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the supporters are hammocked RAW novel - Chapter 502
502화 호뀨123
게임 센터를 나서면서 내가 질문을 던졌다.
“점심은 어디서 먹어요?”
“빵집 예약해 놨어. 레스토랑보단 거기가 낫겠더라.”
“저희야 좋죠.”
어느 쪽이든 손꼽히는 맛집이니 가릴 이유가 없다.
예약 시간까지는 아직 넉넉했기에, 우리는 느긋하게 여러 매대와 공연들을 구경하면서 걸음을 옮겼다.
그러던 도중 당규영이 인파 속에서 무언가를 발견하고 눈을 빛냈다.
“우리 애들이네?”
과연 그곳에는 신병철을 비롯해 도둑 동아리 1학년들이 모여 있었다.
이내 당규영이 내 손을 붙잡더니 나머지 일행들에게 말했다.
“잠깐 갔다 올게.”
“병철이야? 나도 인사할래.”
“아냐 아냐, 금방 올 거야.”
그 말에 제갈소소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왜 굳이 나만 데려가는가, 하는 의문이 떠오른 모양이다.
정말로 금방 오는 거라면 혼자 가지 않았을까?
태클을 걸어야 할지 짧게 고민하다가, 서예인을 가리키며 말한다.
“그래, 얘랑 있을게. 갔다 와.”
당규영은 냉큼 내 손을 잡아끌며 인파를 헤치고 나아갔다.
거리가 점차 가까워지자 신병철이 가장 먼저 눈치채곤 이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잽싸게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오셨슴까, 누님.”
“어. 놀러 나왔냐?”
“예, 놀기도 할 겸, 시장 조사도 할 겸. 헤헤.”
“그건 좀 알아봤어?”
신병철이 뜨끔한 표정을 지었다.
“아, 아! 그거요? 여기저기 찔러는 봤는데, 지금은 그냥 말만 나온 것 같더라고요.”
“하긴, 벌써부터 움직이진 않겠지. 계속 마킹하고.”
“넵.”
둘의 대화는 거기까지였고, 당규영은 마저 일 보라며 도둑놈들을 보냈다.
멀어져 가는 뒤통수들을 일별하며 내가 물음을 던졌다.
“그거가 뭐예요?”
“요즘 흑도 애들이랑 활쟁이들 움직임이 묘하대. 동맹이라도 하려는 것 같다네.”
내 뇌리에 사공욱과 차현주의 모습이 스쳤다.
그때는 선도부만 아니었으면 바로 한바탕 했을 정도로 사이가 험악했었는데, 동아리나 파벌 단위로 올라가면 입장이 또 다른가 보다.
혹은 사이는 여전히 안 좋지만 임시로 손을 잡은 걸 수도 있고.
“동맹해서 어쩐답니까?”
“보나 마나 한탕 땡기려는 거겠지. 임시 보관소라든가.”
“선도부가 만만한가 보네요.”
“그런 일이 있었으니까, 누구 때문에.”
당규영이 장난스레 웃으며 나를 쳐다보았다.
그 말대로 선도부의 위상은 급격히 추락한 상태.
지난 임시 보관소 침투에서 어마어마한 실패를 겪었기 때문이다.
곽승재의 나무 문만 믿고 작전을 짰다가 내 [까악?]에 제대로 허를 찔렸고, 증원이 한참 늦어지면서 금지 아이템 대부분이 유출되고 말았다.
소식이 퍼져 나가며 중소 규모 집단들은 이런 생각을 했을 거다.
– 선도부 이거 생각보다 별거 없는데?
– 무슨 도둑 동아리한테 털려?
– 그럼 우리도 해 볼 만하지 않을까?
– 잘하면 대박이잖아.
해서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는 중이란다.
내가 또 물었다.
“우리는 다음 임시 보관소 빠지는 거죠?”
“이만하면 충분히 해 먹었지.”
뿐만 아니라 교직원급 실력자들이 투입될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다.
위험 부담이 이전보다도 훨씬 클 테니, 굳이 욕심을 부릴 이유가 없다.
흑도 측과 활잡이들은 생각이 다른 모양이지만 말이다.
“어떻게 움직이나 봐야겠네요.”
“응, 뭐 있으면 너한테도 알려 줄게.”
대화가 일단락되었기에 나는 일행들에게 돌아가려 했다.
그런데 막 몸을 돌리려는 순간, 당규영이 내 손을 덥석 붙잡았다.
입가에 의미심장한 미소를 띤 채로.
뒤이어 발밑에서 그림자가 꾸물거리며 올라오더니 우리를 낼름 집어삼켰다.
