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first day of my life in living alone, a portal opened RAW novel - Chapter 51
51. 세상의 일부
고양이와 물. 대부분의 고양이들은 물을 싫어한다. 그렇게 알려져 있고, 실제로도 그렇다.
무룩이는 엄연히 그냥 고양이가 아니라, 고양이를 닮은 마수다. 하지만 닮은 외형만큼이나 특성도 고양이와 같다. 사실상 미약한 마력이 조금 있고, 말을 할 줄 아는 것을 빼면 그냥 고양이다.
어디에나 예외는 있다. 물을 좋아하는 고양이도 존재한다. 목욕을 즐기거나 수영하는 고양이도 있다. 심지어 하와이에서 서핑하는 고양이도 있으니, 무룩이가 바다에 들어갔다고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평소에 목욕을 좋아하기도 했고.
“우와아, 무룩이 둥둥 떠다녀!”
지율이가 바다 위의 무룩이를 가리켰다.
“그러게…….”
무룩이는 평온하게 앉은 자세로 물 위에 떠 있었다.
대체 어떻게 한 거지? 무협으로 치면 답설무흔(踏雪無痕), 아니, 최소 등평도수(登萍渡水), 수상비(水上飛)의 경지에 이른 거 아닌가? 혹은 그 이상이다. 달리지도 않고 가만히 앉아서 떠 있으니까.
“무룩아아아아아!”
지율이가 목소리를 높이며 손을 흔들었다.
“고오오오오옴!”
“삐삐이이이이!”
곰곰이와 지율이도 함께 목소리를 높였다.
이내 무룩이가 스르륵 물 위를 미끄러지듯 다가오기 시작했다.
“온다! 온다! 무룩아! 여기야!”
지율이가 양손을 크게 흔들며 방방 뛰자,
“삐이! 삐이!”
삐삐도 콩콩 뛰기 시작했다.
“고, 고옴.”
곰곰이는 지율이와 삐삐에게 맞춰서 뛰려고 했는데, 자꾸만 타이밍이 어긋났다.
나는 무룩이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바닷물 위를 미끄러지는 무룩이는 평소처럼 팔자 눈썹이 아니었다. 가끔 보이는 일자 눈썹에 맹해 보이는 눈을 한 상태였다.
평온을 넘어 무슨 경지에라도 이른 듯한 모습이었다. 우화등선(羽化登仙)이라도 했는지, 무룩이의 주위로 안개가 피어오르는 착각까지 불러일으켰다.
무룩이는 갯바위 근처까지 일자 눈썹의 맹한 얼굴에 앉은 자세 그대로 왔다.
“무룩아!”
지율이가 목소리를 높였고, 그제야 평소의 억울한 얼굴로 돌아왔다.
“냥?”
무룩이는 고개를 좌우로 젓고는 우리를 올려다봤다.
“……애옭?”
녀석은 조금 당황했나 싶더니 이내 미묘하게 웃었다.
“마중 나온 거냥?”
“맞아! 마중 나왔어!”
“그럴 줄 알았다냥.”
“어떻게 수영을 그렇게 잘해?”
“지금! 물에 떠 있잖아!”
지율이에게 수영에 대해 다시 알려줘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라서 가능하다냥.”
무룩이는 가슴을 펴고 으스댔다.
“고오오옴.”
곰곰이도 놀랍다는 듯이 목소리를 냈다.
“삐삐이!”
삐삐는 무게중심을 뒤에 둔 채 발을 바다 쪽으로 뻗다가 포기했다.
“어떻게 한 거야? 진짜 신기하네.”
내가 말하자 무룩이가 고개를 홱 돌렸다.
“안 알려준다냥. 비밀이다냥.”
“그러지 말고…….”
말을 하던 중이었다. 무룩이 아래로 검은 무언가가 보였다. 처음에는 갯바위인가 했는데 아니었다.
설마 검은 차원문?
무룩이 밑으로 미세한 마력을 느꼈다.
