라서 기억이 안 나는데. 이름이……. 공식이?”
“사공욱이다.”
“거의 맞췄네.”
검술 동아리 흑도 파벌.
중간고사 때도 저 녀석들과 한번 충돌했었다.
장무극에게 미리 언질을 받은 대로, 기회를 노리다 우리를 암습한 것이다.
다만 장무극이 내부자라는 점을 들켜선 안 됐기에, 모르는 척 질문을 던졌다.
“막대웅 선배님이 보냈니?”
“그럼 그걸로 끝인 줄 알았나? 선배님께서 말씀하셨을 것이다, 너는 우리 눈 밖에 났다고.”
차갑게 웃는 사공욱.
그걸 보다가 또 떠오르는 의문이 있어서 그대로 던졌다.
“근데 우린 어떻게 찾았니?”
“우리는 검술 동아리다. 네놈들이 어딜 가든 지켜보는 눈과 귀가 있지.”
“역시 걔네였구만.”
사실 지켜보는 눈과 귀라 해봐야 아까 만났던 칼잡이 사인조밖에 없었다.
어쩐지 날 알아보는 것 같더라니, 위치를 공유한 모양이다.
물론 그때 생각했듯 수작을 부려 봐야 거기서 거기였다.
‘오히려 잘 됐지.’
어차피 상대할 거라면 지금 하는 게 낫다.
기말고사는 중후반부로 갈수록 난잡해질 테니까.
나는 또 물음을 던졌다.
“근데 공식아, 벌써 계획이 많이 틀어진 거 같은데?”
“상관없다.”
사공욱이 차갑게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암습으로 아무 성과도 거두지 못했음에도 물러설 생각은 전혀 없어 보인다.
‘6대 4니까.’
머릿수가 많으니 해 볼 만하다 싶은 거다.
이내 사공욱이 홍연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보나 마나 거절할 테지만 그래도 제안은 던져두지. 우리 목표는 어디까지나 저놈뿐이다. 빠져 있어라.”
“알면서 왜 물어봐?”
홍연화가 코웃음을 치자 사공욱은 대수롭지 않게 턱을 까딱였다.
“그럴 줄 알았다.”
이내 칼잡이 여섯이 일제히 기세를 끌어올리기 시작했고, 우리도 각자의 방식으로 전투를 대비했다.
일촉즉발의 상황.
서예인의 손이 후라이팬으로 움직였다.
서포터가 다 해먹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