주위를 둘러보니 으슥한 골목으로 이동한 상태.
“이러려고 데려오셨구만.”
“처음부터 알고 왔으면서.”
“그렇긴 하죠.”
실상 신병철에게 뭘 물어보는 건 부실에서 해도 되고, 메시지로 해도 된다.
아주 중요한 사안도 아니었고.
그럼에도 굳이 나를 데려갔다는 건 다른 목적이 있다는 뜻이었고, 나로서도 안 될 건 뭔가 싶어서 장단을 맞춰 준 것이다.
이내 당규영이 나를 벽으로 밀어붙이곤 [선택의 미궁> 나레이션 말투를 흉내 냈다.
“너는 뀨뀨의 함정에 빠졌다. 지금 뀨뀨는 많이 서운한 상태다.”
“뭐가 그렇게 서운하셨을까.”
“넷이서 다니니까 무슨 얘기를 못 하겠다. 지금이라도 기분을 풀어 줘야 할 듯하다.”
“좋습니다. 보기 1번 주세요.”
그러자 당규영이 손가락으로 제 볼을 톡톡 건드렸다.
“1번, 애정을 가득 담아서 뽀뽀한다.”
“어쩐지 이럴 것 같더라.”
“2번, 짐승처럼 격하게 뽀뽀한다.”
“짐승처럼이 정확히 뭔데요?”
“그건 네가 알아서 생각해야지.”
뻔뻔하게 나오는 당규영.
나는 잠깐 생각하다가 목소리를 낮게 깔고 속삭였다.
“막 입술이 문어 빨판이라도 된 것마냥 마구 빨아 재껴라, 이 말이죠? 이마부터 시작해서 귀에다, 볼에다, 목에다…….”
“프핳핳핳! 좋아, 진행시켜.”
“일단 2번은 제외하는 걸로 합시다.”
그 말에 당규영이 급정색하며 되물었다.
“……왜지?”
“용살학원 학생으로서 품격이 떨어진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리고 자국 남아요.”
“지금 자국이 대수야?”
“대수 맞죠. 3번은요?”
당규영이 입술을 삐죽거리다가 말을 이었다.
“……3번, 강제로 뽀뽀한다.”
“다 뽀뽀밖에 없네. 4번도 있습니까?”
“아니, 3번이 끝이야.”
“그나마 1번이 제일 평범하네요.”
“응, 참고로 효과도 제일 약해.”
그걸로는 서운함이 덜 풀릴 거라는 암시.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곤 물었다.
“그럼 3번이라고 치고, 강제로 뽀뽀는 또 뭐예요.”
“그런 상황을 연출해 보자는 거지.”
“하여간 상황극 진짜 좋아한다니까.”
“오늘은 특별히 느끼하게 부탁한다. 기름기 많은 게 땡기네.”
“요구 사항도 참. 알았어요.”
적절한 분위기 조성을 위해 우리는 위치를 바꿨다.
내가 벽치기를 시도하는 구도로.
그것만으로도 당규영은 좋아 죽는 기색이었으나, 상황극은 포기할 수 없는지 큼, 큼 목청을 가다듬었다.
그리곤 가녀린 목소리로 말문을 열었다.
“빨리 돌아가야 해요.”
“아니, 못 간다. 절대로 놓아주지 않아.”
“흐흚!”
시작부터 실패 위기에 처한 상황극.
당규영은 파르르 떨리는 입꼬리를 진정시키며 다음 대사를 쳤다.
“애들이 기다리고 있잖아요. 늦으면 걱정할 거예요.”
“더 기다리라고 하지. 지금은 우리 둘만의 시간이야. 그 누구도 방해할 수 없어.”
“큶, 흚!”
이후에도 당규영은 필사적으로 웃음을 참으며, 나는 오그라드는 손발을 펴기 위해 노력하며 상황극을 이어 나갔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목을 붙잡곤 볼에 입을 맞췄다.
당규영이 약간은 상기된 얼굴로 숨을 골랐다.
“핳핳, 참느라 힘들었네.”
“저도 많이 힘들었습니다.”
또 비슷한 걸 시키면 단칼에 거절할 생각이다.
당규영은 나름대로 만족한 듯했으나, 또 한편으로는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 듯했다.
“내가 생각을 좀 해 봤는데.”
“상황극이요?”
“응, 볼에다 하니까 그 느낌이 안 살아.”
“아무래도 그런 감은 있죠.”
강제로 하는 애정 표현치고 볼 뽀뽀는 약한 축에 속하니까.
당규영이 슬며시 나를 곁눈질했다.
“……진도를 더 빼야겠는데?”
“싫은데요.”
“아, 왜!”
