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first day of my life in living alone, a portal opened RAW novel - Chapter 209
209. 하늘의 수호자
무슨 말인가 싶었다.
신품종 재배가 쉽다고?
차원문이 생긴 이후로 수많은 신품종이 세상에 등장했다.
새로운 자원들이나 먹거리 등 셀 수도 없을 정도로 많다.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도 성공적으로 재배가 이뤄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되더라도 생산량이 적고 비용과 노력이 많이 들어서 채집만 못한 경우도 많았다.
“쉽다고… 쉽다고 하셨습니까?”
가장 먼저 질문을 던진 것은 조민택이었다.
“응.”
레오는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한 뒤, 앞에 있는 죽을 입에 털어 넣었다.
“음. 나쁘지 않군.”
죽을 천천히 떠먹던 지율이가 방긋 웃어 보였다.
“맛있다. 그치?”
레오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음, 제법이군.”
조민택이 다시 레오를 보며 말했다.
“레오 님. 브라운 팝콘을 저희 차원에서도 쉽게 키울 수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렇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하, 하핫…….”
조민택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웃다가 물었다.
“역시 드래곤이시니까, 그것도 마블 드래곤이셔서, 그래서 따로 방도가 있으신 거지요?”
“아니? 그냥 원래 키우기 쉬운 것이다.”
“……그건 레오 님 차원 이야기 아닐까요? 이곳은 환경이 달라서 어려울 겁니다. 특히 대기 중의 마력 농도가 다르다는 말이 있던데. 그 누구도 다른 차원을 가본 적은 없으니 모르는 거지만요.”
그때 다음 요리들이 나왔다. 새우와 게 등 해산물들이 예쁘게 담겨 있었다.
“우와! 이것도 맛있겠다!”
지율이가 말하자 레오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흥미롭군.”
조여진이 젓가락과 숟가락을 지율이의 접시 쪽으로 뻗었다.
“언니가 도와줄게. 이건 그냥 먹기 어려워.”
“아니야, 할 수 있어!”
“그래?”
“응! 볼래?”
지율이는 새우를 집더니 그대로 입으로 가져갔다.
아그작.
껍질도 벗기지 않고 머리까지 통째로 먹는 지율이.
“아, 그렇게…… 뭐 그쪽이 맛있다고도 하고, 몸에 좋다고는 하지…….”
조여진은 당황하면서도 애써 웃었다.
지율이는 조여진의 접시에 있는 새우를 집어서 내밀었다.
“자! 언니도 먹어!”
“어? 어어, 고마워.”
조여진은 잠시 망설이더니 머리부터 씹었다.
굳이 저러지 않아도 되는데. 머리를 떼고 껍질을 벗긴 다음 먹어도 괜찮은데.
“정말 확신하실 수 있는 겁니까?”
조민택의 물음에 레오는 아무렇지도 않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고 또 말해야 하는 것인가?”
레오 역시 지율이를 따라 새우를 통째로 먹었다. 그러고는 게로 시선을 옮겼다.
지율이가 양손으로 게를 집어 들었다.
“아니, 그건 아니지.”
조여진이 다급히 손을 뻗으며 막았다.
지율이는 왜 그러냐는 듯이 바라봤다.
“게는 껍질까지 먹는 거 아니야.”
조여진은 다정하게 설명하면서 나를 향해 눈을 흘겼다.
나는 손을 내저어서 오해임을 표했다.
지율이도 분명히 게의 껍질을 먹지 않는 것을 알 텐데.
새우가 맛있어서 게도 먹으려고 한 건가?
“역시 인간은 나약하군.”
레오는 으스대며 게딱지를 씹었다.
“내게는 이런 껍질이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지.”
그때 점잖게 게의 뚜껑을 열어 식사를 하던 오팔이가 나지막이 말했다.
“그런 문제가 아니지 않은가…….”
“넌 또 뭐가 불만이야?”
“불만 같은 건 없다만…….”
끼어들 틈을 기다리던 조민택이 다시 목소리를 냈다.
“그런데, 그럼 그냥 키우면 되는 건가요? 브라운 팝콘은 그렇게 잘 자라는 겁니까?”
레오는 게를 통째로 씹어 먹었다.
빠득! 빠직! 빠자작!
보는 나의 미간이 절로 찌푸려졌다. 대체 게껍질을 무슨 맛으로 먹는지.
“그렇다니까? 불만 주면 돼.”
레오의 말을 들은 조민택은 고개를 갸웃거리다 물었다.
“불이요? 물을 잘못 말씀하신…….”
“아니, 불. 불을 주는 게 중요해.”
“예…? 화전농업 같은 걸 말씀하시는 건가…?”
“말 그대로 물을 주는 것처럼 불을 주는 게 중요해. 그게 잘 안 타거든.”
직접 브라운 팝콘과 씨앗을 구워본 나로서는 공감할 수 없기에 대화에 끼어들었다.
