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o Hunting With My Clones RAW - Chapter (199)
하지만 듀베르는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나라고 해서 그 생각을 안 해본 게 아니네. 하지만, 그 시체가 없다는 게 문제지.”
“없다고요?”
상우는 듀베르의 말을 듣고는 ‘드래곤의 시체가 썩어 문드러졌나’하고 생각을 했다.
“그렇네. 이미 대부분의 시체가 제국에 귀속된 상태라네.”
“아….”
썩어서 사라진 게 아니라, 제국의 소유가 되어서 접근할 수 없다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나도 자세한 건 모르지만, 검은 금요일 당시 출동한 조사단이 파악한 바로는 일부 드래곤의 사체는 이미 사라진 뒤라고 들었네.”
“사체가 사라졌다고요?”
상우는 의문이 들었다.
드래곤의 사체를 누가 가져간다는 말인가.
“그야 모르지. 주변에 크라니드와 몬스터들이 많았으니 녀석들이 사체를 먹어치웠을 수도 있고. 아니면, 레이븐의 생각과는 다르게 현장에 일부 드래곤이 나타나지 않았을 수도 있고 말일세.”
“그렇군요. 후자였으면 더 좋겠네요.”
상우는 막연한 기대감을 품으며 말했다.
멸종당한 줄 알았던 드래곤이 모처에 몸을 피신한 채 힘을 키우고 있었다면?
왠지 영화 같은 그런 이야기가 현실에서 벌어질 것만 같았으니까.
“나도 그랬으면 좋겠다네.”
하나 듀베르는 기대감이 그다지 크지 않은 듯 심드렁하게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그는 검은 금요일의 참사 현장을 나중에 보게 된 몇 안 되는 인물 중 하나였으니까.
‘…지옥이었지.’
숲 전체에 널브러진 시체, 시체, 시체들.
상처 하나 없이 마치 잠든 것처럼 쓰러진 시체들을 보며 그는 미지의 공포를 느꼈다.
개개인이 이전과 비교하면 한 나라의 무력과 맞먹던 희대의 영웅들.
그런 이들을 무슨 수로 상처 하나 없이 몰살시킨단 말인가.
그런 압도적인 무력을 가진 미지의 존재로부터, 그는 드래곤조차도 도저히 살아남을 수 없을 거라고 여겼다.
그리고 그때의 공포가 남았던 걸까.
그 기억을 회상하는 것만으로도 듀베르는 등골을 타고 오르는 오싹한 소름을 느끼며 부르르 떨었다.
“…오줌 마려우세요?”
소름에 부르르 떠는 듀베르를 보며 상우가 조심스레 물었다.
“…흠흠, 뭐라는 건가. 그냥 추워서 그렇네. 추워서. 흠흠….”
민망한 듀베르가 헛기침을 하는 사이.
상우는 아쉬운 마음에 또 물었다.
“그럼 드래곤 하트 복제하는 건 어때요?”
“복제? 분신으로 복제하는 거 말인가?”
“네.”
“음… 시도해보지는 않았지만, 아마 안 될 가능성이 높을 걸세.”
“왜요?”
“자네도 알지 않은가. 분신이 생성될 때 복제되는 복제품, 레플리카는 ‘진짜 물건’이 아니라는 것을.”
그렇다.
분신이라는 건 마나입자의 결합으로 현실에 구현된 마나유기체.
복제품 역시 마찬가지로, 마나유기체였다.
원자들이 결합하여 물리적인 형태를 구성하는 것이 아니었기에, 유지 마나만 끊겨도 곧바로 흩어져버릴 정도로 결속력이 약했다.
“그렇죠.”
“때문에 복원을 위해 드래곤 하트를 재가공하는 작업이 필요한데, 그 과정을 견디지 못할 가능성이 높네.”
“아….”
이미 한 가지 물리적인 형태를 구성하기 위해 모여든 마나유기체.
그 형태가 어그러지는 순간, 마나유기체의 결속 역시 약해지거나 파괴될 가능성이 높았다.
분신이 많은 피해를 입으면 역소환되는 것도 비슷한 이치였다.
“그래서 드래곤 하트 복제는 시도하지 않으신 거군요.”
“그렇다네.”
“근데 듀베르 씨.”
하지만 설명을 듣던 상우는 뭔가 짚이는 바가 있는지 입을 열었다.
“가공된 드래곤 하트를 복제해서 복원에 사용하면 되지 않나요?”
“음?”
상우의 예리한 질문에 당황하는 듀베르.
그조차 미처 생각하지 못한 발상이었으니까.
‘드래곤 하트 그 자체가 아닌, 가공된 드래곤 하트를 복제한다라…?’
듀베르는 상우의 아이디어가 일리가 있다고 여겼다.
“오호… 가능성이 있는 거 같군.”
“그쵸? 하하하.”
한 건 해낸 느낌에 상우가 씨익 웃었다.
듀베르 역시 기대감에 찬 표정이었다.
