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helor Degree RAW novel - Chapter 60
60화. 반드시 가져야 할 물건
지금 한립은 거래가 이루어지는 광장에 나와 있었는데, 노점을 차린 이도 두 배로 늘어나 얼마 남지 않은 시간에 아직 교환하지 못한 물품을 처리하려고 노력 중이었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승선대회에서 적으로 만날지도 모르는 인물들을 파악하고 다녔다.
영석도 없었고 단약도 얼마 남지 않았으니 좋은 물건을 건질 생각은 없었다.
그저 수도자들의 흐름을 따라 노점들을 돌아다니며 그들이 물건을 매매하는 모습, 물품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을 보고 들으며, 견식을 넓힐 요량이었다.
“그건 안 되고! 이 물건은 됐고 다른 것을 보여 봐요.”
“이건 법보 조각이다. 이것에 쓰인 재료만 해도, 네 그 사발과 교환하고도 남는단 말이다!”
실랑이 하는 소리가 노점 주변으로 퍼져나갔다.
“법보조각?”
그 중에 사람들의 귀를 잡아끄는 물건이 있어, 주변에 있던 수도자들이 몰려들었다. 하계 수도자에게 법보란 꿈에서나 볼 법한 물건이었는데, 그 조각이라도 법보가 태남곡에 나타났다니, 사람들이 비린내를 맡은 고양이들처럼 모여들기 시작했다.
“어디 있는 거죠?”
“저도 좀 봅시다!”
“이게 법보야?”
“와, 아름답다…….”
노점 앞에는 스물일곱 정도로 보이는 사내가 서있었는데 피부가 검고 손은 큰 것이 대강 봐서는 농부가 태남곡에 섞여 들어온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일단 천안술을 이용해 사내의 법력을 파악한 이는 모두가 그가 10성의 고수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런 실력자와 대립하다니 죽는 것이 두렵지 않은가? ’
몇몇 수도자가 의아한 마음에 노점의 주인을 살피니 평범한 용모의 청의인이 앉아 있었다. 그는 경우 7성이나 8성 정도의 성취를 이뤘음에도, 눈앞의 사내에게 어떤 두려움도 나타내지 않았다. 그러나 눈치 빠른 이들은 노점 주인의 소매에, 이파리의 그려진 수를 발견하고는 그가 유명한 수도가문인 진엽령 엽가의 제자라는 것을 알았다.
두 사람 사이에는 기이한 문양이 그려진 사발과 반투명한 옷감 같은 것이 놓여있었다. 이 넝마 같은 물건은 쭈글쭈글 한데다, 주변은 뜯겨져 나가 개가 물어뜯어 놓은 것 같았다. 유일하게 이목을 끄는 것은 옷감에서 은은하게 백광이 반짝인다는 점이었다.
“이런 게 법보라고?”
법보 조각을 본 사람들 중 대부분이 실망을 감출 길이 없었다.
“이 조각은 기묘해서 이걸로 덮은 물체는 바로 모습을 감춘다고, 게다가 영기는 전혀 새어나가질 않으면서도, 외부의 영기는 흡수할 수 있지.”
새까만 사내가 싸늘한 얼굴로 다시 노점 주인에게 설명했다. 그리고 소매 안에서 은색이 도는 쥐를 꺼내 들었다.
“일급 요수 흘금서(吃金鼠)!”
주변에 모여든 사람들 중에서 쥐의 정체를 알아본 이가 소리치자, 다시 한 번 소동이 벌어졌다. 그때 사내가 쥐를 그 헝겊으로 덮어버렸다. 그 결과 기적처럼 은색 쥐와 헝겊이 동시에 사라졌다. 여러 사람이 천안술로 찾아보아도 아무런 소득이 없었다. 사내는 사람들의 기색에 만족해하고는 원래 있던 자리에서 헝겊을 치우자 쥐도 원래의 자리로 돌아왔다.
“살아있는 생물뿐 아니라, 사물에게도 마찬가지의 효과를 내지.”
말을 마치고 예리한 소도를 꺼내더니, 다시 그 헝겊으로 덮어 종적을 없앴다.
“기묘해!”
“정말 완벽하게 숨겼어요.”
“신기한 일입니다.”
주변인들이 탄성을 자아냈다.
“어떠냐. 네 사발과 바꿀 만하지?”
사내가 다시 노점 주인에게 물었다.
“안 바꾼다니까요. 숨고 싶으면 초급 중계 둔형부(遁形符)나 몇 장 사면 되고, 이렇게 작은 것으로 내 머리를 가린 답니까, 발을 숨긴답니까?”
“아니 말하지 않았느냐? 이 법보 조각은 결단(結丹), 혹은 원영(元嬰)단계에 이른 수사가 만들어 낸 것이라고! 비슷한 수준의 실력자가 아니면 어찌 이 은닉을 간파하겠느냔 말이다. 어찌 둔형부 따위와 비교하고 있어!”
