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first day of my life in living alone, a portal opened RAW novel - Chapter 308
308. 식사 준비
무슨 일이든 익숙해지면 쉬워진다.
그래서 요리에도 자신감이 붙었다.
원래도 요리 자체를 어렵게 생각한 적은 없다.
셰프처럼은 못 해도 먹을만하게 만드는 것을 쉽다고 여겼다.
실제로 그랬다.
재주가 아주 없지는 않아서 시도를 하자마자 제법 맛있다고 할 수 있을 만큼 요리를 할 수 있었다.
휴도의 사기적인 재료들을 사용하면 요리를 웬만큼 못하는 사람도 평균 이상의 맛을 낼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
말 그대로 재료가 다 한다.
핵심 재료는 은문어.
어디에 넣어도 극한의 감칠맛을 이끌어낸다.
국물 요리가 아니어도 은문어 육수 약간을 넣으면 풍미가 확 살아난다.
“음…….”
다시 한 번 은문어 육수를 괜히 만지작거렸다.
퀸이 눈앞을 스쳤다.
“역시 이건 안 되겠고…….”
쉽게 느껴졌던 요리가 갑자기 어려워졌다.
왠지 모르게 조금 반성도 됐다.
너무 은문어에만 의존했었나.
하지만 실험을 할 수는 없었다.
평소처럼 휴도 식구들끼리 있으면 조금 간단하게 먹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손님인데 제대로 된 대접을 하고 싶었다.
휴도 식구들끼리 있으면 이런 고민을 할 필요도 없겠지만.
고민하던 나는 의외로 쉬운 길을 찾았다.
은문어를 쓰지 않아도 맛있는 음식을 하면 됐다.
일단 밥을 안쳤다.
오늘은 뽀얗고 하얀 쌀밥을 택했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쌀밥은 그 자체로 맛있으니까.
반찬으로는 잔뜩 준비할 생각이었다.
손님 대접은 제대로 해야지.
다들 워낙 잘 먹기도 하고.
먼저 부추를 씻고 도마 위에 한 움큼 잡아 모았다.
숭덩숭덩 자른 부추는 미리 부침가루와 물을 섞어 만든 묽은 반죽에 담갔다.
치이이이이익.
달궈진 팬 위에서 금세 익어가는 부추전.
기분 좋은 부추향이 먼저 퍼졌고, 기름에 지글지글 익어가며 고소한 냄새도 퍼졌다.
“빠아!”
어느새 다가온 지율이가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내가 도와줄까?”
지율이가 말만 걸면 자동으로 무장이 해제된다.
딱히 무장을 하고 있던 것은 아니지만, 그냥 지율이를 보면 웃음부터 흘러나온다.
하는 행동, 말, 표정, 눈빛 하나하나 전부 나를 웃게 한다.
“아…….”
아니라고 하려고 했다. 그냥 가서 아이들하고 놀고 있으라고.
하지만 말을 멈췄다.
평소에 지율이는 내가 그러라고 하지 않아도 식사를 준비하는 동안 아이들과 놀면서 시간을 보내곤 했다.
“응? 도와줄까?”
종종 도와준다고 한 적이 있기도 하지만, 오늘은 유독 그 의지가 강해 보였다.
아마 지율이도 손님 대접을 하고 싶은 게 아닐까.
“그래.”
지율이는 나의 대답을 듣자마자 쪼르르 달려왔다.
“뭐 할까? 어떤 거 하면 돼? 내가 이거 뒤집을까?”
프라이팬 위에서 지글지글 익어가는 부추전을 가리키는 통통한 손을 보니 무리다 싶었다.
“하하하, 이건 아직 지율이가 하기에는 무리야.”
“무리야?”
“응, 어린이는 안 돼. 위험해.”
“그래 그럼!”
지율이는 고집부리는 법이 없다.
약간은 떼 쓰는 것도 괜찮은데.
하긴, 그렇다고 의사표현이 분명하지 않은 것은 아니니 걱정할 일은 아니다.
지율이가 괜찮다고 하는 것은 진짜로 괜찮은 거다.
웬만하면 그렇다.
“그럼 뭐 도와줄까?”
지율이는 뭐라도 돕고 싶은 모양이다.
“일단 응원해줘.”
“응원?”
“응.”
“에이이이. 나는 진짜로 도와주고 싶은데.”
“지금은 실수하면 안 되는 거라서 지율이 응원이 필요해.”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프라이팬을 들어 올리며 씩 웃어 보였다.
“지금 이거 뒤집을 거니까.”
“진짜? 어떻게? 혹시…….”
지율이는 초승달처럼 눈을 휘어트리며 콕콕 찌르듯 위를 가리켰다.
“위로?”
나는 더 크게 미소를 지으며 프라이팬을 앞뒤로 살살 흔들었다.
“당연하지.”
지율이는 방긋 웃으며 두 주먹을 꼭 쥐었다.
“빠아! 파이팅!”
“파이팅!”
나는 곧바로 프라이팬을 튕겨 부추전을 위로 띄웠다.