“잘 구워지던데?”
나의 말에 레오가 코웃음을 쳤다.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군.”
“무슨 말이야?”
“수확을 했으니까 그렇다. 수확하기 전에는 불로 키운다. 당연히 땅에도 심어야 하고, 물도 줘야 하지만, 불을 줘야 잘 자란다.”
식물에 불이라니. 금시초문이다. 문득 싹이에게 물어보는 게 낫겠다 싶다.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불을 주라는 게 아니야. 싹이 올라오기 시작할 때 불을 쏴주는 거다. 그리고 물에 흠뻑 적신 다음 불로 증발을 시켜주고.”
얘기를 듣던 조민택이 고개를 끄덕거리며 말했다.
“시도해볼 가치가 있겠군요.”
“시도해볼 가치가 있는 게 아니라, 저렇게 해야 잘 자란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예전에 알던 레드 드래곤이 이 방식으로 작물들을 키웠다. 그렇기에 틀림없다.”
“레드 드래곤이… 농사를요?”
“원래 포악한 녀석이었는데, 큰 빚을 지고서는 완전히 다른 존재가 되었지. 나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녀석은 그게 좋다고 했어. 비로소 깨달았다나…….”
조민택이 흥미롭다는 듯이 눈을 크게 뜨고 물었다.
“어쩌다 레드 드래곤이 큰 빚을 진 겁니까? 인간에게 큰 빚을 져서 인간에게 잘해주기로 한 것인가요?”
레오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드래곤이 인간에게 빚을 질 일은 드물다. 사실 가능한가 싶은 일이지.”
“그럼요?”
“우리에게 인간이 작듯… 우리를 작게 만드는 존재들이지.”
“그게 무슨 존재입니까?”
레오는 썩 내키지는 않지만,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여기서도 종종 보이는 것들 말이다.”
“하늘에 있는 거대한…?”
조민택은 이해가 잘 안 된다는 듯이 목소리를 냈는데, 나는 단번에 알 것 같았다.
드래곤이 스스로가 작게 느껴질 정도로 거대한 존재는 하나뿐이었으니까.
“하늘혹등고래!”
지율이가 목소리에 모두가 시선을 고정했다. 그리고 그 시선은 지율이의 눈길을 따라서 레오에게로 옮겨졌다.
팔짱을 낀 레오는 입맛을 한 번 다시고는 말했다.
“그렇다. 하늘혹등고래였다. 기분 나쁜 녀석들이지. 만물을 전부 보호하려는 듯이, 오지랖을 부리는 이상한 것들.”
오팔이가 물을 한 모금 마신 다음 말했다.
“네가 있던 차원에서는 그런 식으로 표현했던가?”
“너희 쪽에서는 뭐가 달랐나?”
“하늘의 수호자.”
“뭐라…?”
“처음부터 하늘의 수호자가 있지는 않았다. 언젠가부터 갑자기 모습을 나타냈지. 그들은 아무런 대가도 없이 모든 싸움을 막았다. 하늘의 수호자가 나타나면 강제적으로 싸움을 멈췄다. 드래곤이든 인간이든 마수든 간에 구분이 없었다.”
오팔이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우리 차원에 있던 하늘의 수호자는 태양을 가릴 만큼 거대했고, 그 누구도 당해낼 수 없었다. 강제적으로 만들어진 평화. 처음에는 불만도 있었지. 하지만 점차 모두가 깨달았다. 평화가 좋다는 것을.”
얘기를 듣던 지율이가 해맑게 웃으면서 말했다.
“역시 하늘혹등고래는 어디서나 착하구나.”
“그렇다. 잠시 나도 그 고마움을 잊고 살았던 것 같군.”
오팔이는 나와 지율이를 힐끗 보고는 나지막이 말을 이었다.
“너희들이 아니었다면 계속 몰랐을지도.”
잠시 정적이 흘렀는데, 조민택이 웃으며 박수를 쳤다.
“오늘은 정말 좋은 날이로군요. 다 같이 이렇게 맛있는 식사도 하고, 좋은 얘기도 듣고, 브라운 팝콘 재배법도 배웠으니까요. 그나저나 레드 드래곤이 농사라니. 그 누구에게 말해도 믿지 않을 겁니다.”
레오가 송곳니를 드러내며 웃었다.
“이쪽 차원의 드래곤들은 아직까지 기품을 유지하고 있는 것들이 많으니까. 하늘혹등고래들이 많아도, 여전히 자신들의 기세를 유지하고 있는 점이 마음에 든다. 마수들이 쏟아지는 점은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럭저럭 인간들이 제법 잘 막아내는 것 같더군.”
레오는 잠시 창밖을 힐끗 보고는 말했다.
“이쪽의 하늘혹등고래들은 게으른 모양이야. 아직까지도 마수들이 쏟아지니까.”
그때 지율이가 발끈하면서 목소리를 냈다.
“아니야!”
“뭐라…?”
