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cension Through Skills RAW novel - Chapter 100
제 100화
100. 베궤세타, 마신의 어린 양 (10)
“오오……!”
태산이 수련하는 걸 멍하니 지켜보던 아넷샤가 놀라 일어섰다.
수풀을 헤치며 나타난 왜소한 노인이 눈물을 흘리며 무릎을 꿇었다. 노인이 다 헤진 로브를 벗었다.
검은색 머리카락과 검은 눈동자가 보였다.
아넷샤가 입을 틀어막았다.
“하베네크……?”
“공주님…… 고귀한 몸을 뵙습니다.”
하베네크라 불린 노인이 눈물과 함께 무릎을 꿇는다. 아넷샤가 와락 눈물을 터트리며 그에게 달려갔다.
“살아 있었구나!”
“성이 불탈 때 간신히 도망갔습니다…… 죄송합니다. 공주님을 버리고, 저희만 살자고…….”
“괜찮아! 살아 있으면 된 거야!”
감동 어린 재회를 지켜보던 태산이 자리를 비워준다. 그가 울음 섞인 목소리들을 뒤로하고 숲의 공터로 향한다.
공터에서 태산이 검을 꺼내 들고 휘두른다.
파바바박!
잔상과 함께 공기가 폭발한다. 태산이 마음에 들지 않는 얼굴로 검 끝을 바라본다.
“여기까진가.”
간질간질한 감각이 검에서 전해온다. 지금 태산은 오러를 얻기 바로 직전의 미묘한 선에 있다.
며칠 더 수련하면 될 거 같은데 하필 마족이 아넷샤를 찾아왔다.
“나머지는 이동하면서 해야겠어.”
아예 얻는 게 없었던 건 아니다. 끊임없는 검의 수련 덕분에 폭풍흉터의 검의 숙련도 또한 3%가 올랐다. 늑대이빨과 무희의 춤 또한 이전보다 더 매끄러워졌다.
여태까지 태산을 지켜본 아트리아가 속으로 감탄을 터트렸다.
‘설마 사흘 만에 오러에 대해서 감을 잡다니.’
그 자체도 분명 놀라웠다. 오러를 얻기 위해 수십 년을 수련하는 검사도 있다는 걸 생각하면 압도적이라 할 수 있는 속도였다.
하지만 이해가 가는 속도기도 했다.
태산은 이미 검에 대해서도 소드마스터 수준에 이르렀다. 오러는 검에 대한 자격을 증명하는 힘이니, 이미 자격을 가진 태산은 쉽게 얻어낼 수 있었다.
그가 놀란 건 그것 때문이 아니었다.
아트리아는 태산의 폭넓은 힘에 놀라고 있었다.
그가 본 태산의 힘은 완벽 그 자체였다.
마탑주를 뛰어넘는 마법을 쓰면서, 오러를 배우면서, 육체 능력 또한 뛰어나다.
거기에 지치지도 않는다.
사흘 동안 매일 검을 휘두르는데 땀조차 보이지 않는다.
그들과의 전투를 떠올리면 검이 몸에 박혀도 움직임에 아무 지장도 없었다.
부상을 무시하고 움직일 수 있거나, 부상의 범위가 그들보다 월등히 좁다는 의미였다.
‘……저게 미궁의 힘인가.’
아트리아는 자신의 세계에 대한 흥미를 거의 잃은 상태였다.
‘재미가 없지.’
그가 차가운 눈으로 하늘을 올려다봤다.
그는 강함을 추구해서 소드마스터가 되었다. 그러자 더 이상 추구할 강함이 없게 되었다.
심심해졌다.
무료해졌다.
신이고 뭐고 관심 없었다. 그가 바라는 건 강함이었다. 관심도 없는 하몬의 계시를 따른 것도 공주를 지키는 자가 강하다기에 호기심에 이끌려 따른 거였다.
‘미궁이라.’
아트리아가 눈을 빛냈다.
* * *
한 시간 후 태산이 돌아왔다. 눈물은 전부 흘린 건지 하베네크와 아넷샤 둘 다 퉁퉁 부은 눈이었다.
“하베네크. 이분이 나를 지켜준 사람이야.”
“아…….”
두려움과 경의에 찬 눈으로 태산을 올려다보던 하베네크가 땅에 머리를 박았다.
“정말 감사합니다. 저희 공주님을 목숨 걸고 지켜주시다니…….”
“대가는 받았으니까 됐어.”
한참을 감사를 표하던 하베네크가 일어나 꾸벅 머리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그럼 공주님, 저희의 땅으로 돌아가시죠.”
“으, 응!”
아넷샤가 활짝 웃으며 태산을 바라봤다.
“태산 님도 오실 거죠?”
“네가 간다면 가야지.”
