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ektu Sword Zone Central Expedition Punishment RAW novel - Chapter 248
248화 성동격서. 3.
“연화 그것이 그 험한 길이 무슨 꽃놀이 가는 나들잇길이라도 되는 줄 아는 모양입니다.”
“그런 것 같습니다. 섬서에서 거창하게 출정식까지 하고 수백 명의 호위와 함께 악단까지 동원해 무슨 축제라도 하듯 떠들썩하게 섬서를 벗어났다 합니다.”
황태감이 어이없다는 듯 되물었다.
“남만까지 그렇게 가겠다는 것입니까?”
“섬서를 벗어나서는 호위들은 모두 철수하고 사신사령과 석다물 그렇게 여섯만 남긴 했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남만왕과 야수궁주를 죽이러 간다고 동네방네 그리 떠들어 댔으니 이미 새외로 소문이 다 퍼졌을 것인데….”
“그러게 말입니다. 새외의 세작들이 중원에 한가득입니다.”
“이미 정보는 다 넘어갔을 듯한데.”
“국경을 넘어 남만에 발을 디디는 순간 어찌 될지 걱정입니다.”
황태감과 하태감이 연화도 같이 새외로 들어간다는 보고에 겉으로는 한숨을 내 쉬었지만 내심 하늘이 돕는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연화야 태어나 처음 그런 세상을 접했으니 철딱서니도 어린아이처럼 신이나 그랬다 쳐도 석다물이란 놈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을 텐데 그걸 그냥 두었다는 말이오?”
“태어나 처음 접한 것은 아니지요. 군사를 이끌고 전쟁에 나가고 직접 전투까지 치러본 경험이 있는 연화가 아닙니까? 그런 자신감의 발로일 것입니다.”
“그렇군. 그걸 생각 못 했군. 우리가 연화를 가장 껄끄러워 해왔던 것도 그런 이유였다는 걸 깜빡했소.”
“연화가 고집을 피우면 석다물 그깟 놈이 감히 어쩌겠습니까?”
“그렇지 아무리 무림의 무지렁이라 하나 그놈인들 황실의 금지옥엽이 어떤 존재인지 모를 리도 없고 가겠다면 같이 가야지.”
“오히려 잘된 일 아닙니까?”
“뭐가 말이오?”
“석다물은 해외의 우두머리를 암살하는 임무보다는 연화를 보호해야 하는 더 큰 임무가 생겼으니 손과 발이 묶일 것이고. 우리 생각보다 죽이기가 훨씬 쉬워질 것이 아니겠습니까?”
뭔가 이상했다.
석다물과 연화, 사신사령은 분명 남의 눈을 피해 비밀통로를 통해 아주 은밀히 빠져나갔고.
분장과 위장까지 해 철저하게 신분을 숨기고 이동하지 않았던가?
아마도 그 또한 위장인 듯했다.
석다물이 다시 조를 나눠 각각 은밀한 지시를 내린 두 개 조 중 한 조가 석다물과 연화 노릇을 하고 있는 게 분명해 보였다.
“연화는 석다물과 함께 죽을 것이고 남만에서 죽던 운 좋게 남만을 벗어나 대막이나 북해에서 죽던 모든 책임은 무림이 덮어쓰게 될 것이외다.”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는 것입니까? 황실과 무림을 엮지 않는 데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하태감이 다소 회의적인 표정으로 무림까지 끌어들여 책임을 지게 하는 데는 문제가 있다는 듯 말하고는.
보다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이유를 부연하기 시작했다.
“역대 왕조들이 무림을 발아래 두거나 아예 멸절시키려는 시도가 늘 있었으나 오늘의 모습에 이르게 된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닙니까?”
“알지요. 허니 이리 복잡하고 어지럽게 엮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래도 안 될 것입니다. 무림은 무를 숭상하는 집단이지만 그 근본에는 불씨(佛氏)와 노장(老莊)이 있지 않습니까?”
“그게 어쨌다는 게요?”
“백성들에게는 무림이 곧 신앙이고 의지할 대상입니다. 허니 이리 오랫동안 굳건히 존재하는 것이구요.”
“모르는 바 아니나 그게 옳다고 생각하지 않소.”
