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ek Cheo-yong, the shaman Park Soo-yeon RAW novel - Chapter 18
18
박수무당 백처용 018화
세 사람이 밖으로 나왔을 때, 보인 것은 펜션 주차장 초입에 우뚝 서 있는 여민정이었다.
백처용은 황급히 여민정에게 다가갔다. 손이 닿을 정도의 거리까지 다가간 순간, 여민정은 그 자리에 주저앉아 버렸다.
“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여민정이 소매로 얼굴을 훔치며 흐느꼈다.
백처용이 다가가 그런 여민정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괜찮으세요?”
“흑… 으흑…. 저기… 엄마가….”
여민정이 펜션에서 나가는 주차장 입구 쪽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백처용이 그쪽을 바라봤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백처용의 눈에는….
그래도 다행히 아이 귀신은 몸 밖으로 나간 듯 보였다. 정신이 돌아온 것 같았으니 말이다.
여민정은 백처용의 부축을 받아 일어났고, 곧이어 지윤과 임희정이 다가왔다.
“괜찮아?”
“어, 괜찮으신 것 같아.”
임희정의 물음에 여민정 대신 백처용이 대답했다.
백처용은 여민정을 임희정에게 맡긴 뒤, 지윤 쪽으로 다가갔다.
“저쪽에 뭐 보여?”
아까 여민정이 손으로 가리켰던, 펜션 주차장 입구를 보며 백처용이 물었다. 지윤은 잠시 응시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안 보여요.”
“후…. 그래.”
백처용도 돌아서, 다시 건물로 걸음을 옮겼다. 지윤도 그런 백처용의 뒤를 쫓아 돌아섰다.
“으, 으악!”
그 순간, 들려온 것은 여민정의 비명이었다. 여민정은 다시 임희정을 밀쳐내려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민정아! 왜 그래! 그만해!”
임희정은 그런 여민정을 붙잡고 있으려 안간힘을 쓰는 중이었다. 백처용이 다가가 도우려는데, 지윤이 손을 들어 올렸다.
“저기에… 어린아이가 있어요.”
지윤이 가리킨 곳은 펜션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입구였다. 지윤의 눈에 보이는 것은 그 입구를 막고 서 있는 어린아이. 백처용이 봤던 그 아이였다.
일곱 살 정도로 돼 보이는 키. 눈이 없이 까만 구멍만 뚫린 아이. 그 아이가 찢어질 듯 커다란 입을 씩 벌리고 서 있었다.
그 아이의 입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여기로 들어오면… 안 돼. 여기서 나가자.”
아이의 목소리가 지윤의 귀에 똑똑히 들렸다. 여민정도 이 목소리를 들은 듯, 더 격렬히 몸부림을 치기 시작했다.
여민정은 임희정을 뿌리치고 다시 주차장 쪽으로 뛰기 시작했으며, 그 경로에 있던 백처용이 팔을 뻗었다.
여민정이 옆을 지나가는 순간, 백처용이 여민정의 팔을 낚아챘다.
“귀신은 아직 그 자리에 있는 거야?”
백처용이 여민정을 양 손목을 꽉 붙들며 지윤 쪽으로 소리쳤다. 지윤이 황급히 주변을 살폈다. 그리고 지윤은 금방 아이의 행방을 찾을 수 있었다.
아이는 활짝 웃으며 아까 서 있던 쪽에서, 여민정과 백처용 쪽으로 달려오는 중이었다.
물이 뚝뚝 떨어지는 몸으로 어른보다도 훨씬 빠르게, 팔과 다리를 휘저으며 달려오는 아이. 그것을 발견하자마자 지윤이 백처용을 향해 소리쳤다.
“아저씨! 지금 민정 언니한테 가고 있어요!”
“이런….”
백처용은 여민정의 팔을 붙들고 있는 것만으로도 힘들었다. 귀신까지 상대할 여유가 없었다.
‘부적을 꺼내야 하는데…!’
백처용이 생각하는 순간.
펑!
허공에서 무언가 터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눈에 보이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비눗방울이 터지듯, 무엇인가 있다가 퐁, 하고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지윤의 시선은 약간 떨어진 곳. 땅바닥을 향해 있었다.
“어…. 갑자기 그 아이 귀신이 갑자기 저기로 날아갔어요.”
“날아갔다고?”
“네…. 뭐에 부딪힌 것처럼….”
쾅!
지윤의 말을 막은 소리. 그 소리의 정체를 향해, 백처용과 지윤의 시선이 움직였다.
소리가 들린 곳은, 화단 옆에 있는 창고였다. 단단히 잠겨 있던 창고 문이, 마치 들어오라는 듯 열려 흔들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임희정이 서 있었다.
“어…? 내가 왜?”
임희정이 열려 있는 창고 문과, 백처용 쪽을 번갈아 보며 당황한 듯 중얼거렸다.