공중에서 회전한 부추전이 프라이팬 위에 탁, 하고 안착했다.
“만세에에에에!”
지율이가 짝짝짝짝 신나게 박수를 쳤다.
“근데 빠아.”
“응?”
“이건 뭐야?”
그러고 보니 지율이에게 부추전을 해준 적이 없었다.
“부추전이야.”
“부추전?”
“응. 부추를 전으로 부친 거야. 맛있어.”
“기대된다. 히히.”
“다른 것들도 많이 할 거니까 조금만 기다려.”
“다음은? 다음은 뭐 만들 거야?”
“지율이가 도와줄래?”
“응! 당연하지! 도와주려고 왔잖아!”
“하하! 맞네!”
지율이에게는 재료 전달을 맡겼다.
두 번째 부추전을 프라이팬에 올리고, 그 다음 요리는 된장찌개.
나는 물을 담은 뚝배기를 오른손 위에 올렸다.
화삼을 먹고 생긴 능력으로 열을 발생시켰다.
그륵, 부글부글부글부글.
손바닥 위의 뚝배기 물이 순식간에 끓었다.
“빠아! 물 끓는다!”
지율이가 다급히 소리쳤고, 나는 뚝배기를 버너 위에 올리며 웃었다.
“응응, 알았어.”
사실 된장찌개는 은문어 육수가 조금 들어가면 더 맛있지만, 없어도 충분히 맛있다.
각종 밑반찬은 냉장고에서 꺼내기만 하면 됐다.
당연히 부추전과 된장찌개만 접대할 생각은 없었다.
은문어가 필요하지 않으면서 최상의 맛을 낼 수 있는 재료를 쓸 때였다.
고기와 채소.
일단 채소부터.
채소에 따라 다르지만, 역시 고기와 함께라면 쌈이다.
“야채들아아아아, 목욕하자아아아아.”
지율이가 나를 돕는다고 상추와 깻잎을 커다란 통에 담아 조물조물 씻기 시작했다.
알려준 것도 아닌데 한 장씩 씻어서 가지런히 놓았다.
물기를 털어내는 완벽함을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충분했다.
“지율아, 채소들 안 날아가게 잡고 있어.”
“응!”
내가 바람으로 물기를 살살 날렸다.
“아하핫, 차가워.”
지율이에게도 물방울이 튄 모양이다.
“앗, 미안.”
“시원해서 좋은데 왜 미안해?”
“그래? 그럼…….”
나는 손끝에서 바람 대신 물을 살짝 뿜어냈다.
얼굴에 물방울을 맞은 지율이는 까르르 웃더니 손에 쥔 채소를 흔들어 물을 튀겼다.
서로 물을 튀기며 장난을 치는데 왠지 모르게 강렬한 시선이 느껴졌다.
“음?”
고개를 돌리자 무룩이가 우리를 응시하고 있었다.
“무룩아? 왜?”
확실히 불만이 있는 눈빛.
“냐아아아…….”
“엉?”
“빨리 하라냥.”
무룩이는 꼬장꼬장한 사장처럼 한마디하고는 몸을 돌렸다.
“빨리 요리하자 아빠.”
어느새 지율이는 도울 준비가 다 됐다는 듯이, 내게 게으름을 떨지 말라는 듯이 쳐다보고 있었다.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왔다.
“알았어, 알았어.”
쌈채소와 샐러드를 만들었다.
고기는 버섯과 함께 굽기만 하면 됐다.
“이제 다 된 거야?”
지율이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하나 더 할 거야.”
“하나 더? 진짜? 우와, 오늘 잔치네?”
“하하하하! 그치, 맞지. 일종의 잔치지.”
“그럼 뭐 만들 건데?”
“뭐 만들 거냐면…….”
일단 채소들을 준비했다.
각종 채소들을 스틱 형태로 잘게 자르자 지율이는 확신의 목소리를 높였다.
“샐러드구나?”
“샐러드는 있는데?”
“두 가지 할 수도 있지? 채소들이 다르잖아. 파프리카, 무순, 양파, 오이 또……. 그럼 뭐 만드는 거야?”
“이거!”
내가 꺼내든 것은 라이스페이퍼였다.
예전에 사둔 것인데 처음 꺼냈다.
내가 한 장 건네주자 지율이는 라이스페이퍼를 이리저리 살피다가 물었다.
“이게 뭐야? 딱딱한 종이?”
“거기에 채소랑 달걀말이나 새우, 고기 같은 걸 싸서 먹는 거야.”
“이걸로?”
지율이는 라이스페이퍼를 살짝 구부렸다.
바각거리는 소리와 함께 라이스페이퍼가 부서졌다.
“에…….”
지율이는 부서진 라이스페이퍼를 양손에 든 채 내게로 시선을 옮겼다.
“에에에에? 부서졌어!”
“그냥은 안 돼.”
“그럼? 어떻게?”
나는 라이스페이퍼를 따뜻한 물에 잠깐 담갔다가 뺐다.
“짠.”
“우와! 흐물흐물해졌어!”