퀘스트의 완료가 어떤 식으로 될지 알 수 없다. 그녀의 안전을 확인하는 게 끝일 수 있으니, 당연히 따라가야 했다.
하베네크가 눈에 띄게 당황했다.
“태, 태산 님도 따라오신다고요?”
“응. 은인인데 당연하지. 문제라도 있어?”
“아뇨.”
하베네크가 불안한 눈으로 힐끔거렸다.
“그곳은 숨겨진 곳이라, 외인을 데려가기는 어려워서…….”
“걱정하지 마! 날 지켜주신 분이야! 너희에게도 잘해줄 거야!”
아넷샤는 확신에 찬 얼굴로 말했다. 하베네크가 당황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공주님의 뜻이 그러시다면…….”
“나도 가도 되는 건가?”
물끄러미 지켜보던 아트리아가 말했다. 아넷샤가 뒤늦게 그의 존재를 깨달았다.
“아트리아 님은…….”
“농이다. 난 마족들에게 관심 없어.”
아트리아가 태산에게 턱을 까닥였다.
“그대도 오러에 대해 감을 잡은 거 같고, 슬슬 떠나도 되겠지?”
“마음대로 해.”
“그럼 작별이다. 나중에 볼 수 있으면 보면 좋겠군.”
아트리아가 떠나가며 슬쩍 태산을 바라봤다.
태산의 강함은 미궁에서 비롯된 것일 터다.
‘나도 찾아볼까.’
아트리아가 목표를 정하고는 떠났다. 하베네크가 묘하게 안도한 얼굴로 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공주님. 이걸 받으시죠.”
“응? 뭐야?”
“용의 발톱으로 세공된 장신구입니다. 이걸 가지고 있으면 신으로부터의 시선을 가릴 수 있습니다.”
아넷샤가 놀라 물었다.
“이건 어떻게 가지고 있어?”
용의 발톱으로 만든 장신구라니. 마왕이 있을 때도 구하기 힘든 물건이었다.
하베네크가 빙긋 웃었다.
“도착하시면 아시게 될 겁니다. 태산 님도 받으시죠.”
하베네크가 하나 더 꺼내 태산에게 주었다.
[용의 발톱을 깎아 만든 장신구] [세계를 수호하는 용은 초월적인 존재의 개입을 막는다.]“그럼 움직이죠.”
하베네크가 다시 로브를 뒤집어썼다. 아넷샤 또한 진지한 얼굴로 그를 따라갔다.
그들은 이동하기 시작했다. 세계의 중심을 벗어나 외각으로 향했다.
하베네크가 건네준 장신구는 정말 신의 시선을 가린 건지, 아무도 찾아오지 않았다.
어쩌면 장신구가 아니고 태산이 소드마스터를 죽여서일 수도 있었다.
이틀 동안의 이동이었고, 태산은 그동안 계속 검을 휘둘렀다.
그리고 마침내 오러를 얻어낼 수 있었다.
파직. 파직.
[오오. 이게 오러야? 신기하다.]유령이 감탄을 터트리며 이리저리 움직인다. 태산이 제 검 위에 일어난 푸른 불꽃을 바라본다.
가란트의 오러와는 달리, 불안정한 스파크처럼 푸른 빛이 파직 거리며 튀었다. 아마 숙련도가 부족해서 일어난 현상으로 보였다.
“스킬창.”
들었던 것처럼 소모값이 존재하지 않았다. 태산이 오러를 더더욱 강하게 뻗으려고 했다.
하지만 변함이 없었다. 오러는 처음과 똑같은 크기로 파직 거리고 있었다.
“소모값은 없는 대신 한계가 명확한 건가?”
태산이 검을 당겼다. 거대한 나무가 부드럽게 잘려나갔다.
쿠구궁.
힘의 소모가 전혀 없었다. 무척이나 매끄럽게 잘려나갔다.
정확히 어떤 성능인지는 사용해봐야 알겠지만, 공격력은 크게 증가했을 거 같았다.
태산이 만족스럽게 검을 갈무리했다.
그리고 사흘이 지나고,
마족들의 땅에 도착했다.
* * *
“이곳입니다.”
하베네크가 지친 얼굴로 소개한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작은 산맥이었다.
“신기하게 생긴 산이네.”
산맥 속에 딱 하나의 산만 단풍이 가지각색의 색으로 예쁘게 든 산이었다. 다른 산맥과 달리 유달리 독특해서 한번에 눈에 띄었다.
“정말 여기 맞아?”
숨어있다고 하기엔 너무 화려한 장소였다.
하베네크가 긍정했다.
“맞습니다. 아무도 오지 않거든요.”
태산은 물끄러미 산을 바라봤다. 움직이지 않는 그를 보고 하베네크가 조심스레 물었다.
“혹시 무슨 문제라도…….”