지금까지 마력이 느껴지는 검은 차원문은 없었는데.
혹시 모를 위기에 대비해 얼른 양팔을 늘여 무룩이를 낚아챘다.
“애오옭!?”
“위험할지도 몰라.”
얼른 무룩이를 육지에 내려놓은 순간이었다.
“거북이 아저씨 안녕!”
지율이가 밝은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어 보였다.
찰박.
수면 위로 바다거북이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번에 따개비를 제거해 준 바다거북이었다. 지금까지 무룩이는 바다거북 위에 타고 있던 거였다.
“뭐야, 너…….”
내가 눈을 흘기자 무룩이는 시선을 회피하며 딴청을 피웠다.
“으휴.”
아무튼 별일이 아니라서 다행이었다.
휴도에서 나쁜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지금까지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 믿었다. 특히 불가사의한 일이 일어날 때는 더욱.
그렇다고 긴장을 완전히 놓고 살 수는 없는 일. 돌다리도 두드리고 건너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니까.
“오랜만이네. 잘 지냈어?”
나의 물음에 바다거북은 묘하게 웃는 얼굴을 한 채 고개를 크게 끄덕거렸다.
“그래, 반갑다.”
바다거북은 고개를 움직여 첨벙거려서 대답을 대신했다.
“불편한 곳은 없지?”
무룩이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약간 문제가 있다냥.”
“문제? 무슨 문제?”
이번에는 해초였다. 해초가 바다거북의 목과 등껍질 사이에 끼어 있었다. 이 정도는 가만히 두면 언젠가는 빠지겠지만, 그때까지는 계속 거슬리겠지.
“바로 빼줄게.”
내가 손을 뻗으려는데 지율이의 시선이 느껴졌다.
“……지율이가 해볼래?”
지율이는 기다렸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게도 갯바위에서 지율이의 손이 바다거북에게 닿을 리 없었다. 육지로 끌어올리기에는 바다거북이 너무 무거웠고.
“자.”
나는 양손으로 지율이의 몸을 잡고 들어 올렸다.
“흡.”
팔을 늘인 상태에서도 어느 정도 근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평소보다 힘이 더 들어가긴 했지만, 지율이 정도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아하하핫! 날아다니는 거 같아!”
“그래?”
“비행기를 타면 이런 기분일까?”
누군가가 어릴 때를 추억하며 엄마나 아빠 혹은 삼촌 등이 비행기를 태워줬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도 이해하지 못했다. 사람이 태워주는 비행기라는 걸 경험해 본 적이 없었으니까.
보통 누워서 아이를 손과 발로 받쳐서 들어 올리는 걸 비행기 태운다고 한다. 손으로 높이 들어 올려주는 것을 비행기 태운다고 하기도 하고.
지율이와 매일매일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끊임없이 노력할 생각이다. 휴도에서 놀랍고 새로우며 평화로운 나날들도 중요하지만, 평범하고 일상적인 것도 중요하다고 여긴다.
소소한 것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은 아빠의 마음이다. 나는 누리지 못했어도, 자식은 다 누렸으면 하는.
“빠아.”
지율이가 물에 젖은 머리카락처럼 길게 늘어진 해초를 들어 보였다.
“어어, 잘했네. 잘했어!”
“올려줘.”
“그래, 그래야지.”
그제야 나는 지율이를 다시 육지에 올려놨다.
찰박찰박.
바다거북은 고개를 위아래로 크게 움직여 의사 표현을 대신했다. 얼굴에는 분명히 미소가 드리워 있었다.
“그런데 대체 뭐 하고 있었던 거야? 왜 얘를 타고 왔어?”
내가 바다거북을 가리키며 묻자 무룩이는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다.
“순찰을 하는데 저 녀석이 찾아왔다냥. 그래서 온 김에 태워달라고 했다냥.”
“그게 다야?”
“뭐가 있어야 되냥?”
“아니, 그런 건 아닌데…….”