“하늘혹등고래들은 게으르지 않아! 다들 얼마나 열심히, 착한 일을 많이 하는데.”
“하늘혹등고래 얘기를 하는데 왜 네가 난리냐?”
“아닌 건 아닌 거니까!”
“별난 꼬맹이로군. 알겠다, 알겠어. 이곳의 하늘혹등고래들도 열심히 일하고 있을 것이다. 됐나?”
“그래! 그래야지!”
아마 지율이는 특유의 감각으로 무언가 느끼고 있는 게 아닐까.
하긴, 전 세계가 가지는 공통된 법은 그리 많지 않다.
대표적인 하나가 하늘혹등고래를 공격하지 않는 것.
다른 차원들에서도 활약을 했다는 모양이니 신기할 따름이다.
“자자, 식사들 하시죠.”
조민택이 웃으며 말했고, 온갖 음식들이 상 위를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히익!”
지율이가 깜짝 놀라더니 테이블 아래쪽으로 얼굴을 숨겼다.
“지율아? 왜 그래?”
내가 물었고, 조여진도 몸을 숙여 지율이를 살피려고 했다.
벌떡 일어난 지율이가 나를 바라봤다.
“확인했어.”
“확인? 무슨 확인?”
“상다리 부러지는지 안 부러지는지.”
“하하하하하!”
상다리가 부러지게 차린다는 말을 있는 그대로 해석한 모양이다.
“안 부러지니까 걱정 마. 많이 먹어.”
내가 웃어 보였고, 지율이는 고개를 크게 끄덕거렸다.
“응!”
그렇게 우리는 다시 즐겁게 식사했다.
식사의 끝자락에는 디저트가 준비됐다.
수제 아이스크림과 약과 그리고 커피나 차였다.
“행복해지는 맛이야…….”
지율이는 아이스크림 한 숟갈에 눈을 반짝거렸다. 순식간에 다 먹어치우고는 아쉬운 눈빛을 보내왔다.
사실 작정하면 한 입에 먹을 수 있을 정도의 양이었으니 아쉬운 게 당연했다.
나는 직원을 불러서 추가 주문이 가능한지 물었다.
얘기를 들은 직원은 지율이의 반짝이는 눈을 보더니 웃으면서 말했다.
“일단 제가 주방에 확인을 좀 먼저 한 다음에 답변을 드려도 될까요?”
“네네, 물론입니다.”
확인을 하러 간 직원은 금세 다시 돌아왔는데, 양손에 무언가를 들고 있었다.
“꼬마 손님이 너무 귀여워서 드리는 서비스입니다.”
추가 주문을 하려고 했던 아이스크림과 식혜였다.
“아이고, 감사합니다.”
나는 고개를 꾸벅인 뒤 지율이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내가 알려줄 필요도 없이 지율이는 활짝 웃으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감사합니다아아아아!”
“내가 더 고마워요오오.”
직원이 생긋 웃자 지율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뭐가 고마워요?”
“꼬마 손님이 너무 귀여워서 덕분에 웃을 수 있어서요.”
“아하하핫! 감사합니다아아아!”
그렇게 행복한 디저트 타임이 이어졌다.
모두 식사를 거의 끝냈을 즈음이었다.
우웅, 우우우웅, 우우웅.
모두의 휴대폰이 강한 진동을 울렸다.
“손님, 손님…!”
조금 전에 왔던 직원이 다급히 달려왔다.
“얼른 대피하셔야 됩니다.”
나는 얘기를 들으면서 휴대폰을 확인했다.
긴급재난문자였다.
우리가 있는 곳 근처에 흰색 차원문이 발생했다.
“어이쿠, 이거 바로 나가야겠는데요?”
조민택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거 흰색 차원문 어디쯤에 발생한 겁니까?”
내가 묻자 조민택이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잠시만요, 바로 알아보겠습니다.”
그때 직원이 목소리를 냈다.
“이곳에서 100미터도 안 떨어진 곳이에요. 차도에 나타난 것 같아요. 얼른 가셔야 합니다.”
일단 모두가 짐을 챙기는데, 레오가 씩 웃으면서 말했다.
“다들 요즘 흰색 차원문이라면 기겁을 하는군. 마수나 다른 이종 혹은 신종이 나온다지? 나로서는 흥미로울 뿐인데 말이지.”
나는 인상을 살짝 찡그리며 핀잔을 줬다.
“쓸데없는 소리하지 말고 일어나.”
“뭐…….”
“뭐라긴 뭘 뭐래, 들었잖아. 일어나 인마.”
“하여간 마음에 안 드는 인간이다.”
그때 오팔이가 나지막이 말했다.
“내가 해결하도록 하지.”
모두의 시선이 오팔이에게로 쏠렸다.
오팔이는 강렬한 마력을 드러내며 말했다.
“내가 근처에 생긴 흰색 차원문을 처리하겠다.”
귀촌 첫날 차원문이 생겼다 210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