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 I the only one in the apocalypse who thinks the genre is weird? RAW novel - chapter 194
확신에 다짐을 더했다. 그때가 되어서야 한발 뒤로 물러나서 관찰하듯이 즈마제비티를 바라보던 소피아가 나섰다.
“제가 영지를 안내해드릴게요. 영주님!”
“그럴래? 아! 맞다. 소피아.”
“네?”
“설기와 꼬물이들도 소개시켜줘.”
“아! 오오?! 오! 좋아요! 정말 좋은 생각이에요!”
소피아는 무언가를 깨달았는지 바로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고개를 맹렬히 끄덕였다.
새롭게 맞이한 두 명의 가신을 그렇게 엘라와 소피아에게 맡기고 나는 바로 안전 구역 경계로 나갔다.
“더 줄었어.”
불과 하루 사이에 좀비는 이제 듬성듬성 보이지도 않는 수준이고, 거대한 덩치를 가진 특수 좀비도 가끔 하나씩 보일뿐이었다. 악마는 아예 없었고, 스켈레톤 같은 것들도 보이지 않았다.
“뭐지? 이거? 어쩌자는 거지?”
차라리 완전히 다 사라졌으면 좋아했을 건데. 이런 애매한 상황이라니. 각성자가 아니면 경계 밖으로 나가기 힘들고, 그렇다고 각성자가 나가기에는 또 숫자가 애매하다.
그 자리에서 한참을 생각에 빠져 있었다. 영지에서 이쪽으로 로파이와 즈마제비티가 경쟁적으로 달려올 때까지.
* * *
그린스킨을 다스리는 황제는 우울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인간에게 패했다는 치욕적인 사실보다 더 그를 우울하게 하는 건 카르마 포인트가 부족해서 당하는 수모였다.
“크으으으.”
리치 군주.
솔직히 황제는 리치 군주와 붙는다면 1분 안에 놈을 가루로 만들 자신이 있었다. 그의 권능은 그러한 것이니까.
그린스킨과 마찬가지로 지금은 리치 군주의 진영이 지구를 공격하는 중이다. 차원 공방전의 계약에 따라서 그린스킨은 포기했지만, 리치 군주는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즉, 아직 동맹이 유지되고 있는 상태였다.
카르마 포인트의 주관 아래 맺은 계약이기에 그린스킨은 열불이 터지고, 찾아가서 당장이라도 놈의 대가리를 깨놓고 싶지만 그저 참고 인내하는 수밖에 없었다.
적어도 그린스킨 차원과 리치 군주 차원이 모두 이번 차원 공방전을 포기 혹은 패배하기 전에는 시스템 상 적대적인 행위가 불가능하다.
또한, 억울하게도 황제와 리치 군주는 채무 관계로 엮인 사이였고, 황제가 짊어진 채무 금액은 상당했다. 만약 리치 군주가 미친 척하고 카르마 포인트를 모두 회수하면 그린스킨 차원은 100% 멸망할 것이다.
“황제시여. 노예는 모두 죽었습니다! 병사도 1할이 남지 않았고, 간부 등급의 그린스킨도 씨가 말랐습니다!!”
그렇기에 지금 자신 앞에 엎드려서 반쯤은 우는 목소리로 웅얼대는 황태자의 말에도 어떤 해결책도 내려주지 못하는 이유였다.
“위대한 황제시여! 명령만 내려주시면 제가 가서 그 빌어먹을 언데드 놈을 다 쓸어버리겠나이다!!”
“그만!”
“황제시여!!”
“짐과 그 뼈다귀 놈과는 카르마 포인트 시스템이 주관한 계약 관계에 놓여 있다. 카르마 포인트를 구하지 못하는 지금 상황에서 그를 어떻게 하려다가는 우리가 계약 위반으로 인한 페널티로 피를 볼 것이다.”
“크흑!!”
“하지만 때는 멀지 않았음이니. 내 근래 듣자 하니 시체쟁이 놈들도 지구라는 차원에서 고전하고 있다고 하더구나. 데이몬이 소멸했다지?”
