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ra of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193
게시물 302575 [공지] 미국판 갓네임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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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림 없이 갓네임드의 기조를 실천하고 있는 저희 팬클럽 여러분들!
오늘 저는 정말로 여러분께 감동했습니다ㅠㅠ
사실 저는 한 달 전 쯤에 신유명 배우의 미국행을 전달받았습니다. (보안 유지 때문에 미리 알려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그리고 그 때부터 이 도메인을 선점해서 채워넣기 시작했습니다.
www.namedgod.com
미국 팬들을 위한 공식 팬페이지입니다. 모두가 함께 도왔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공유합니다. 홈페이지 구성이나 제작에 관한 어떤 조언이나 도움도 환영합니다.
여러분 정말 사랑해요. 평생 함께합시다!
*다들 짐작하고 계시겠지만, 이번 행보는 ‘연기 욕심’ 말고 다른 의도는 없습니다. 오디션 우승자는 카일리 언쇼 감독의 작품에 출연할 수 있는데, 신유명 배우가 예전부터 동경하던 감독이라고 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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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아, 회장님 해외에 별장을 준비하고 계셨군요. 여기 좀 눕겠습니다. 아늑…
└믿고 있었습니다! 카일리 언쇼 감독 정말 좋아하는데, 유명이 영화 찍어주면 대박일 듯!
└어…현직 개발자입니다. 팬페이지 아웃라인 잘 잡으셨는데 아이프레임이 좀 난잡하네요. 제가 정리해드리고 싶습니다.
└현직 웹디자이너입니다. 저도 도울 일이 있을까요?
└현직 영어, 프랑스어 번역가입니다. 혹시 영상들에 자막 안 필요하신가요?
└와…현직러들 클라스..덜덜.
└현직 중식 쉐프입니다. 가장 잘하는 요리는 군만두입니다. 현직분들 일하실 때 군만두 넣어드릴까요?
다양한 ‘현직’들이 도움을 자청하는 훈훈한 광경 하에, 갓네임드의 영문판 팬페이지는 순조롭게 제작되어 갔다.
*
2007년 2월 2일 금요일.
TW Channel.
20부작 Casting Vote 1화 방영일.
리얼리티쇼는 드라마와 비슷하다.
초반의 일정량을 찍어둔 후에는 촬영과 방영을 병행한다. 아마 예선 1,2차에 초반 6~7화 정도가 소요될 것이다. 그 6~7주간 다음 4~5주, 다음 4~5주가 방영되는 동안 그 다음 3~4주 분량을 찍는 식으로 텀이 점점 줄어들다가, 마지막 탑텐쯤에는 생방을 진행하게 될 것이다.
1화가 방영되는 날에도 유명과 효준은 모두 연습실에 나가 있었다.
제한된 시간 내에 과제를 준비하기 매우 바쁜 모양이었다.
그런고로 혼자 첫 방송을 볼 신세가 된 유석은, 거실에 앉아 맥주 한 캔을 뜯었다.
치익- 꿀꺽-
맥주 한 모금을 넘기고 있는데 전화가 온다.
유명의 로드매니저로 일하다가 이번에 정식 매니저로 승진한 호철이다.
“여보세요.”
[어어, 실장님 안녕하세요. 거기는 저녁인가요?]“네. 오늘 캐스팅보트 첫 방영 날이라 보려는 중입니다.”
[아 벌써 그 날이구나. 안 그래도 유명 형 미국 간 거에 관해서 반응이 별로 좋지 않은데요. 대응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 연락드렸는데요…]그 얘기라면 이미 1팀장에게 전해 들었다.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으니 호철이 안달이 난 모양이다.
유명과 관련된 이슈가 있으면 직접 보고해도 좋다고 한 적은 있지만, 정말로 자신에게 전화한 걸 보니 여론이 상당히 안 좋긴 한 모양이다.
“즐겨요, 호철씨.”
[네??]“여론전이라면 내 전문이잖아요? 그런데 신유명씨에 한해서는 내 능력을 쓸 일이 없네, 참.”
[……]“그냥 여론전을 안 하는 게 전략이에요. 이렇게 이슈몰이하고 욕 먹다가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잘 되면? 그럼 그냥 게임 오버야. 그게 최고의 전략인 거죠.”
[어…혹시 잘 안 되면…]“그럼 내가 할 일이 생기겠지. 과연 그런 날이 오려나?”