“일단 저기로 들어가자. 야! 얼른 도와!”
백처용이 임희정을 향해 소리쳤고, 임희정이 얼른 달려왔다.
백처용에 임희정, 지윤까지 달라붙어서야 여민정과 함께 창고로 들어갈 수 있었다.
* * *
창고 안에는 삽, 망치, 못, 각목 등의 공구들부터, 안 쓰는 의자, 책상, 선반까지 온갖 잡동사니가 쌓여 있었다.
백처용은 들어오자마자 문을 잠가버렸다. 그리고 여민정의 팔과 몸, 다리를 가지고 있던 금줄로 묶어버렸다.
“선생님! 제발, 저 좀 풀어주세요! 저 여기 있으면 죽어요! 제발… 제발 나가게 해주세요!”
여민정은 눈물을 쏟아내며 간절히 애원했다. 대체 뭣 때문인지 알 수 없었지만, 여기를 나가야 한다고 믿는 듯했다.
백처용이 그런 여민정 앞에 쭈그리고 앉았다.
“왜 여기서 나간다고 하는 거죠?”
여민정은 귀신에 빙의되거나 한 것이 아니었다. 일단 정확히, 어눌하지 않게 백처용과 대화를 하고 있었으며, 무엇보다 지윤의 눈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건… 엄마가… 절 죽이려고 해요. 이제 얼마 안 남았다고….”
“누가 그런 말을 했죠?”
“…아이가….”
“…아이가?”
백처용이 되묻자 여민정이 고개를 휙 돌렸다.
“어린아이 귀신이 나타나서… 엄마가 절 죽이려고 한다고… 오늘 이 집에서 자면, 꼼짝없이 죽을 거라고. 나가라고 했어요. 제 어깨에 붙어서… 계속 나가자고… 속삭였어요. 그래서 나가는데, 나가는 길에 엄마가 막고…. 못 나가게 막고 서 있었다고요!”
여민정의 말에 백처용은 한숨을 내쉬었다.
“누군지도 모르는 어린애 말 때문에 어머니를 의심한 겁니까?”
“그게 무슨….”
백처용의 말에 여민정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지금까지 어머니가 물귀신이 되어 자신을 괴롭혀 온 것은 명백한 사실이었다. 이는 백처용도 목격했으며, 이를 막기 위해 굿을 한 것이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어머니를 못 믿냐고, 그렇게 말하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쿵! 쿵!
그때 갑자기 누군가 문을 거칠게 두드리기 시작했다.
안에 있던 네 사람 모두 놀라서 몸을 움찔했다.
쿵쿵쿵쿵쿵!
쉬지 않고, 점점 빨라지는 소리. 낡은 나무문은 금방이라도 부러질 것 같았다.
“급하니까,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백처용이 말하며 묶었던 금줄을 풀었다. 그러는 동안에도 문 두드리는 소리는 계속해서 들려왔고, 이제는 공포조차 제대로 느껴지지 않을 때쯤.
쾅!
문이 부서졌다.
그러나 문밖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고요한 가운데, 동요한 기색을 보이는 두 사람. 지윤과 여민정이었다.
여민정은 앉은 채 뒤로 물러나는 중이었으며, 지윤의 시선은 문밖이 아닌 창고 안 한가운데에 고정돼 있었다.
지윤의 눈에는 똑똑히 보였다. 창고 한가운데에 서 있는, 아까 그 꼬마 아이가.
반팔, 반바지 차림의 꼬마 아이. 그 아이는 여민정을 보고 빙긋 웃어 보였다. 웃는 그 아이의 입속은 새까맸다. 이는 보이지 않았다.
이어 그 아이는 지윤 쪽을 바라봤다. 그리고 고개를 갸웃했다.
“누나는 내가 보여?”
아이의 물음에 지윤은 소름이 돋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새까맣게 뚫린 눈과 새까만 입. 그와 대비되는 하얀 피부. 그 피부는 여기저기가 떨어져 덜렁거렸다. 거기다 온몸이 젖어 뚝뚝 떨어지는 물.
입만 씩 웃으며 묻는 아이의 목소리는 섬뜩했다.
당장에라도 정신이 나가버릴 것 같은 공포가 지윤을 덮쳐왔다. 정신이 끊어질 것만 같던 그 순간, 백처용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줌마냐, 애냐.”
“…애요.”
지윤이 다시 정신을 다잡으며 대답했다.
백처용은 끄덕이며 주머니로 손을 가져갔다. 임희정은 무슨 상황인지 몰라 벽에 딱 붙은 채,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백처용이 말을 이었다.
“지금은 어때.”
“여민정 씨한테 가고 있어요.”
