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ra of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77
-어떻게!
-말도 안···
최대한 소리를 죽인 것이었지만, 워낙 다들 놀랐기에 신음소리가 새어나왔다.
뭔가 예상치 못했던 일임에 분명했다.
혜호 또한 미칠 듯 궁금했지만, 재촉하지 않고 기다렸다.
상당한 시간이 흐른 후···
{생기(러)1538720 계약 건의 공정성이 소명 되었다. 형선회는 이 계약의 공정성을 인정하며, 귀 혜호는 현세로 복귀해도 좋다.}
{알려주십시오! 연유가 무엇입니까!}
{알려줄 수 없다.}
혜호의 수려한 얼굴이 험악하게 날뛰려 했다.
{그대가 인간 ‘을’에게 불리한 요건을 일일이 설명하지 않았듯이, 인간 ‘을’의 사정도 그대에게 일일이 설명되지 않아야 공정하다. 그렇지 않은가?}
그 말에, 혜호의 기세가 한풀 죽었다.
그는 곰곰이 생각한 이후에 한 가지 질문만을 추가했다.
{그렇다면 이 계약은 아직도 제가 원하는 결과를 이룰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합니까? 이 정도는 제게도 알 권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 말에 형선장이 조용히 대답했다.
{그렇다.}
{그럼 됐습니다.}
결과를 수긍한 혜호가 휙- 돌아나가려는데 형선장이 다시 물었다.
{귀鬼가 선仙이 되기 위해서 중요한 것은 생기다. 그 생기를 그렇게 퍼주고 겨우 한낱 인간의 몸을 얻어서 그대는 무엇을 하려 하는가.}
{저 또한, 그에 대답할 연유는 없습니다.}
공손하지만 단호하게 절을 마친 은빛 형상이 정원당을 빠져나갔다.
형선장은 오묘한 눈길로 그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
의 캐스팅 디렉터는 이메일을 하나 받았다.
[ 이민정 디렉터님께. 배우 신유명 프로필, 연기영상 첨부합니다.]소속이 밝혀져 있지 않은 배우의 프로필.
‘소속이 없으면서 드라마 일정을 어떻게 알았지? 캐스팅 디렉터가 나라는 건 어떻게···’
그런 의아함을 느끼며 그녀는 이메일을 열었다.
‘프로필부터···’
————————————–
이름: 신유명
나이: 24세
에이전시: 무
경력: 2003 가운대 창천 남사장역
2003 가운대 오디우스 지킬,하이드역
2004 영화 팬텀역 – 블루필름/ 제작중
지망 배역: 보형 역
————————————–
단촐한 프로필.
짧은 경력에, 에이전시도 정말로 무소속이다.
그냥 연기에 좀 관심이 있는 학생이라기에는…가운대 오디우스 출신이라··· 민정의 머리 속에도 이름이 남아있을만큼, 좋은 배우들을 많이 배출한 명문 대학극단.
그녀는 사진프로필도 열어보았다.
‘오···’
상당한 퀄리티로 찍힌 사진이다. 제법 비싼 스튜디오에서 제대로 찍은 게 틀림없다.
표정 좋고…취미로 하는 친구는 아닌 모양인데?
그녀는 그런 생각을 하며 마지막 파일을 클릭했다.
[연기영상_신유명.wmv]첨부된 것은 연기샘플 동영상.
유명이 촬영장에서, 쉬는 시간에 최찰감에게 부탁해서 찍은 것이다. 디카나 캠코더로 찍어 보내는 일반인 수준의 영상과는 퀄리티가 다르다.
‘와…전문 장비로 찍은 것 같은데? 그런데…이거 다 같은 사람 맞아?’
4가지 클립이 이어 붙여져 있는 동영상. 매번 의상이 조금씩 다르다. 어떤 것은 촬영 도중인지 아예 분장을 하고 있기도 하다.
이목구비만 보면 같은 사람인 것 같은데, 연기의 질감이 매번 다르게 느껴져서 캐스팅 디렉터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영상 문젠가, 편집 문젠가···어쨌건 연기는 상당히 잘하기는 하네. 그런데 하필···’
그가 오디션을 신청한 배역이, ‘내정자’가 있는 배역이다.
다른 배역으로 돌려볼까…놓치기 아까운 새로운 마스크인데···
캐스팅디렉터는 프로필에 기재된 폰번호로 문자를 넣었다.
[연예학개론 캐스팅디렉터입니다. 최대한 빨리 한 번 만나서 얘기할까요?]*
“안녕하세요.”
강남에 있는 모 커피숍.