유석은 말문이 막힌 호철을 두고 전화를 끊었다.
맥주가 먹기 좋게 식었고, 마침 광고가 끝났다.
캐스팅보트의 첫 방영이 시작되었다.
154 이 역이 가장 끌렸거든
[기존에 없었던 연기 서바이벌, 캐스팅~~보트!!]유석은 방송이 시작되는 것을 감상하며 지난 한 달을 떠올렸다.
캐스팅보트의 트레일러가 단계적으로 노출되면서 여론의 관심의 수위가 점점 올라왔다.
우승자에게 헐리우드 영화 주연이라는 미끼.
특히 그것이 카일리언쇼라는 유명한 감독의 차기작이라는 점에서 1차적인 관심을 받았고,
일반인이 아닌 프로로서 경력이 있는 배우만 지망할 수 있다는 데는 방송 평론가들이 호의적인 논조를 보였다.
-처음으로 끼 있는 일반인들의 장기자랑 수준을 넘은 오디션이 될 것인가.
-기성 배우 및 해외의 유망주들도 함께 참가하는 것에 기대를 걸어본다. 그들의 역량을 제대로 뽑아낼 수 있을지는 방송 포맷이 좌우할 것.
방송 2주일 전 나탈리 카센이라는 떡밥이 풀렸을 때부터 여론은 들끓기 시작했고,
-나탈리 카센이 뭐가 아쉬워서?
-도전 초사이언모델 진행한 티아라뱅크스도 있는데, 그럴 수 있죠.
-그래도 영화배우는 다르지 않나. 도대체 얼마나 받고 출연을 한 걸까…
-그녀는 연기에 진지하기로 유명한 배우니, 후배들을 양성한다는 취지로 나간 거 아닐까요?
-윗 분 세상 순진하시네…
1주일 전 데렉 맥커디가 등장한 트레일러가 풀리자, 관심은 최고조를 쳤다.
-꺄아아아악! 데!렉!맥!커!디!
-이쯤 되면 진짜 궁금해지네요. 이면에서 무슨 거래가 오간 걸까.
-아무래도 좋습니다. 데렉을 볼 수 있잖아요. 흐흐흐흐.
-나탈리와 데렉이라면 7년 전 조합 아닌가요? 이거 혹시, 호옥시…
-일단 역대급의 섭외인 것은 인정할 수밖에 없군요.
그렇게 여론몰이가 되어가는 걸 보면서, 유석은 생각했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연예계의 돌아가는 원리라는 것은 큰 차이가 없구나, 하고.
프로그램은 빵 하고 띄워놓았으니, 용두사미가 되지 않으려면 컨텐츠가 좋아야할 것이다. 그리고 캐스팅보트에 나올 컨텐츠 중, 유석 자신이 관리하는 두 가지 컨텐츠가 오늘 방영된다.
[캐스팅 보트 지역예선 in LA(캘리포니아 지역)]TW의 본사가 있는 곳이며, 전체 지원자의 10%라는 가장 높은 점유율을 차지한 지역.
미국 영화계의 심장인 헐리우드를 품은 곳이자, 앞으로의 본선이 벌어질 도시.
이 곳 LA 촬영분이 오늘 예선 방송의 스타트를 끊는 것이다.
꿀꺽-
맥주 한 캔을 천천히 다 마시는 사이 나탈리 카센의 등장이 화려하게 조명되고, 몇 명의 지원자들이 비추어졌다.
저 산만한 환경에서 갑자기 즉흥 연기 과제라니, 어지간히 짓궂은 구성이다.
초반부터 여러 명의 참가자가 눈물을 터뜨렸고, 나탈리 카센이 연기 지도를 하는 진지한 모습이 매력적으로 조명되었다.
그리고, 기다리던 유명이 등장했다.
-트루먼 버뱅크를 연기하도록 하겠습니다.
1차에서 트루먼쇼를 연기했다고 했지. 도대체 어떤 연기를 보여준 것일까.
유석은 맥주 한 캔을 더 오픈하려던 것조차 멈추고 화면을 빨려들어갈 듯이 주시했고,
-날 막을 생각이면 차라리 죽여!!
수만 명의 시선이 엉겨드는 중심에서 그 시선들을 질타하는 절규를 듣고, 들고있던 맥주캔을 텅- 하고 떨어뜨렸다.