노점 주인이 비꼬듯 말하자, 사내도 화가나 소리쳤다.
“말은 그럴 듯 하지만, 나는 이 물건이 쓸모가 없단 말입니다! 영석 서른 개를 내 놓든, 다른 물품을 가지고 와야지만 이 사발과 교환할 수 있습니다!”
노점 주인 역시 냉정하게 소리쳤다.
* * *
“네 이놈…….”
사내가 머리끝까지 열이 뻗쳐 주먹을 쥐고는 한 걸음 다가섰다.
“뭐 하는 거죠? 강제로 거래를 하려 하는 겁니까? 우리 엽가 사람들은 쉽게 당해주지 않습니다!”
“흥! 엽가가 뭐가 대단하다고!”
노점의 청의인이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쏘아 붙이자, 사내도 입으로는 지지 않았지만 슬그머니 주먹은 풀었다. 엽가의 명성이 대단하기는 한 듯했다.
청의인이 엽가란 이름으로 자신을 압박하자 사내는 몹시 화가 났다. 10성 고수로 어딜 가든 존중 받았던 자신이 아닌가? 본래 성격대로 라면 벌써 열이 뻗쳐 가버렸어야 하지만, 아무리 생가해도 저 회풍발(回風鉢)이 아쉬웠다. 저 법기와 자신의 공법은 상성이 좋아, 거래만 성공하면 실력이 크게 늘 것이 분명했다. 그가 갖고 있는 물건 중 법보를 제외하면, 꼭 필요한 것들뿐이었고, 며칠 전에 영석도 다 써버려서 진퇴양난이었다.
“대형, 제게 법보 조각을 파는 것이 어떠신지요. 영석 열 개를 드리지요.”
구경하던 인물들 속에서 회색 포를 두른 자가 사내에게 거래를 제기했다.
“안 팔아! 사고 싶으면 영석 서른 개를 내라고.”
고개를 크게 내저으며, 그런 가격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흠. 귀하의 법보가 약간만 더 컸더라면, 그만한 가치가 있었겠지만, 안타깝게도 너무 작습니다. 숨길 수 있는 물건이 거의 없어요.”
회의인이 아쉬운 기색으로 사람들 틈으로 사라졌다.
“열두 개는 어떻습니까?”
“난 열세 개를 내놓겠어요.”
주변에서 듣고 있던 수도자들이 법보 조각이 탐이 나는지, 가격을 부르기 시작했다. 가지고 있어도 큰 쓸모는 없었지만, 남겨두고 연구를 해보아도 좋을 물건이었다. 확실하진 않지만, 자신들에게 어떤 깨달음을 줄지도 모르지 않은가!
이렇게 가격이 스무 개까지 올라갔는데, 가격을 부른 이는 소박하게 생긴 둥근 얼굴의 청년이었다. 가격이 너무 오르니 더 이상 높여 부르는 이가 없었다. 방금 가격을 부른 이도 어떤 가문 출신의 제자일 가능성이 높았다. 그들이나 되어야 이런 데다 쓸 돈이 있을 테니 말이다.
“스무 개?”
까무잡잡한 사내도 혹한 듯 했다 이 정도 가격이면 자신이 정한 하한선은 넘은 셈이었다. 그가 가진 다른 물건들과 합하면, 저 회풍보를 손에 넣을 수 있을 만했다.
“영석 스무 개를 내놓겠다고?”
사내가 둥근 얼굴의 청년을 보며 상냥하게 되물었다. 그런데 이 청년은 어찌된 영문인지 얼굴이 새빨갛게 변했다가 다시 창백해지는 등 당황한 모습이었다.
“저…… 저는……. 그렇게 많은 영석은 없습니다!”
말을 더듬던 청년이 결국에는 속에 담아둔 말을 내뱉자, 듣는 이들 모두 어안이 벙벙해졌다.
“없다고? 그럼 방금 왜 소리친 거냐? 나랑 놀아보자는 거냐?”
그것을 듣고 있던 까무잡잡한 사내도 대노해 폭발할 지경이었다. 그가 내뿜는 강대한 기세에 청년은 숨이 막혀왔다.
“그저 다들 가격을 부르길래, 재미 삼아 따라 불러보았습니다! 대형 용서해 주십쇼!”
동그란 얼굴의 청년이 서둘러 사정을 하는데, 이미 얼굴 가득 식은땀이 가득해서 땀방울이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그는 겨우 5성에 이른 수도자인데 어찌 이런 영기의 압박을 견디겠는가!
“방금 열아홉 개를 부른 분이 누구시죠? 제가 영석 한 개는 그냥 드릴 테니 이 물건을 사주십시오!”
청년이 급한 와중에도 살길을 찾아 소리쳤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주위에서는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열아홉 개를 외친 이도 높은 가격을 부른 것을 후회하고 있던 것이다.
“그럼 열여덟 개를 부르신 대형은 안 계십니까?”