“의도가 불순해서 안 됩니다. 무슨 상황극 때문에 진도를 빼.”
더욱이 앞으로는 상황극을 하더라도 까다롭게 선별해서 받을 거다.
당규영은 뾰로통한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보다가, 대뜸 내 어깨를 깨물었다.
“앙.”
“왜 깨물어요.”
“진도 안 나갈 때마다 깨물 거야.”
그러곤 먹잇감을 노리는 여우의 눈빛을 한 채로 다가온다.
나는 블링크를 써서 도망쳤다.
* * *
우리는 서예인, 제갈소소와 다시 합류했다.
둘은 의외로 대화를 나누는 중이었는데, 함께 게임을 하면서 조금은 거리감이 좁혀진 듯했다.
때마침 동시에 이쪽을 쳐다보길래 내가 물었다.
“무슨 얘기들 하고 계셨습니까?”
“되게 사소한 것들? 네 얘기도 좀 했지.”
“얘가 좀 단답으로 말하는 편이죠?”
“응, 그래도 이해하기 어렵지는 않았어. 신선한 느낌도 들고. 이제 갈까?”
“가시죠.”
다 같이 얼마간 걷자 제과점이 나타났다.
우리는 예약한 테이블에 앉아 요리 몇 개를 주문하고, 빵 몇 개를 가져다가 나눠 먹었다.
그렇게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식사를 하던 도중, 서예인이 고개를 갸웃했다.
“……?”
그러곤 무슨 이유에선지 숯덩이 카드를 꺼내서 이모저모 뜯어 본다.
제갈소소와 당규영도 흥미롭게 보다가 한마디씩 했다.
“금색이 늘어난 거 같지?”
“아주 살짝.”
나도 비슷한 생각을 하던 참이었다.
추측하기로는 복덩이 행운과 연관이 있어 보이는데, 저만큼 행운이 돌아왔다고 해석하면 될까?
아직은 불행늘보에 훨씬 가깝지만 말이다.
그런 생각을 하다가 불행늘보와 제과점을 연관지어 보니, 문득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온 김에 케이크 먹으면 되겠다.”
“……!”
서예인의 머리 위에 느낌표가 떠올랐다.
우리는 중간고사가 끝나고 지금까지, 거의 열흘에 가까운 기간 동안 딸기 생크림 케이크를 찾았으나 번번이 실패만 했었다.
제과점 자체가 휴업하거나, 학생 식당에서 딸기 케이크를 들여오지 않거나, 들여오더라도 누군가 먼저 집어 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직접 제과점을 찾아온 상태.
학생 식당을 거치지 않는 데다 경쟁에서도 한참 우위에 있으니, 성공률은 100%에 가까울 거다.
그래도 혹시 몰라 제안을 건네 본다.
“지금 가지러 갈까?”
“미리 확보.”
서예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같이 케이크 코너로 가 보니 낯익은 것이 눈에 띈다.
구름 같은 생크림에 딸기를 비롯한 과일들이 송송 박힌 케이크가.
우리는 냉큼 그걸 집어서 자리로 돌아왔고, 서예인이 천천히 포크질을 시작했다.
“……기쁘다.”
표정은 늘상 그렇듯 무덤덤했지만, 들뜬 분위기를 모두가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그 모습을 귀엽다는 듯 보다가 제갈소소가 물음을 건넸다.
“좋아하나 봐, 그 케이크.”
“제일 좋아해요.”
그 말을 들으니 떠오르는 의문이 있었다.
“나는 쿠키 제일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1, 2위.”
해석하자면 1, 2위 경쟁이 치열하다는 뜻.
당장은 한정판 프리미엄으로 딸기 생크림 케이크가 우세한 듯하지만 말이다.
제갈소소가 또 물음을 건넸다.
“특별히 좋아하는 이유가 있어? 쿠키.”
“재밌어요.”
극한으로 압축된 답변이었기에 내가 설명을 보충했다.
“얘 취미가 쿠키 굽는 거거든요.”
“직접 만드는 게 느낌이 다르기는 해. 친구들이랑 나눠 먹는 맛도 있고.”
제갈소소가 고개를 끄덕이는 한편, 당규영는 더 자세히 묻고 싶은 듯했다.
“다른 케이크도 다 좋아해, 아니면 이거만?”
서예인이 고개를 천천히 가로젓더니 제 접시에 놓인 케이크를 가리켰다.
“특별해요.”
“왜?”
“처음 받았어요.”
누구한테 받았는지는 굳이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당규영과 제갈소소가 눈을 가늘게 뜨고 나를 쳐다보았다.
“이거 완전 선수 아니야.”
서포터가 다 해먹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