“지난번에 그랬잖냥, 도움이 필요하면 얼마든지 오라고. 그래서 저 녀석이 우리를 찾아온 거다냥.”
“근데 해초는 네가 떼어줄 수도 있지 않았어?”
“그렇다냥.”
“……근데 왜 안 떼어줬어?”
무룩이는 당당하게 대답했다.
“나한테 해달라고 안 했다냥.”
“뭐……?”
“저 녀석은 내가 아닌 꼬맹냥이랑 빠빠냥을 찾았다냥.”
“빠빠냥……?”
“냥!”
지율이가 매번 나를 ‘빠아’ 혹은 ‘아빠’라 부른 탓인 듯했다. 그나저나 무룩이는 생각 이상으로 융통성이 없었다.
“그런 눈으로 보지 말라냥. 심각한 상황이었다면 나도 도와줬을 거다냥. 딱히 큰 도움이 필요한 상황은 아닌 것 같아서 잠깐 놀자고 한 것뿐이다냥.”
생각보다 눈치도 빨랐고, 머리는 좋은 듯했지만.
찰박찰박.
바다거북이 웃으면서 물소리를 냈다.
우리 모두가 시선을 옮겼다.
바다거북은 무언가 말하듯 입을 벌린 채 고개를 끄덕거렸다.
우호적인 감정이 느껴졌다. 고마움을 표시하는 게 분명했다. 왠지 모를 뿌듯함에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을 때였다.
“냐앙.”
“고오옴.”
“삐삐삐.”
“오호오.”
나 빼고 모두들 바다거북의 말을 알아듣듯이 반응하고 있었다.
“다음에 봐아아아!”
지율이가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바다거북이 돌아가겠다고 인사를 건넨 듯했다.
나도 웃으며 바다거북에게 손을 흔들어 보였다.
“다음에 또 보자.”
그렇게 바다거북은 다시 바다 밑으로 모습을 감췄다.
“다음에 놀러 오래.”
“응?”
지율이는 기대감이 가득한 눈을 반짝이며 활짝 웃었다.
“거북이 아저씨가 다음에 자기가 사는 곳에 놀러 오래!”
* * *
‘바다거북이 사는 곳’이라고 검색했다. 당연히 바다거북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바다에 살았다. 수중(해양) 생활을 하는 바다거북의 집에 놀러 가기는 어렵겠지.
“저기가 거북이 아저씨 집일까?”
지율이가 마이패드 화면을 가리키며 물었다.
바다거북이 헤엄치고 있는 바닷속.
“글쎄…….”
“진짜 예쁘다. 그치 아빠?”
“그러게. 예쁘네.”
“저기는 아니겠지?”
지율이가 가리키는 곳은 산호들 사이의 틈이었다.
“거북이 아저씨가 들어가기는 너무 좁아 보이는데.”
“맞아 맞아! 그냥 지나가는 길인가 봐.”
“그런가 봐.”
“나중에 꼭 거북이 아저씨네 놀러 가면서 바닷속 여행을 하고 싶다.”
지율이의 소망.
불가능해 보이지만, 어느 정도는 이뤄줄 수 있을 듯했다.
바다거북의 집에 가지는 못해도, 바닷속 여행은 어느 정도 해낼 수 있었다.
돈을 벌어서 소형 잠수정을 살 수도 있었고, 스쿠버다이빙을 하는 것도 가능했다.
차원을 넘어서 온 자원을 사용한 물건들 중 수중에서 쓰기 용이한 것들도 많았다.
“나중에 꼭 같이 바닷속 여행도 하자.”
내가 말하자 지율이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정말?”
“그럼 정말이지.”
지율이 덕분에 나의 버킷리스트도 하나씩 추가되는 듯하다.
막상 하겠다고 마음을 먹으니 생각하기만 해도 기분이 좋다.
“거북이 아저씨 집은 어떻게 생겼을까?”
지율이는 시선을 위로 둔 채 중얼거렸다.