예의 바르게 인사하는 남학생. 단정하고 깨끗한 느낌의 얼굴이 인상적이다.
라는 것이 이민정 디렉터가 받은 첫 인상이었다.
“방송국에서 만나면 좋은데, 요즘 바빠서 제가 지나가는 동선에서 뵙자고 했어요.”
“네, 저는 괜찮습니다.”
“그런데 저희 드라마 소식은 어디서 들은 거에요? ‘보형’이라는 출연자 이름까지 알고 있는 걸 보면 시나리오를 읽은 것 같은데?”
먼저 꺼림칙한 부분부터 확인했다.
은 제작 일정이 빠듯해서 연예 기획사들에만 대본을 돌렸다. 그 때 대본 유출이 되지 않도록 신신당부하기도 했다.
소속사가 없는 배우가 대본을 봤을 정도면, 혹시 외부로 유출이 된 건 아닐까?
“아…기획사 미팅하러 갔다가 담당자 분이 잠시 자리를 비우셨는데, 테이블 위에 쌓인 대본을 뒤적거리다 봤습니다. 어딘지 말씀드리기는 좀…놀라셨으면 죄송합니다.”
그 말에 민정이 한 숨 놓았다.
외부 유출이 된 것만 아니라면 크게 상관은 없다. 덕분에 괜찮아 보이는 프로필도 하나 건졌고.
“그 기획사랑은 계약은 안하구요?”
“네, 아직. 신중하게 선택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천천히 결정하려고 합니다.”
스물 네 살 답지 않게 진중한 청년이 차분히 설명했다.
그녀는 그 설명보다는, 다른 부분에 집중이 되었다.
부드러운데도…귀에 꽂히는 목소리.
“지금 하고있는 작품은 없구요?”
“네. 한달 전 쯤에 영화촬영이 끝났습니다. 후반작업 중입니다.”
“대학생이고 휴학했다고 되어 있는데 복학 예정은요?”
“아직은 없습니다. 지금은 연기에 집중하고 싶은 시기입니다.”
“오케이- 그건 됐고···”
민정이 간단한 질문들을 하다, 훅- 중요한 내용으로 건너뛰었다.
“왜 보형이에요?”
“…”
“주연급 배역을 하고 싶다는 포부나 던질 정도로 현실감각 없는 성격 같지는 않고, 그렇다고 엑스트라부터 차근차근 하기는 싫고, 그래서 비중조연?”
이 디렉터, 상당한 독설가다.
“매력있는 캐릭터이고, 해보고 싶은 역할이라서요.”
유명은 그 독설에 정석으로 반응했다.
사실이기도 하다.
보형을 고른 것은, 그 캐릭터가 가진 ‘매력’과 ‘가능성’ 때문.
그 때 그 배우가 아닌, 자신이 보형을 연기한다면, 얼마나 매력을 표출할 수 있을지 궁금했다.
“재미없는 성격이네, 쳇.”
캐스팅디렉터가 툴툴대더니 털어놓았다.
“사실 그 배역은, 상당히 유력한 후보가 있거든요.”
관심을 두고 검색해봤던 배역이라, 오디션으로 뽑혔다는 기사를 분명히 기억하는데···
“오디션 없이 확정인가요?”
“아니 오디션은 볼 건데, 사정이 좀 있어요. 연기 실력에서 어마어마한 격차가 나서 심사관들이 뒤집어질 정도가 아니라면, 거의 99%?”
그 말에 유명이 도전적으로 웃었다.
“그 오디션, 꼭 보고 싶은데요?”
*
유명은 집에 돌아오자마자 가방을 열었다.
[연예학개론] 1화, 2화.2권의 시나리오가 고이 모셔져 있다.
-아, 진짜 시나리오 밖으로 빼면 안되는데.
-이게 사정이 있거든. 우리 작가님이 ‘배우의 연기력’에 엄청 꽂혀 계시는 분이에요. 드라마 내용도 보면 그런 게 섞여있잖아. 주연 도준이 연기력 뽜악! 그런 거. 그래서 연기 되는 신선한 마스크로 쑥쑥 가려내오라고 나를 들들 볶는단 말야.
-이 씬, 이 씬이 지정 연기니까 그 부분 연습해오고, 자유연기 준비해오고, 그러면 돼요.
-유출했다가는 유명씨 연기 인생도 내 캐스팅디렉터 인생도 사이좋게 아작나는 거. 알간?
유명도 시나리오 유출 문제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다.
아까 민정의 눈치를 보고 기획사에서 대본을 읽었다고 둘러대지 않았으면 문제가 생겼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