“이럴 게 아니군. 바로 시도해봐야겠어.”
듀베르가 홀로그램 패드를 조작하며 서둘러 이동했다.
지난번 상우가 방문했던 모처에 있는 작업실로 이동하여 드래곤 하트를 가공해볼 심산이었다.
“뭐하는가. 자네도 따라오게.”
“어, 넵.”
서둘러 듀베르의 뒤를 따르는 상우.
그들의 발걸음이 분주했다.
* * *
상우의 용산 저택.
언제나 그렇듯 항상 함께하는 상우의 가족의 저녁 식사.
그 자리에 우현과 더불어 새로운 얼굴이 끼어 있었다.
일반적인 금발이 아닌 빛이 나는 듯한 금발의 잘생긴 얼굴.
서양인 특유의, 아니 주근깨나 기미가 많은 서양인들의 피부와는 다른 하얀 도화지 같은 피부.
게다가 피부에 혈색 하나 비치지 않는 그림 같은 얼굴의 미청년, 하르딘 황자였다.
“많이 먹어요~ 호호호~”
상우의 엄마 이애숙 여사가 갈비찜을 퍼와서 하르딘 황자, 아니 하르딘의 앞에 놓았다.
젓가락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눈치를 보던 하르딘은 이애숙 여사의 웃음에 마주 웃어보였다.
-알겠습니… 아니, 고맙습니다.
목걸이에 내장된 통역마법을 통해 그의 말이 머릿속으로 전달되었다.
처음에 놀라던 가족들도 이내 익숙해졌는지 그러려니 하는 반응이었다.
“우리 와이프가 요리를 잘하는데, 입에 맞는지 모르겠구나. 허허허.”
항상 무뚝뚝하던 상우의 아버지, 정성현도 웃으며 하르딘에게 말을 건넸다.
-잘 맞습니다. 굉장히 맛있군요.
하르딘이 갈비찜을 젓가락으로 서툴게 찍어올려 먹다가 급히 대답했다.
그 모습에 아빠를 타박하는 상우의 동생 지우.
“아빠! 밥 먹는데 말 시키지 마. 먹다 체하겠어!”
“하하. 알았다. 알았어.”
지우의 타박에 두손두발 드는 정성현.
그리고 그렇게 아빠를 제압(?)한 지우가 사랑스럽다는 듯하르딘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쩜 저렇게 잘생겼을까….’
훈훈한 외모에 완전히 넋이 나간 표정이었다.
상우가 그런 지우를 째려보았다.
“뭐하냐.”
“…뭐. 나?”
“그럼 지금 맹꽁이처럼 하고 있는 너 말이지. 누구겠냐.”
맹꽁이라는 말에 혈압이 오르는지 이마에 혈관이 불끈 솟아올랐다가 가라앉는 지우.
그녀가 애써 심신을 안정시키며 되물었다.
“…내가 뭘 어쨌는데.”
“보면 모르냐. 하르딘 씨 얼굴 뚫리겠다. 그만 쳐다보고 밥이나 먹어.”
“내, 내가 뭘!”
상우의 직구에 당황한 지우가 고개를 밥그릇에 처박고 와구와구 밥을 퍼먹기 시작했다.
힐끔힐끔 하르딘의 반응을 살피면서.
하나 하르딘은 아직 제대로 된 통역기가 없어서 자신의 말만 통역될 뿐, 상우의 가족들의 말은 알아듣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그런 모습을 보며 정성현과 이애숙 여사는 딸의 모습이 재밌다는 듯 미소를 띠었다.
그때 상우가 옆에 있던 하르딘에게 걱정 말라는 듯 말을 건넸다.
-하르딘 씨, 저 천방지축은 신경 쓰지 마세요. 좀 모자란 애니까.
“야! 정상우!”
그 말에 눈치를 보고 있던 지우가 빼액 소리를 질렀다.
“뭐. 틀린 말도 아니구만.”
“이게!”
화가 난 듯 밥 먹던 숟가락을 상우에게 던지는 지우.
지우 역시 블레스를 통해 환골탈태 비스무리한 걸 겪어서일까.
숟가락은 마치 암기처럼 쏘아져 상우를 직격하려 했다.
디이이잉-
하나 염동력에 의해 상우의 앞에 멈춰서는 숟가락.
“이게 미쳤나.”
상우가 으르렁거리며 숟가락을 다시 쏘아내려하자, 정신을 차린 지우가 비명을 질렀다.
“꺄아아악! 엄마아!”
부리나케 움직여 부엌에서 음식을 가져오던 이애숙 여사의 등 뒤에 숨는 지우.
그 모습에 상우가 차마 숟가락을 쏘아내지 못하고 부들부들하는 사이.
-…하하하. 동생분이랑 사이가 좋으시군요.
재밌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상우의 얼굴이 구겨졌다.
‘어우씨, 저 미친년 때문에 무슨 개망신이야.’
지우의 얼굴 역시 구겨졌다.