“우리 집처럼 네모? 아니면 거북이 아저씨 등껍질처럼 동그라미? 거북이 아저씨 등껍질도 집인가?”
“집보다는…… 집 같은 옷에 가깝지 않을까? 몸의 일부이긴 하지만.”
“무거워서 힘들겠다.”
“좋은 점도 있으니까.”
“맞아, 안에 들어가면 눈부실 일도 없어.”
피식 웃으며 지율이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
현재 우리가 사는 곳은 세상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지구 전체를 돌아보지도 못했고, 차원문 너머에는 또 다른 세상들이 펼쳐져 있다. 어떤 차원은 바닷속이 기본 터전일지도 모르지.
* * *
―갑작스레 전화드려서 죄송합니다.
수화기 너머로 JMT 글로벌의 대표 조민택의 웃음 섞인 목소리가 들렸다.
“죄송은요, 전화를 뭐 예고하고 하나요.”
―그래도 미리 문자로 양해를 구할 수도 있었던 거니까요.
“안 그러셔도 됩니다. 제가 못 받을 수는 있지만, 그게 문제될 일은 없습니다.”
―그렇게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어쩐 일로 그러세요?”
조민택은 제대로 대답을 하기 전에 웃음부터 흘렸다.
―흐흣, 김 대표님. 흐흐흐흣.
그 웃음소리에 나도 피식 웃음이 나왔다.
“왜 그렇게 웃으십니까? 혼자 웃지 마시고, 무슨 일인지 말씀을 해주세요.”
―흣흣흣흣흣흣흣흣.
“하핫, 참. 엄청 좋은 일 있으신가 봅니다.”
―다른 게 아니라, 김 대표님, 아니, 휴도산 허니포켓 말입니다.
“네, 반응이 좋던가요?”
―말도 마십쇼. 지금 난리가 났습니다. 벌써 소문이 자자해요.
“그렇습니까?”
―아예 휴도산 허니포켓에는 이름이 따로 붙었습니다. 슈퍼 허니포켓이라고요.
“일반 품종에 비해 맛이 더 좋긴 하죠. 더 크기도 하고요.”
―아니요, 그런 수준이 아닙니다. 사실상 품종 자체를 다르게 보는 것에 가깝습니다. 예를 들어 샤인머스캣이나 킹스베리처럼 말이죠.
나는 입가에 옅은 미소를 짓고 말했다.
“그렇군요.”
―‘그렇군요’라니요? 그게 전부인가요?
“뭘 더 해야 하나요?”
―대표님, 이거 대박입니다. 모두가 원하는 새로운 품종을 대표님만이 공급하고 계신 겁니다. 일반 허니포켓도 양식으로는 한계가 있는데, 슈퍼 허니포켓은 자연산의 한계마저 넘어선 거죠. 지금 모든 관심이 이쪽으로 쏠려 있습니다. 해외에서도 주문이 물밀듯이 밀려들고 있습니다.
조민택은 목소리에 힘을 잔뜩 주고 말했다.
―지금 한 송이에 100만 원이 넘어갑니다. 작게 온라인 경매를 진행하고 있는데요, 입찰시간을 한 시간 단위로, 아주 짧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한화로 100만 원이 넘어가고 있어요. 한 송이를 새로 등록할 때마다 그 값을 경신하는 중이고요.
그렇게 갈구할 때는 돈을 손에 넣는 게 참 어려웠는데, 돈에 있어서 비교적 자유로워지자 돈이 쌓이기 시작했다.
돈이 돈을 벌어들인다는 게 이런 말인가? 그거랑은 좀 다른가?
“잘됐네요. 앞으로도 잘 부탁드릴게요.”
―하하, 참……. 역시……. 역시 김 대표님입니다.
“네? 무슨 말씀이신지.”
―이미 이 정도는 염두에 두셨던 것 아닙니까? 그런데도 저를 배려하셔서 닦달 한번 않으시고, 그 귀한 슈퍼 허니포켓을 선물로도 주시고. 참…….