“…데이몬 말씀이십니까? 그 최저(最低), 최악(最惡)의 아크 리치를 이르시는 것입니까?”
“그래. 그 데이몬 말이다. 그 놈이 소멸했다더군. 완벽하게. 놈도 얼마 남지 않았다. 곧 패배를 인정하겠지. 그때다. 패배를 시인하거나 계약을 포기할 때. 그때 짐이 직접 친정을 할 것이야.”
“위대한 황제의 뒤를 따르겠나이다!”
황제는 인내했다. 하루에도 수백만의 그린스킨이 죽어가고 있었지만, 인내하고 또 인내했다. 리치 군주가 차원 공방전에서 탈락할 날이 머지 않았으니. 그때가 되면 반드시 이 치욕을 복수하리라.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개체명 그린스킨 엠페러와 개체명 리치 군주 사이에 체결한 채무 증명서에 따라 만기가 지난 그린스킨 엠페러의 채무를 긴급 회수합니다.』
갑자기 나타난 카르마 포인트 시스템 메시지는 모든 것을 엉망으로 만들었다.
“뭐? 뭐?!”
그린스킨의 차원과 리치 군주의 차원 모두를.
파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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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안녕하세요.
심행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뭔가 이번 겨울은 이상하네요.
너무 자주 감기가 오네요.
백신 때문인가…?
멸망전을 치른다
196. 멸망전을 치른다.
『카르마 포인트가 부족합니다.』
『개체명 리치 군주가 보유한 채무 증명서가 존재합니다.』
『만기가 지난 채무를 모두 회수합니다.』
『개체명 그린스킨 엠페러에게 카르마 포인트를 즉시 회수합니다.』
리치 군주를 관찰하며 그가 기절하기 전에 최후에 의지를 확인한 카르마 포인트 시스템의 행사는 냉정했다. 상대방인 그린스킨 엠페러의 말을 듣거나 사정을 고려한다는 건 머릿속에 존재하지 않았다.
다만,
『개체명 그린스킨 엠페러가 보유한 카르마 포인트가 채무를 모두 충족할 정도가 되지 않습니다.』
이런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한 것이 문제였다. 잠시 고민을 하던 카르마 포인트 시스템은 더할 나위 없이 냉혹한 판단을 내렸다.
『개체명 그린스킨 엠페러가 소유 중인 것들을 카르마 포인트로 환산하여 자금 회수를 집행합니다. 대상은 개체명 그린스킨 엠페러가 ‘소유한 모든 것’입니다.』
『개체명 그린스킨 엠페러의 거주지에 포함된 특수 광물이 모두 환수합니다.』
『개체명 그린스킨 엠페러의 거주지에 포함된 마력 구조물이 모두 환수합니다.』
『개체명 그린스킨 엠페러의 소유물 중 가치 환산이 가능한 모든 것을 환수합니다.』
…
카르마 포인트를 마련할 시간을 주거나 하지 않는다. 카르마 포인트 시스템이 인정하는 ‘소유한 모든 것’에는 단순히 물건만 들어가는 게 아니다. 카르마 포인트 시스템으로 가치 환산이 가능한 것은 모두 포함된다.
그리고 카르마 포인트 시스템은 행성 자체에 대한 가치도 매기고 있다. 다시 말해 그린스킨은,
『개체명 그린스킨 엠페러의 행성에서 가치 환산이 가능한 모든 것을 환수합니다.』
졸지에 시리도록 차가운 땅에서 몸을 피할 수 있는 최소한의 시설인 피난처마저 압수당한 셈이다.
언젠가 이요한과 반지에 있는 군주의 에고 대화에서 그런 이야기를 했었다.
각성자가 사용하는 카르마 포인트와 초월자인 지구의 의지가 사용하는 카르마 포인트는 단위가 다르다고.
지금 이 현상을 보면 군주 에고의 말이 과장된 게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린스킨 행성의 모든 것이 사라진다. 인위적인 모든 것이. 건물부터 무기 그리고 입고 있는 의복에 모든 가공품이 어떻게 할 틈도 없이 사라졌다.
