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ocalypse became the strongest Alba RAW novel - Chapter 76
76화-그러길 바랍니다
킬리오이는 신이 났는지 축구장 잔디밭을 빠르게 기어 다니며 도망치는 좀비들을 붙잡아 뜯어내고 씹었다.
“키에엑-!”
청소부들은 뒷걸음치며 사방팔방으로 뛰기 시작했다.
“뭐, 뭐야?”
“우리를 공격한다!”
“도, 도망쳐야 해!”
“사, 살려줘!”
나는 도망치는 청소부를 잡았다.
콰악!
잡아서 그대로 킬리오이에게 던졌다.
“어? 어? 어?? 으아악-!!”
킬리오이에게 날아간 청소부는 팔과 이빨에 몸이 뜯기다가 수류탄을 놓쳤다.
콰콰콰쾅-!
수류탄이 터지며 청소부와 킬리오이의 몸 일부가 같이 터져나갔다.
‘일거양득이네!’
나는 도망치는 청소부들을 쫓아가서 잡고 킬리오이에게 계속 던졌다.
“아, 안돼!!”
콰쾅-!
“사, 살려줘!”
콰콰쾅-!
“악! 일광 선생님!”
쿠콰콰쾅-!
쿠콰콰콰콰콰쾅-!!
모든 수류탄이 터졌다.
흩날리는 잔해와 먼지들이 가라앉았다.
좀비나 청소부들은 폭발에 모두 터져 조작이 났고, 킬리오이는 몸이 중간중간 큰 구멍이 나서 움직이지도 못했다.
나는 남은 몸뚱이를 손톱으로 잘라 킬리오이의 숨통을 끊었다.
슈카카칵-!
소위 일광교도 내가 게이트를 파괴한 걸 알고 있다.
게이트를 파괴하는 것과 고주용을 죽인 것을 이유로 나를 원수라고 불렀다.
일광교는 좀비 사태를 구원 비슷한 걸로 받아들인다.
나는 그들에게는 원수가 맞았다.
어차피 나도 고주용과 손잡은 그들이 처음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다.
문득 아무리 내가 밉고 수족처럼 부릴 청소부들이 많다고 해도 이렇게 사제나 신자들의 목숨을 쉽게 여기면 그 종교가 유지가 되나 궁금해졌다.
내가 찾아가지 않아도 이런 식으로 몇 번만 싸우면 휘청일 것 같았다.
아무튼 이제 너무 어두워졌다.
어두워도 움직일 수는 있지만 몇 시간이라도 쉬고 가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빈집을 찾았다.
***
다음 날 일찍부터 출발했다.
안양을 지나 수원도 외곽으로 빨리 지났다.
안양을 지나니 청소부들의 추적도 없어졌다.
경기도를 지나갈 때 산이 많은 지역에서는 늑대 무리의 습격을 받기도 했다.
강원도에서도 그랬고 경기도에서도 산과 평지의 경계 부근에서 좀비 늑대를 만났다.
좀비라고 해도 이전의 습성은 버리지 못하는 것 같다.
확실히 작년에 서울로 올라올 때와 다르게 움직임이 빠른 괴물들이 많아졌다.
지난 일 년 동안 각성자들이 강해진 만큼 좀비와 괴물들도 강해져서 적극적으로 싸우지 않은 사람들은 어디 외진 장소에 숨어서 조용히 생활하기도 힘들어졌다.
이 정도면 생존을 하라는 게 아니라 인류의 극히 일부만 남기겠다는 의도가 역력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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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에서 출발한 지 보름 만에 대전 초입에 도착했다.
안성희를 만나러 온 것 이긴 한데 시간을 정하고 온 게 아니라서 중간중간 부족한 식량도 찾으러 다니고 하느라 시간이 오래 걸렸다.
좀비 사태가 터진 지 일 년 반이 다 되어 가는 지금은 기존에 생산된 식량들이나 보존식들이 거의 보이지 않았지만, 지역과 지역 사이에는 의외로 남은 보존식들이 있었다.
지역을 자주 오가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특히 나처럼 혼자 오가는 일은 요새는 좀처럼 없다.
혼자 먼 길을 다니기엔 새로 출몰하는 괴물들이 강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나는 그런 녀석들을 충분히 감당할 정도로 강하기 때문에 무리 없이 다니긴 했지만, 일부러 싸움을 찾아 다니지는 않았다.