조민택은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어찌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그 배포와 아량. 허니포켓의 평균가가 평균가다 보니 사실 이렇게까지 비싸게 거래되는 게 말이 안 되는 상황인 것인데, 저를 믿고 맡겨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아마 대표님께서 제게 선물로 주셨던 허니포켓이 아니었다면, 저도 이렇게 큰 차이는 몰랐을 겁니다.
그는 아차 싶은 듯이 목소리를 높였다.
―아! 그것마저 계산을 하셨던 거겠군요! 귀로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게 낫고, 보는 것보다 직접 체험하는 게 나은 거죠! 이제야 알겠습니다! 정말 탄복을 금치 못하겠습니다.
“아니에요, 그렇게까지 생각했던 거 아닙니다. 그냥 정직하게 일을 잘해주셔서 선물로 드렸던 거고, 지금의 결과도 다 대표님 덕분이죠.”
―그렇게 너무 겸손하실 것 없습니다. 대표님 덕분에 저희 JMT 글로벌의, 저 조민택의 입지도 올라갔습니다. 앞으로도 결코 실망시켜 드리지 않겠습니다.
뭔가 대단한 오해가 있는 듯했다. 긍정적이고 좋은 오해이니 굳이 더 설명하지는 않았다. 너무 겸손하지 말라는데, 거기다 대고 계속 설명하기도 애매했고.
“예, 감사합니다.”
허니포켓 덕분에 원산지이자 브랜드인 ‘휴도’에 관심이 커진 상태였다.
―현장에서 일 보시면서 무엇이든 휴도산이면 꼭 맡겨주십시오. 휴도산 코키오의 알이나 은문어에도 관심이 커졌거든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급구하는 목록들도 보내드려도 되겠습니까? 부담을 드리려는 건 아니고, 혹시나 가지고 계신 것이 있으면 좋은 값에 거래가 될 수 있으니까요. 가끔은 대표님께서 필요하신 물건을 구하시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고요.
“예, 그거야 아무 문제 없습니다. 제가 구해드린다는 보장은 없지만, 또 혹시 모르는 거니까요.”
현장을 뛰던 시절에는 온갖 거래처들의 급구 품목 목록들을 지니고 다녔다. 그리고 그것들이 나올 확률이 높은 현장들을 골라서 갔다. 돈도 돈이고, 누군가에게는 간절한 품목일 확률도 높으니까.
―그럼 또 연락드리겠습니다.
“네, 들어가세요.”
그렇게 전화를 끊었다.
“슈퍼 허니포켓이라…….”
왠지 모를 뿌듯함에 미소가 번졌다.
“맛있긴 하지.”
컨테이너 앞에는 선베드 두 개를 갖다 놨다. 나는 그곳에 누워서 여유를 즐겼다.
“좋구만…….”
시간과 공간은 생각의 형태가 될 수도 있는 것 같다.
여유로운 시간과 편안한 공간이 나의 기분이 됐고, 그 기분이 생각으로 이어졌으니까.
탁. 탁탁.
무슨 소리가 들렸지만, 굳이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무룩이와 지율이, 곰곰이, 삐삐가 있는 쪽이었으니까.
타타탁, 탁. 타탁. 타타타탁.
재미있게 노는 모양이다.
파파파팍, 파파팍!
뭐지?
“잡아!”
지율이가 소리쳤다.
“내가 할 거다냥! 잡아라냥!”
“고오오오옴!”
“삐삐잇!”
잡아?
“놓치지 마라냥!”
“놓치지 마아아아!”
지율이의 웃음 섞인 목소리가 울렸다.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지율이와 무룩이, 곰곰이, 삐삐 모두 바닥에 무언가를 쫓아다니고 있었다.
“뭐 해? 다들 뭐 하고 있어?”
부리나케 달려갔는데, 하얗고 기다란 무언가가 바닥을 미끄러지는 게 보였다.
귀촌 첫날 차원문이 생겼다 52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