‘이…건…’
순간 저 곳의 배우들은 트루먼쇼에 섭외된 배우들이고, 자신은 트루먼쇼를 보고 있는 시청자라는 착각이 들 정도로, 그래서 인생이 대본이었던 저 남자에게 미안해질 정도로 설득력 넘치는 연기.
그것은 유석에게 어떤 특별한 깨달음을 주는 연기이기도 했다.
유명의 연기가 끝났을 때, 유석은 이 쇼로 인해 신유명이라는 배우가 세계로 날아오를 것을 직감했다.
하지만…
‘편집이…왜 이렇지?’
분명 대단한 연기였다. 그 연기를 할 때 나탈리 카센의 넋놓은 표정도 확인했다.
그런데 거기에 대한 별다른 코멘트 없이, 유명의 인터뷰조차 보여주지 않은 채,
‘합격’이라는 결과만을 간단히 보여주고 스쳐 지나간 것은 왜일까.
유석이 생각에 빠진 동안 화면은 몇 군데 다른 지역의 예선을 보여주었고,
다시 캘리포니아로 돌아와 보여준 엔딩은,
-아버지…다가올 고통을 피하게 해 주십시오. 하지만 제 뜻대로 하지 마시고 아버지의 뜻대로 하시옵소서…
나사렛 예수를 연기하는 효준과, 그에 경악한 주변의 반응이었다.
1화의 방영이 끝났다.
*
밤늦게 연습을 마친 유명이 귀가했을 때까지도 유석은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방송, 봤어요?”
“네. 연습실에서 팀원들과 같이 봤습니다. 보는 장면도 카메라로 담아 가더라구요.”
“그랬군요… 연기 정말 좋았어요. 유명씨가 부각이 안 돼서 좀 아쉽지만, 뭔가 계획이 있는 것 같습니다. 초반에 너무 튀면 뒤로 갈수록 질리니까 아껴두는 카드라든지, 뭐 그런 의도가 아닐까 싶어요.”
유명이 별로 개의치 않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고, 그런 그를 잠시 쳐다보던 유석이 자리를 권했다.
“같이 한 잔 해 줄래요?”
그가 옆에 있던 맥주 한 캔을 건네자, 유명은 자연스럽게 그것을 딴다.
맥주가 몇 모금 넘어가자 몸이 풀리는 듯 나른하게 쇼파에 몸을 파묻는 유명을 보며, 유석은 오늘 혀 끝을 맴돌던 이야기를 꺼낼까 말까 고민했다.
“무슨…할 얘기 있으세요?”
그런 그를 보고 유명이 분위기를 만든다.
“내가 오늘…유명씨의 트루먼쇼를 보고 느낀 게 많았어요.”
“……”
“나 비밀이 하나 있는데, 듣고 좀 황당해도 티내지 말아 줄래요?”
“네. 말씀하세요.”
“…사실 내가 태원회장 작은 아들이 바깥에서 얻은 아들이에요. 태원그룹 회장이 내 할아버지인 셈이죠.”
누구에게 먼저 꺼내본 적 없는 비밀을 툭-하니 던져놓고 유석은 유명의 표정을 관찰한다.
태원. 대한민국 재계 서열 3위 안에 드는 대기업.
놀라지 않았을 리가 없을 텐데 태연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유명의 얼굴에 경탄한다. 저렇게 감쪽같이 표정을 관리하다니 정말 배우구나 하고.
“진짜 안 놀라네?”
“아버지가 누구든 할아버지가 누구든, 실장님은 실장님이죠.”
물론 유명은 이미 알고 있는 얘기였다.
2010년 초반이었던가, 문유석이 태원 회장의 큰 손자, 즉 자신의 사촌형 쪽과 손잡고 친아버지를 몰아낸 후 태원의 중요 보직에 앉았을 때, 언론은 그 배경과 여파를 샅샅이 분석해댔다.
똑똑한 문유석은 어릴 때부터 아버지의 본부인에게 몹시 견제했다는 증언, 본부인의 친정이 재계의 유력한 가문이어서 압도적으로 불리한 상황이었을 거란 추론, 그럼에도 차곡차곡 준비하여 성공시킨 대담한 쿠데타라는 총평이 세간에 나돌았다.
그리고 그 사건은 ‘왕자의 난’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워졌다.
유명은 가끔 생각했다.
자신이라는 ‘취미’가 나타나지 않았으면, 문유석은 지금쯤 한참 그 쿠데타를 준비하고 있었을 지도 모를 일이라고.