이왕 나온 김에 지나오는 길에 있는 작은 가게나 편의점부터 크고 작은 마트, 주유소 휴게소들을 들려서 인벤토리를 충분히 채우고 왔다.
그렇게 여유 있게 이동해서 저역 무렵에 안성희의 집이 있는 아파트 단지에 들어섰다.
생각하지 못했던 모습을 봐서 당황했다.
창문들이 거의 다 깨지고 관리 안 된 아파트가 너무 을씨년스러웠다.
예전에 보았던 화단의 텃밭들도 방치되어 잡초가 길게 자라있다.
최소한 몇 개월은 방치된 모습이다.
‘아파트에 있던 그룹 전체가 사라졌어. 성희도 있고, 전력도 약하지 않았던 그룹인데 누구한테 당했을 것 같지는 않아.’
실제로 아파트가 방치돼서 그렇지, 공격받아 파괴된 흔적은 없어 보였다.
나는 안성희가 살던 아파트로 올라가 봤다.
안성희가 떠나갈 때 나중에 들리겠다고 했으니 사정이 있어서 어디로 이동했다면 메모라도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나는 아파트로 올라가서 방들 찾아보았다.
아무런 메모나 남긴 글 같은 게 없었다.
‘성희가 뭐라도 남겼을 애인데. 그러지 않았다면 너무 다급했거나, 이렇게 오래 걸릴 줄 몰랐다는 이야기야.’
다급했다는 건 후보에서 제외다.
그렇게 보기엔 흔적이 너무 없다.
아무래도 잠시만 자리를 비울 계획이었고 다른 동료들이나 아버지까지 같이 옮길 생각은 못 했던 것 같다.
생각해 보면 여기가 너무 넓기는 했다.
이 아파트 단지는 텃밭을 할만한 공간이 많기는 하지만 그만큼 입구가 많아서 관리가 힘들었다.
이전에 쉽게 뚫렸던 게 이유가 있었다.
여기서 며칠 더 기다리며 흔적을 찾아볼 생각으로 전에 묵었던 방으로 들어와 누웠다.
***
창문의 유리는 이미 깨진 지 오래라서 아마도 안성희가 장롱의 문짝을 뜯어서 찬바람이 들어오지 못하게 창문이 막아 두었던 것 같다.
창문에서 바람 소리 비슷한 게 계속 들려 아침 일찍 일어났다.
스슷! 스슷!
‘바람 소리가 저렇게 일정하게 날 수는 없지.’
나는 일어나서 밖을 보려고 창문을 막은 문짝을 들어 올렸다.
그 사이로 작은 종이학이 팔랑거리며 날아들었다.
나연제가 보낸 편지다.
[나연제 중위입니다. 예산군청에서 게이트를 발견했습니다. 대화그룹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 -10월 10일-]대화그룹이면 스타그룹 다음 순위인 2위의 재벌 그룹이다.
물론 스타그룹과 차이가 크게 나기는 했었다.
좀비 사태 이후에는 재계 서열 4위였던 서윤재의 명신그룹에 크게 밀리고 있다.
명신이 스타그룹의 남은 사업 부문을 빨리 선점한 것도 한몫했겠지만 원래부터 명신의 주력사업이 미디어와 식품이기 때문에, 식량 확보가 중요한 지금 같은 시기에 다른 기업보다 앞서고 있었다.
대화그룹의 주력사업은 자동차다.
로봇이나 드론, 엑소슈트 등의 분야에도 손대고 있다.
그 이야기는 좀비 사태가 터지자 회사가 그냥 멈춰버렸다는 이야기다.
무너져가는 회사를 되살리려고 노력 중이라고만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게이트를 발견했다고 하는 걸 보니 게이트 탐사 쪽으로 계속 연구하고 있었던 것 같다.
며칠 아파트 주변을 수색하려고 했는데, 예산이면 멀지 않은 곳이다.
한번 갔다가 다시 오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서 방에 다녀간다는 쪽지를 남기고 바로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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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뒤 대전을 지나 공주시의 한 야영장에서 일어났다.
누가 이 야영장의 텐트와 천막들을 알뜰하게 다 걷어갔지만, 사무실은 멀쩡하게 남아 있어서 사무실에서 푹 자고 일어났다.
지도를 보니 하루 정도만 산을 넘어가면 예산에 도착할 거리다.
아침을 먹고 산을 올랐다.
점심 무렵 산속에 총소리가 들렸다.
탕-! 탕-! 탕-!
내가 향하고 있는 방향에서 울리는 총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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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와아앙-!”