“문제라면 문제고, 아니라면 아닌데. 여기 맞아?”
“네. 맞습니다만…….”
“너무 강한 게 하나 있는데.”
태산이 여태 봐와 온 그 무엇보다 강한 힘.
신을 제외하면 누구도 범접할 수 없을 수준의 힘이, 산 안에 있었다.
하베네크가 놀란 얼굴로 태산을 바라본다.
“그걸 느끼신 겁니까?”
“무슨 이야기야?”
“충격이 크실 거 같아 나중에 말씀드릴 예정이었는데…… 간단합니다.”
하베네크가 단풍이 핀 산을 가리킨다.
“저곳에는 용이 계십니다.”
“뭐?”
아넷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용이?”
“괜찮습니다.”
하베네크가 아넷샤를 다독였다.
“기본적으로 신의 명령도 따르지 않는 존재이기에 저희의 거주에 무관심합니다. 불안하단 점만 제외하면 신의 시선도 닿지 못하니 최고의 장소입니다.”
용은 세계의 수호자. 그 존재가 머무는 곳은 초월자의 간섭을 막는다. 신에게 쫓기는 마족이 머물기에는 가장 적합했다.
“실제로 저희가 이곳에 머문 지 오 년이 넘었지만 용께서는 한 번도 모습을 보인 적이 없습니다. 문제는 없습니다.”
“그래?”
태산이 물끄러미 산을 바라본다.
“아닌 거 같은데.”
그가 홀로 중얼거렸다.
이들은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모양이니 지금 말할 필욘 없겠지. 태산이 말을 돌렸다.
“그래서 안 가?”
“가시죠. 공주님.”
아넷샤가 조심스레 산에 발을 들이밀었다.
그들은 산을 올랐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았다는 건 정말이었는지 길이 관리가 되지 않아 무척 걷기 힘들었다. 오랜 추격전으로 체력이 단련된 아넷샤도 조금 힘들어했고 하베네크의 경우는 몇 번이고 휴식을 요청했다.
그 끝에 그들은 산의 중턱에 도착했고, 그곳에는 작은 마을이 있었다.
“아…….”
아넷샤가 탄성을 터트린다. 다 헤지고 무너질 것 같은 건물들 사이에 검은 머리카락의 사람들이 여럿 있었다.
그들이 아넷샤를 보고 놀란 얼굴로 달려온다.
“오오!”
“공주님!”
“공주님이다!”
“모두! 살아 있었구나!”
그녀가 눈물을 흘리며 그들과 얼싸안는다. 소란을 듣고 마을에 있던 마족들 모두가 달려온다.
태산은 그 수를 하나하나 세봤다.
‘오십 정도인가.’
종족이 번성할 수 있는 인원수가 몇이었는지 가물가물하지만 오십보다는 많았던 거로 기억한다.
아마 마족이란 종족은 이곳에서 멸망할 거로 보였다.
“오오! 공주님!”
“아트네키아! 너도 있었구나!”
마을의 촌장으로 보이는 마족이 아넷샤를 발견하고 기뻐 달려온다. 아넷샤 또한 웃음으로 그를 반긴다.
꼬질꼬질한 몰골이었지만 그들은 모두 기뻐하고 있었다.
“웃차.”
잠시 그들을 지켜보던 태산이 발을 박찼다. 태산이 떠난 걸 알아차리지 못한 아넷샤가 기쁘게 웃으며 태산이 있던 방향을 가리킨다.
“이분이 나를 데리고 오신…… 어?”
그녀가 당황한다.
태산이 있던 방향에는 아무도 없었다.
* * *
[괜찮을 거 같아?]“마족에게도 무관심한 존재인데, 나를 공격할 거 같지는 않은데.”
태산이 산에 들어왔을 때부터 계속해서 그를 부르는 존재가 있었다.
“성질 급하기도 해라.”
일단 이야기를 다 끝낸 후 안전까지 확인하고 갈 생각이었는데 자꾸 재촉하니 어쩔 수 없이 빠져나왔다.
태산이 산의 정상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거대한 동굴이 있었다.
그리고 그곳을 지키는 골렘도 하나 있었다.
쿠구궁…….
돌덩어리로 이루어진 거인이 태산을 내려다본다. 태산이 호 하고 감탄을 흘린다.
“이건 또.”
강하다.
지금의 그와 맞상대해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 사실상 이 세계의 주민은 건드릴 수도 없다는 이야기였다.
쿠궁…….
태산을 바라보던 골렘이 몸을 비킨다.
태산이 동굴 안으로 들어간다.
“음.”
그곳에는 용이 있었다.
황금의 비늘을 가지고 웅장한 뿔을 가진 존재가 태산을 내려다봤다.
동굴을 가득 채운 드래곤은 태산을 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