‘아놔, 하르딘 씨한테 잘 보여야 하는데 저 개망나니 때문에 이미지 망했잖아!’
짜증이 치민 둘의 시선이 허공에서 맞부딪쳤다.
보이지 않는 불꽃이 튀듯이 으르렁거리는 두 사람.
그걸 말린 건 상우의 부모님과,
“아들, 그만하고 밥 먹어.”
“그래. 밥상에서 장난치는 거 아니다.”
상우의 옆에서 조용히 밥을 먹던 우현이었다.
“…쪽팔려. 그만해.”
“…어.”
염동력으로 들고 있던 숟가락을 슬그머니 지우의 밥그릇에 꽂아준 상우.
지우 역시 슬그머니 움직여 자기 자리에 돌아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밥을 먹기 시작했다.
“호호호. 원래 이러진 않아요.”
-…예. 하하하….
어색하게 웃으며 대답하는 하르딘.
겉으로는 밝은 얼굴의 그였지만, 그는 속으로 지구에서의 생활이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예상 중이었다.
* * *
레이븐 영지.
그곳에는 일련의 사람들이 찾아와 있었다.
나이젤과 레이븐, 그리고 상우가 그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오랜만입니다. 샤미르 후작.”
“오랜만이오. 레이븐 공작.”
공작이 후작에게 존대하는 웃지 못할 상황.
하나, 이미 수백 년의 세월을 살아온 엘프이자, 한때 엘프 왕국의 왕이었던 베르샤엘 후작에 대한 예우로는 당연한 것이었다.
“공사가 다망하실 텐데, 이 변방의 누추한 곳까지 무슨 일이시지요?”
나이젤이 직설적으로 물었다.
그의 물음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내포되어 있었다.
한때는 레이븐과 함께 여러 전투에 참전하며 꽤나 사이가 좋았던 그들.
하지만 엘프들이 노선을 비스마르크 공작 쪽으로 돌리면서 멀어진 후였다.
결국 레이븐 공작가는 거의 몰락지경에 처하며 변방으로 멀어졌고, 그에 반해 엘프들의 수장 베르샤엘 후작가는 비스마르크 공작과의 연계로 각종 이권을 차지하면서 수도에서 잘 나갔다.
나이젤은 이런 의미를 담아 물었던 것이었다.
샤미르 베르샤엘 후작 역시 그의 물음에 내포된 의미를 잘 알고 있었기에 속으로 쓰게 웃었다.
‘…미안하군.’
하지만, 영원한 적도 영원한 동지도 없는 법.
베르샤엘 후작은 그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을 했을 뿐이다.
자신과, 자신을 믿어주는 동족 엘프들을 위해서.
그렇기에 베르샤엘 후작은 자신의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서 당당하게 입을 열었다.
“이미 짐작하고 있을 거라 생각하오. 황제의 황명을 전하고자 왔소.”
“황명을 받드나이다.”
나이젤과 레이븐이 베르샤엘 후작 앞에 무릎을 꿇고 예를 취했다.
그 모습에 몸을 일으키며 품에 담은 구슬을 꺼내든 베르샤엘 후작.
그가 구슬에 마나를 흘려 넣자 구슬에서 영상이 흘러나왔다.
깔끔하게 정돈된 수염을 기른 냉막하고 강인한 인상의 중년의 사내.
바로 비스마르크였다.
이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머리에 씌워진 화려한 황관이 달라졌을 뿐.
그리고 영상 속에 비스마르크 황제는 녹화된 영상이 아니었다.
실시간으로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비스마르크 황제가 레이븐과 나이젤을 보며 슬며시 미소를 띠더니 입을 열었다.
-오랜만이오. 레이븐 공작. 그리고….
나이젤에게 인사를 전한 후 시선을 돌린 비스마르크 황제.
거기에는,
-…카이젤.
제국의 수호검, 레이븐이 있었다.
비스마르크 황제의 인사에 두 사람은 조용히 대답했다.
“황제를 뵙습니다.”
“황제를 뵙습니다.”
그들의 인사.
비스마르크 황제의 얼굴에 떠오른 미소가 짙어졌다.
그들의 인사에는 새로운 황제를 인정한다는 의미가 어느 정도 섞여 있었으니까.
반역으로 오른 황제를 인정하고 인정하지 않고를 확인하는 건 꽤나 중요한 절차였다.
그리고 레이븐 공작가에서 이렇게 공손하게 나온다는 건, 그의 예상과는 달리 별다른 무력충돌 없이 원만하게 합의될 수도 있다는 의미.
그렇기에 비스마르크 황제는 이 상황이 기꺼워질 수밖에 없었다.
-하하하. 그렇게 예를 갖추니 어색하구려. 편하게 대하시오. 편하게.
비스마르크 황제가 껄껄 웃으며 말했다.
그 말에 고개를 숙이고 있던 레이븐.
그의 고개가 들어 올려졌다.
“…그럽시다.”
도발적인 시선이 비스마르크 황제를 향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