좀비 곰 세 마리와 일곱 명의 경찰이 싸우고 있다.
네 명은 권총을 쏘았고 젊어 보이는 경찰 3명은 진압봉에 진압 방패를 들고 있다.
“방패는 막기만 해!”
“한 방에 날아가니까 몸을 낮춰!”
“권총은 막 쏘지 마! 너무 자극하지 마!”
“세 마리를 잡을 수 없어 쫓기만 하라고!”
각성자들이 많이 강해졌지만, 좀비 곰은 몇 명이 상대하기엔 위험한 상대다.
거기에 한 마리도 아니고 세 마리면 도망가거나 쫓아 보내는 게 최선이다.
경찰들은 곰을 밀어내려고 애썼지만, 총소리에 겁먹고 도망치는 일반 곰과는 다른 좀비 곰이라서 총소리에 오히려 화를 내며 덤벼들었다.
“크아앙-!”
세 마리중 가장 큰 놈이 번쩍 일어나 팔을 휘둘렀다.
“피해-!”
“저건 못 막아!”
“잡히면 끝장이야-!”
경찰들은 재빠르게 피했다.
움직임이 나쁘지 않았고 손발도 잘 맞았다.
하지만 그래도, 세 마리의 곰을 감당하기는 힘들었다.
점점 밀려나고 있다.
도망치기도 녹록지도 않은 게 곰은 생각보다 빠르다.
도망치려고 몸을 돌리면 그대로 잡혀서 몸이 찢길 수도 있다.
경찰들은 저렇게 조금씩 밀리면서도 버티며 놈들이 지치기를 기다리는 것 같은 데 체력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 좀비들이라 그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잠시 지켜보던 나는 갑옷을 소환했다.
“갑옷소환-!”
딱히 저들을 구하려는 게 아니다.
지나가는 길에 있는 곰 때문이다.
나는 곰을 향해 달려가며 소리쳤다.
“다들 비켜-!”
쿵! 쿵! 쿵! 쿵!
달려가며 손톱을 빼든 오른손을 확 내려그었다.
“크와아아앙-!”
어깨가 한 움큼 날아가 괴성을 지르는 한 놈을 뒤로하고 다른 녀석의 배에 손톱을 찔러 넣었다가 빠르게 빠졌다.
비키라는 내 외침에 자기들도 모르게 뒤로 빠졌던 경찰들은 싸우는 내 모습을 보고 놀랐다.
“와-! 잘 싸운다!”
“저게 뭐야? 아니, 누구야?”
“분홍색 곰 인형! 그 사람 아니야?”
“누구?”
“게이트를 파괴한다는 사람!”
“맞네! 맞아! 그 사람이야!”
“뭘 멍하니 있어? 엄호해!”
경찰들은 상급자의 지휘에 따라 나에게 달려들려는 곰을 향해 총을 발사하면서 다른 곰이 나를 방해하지 못하게 도왔다.
탕-! 탕-! 탕-!
상처를 입어 움직임이 약간 느려진 두 마리를 지나서 덩치 큰 놈을 향해 손을 휘둘렀다.
큰놈이 나를 향해 마주 손을 휘저었는데 이놈이 내 손톱을 보지 못한 것 같다.
나는 마주 휘둘러지는 녀석의 앞발을 손톱으로 조각을 냈다.
슈카카카칵-!
큰놈은 자기 잘린 앞발을 보고 울부짖었다.
“커허어엉-!”
놈이 자기 앞발을 붙잡고 있는 동안 뒤쪽으로 돌아가 등에다 양손을 찔러 넣었다.
꽈드드득-!
놈은 몸을 좌우로 틀며 나를 떼어내려 했지만, 앞발이 잘린 상태라 몸만 흔들 뿐이었다.
나는 찔러넣은 양손을 더 깊숙이 밀어 넣고 위에서 아래로 손톱으로 확 긁어내렸다.
콰콰콰콱-!
이미 죽은 몸이지만 그나마 남아 있는 멀쩡한 내장이 갈비뼈 채로 잘렸다.
뼈와 내장이 안에서 조각이 난 큰놈은 몸을 휘청거리다가 그대로 쓰러졌다.
쿠웅-!
나머지 배가 구멍 난 한 놈과 어깨가 반쯤 날아간 녀석들은 당황해서 도망가려고 몸을 돌렸지만, 진압 방패를 든 경찰들이 막아섰다.
“막아! 밀리지 마!”