청년이 점점 험악해 지는 사내의 얼굴에 거의 울듯이 소리쳤다. 자신 같은 수준의 수도자에게는 겨우 영석 두 개가 전부였다. 그마저도 일 년 넘게 고생을 한 끝에 갖게 된 물건들이었다.
“잠깐 기다려주십시오.”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은 말소리가 울려 퍼지며 한 사람이 나섰다.
“넌 또 무엇이냐?”
사내가 어두운 얼굴로 눈앞의 청년을 바라보았다. 이미 성질이 날대로 나서 만약 이 놈도 헛소리를 한다면, 9성에 이른 실력자고 뭐고 함께 반쯤 죽여 놓을 작정이었다.
“저도 이 물건에 흥미가 있어 갖고자 합니다.”
청년이 헝겊을 가리키며 미소 지었다. 그 수도자는 모든 상황을 지켜보던 한립이었다. 한립은 사내가 이 법보 조각이 영기조차 감출 수 있다는 말에 어떤 생각이 번뜩 머리를 스쳤다.
그러다 사내가 소도를 숨기는 것을 보고는 이 법보는 한립에게 반드시 가져야만 하는 물건이 되었다. 그래서 이 동그란 청년이 정말 영석 스무 개를 내놓았다 해도, 이 거래에 끼어들어 물건을 가져올 요량이었다.
“얼마에 살 건데?”
“저는 물물교환을 하고자 합니다.”
사내가 한립의 말에 표정을 고치더니 다시 온화한 얼굴로 묻자, 한립이 대답하며 소매에서 부적 한 장을 꺼내 노점 위에 올려놓았다.
“비행부!”
“초급 고계의 영부잖아!”
노점에 놓은 부적의 정체를 알아본 수도자들이 놀라 소리쳤다. 초급 고계의 부적은, 태남소회 전체를 따져 보아도 겨우 대여섯 장만 거래에 나왔을 뿐이었고, 그 가격도 어마어마했다.
* * *
비행부가 등장하자 흑한이나 청의인 모두 한립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
“그래! 바꾸지!”
흑한이 흔쾌히 답했다. 이렇게 이득을 보는 장사를 어찌 거부하겠는가?
“거래 전에 귀하가 말한 바대로 법보 조각이 물건을 감추면서도, 외부의 영기도 받아들이는지 확인하겠습니다. 만일 이것이 사실이라면 바로 교환하지요.”
“내가 말한 물건의 효능은 사실이니, 마음껏 확인해 보시오!”
한립이 내놓은 조건에 흑한이 웃음을 띠고 허락했다. 그의 말에 한립도 주저 없이 물건을 꺼내 헝겊으로 덮더니 물건이 종적을 감추자, 그곳을 향해 손끝에서 콩알만 한 백광의 영기단(靈氣團)을 쏘아 보냈다. 잠시 후 물건이 놓인 지점에서 광단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이를 확인한 한립이 얼굴에 희색을 드러내며 가볍게 헝겊을 손에 드니, 다시 그 병이 나타났고 그 안에서 방금 사라진 영기단이 나부끼고 있었다.
“대형의 말씀이 모두 맞습니다. 이 법보조각은 내가 갖겠습니다. 비행부는 이제 귀하의 것입니다.”
한립이 헝겊을 챙겨 수중에 넣더니, 흑한을 향해 포권을 했다.
“좋소! 당신은 아주 호쾌하구려!”
흑한도 크게 기뻐하며 손에 넣은 비행부를 이리저리 살펴 진품임을 거듭 확인했다. 미소를 띤 한립이 바로 몸을 돌려 군중 속을 벗어나려는데, 몇 걸음 가지도 않아서 갑론을박이 시작되었다.
“바보 아닌가! 고계 부적을 저런 계륵과 같은 물건과 바꾸다니!”
“그러니 말입니다. 조각이 저리 작아서야 어디다 쓰겠어요?”
“그리 말할 수야 없습니다. 분명 쓸 데가 따로 있으니 거래를 했겠죠!”
이런 소리가 들려오자 한립은 그들을 비웃을 뿐이었다.
‘당신들이 내게 이 법보가 얼마나 중요한지 어찌 알겠어? ’
“거기 대형! 잠시 만요! 저 좀 기다려 주세요!”
한립이 그리 멀리 가지 않았을 때, 뒤에서 누군가 소리를 지르며 달려오고 있었다.
‘설마 나를 부르는 건가? ’
조금 망설이다 한립이 고개를 돌려 보았다. 그러자 멀지 않은 곳에서 방금 전 화를 면한 청년이 달려오고 있었다. 한립은 호기심이 생겨 그가 다가오길 기다렸다.
“대형, 결국엔 대형을 따라잡았습니다!”
청년이 줄곧 달음질을 치느라 숨이 차서 소리쳤다.
“무슨 일이 십니까?”
“이 걸 드리려고요! 대형의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청년이 작은 책자를 한립의 손에 쥐어주고는 부끄러운 듯 다시 달려갔다.
# 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