그렇다고 소멸한 게 아니다. 그야말로 보이지 않는 손이 나타나서 쏙쏙 집어간 것처럼 사라졌다.
“…….”
그렇게 사라진,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은 허허벌판의 행성을 바라보는 그린스킨 황제는 허탈함에 아무런 반응도 하지 못했다. 눈조차 없는, 황량한 벌판 위에서 매서운 바람이 부는 것을 멍하니 바라보는 것이 그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화, 황제시여!!”
황태자가 달려와 그에게 말을 걸기 전까지 절망하던 황제가 아들에게 눈을 돌렸을 때,
『개체명 그린스킨 엠페러의 행성의 그린스킨을 ‘노예’로 징집합니다.』
이제는 사라진 황성 주변을 빼곡히 채우고 있던 녹색 물결 중간중간에 비워지며 듬성듬성 구멍이 생겨났다. 그린스킨이 사라진 거다.
노예로 징집되었다는 거다.
그린스킨을 노예로 부리는 건 차원의 이면에서 제법 수요가 있었다. 그린스킨은 태생이 건강하고 뼈가 튼튼하고 힘이 세다. 무엇보다 먹을 걸 딱히 가리지 않는다. 맛을 모른다고 해도 될 정도로 아무거나 주면 잘 먹는다. 그건 쉽게 병에 걸리지도 않는다는 뜻이고.
오래 부려 먹을 수 있는 그린스킨은 차원 세계의 뒷골목인 이면 차원에서 제법 수요가 있는 상품이다. 그런데 왜 진즉 그린스킨을 팔아서 빚을 갚지 않았냐고?
그건 기업이 특정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사업하는 것과 같다. 애초에 빚을 진 것 역시도 리치 군주와 동업 관계를 돈독하게 하기 위함이었다. 물론 그린스킨이 넉넉했는데 억지로 받은 건 아니다. 그린스킨이 차원 공방전에 진출하기 위한 조건이 살짝 부족해서 그 조건을 채워주기 위해서 리치 군주가 카르마 포인트를 빌려준 것이다.
일부는 갚았고, 일부는 남겨두었다. 아무리 리치 군주가 빚으로 협박해도 진짜로 카르마 포인트를 회수하지 못할 거라고 믿었으니까.
그랬는데.
“허허허허.”
“아버지!!!”
“내가 잘못 생각했구나.”
“아버지.”
황제 혹은 폐하라고 부르지도 않고 아버지라고 부르고 있는데도 그린스킨 황제는 거기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순간,
“아, 아버지!!”
“아버지!”
…
그린스킨 황제의 수염이 새하얗게 새어버렸다. 너무나도 순식간에. 그리고 그때까지 내뱉던 그의 웃음 역시 뚝하고 끊겼다.
“준비하라.”
“예?”
“우리는 리치 군주와 멸망 전을 치른다.”
“…네. 폐하.”
그린스킨 황제에게 남은 것이 없었다. 가장 낮은 단계의 그린스킨은 모두 카르마 포인트 회수를 위해 노예로 팔려나갔다. 남은 것은 간부 계급과 황족들.
다시 시작하기에는 이미 너무 많은 부분이 피폐해졌다. 남은 것이 없다. 식량이라던가 뭐라도 남아 있어야 다시 시작할 엄두가 날 텐데. 카르마 포인트조차 남아 있지 않아서 아무 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다.
“죽인다.”
으르렁거리듯이 웅얼거리는 황제의 목소리에는 섬뜩하고 아찔한 살기가 담겨 있었다.
* * *
리치 군주의 기절이 말도 안 되는 수준의 나비 효과를 가져올 때, 이요한은 새롭게 소환한 두 가신의 두서없는 말을 최대한 이해하기 위해서 노력해야 했다.
그리고 그런 노력은,
“잠깐. 잠깐. 차례대로 하자. 뭐라고 하는지 하나도 모르겠어.”