어쨌든 이번 생의 유석은 자신을 서포트하는 데 꽤 힘을 기울이고 있고, 그의 집안 배경은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이다. 유명은 그렇게 생각했지만,
“그게 그렇지가 않아요.”
유석이 모르던 이야기를 꺼낸다.
*
“유명씨 유럽여행에서 막 돌아왔을 때 세 가지 선택지를 뽑아놓고 내가 고민하던 거 생각나요?”
“네, 열심히 고민하느라 무척 힘드셨다고…”
처음으로 보았던 그의 흐트러진 모습.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하긴 했다.
그만큼 좋은 작품을 골라주려는 욕심이 컸나보다고 생각하고 말았는데…
“그 즈음에, 양쪽에서 압박이 들어왔어요.”
“…?”
“늘 내가 과욕을 부릴까봐 경계하고 있는 양어머니 쪽에서는 사업 규모를 줄이라는 압박이 왔죠. 유명씨가 워낙 빠르게 스타반열에 오른데다, 차하린씨와 설수연씨 영입으로 굿엔터의 이름값이 많이 올랐어요. 그 전까진 취미라고 해서 봐 주고 있었는데, 이젠 의도가 의심스럽구나, 자중하렴. 신유명이는 내보내도록 해라. 그런 주문이었어요.”
유명이 조금 인상을 찌푸린다. 취미 운운할 때 조금 묘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사연이 있었구나.
저만한 능력을 가지고서도 날개가 묶인 인간.
“그리고 사촌형이 접촉해왔죠. 처음에는 태원 이미지 모델로 유명씨를 쓰고 싶다는 핑계를 댔지만, 결론은 그거더군요. 칼이 되어달라는 거. ‘그쪽 집의 사업하는 스타일이 영 못마땅한데 그나마 너는 수완이 있어 보이네. 지원해 줄테니까 쟤네 좀 쳐내봐라.’는 거죠.”
참 복잡한 집안이다.
“유명씨를 회사에서 내보낼 생각은 없었어요. 처음으로 인생이 좀 재밌어지려고 하는데, 뺏기기는 너무 아깝잖아. 하지만 그 때 유명씨에게 다음 작품을 주려면 사촌형의 손을 잡아야 하는 거였어요. 아니면 우리 집에서 본격적으로 방해를 시작할 테니까.”
“사촌형이 내밀었다는 손, 잡고 싶지는 않으셨구요?”
“반반이었어요. 양어머니에게서 벗어나고픈 마음은 있었지만, 어차피 또 사촌형 밑으로 들어가는 꼴이잖아요. 호가호위 아니겠어요.”
벗어나봤자 자신의 힘이 아니라면 똑같다는 말.
그의 고민이 이해가 간다.
“그 즈음에 캐스팅보트 시드 제안을 받았죠. 매력적인 선택지였어요. 한국에선 논란이 있겠지만 미국시장에 신유명이라는 배우를 홍보할 수 있으니, 헐리우드를 노릴 생각이 있다면 괜찮은 생각이겠다 싶었죠. 그런데 거기에 정말 나의 사심이 없는 걸까 싶어서 망설여지는 거에요.”
“…?”
“유명씨가 미국으로 간다면 양어머니께 항복하는 제스처로 포장할 수 있어요. 한국과 떨어진 해외, 잘 될 가능성이 매우 낮은 선택이니까, 어머니 말씀에 따르려고 해외로 보냈습니다- 라고 하고 시간을 벌 수 있죠. 그래서 괴롭더군요. 혹시 내가 이 선택지가 끌리는 건 유명씨가 아니라 나 자신에게 필요해서는 아닐까 하고.”
자신이 모략이 특기인 인간임을 알기에, 소중한 자신의 배우에게조차 모략을 쓰려는 것이 아닌지 고뇌했던 유석.
그 모습을 바라보며, 유명의 마음 속 어떤 부분이 툭 건드려진다.
“그래서 선택을 저한테 맡기셨군요?”
“네. 유명씨라면 본능적으로 현명한 선택을 해 주지 않을까, 눈을 딱 감고 내밀었는데 참 나…”
유석이 다시 생각해봐도 어이가 없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
“진심으로 우승할 생각을 하고 있다니.”
“……”
“그 때 그런 생각이 든 거에요. 어차피 한국에선 어디로 튀든 태원의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없을텐데, 차라리 나도 미국으로 갈까. 이 배우와 함께라면 아예 처음부터 시작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
그 신뢰의 무게에 가슴이 찌릿한다.