“이렇게 한 다음에…….”
라이스페이퍼에 재료들을 차곡차곡 넣은 뒤 쌈을 쌌다.
“어때?”
지율이가 힘차게 손뼉을 쳤다.
“진짜 멋지다아아아! 예쁜 만두 같아! 내가 직접 만드는 만두!”
“그치? 재밌지?”
“응! 그리고 맛있을 것 같아! 이대로 먹으면 돼? 간을 봐야지!”
다시 한 번 나는 빵 터졌다. 한참을 웃는데 따가운 시선이 느껴졌다. 어느새 돌아온 무룩이가 눈치를 한 바가지 줬다.
“빨리 만들고 있어. 조금만 더 기다려. 다 됐어.”
“알았다냥!”
무룩이는 임무를 완수했다는 듯이 돌아갔다.
월남쌈의 대표적인 소스는 땅콩소스.
나는 추가로 칠리 소스랑 간장에 와사비도 준비했다.
“어떤 거에 찍어 먹지?”
월남쌈을 든 지율이가 설레는 표정을 지었다.
“월남쌈이 크니까 소스 하나씩 찍어서 먹어보면 되지.”
“아하! 그러면 되겠네!”
아직 지율이의 작은 입에는 너무 커다란 월남쌈이었다.
“이름이 월남쌈이구나.”
지율이는 생글생글 웃으며 간장에 와사비를 아주 조금 찍어서 먼저 한 입 먹었다.
맵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지율이는 맛있는지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되게 맛있다!”
지율이는 곧바로 칠리소스에 월남쌈을 찍었다.
매콤달콤이지만, 사실상 매콤은 빠져 있어서 지율이가 먹기에도 무리가 없었다.
지율이도 너무 맵지만 않으면 매운맛도 좋아하는 편이었고.
“마지막 소스!”
지율이는 땅콩소스를 푹 찍더니 의심스럽다는 듯이 쳐다봤다.
“된장 같아.”
“된장도 찍어서 먹어.”
“그래? 진짜? 찌개만 끓이는 줄 알았는데. 그건 좀 충격이야.”
“하하하하! 왜 충격이야, 지율이도 먹어본 적 있는데.”
지율이는 진심으로 충격을 받았다는 듯이 나를 쳐다봤다.
“진짜로? 내가 먹어본 적이 있었어?”
“응.”
“내가? 아닌데, 기억이 없는데.”
“진짜야.”
“어떻게…?”
쌈을 싸줄 때 된장이나 쌈장 조금을 넣어서 간을 맞춘 적이 수차례 있었다.
설명을 들은 지율이는 조금 안심하는 듯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랬구나. 아빠가 쌈에 몰래 숨겼었구나?”
“크학! 숨기다니! 그럴 리가 없잖아!”
“내가 모르게 쌈에 쏙 넣어서 싸버렸잖아. 그래서 난 들어 있는 줄도 몰랐고. 그럼 숨긴 거지.”
“그게 그렇게 되는 거야?”
“응! 그리고 월남쌈은 내가 뱃속에 숨겼어.”
지율이가 자신의 배를 슥슥 문지르는 모습에 나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다음부터는 몰래 숨기면 안 돼?”
지율이의 당부에 나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알았어, 알았어. 안 숨길게.”
“히히히. 그럼 우리 준비 다 된 거야?”
“응. 가서 이제 고기 구우면서 먹으면 되겠다.”
이제 신나게 먹기만 하면 됐다.
“히히 맛있겠다. 많이 먹어야지!”
중요한 시합에라도 나가듯 결의에 찬 지율이를 본 내가 웃으며 말했다.
“천천히, 꼭꼭 씹어 먹어야 돼.”
“알지 그럼!”
그렇게 모두가 모여 있는 곳으로 향하는데 의외의 손님이 와 있었다.
“앗! 날개컷아!”
날개컷이 테이블 위에 올라와 있었다.
싹이가 견과류를 내줬는지 날개컷은 각종 견과류를 양손으로 잡고 이빨로 열심히 갉아 먹었다.
“쨉쨉! 쨉쨉쨉!”
날개컷은 배를 채웠으니 볼일이 끝났다는 듯이 순식간에 돌아가버렸다.
“그냥 바로 가버리네.”
지율이는 날개컷의 뒷모습을 보며 손을 가볍게 흔들었다.
“오래 기다렸지? 다 같이 맛있게 먹…….”
내가 말을 마치기 전이었다.
위쪽에서 그림자가 드리웠다.
그림자가 금세 가까워졌다.
“응?”
내가 고개를 들자 역광 때문에 제대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익숙한 실루엣이 눈에 들어왔다.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레오였다.
타탁.
바닥에 착지한 레오는 분노한 듯 두 주먹을 꽉 쥔 채 부들부들 떨었다.
뭐지? 왜 저러지? 뭐 심각한 일 있나?
레오가 나지막이 목소리를 냈다.
“대체… 어떻게 그럴 수 있지?”
귀촌 첫날 차원문이 생겼다 309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