“뒤를 받쳐 주라고!”
“조금만 더 버텨!”
진압 방패를 든 경찰들이 달라붙어 곰을 막고 밀어내고 있어서 나는 손쉽게 녀석들의 뒤통수에 손톱을 박아 넣을 수 있었다.
콰드드득-!
뒤통수에 손톱을 박아놓고 휘저어서 뇌를 조각냈다.
손을 빼자 뇌가 조각난 곰 두 마리는 곧 뒤로 쓰러졌다.
쿵-! 쿠웅-!
나는 갑옷소환을 해제하고 경찰들 앞에 섰다.
“소환 해제-!”
***
경찰들은 생각보다 어린 나를 보고 살짝 놀라는가 싶더니 상급자로 보이는 사람이 나서서 인사했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살았습니다. 저희는 세종시에서 활동하는 그룹의 정찰대입니다. 저는 안수형 경사입니다. 안 경사라고 부르시면 됩니다.”
“저는 진웅이라고 합니다.”
“저희는 예산으로 가는 길이었습니다. 가는 길이 비슷한 것 같은데 산에서 내려갈 때까지 동행하시는 게 어떻습니까?”
“그러시죠.”
어차피 가는 길이니 나는 상관없어 흔쾌히 대답했다.
그래서 일행들과 인사하고 산길을 계속 걸어가는데 안 경사가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저···.”
“예, 말씀하세요.”
“강원도에서 게이트를 파괴하셨다던 그 분 맞죠?”
더 아랫지방으로 내려가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이쪽에서는 진짜 많이 알려진 모양이다.
그래도 불완전한 게이트였다는 것도 같이 알아야 하는데.
“음···맞습니다. 그런데 그게 완전한 게이트는···.”
“그게 뭐가 중요합니까? 게이트가 파괴되었다는 게 중요하죠.”
“그래도 그게 중요하기는 중요한···.”
안 경사는 내 말을 다 듣지도 않고 기대감 어린 표정으로 물었다.
“사실 저희도 예산군청에서 게이트가 발견됐다는 소식을 듣고 주변 순찰과 경계를 위해 가는 중입니다. 저희와 같은 곳으로 가시는 것 아닙니까?”
급발진 같은 질문이지만 같은 장소로 가는 것이니 감출 건 없다.
“음···맞습니다.”
“역시 그렇군요.”
안 경사는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만족스럽게 웃다가 나를 그윽한 눈빛으로 봤다.
“이렇게 게이트가 하나둘씩 파괴되면 언젠가는 세상이 정상으로 돌아오겠죠?”
“그러길 바랍니다.”
안 경사는 이후로 나를 보고 그냥 실없이 혼자 고개를 끄덕였다.
정도만 다를 뿐 다른 경찰들도 비슷했다.
아무래도 게이트를 파괴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이 사태가 끝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다.
처음엔 부담스러웠지만 굳이 마음에 담지 않았다.
내가 부담가진다고 원하는 대로 해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럴 바엔 편하게 생각하는 게 더 나은 것 같다.
산을 넘어 예산 입구에서 빈집을 찾아 쉬고 다음 날 출발했다.
경찰들이 자꾸 챙겨주려고 해서 고맙긴 한데 조금 부담스러웠다.
그렇게 부담을 느끼면서 군청에 도착했다.
군청 주변에는 군용천막같이 큰 천막들이 설치되어 있었고 안 경사 일행은 인사하고 가기 일행들 찾아 어디론가 갔다.
난 군청 건물을 보며 가만히 섰다.
군청은 네모나고 단단해 보이는 건물이었다.
아래에 3층은 길고 네모나게 옆의 부속 건물과 이어져 있었다.
입구 앞에는 엑소슈트를 입은 사람들이 서서 쉬고 있었다.
내가 입은 엑소슈트의 모델은 KAE-76 SD1은 수원 다이내믹스에서 생산한 A1으로 가장 많이 생산된 양산형이다.
ID1 인천 다이내믹스에서 생산한 A2는 섬세한 고급형으로 주고 1급 자격증을 가진 사람들이 운용하는 모델이다.
DR1 대전 로보틱스의 A3형은 출력을 올린 강화형이고 대화그룹의 자회사이다.
그 강화형 모델을 입은 사람들이 십여 명 앉아 있었다.
책임자가 어디 있는지 누구한테 가서 물어볼까 좌우를 둘러보는 데 오른쪽을 보다가 깜짝 놀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