지윤의 시선은 천천히 여민정 쪽으로 이동 중이었다. 그 말인즉, 귀신이 점점 여민정과 가까워지고 있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백처용은 움직일 생각도 하지 않고 있었다.
“사, 살려줘…. 선생님… 백 선생님….”
여민정은 선반에 막혀, 더는 뒤로 물러날 수 없었다. 간절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여민정. 백처용은 그 눈빛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전혀 움직일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러자 마음이 급해진 것은 지윤이었다.
“이제 코앞까지 왔어요!”
“…….”
“아저씨!”
지윤이 다급하게 불렀지만, 백처용은 움직이지 않았다.
가만히 여민정을 지켜만 보고 있었다.
지윤은 지금의 상황을 똑똑히 보고 있었다. 아이가 여민정의 바로 앞까지 다가가는 것을. 그리고 여민정의 몸속으로 달려드는 것을.
지윤은 차마 더 보지 못하고, 고개를 돌렸다.
“크어억! 크어….”
여민정은 괴로운 듯 알 수 없는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지윤은 그 광경에 고개를 돌렸으나, 백처용은 여전히 똑바로 보고 있었다.
여민정은 괴성을 내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창고 문을 향해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어디 가세요. 여민정 씨.”
“물…. 산책….”
여민정은 멍한 표정으로 말했다.
“지윤아.”
“…네.”
“봐.”
“…….”
백처용은 짧게 말했다. 지윤이 천천히, 여민정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여민정과 겹쳐 보이는 아까의 그 꼬마 아이.
지윤은 여민정의 빙의를 확인하자마자 인상을 찌푸렸다.
“아이가 들어갔어요. 아저씨 대체 왜…!”
지윤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백처용이 움직였다.
백처용은 옆에 두었던 금줄을 움켜쥐고, 문 앞으로 달려갔다.
백처용이 문 앞을 가로막았으나, 여민정은 멈추지 않았다.
“비켜….”
여민정이 말하며 팔을 뻗는 순간.
백처용은 양손에 금줄을 펼쳐 쥐고, 여민정 쪽으로 달려들었다. 여민정을 끌어안듯이 금줄을 쥔 채, 팔로 감쌌다.
그러나 여민정은 손으로 백처용의 팔을 움켜쥐었다.
“이거…, 놔!”
여민정이 힘을 주는 순간, 백처용은 몸이 약간 허공으로 떠올랐다가 내려왔다. 날아갈 정도는 아니었지만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힘이었다.
백처용은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더욱 여민정을 꽉 끌어안았다.
“야! 이 끝 잡아! 묶어야 돼! 임희정 너도!”
“네? 아, 네!”
“알았어!”
백처용의 외침에 지윤과 임희정도 얼른 다가왔다. 그리고 끌어안은 백처용의 손에 들린 금줄, 그것을 잡았다.
“아저씨! 날 도와준다며! 왜 방해하는 거야!”
몸부림을 치며 포효하는 여민정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그 사이 지윤과 임희정은 금줄로 여민정을 묶고 있었다.
그때 아이가 여민정의 몸 밖으로 나오려고 하는 게 눈에 보였다. 나오려 몸을 쭉 늘이고 있었는데, 금줄 때문인지, 완전히 나오지는 못하고 있었다.
“크아아악!”
귀신의 포효. 여민정의 입을 빌리지 않은 소리는, 오로지 지윤에게만 들리고 있었다.
그 포효에 지윤은 소름이 돋았고, 온몸의 힘이 빠질 것만 같았다.
아직도 아이는 여민정의 몸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대로라면 곧, 나올 것 같았다.
“으…. 나, 나오려고 해요!”
“뭐?”
“꼬, 꼬마가 나오려고 한다고요!”
“이런…. 더 빨리 묶어!”
지윤은 포효 때문에 인상을 찌푸리며 소리쳤다.
백처용은 그 말에 당황한 듯했다. 몸부림치는 여민정을 잡고 있느라, 다른 것은 할 수 없었다.
“아니, 이건 대체 얼마나 묶어야 되는 건데!”
“조금만 더! 다리랑 목까지 다 묶고 나서 매듭지어!”
임희정의 짜증 섞인 목소리. 이어진 백처용의 대답. 다들 여민정과 꼬마 귀신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 순간.
끼익.
땅바닥에 쓰러져 있는 창고 문에서, 섬뜩한 소리가 들려왔다.
금줄을 묶던 지윤의 시선도, 자연스레 그쪽으로 향했다.
“아….”
“왜 그래! 빨리 묶어!”
옆에서 임희정이 금줄을 여민정의 몸에 감으며 소리쳤다. 그러나 지윤은 덜덜 떨며 문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 아줌마가… 왔어요.”
지윤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그리고 지윤의 시선이 닿은 창고 입구.
긴 머리에서 물을 뚝뚝 떨어뜨리며, 한 여자가 걸어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