당연히 아무 의미가 없었다. 그래서 똑똑한 엘라와 소피아에 올리비아까지 불러 세계수의 그늘 밑에서 같이 듣기로 했다.
“응? 오빠? 왜 저를 그렇게 보시는 거죠? 굉장히 기분이 별론데? 뭔가 짐덩어리를 보는 눈빛인데요?”
덤으로(?) 딸려온 유다연은 무시하기로 하자.
“아니야. 그래도 로파이가 먼저 소환됐으니까. 로파이부터.”
“감사합니다. 주인님.”
“응. 시작해.”
“이곳, 주인님의 땅은 보고(寶庫)입니다. 그러니까 보물창고 같은 곳이라는 뜻입니다.”
“어. 그 정도는 나도 알아. 내가 완전 빡대가리는 아니니까. 그런 것까지 설명할 필요는 없어. 그리고 아까 뭐라고 했지? 마도공학? 골렘 설계? 이런 것도 자세히 설명할 필요 없고. 필요한 게 뭐야?”
“제가 영지를 돌아다니면서 인간을 관찰한 결과 주인님의 차원은 공학과 과학 그리고 수학이 엄청나게 발달했습니다. 그것뿐이면 그러려니 하겠는데. 이곳에는 빌어먹을 난쟁이, 노움 놈들도 있습니다. [마도 공학]이 찬란하게 꽃 피울 모든 조건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그래. 아까 그렇게 이야기 했던 것 같아. 그래서?”
“더욱이 영주님의 영지는 신비하게도 광물이 무한정으로 솟아납니다. 이것은 양질의 특수 광물을 얻을 수 있는 환경입니다.”
“음. 그건 맞지.”
“감히 청컨대. 저와 저의 일족이 이곳에서 골렘을 다시 만들어도 되겠습니까?”
“그건 좋아. 상관없지. 골렘을 만들어서 영지를 지키겠다는 거잖아?”
“그렇습니다.”
“그런데 괜찮겠어?”
로파이는 골렘에 대한 애증을 가지고 있었다. [심연]에 오염된 골렘이 역으로 자신의 종족을 공격했던 경험. 그렇게 생각하면,
“로파이 너뿐만 아니라, 네 종족은 골렘을 믿을 수 있겠어?”
그의 종족도 문제였다. 2만이 넘는 종족은 골렘에게 자신의 가족과 친구를 잃었을 테니까.
“괜찮습니다. 저는 이곳에서 희망을 아니, 확신을 얻었습니다. 노움의 마법과 숲을 지키는 은둔자의 연금술, 그리고 비공정을 제작하는 이들과 함께라면 침식을 방어하는 것을 넘어 심연을 소멸시키는 골렘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뭐, 너만 괜찮다면. 우리도 좋아. 덕분에 영지가 더 안전해지는 거니까. 필요한 광물은 [광산]에 있는 에픽 놀에게 추가로 부탁해도 되니까.”
“채광은 저희 종족도 에픽 놀 못지 않습니다. 필요한 건 저희가 채광하겠습니다.”
“오?! 그래?”
“네.”
에픽 놀이 슬슬 말을 안 들을 시기이긴 하지. 음. 좋아. 종의 진화는 경쟁상대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니겠어? 에픽 놀에게 긴장감을 줄 겸 오리할콘 드워프에게 채광은 맡겨도 되겠다.
“마음껏 해봐. 조만간 [비공정 조병창]도 업그레이드 할 거니까. 일단 채광부터하고. 아! 그전에. 내가 좀 자라고 했잖아? 가서 쉬어. 내일부터 해도 돼.”
“네. 주인님.”
“그래. 어서. 가. 가버려.”
장난스럽게 손을 훼훼 흔들자 그제야 세계수의 그늘을 벗어나 [내성] 안으로 걸음을 옮긴다.
“그래. 우리 꼬물이들이 어떻다고? 문제가 있어?”
즈마제비티가 기겁하며 달려와서 다다다 쏟아낸 말에서 알아들은 건 드래곤이라는 단어 몇 마디였다.
“일단 추태를 보여서 송구해요. 주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