“나 아까 유명씨의 트루먼 연기 보고, 부끄럽지만 눈물이 찔끔 났어요. 그래, 누군가가 만들어 준 인생 안에서 아무리 부유하고 편안하면 뭐하나, 진짜 인생이 아닌데.
진짜 인생을 주지 않을 거면 차라리 죽이라는 트루먼의 절규가 내 인생을 말하는 것 같더라고.”
뭔가 후련한 듯 짓는 털털한 웃음.
“나도 세트장의 문을 열고 현실로 나왔으니까 그것만으로도 잘 한 일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여기서 뭔가를 이루지 못한다고 해도 사촌형의 제안을 거절한 걸 후회하지 않겠다고. 이 쪽이 진짜 인생이니까.”
유석의 고해성사같은 이야기를 들으며, 유명이 반론한다.
“좋은 이야기이긴 한데요…이왕이면 이루고, 이겨야죠.”
“…?”
어벙한 표정을 짓는 유석을 향해, 유명이 던지는 카드.
“미국에서 기획사 만드실 거라면서요. 나중에 한국에 들어가서 엔터를 더 키워도 양어머니가 간섭하기 힘들 정도로, 사촌형에게 포섭당하는 게 아니라 대등한 거래가 가능할 정도로, 제대로 성공해서 돌아가면 되잖아요?”
그 패기 넘치는 말에, 유석이 한 대 얻어맞은 표정을 지었다.
“저랑 효준씨만 뒷바라지 하실 건 아닐 거고, 슬슬 규모도 키우실 거죠? 동양인 배우 둘이 있으니, 이번엔 흑인 배우 어떠신가요? 성공이 보장된 친구가 있는데.”
유명은 카이 누넨의 연락처를 꺼냈다.
*
연습 3일차, 캐스팅 데이.
유명은 그간 체력 훈련 및 서로의 역량을 파악하고, 대본을 분석하는 시간을 가졌다.
유명이 끌고 나가는 연습의 강도에 배우들은 질린 듯이 혀를 내둘렀지만, 다들 욕심이 있는지 연습에 반발하지는 않았다.
특히 카이는 이렇게 체계적인 연습을 처음 받아본다면서, 녹초가 된 상태로도 기뻐했다.
[다른 팀은 첫 날 배역 정하고 바로 연습 들어갔다는데 이렇게 천천히 진행해도 괜찮아요?] [서로의 역량과 스타일을 알아 놓는편이 앞으로의 과정에 도움이 될 거에요. 그리고 괜찮습니다. 저희 팀 12일치 연습은 다른 팀 14일치 연습보다 결코 모자라지 않을 테니까요.]수잔은 덤덤한 얼굴로 살벌한 말을 하는 유명을 부지런히 카메라에 담았다.
그리고 오늘, 드디어 캐스팅이 시작되었다.
[캐스팅 방식은 원하는 배역에 각자 지원하고, 겹치는 경우 연기를 보고 정하는 걸로 할게요. 저는 다른 배역이 모두 정해지면 남은 배역을 맡는 걸로 하겠습니다, 동의하시나요?] [네-] [네-]다들 유명에게 조금 미안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그의 제안을 거부하지는 못했다.
귀족과 상인, 이 대본에서 가장 비중이 높은 역할들.
[카이는?]카이가 유명의 눈치를 보다가 주춤주춤 말한다.
[저는…왕요.] [그게 원하는 역인 게 확실해? 누나나 형들을 배려하려고 본인이 진짜 원하는 걸 얘기 못하는 건 아니고?] [아니요. 저는 왕 역할이 마음에 들어요. 그런데 형한테 미안해서…]남은 것은 노예.
이 대본에서 가장 비중이 낮으며, 비천한 인물.
하지만 유명이 싱긋 웃는다.
[아니, 나도 마음에 들어. 처음부터 이 역이 가장 끌렸거든.]그 미소에, 나머지 팀원들의 눈빛이 술렁였다.
155 아리자데 왕국 살인사건
아리자데 왕국은 상업을 근간으로 하는 나라로 왕, 귀족, 상인, 노예의 사회 구성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어느날 아침, 네 장의 그림이 걸린 왕궁의 거대한 홀에서 1왕자, 키신이 죽은 상태로 발견된다.
사인은 독약으로 인한 중독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