“무림은 어떤 왕조보다도 오래 존재할 것입니다. 허니 들어서는 왕조마다 불가근불가원, 상호 불간섭의 원칙을 확인했던 것 아닙니까?”
“그 또한 언젠간 바뀌지 않겠소?”
“황태감께서 바꾸시겠습니까?”
황태감이 피식 웃으며 대답하려는데 갑자기 내실의 문이 벌컥 열렸다.
열린 문으로 어린아이 한 명이 내실로 들어왔다.
누가 봐도 방을 잘못 찾았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는 행색이었으나 아무리 생각해도 방을 잘못 찾을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1층 입구에 대기하던 호위들은 그렇다 쳐도.
삼 층 내실 문 앞에 대기하던 황태감의 호위들을 뚫고 방을 잘못 찾아 들어 온다는 건 불가능했다.
하태감이 대체 무슨 일인가 싶어 뭔가 말을 하려는데 황태감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내실로 들어온 사람들을 맞았다.
“어쩐 일이시옵니까?”
황태감이 노환동 앞에 엎드려 머리를 조아리자.
하태감이 이게 무슨 일인가 싶은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노환동과 황태감을 번갈아 봤다.
“황태감 이 무슨 일이오? 지금 내가 뭘 보고 있는 겁니까?”
“가만히 계시오. 그대가 있는 자리에 어르신께서 모습을 보이셨다는 건 두 가지 뜻이오. 하태감 당신을 중히 쓸 생각이던지 오늘 여기서 죽일 생각이던지.”
하태감이 어이없다는 듯 노환동을 보고는 황태감에게 물었다.
“저 아이가 나를 중히 쓰든지 죽이든지? 거 농담이 너무 심하신 거 아니오?”
노환동이 하태감을 보고는 귀엽다는 듯 빙긋 웃고는 말했다.
“들어라. 나와 황가의 대화가 끝날 때까지 한마디라도 하면 죽일 것이다.”
분명 어린아이의 음성이었으나 그 섬뜩함에 하태감의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믿을 수 없는 상황이었으나 믿고 따르지 않으면 정말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이 하태감의 심장을 뚫고 올라 머리 위로 치솟았다.
“따르시오. 안 그러면 죽소. 오늘 하태감이 죽지 않는다면 세세토록 광영이 그대를 비출 것이오.”
“뒤로 물러나 있거라.”
마치 최면에라도 걸린 듯 하태감이 뒤로 물러서자 노환동이 입을 열었다.
“남만으로 향하던 석다물이 서장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목적지가 바뀐 것입니까?”
“애초에 남만으로 들어갈 생각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서장으로 방향을 틀었으나 서장으로도 들어가지 않을 것이고 거기서 북해 쪽으로 방향을 틀고 다시 대막으로 길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허면 애초에 첫 목표가 대막입니까?”
“아니지. 새외로 들어갈 생각이 없는 거지. 그렇게 국경을 넘지 않고 운남 사천 신강을 돌며 유람이나 하며 반응을 보겠다는 것이겠지. 아마도 우리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확인하겠다는 뜻이겠지. 영악한 놈.”
“하오면 어찌하면 되겠습니까?”
“듣거라. 주인님의 명이다.”
“명교 호교사령 만마의 지존이신 마존의 명을 받습니다.”
뒤로 물러서 있던 하태감이 만마의 지존 마존이란 말에 하마터면 비명 같은 한마디를 내뱉을 뻔한 입을 손으로 막으며.
멍한 표정이 되어 노환동과 황태감을 봤다.
“연화의 움직임에 맞춰 일을 진행하려 했으나 이제 그럴 필요가 없다. 주인님의 종들이 먼저 국경을 넘을 것이다.”
“죽입니까?”
“연화는 그 자체가 명분인데 죽일 수야 없지. 사로잡을 것이다.”
황태감이 연화를 사로잡아 어찌할 것인지 궁금하다는 듯 노환동을 봤다.
“새외의 종들이 석다물을 죽이고 연화를 사로잡아 중원 무림이 새외를 침공했다는 명분으로 소림과 무당 화산을 칠 것이다.”
“그들만으로 가능하겠습니까? 석다물을 죽이고 소림과 무당, 화산을 치기도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들이 누군지는 아느냐?”
“용서하십시오. 건방을 떨었습니다.”
“남만의 동암대주교(東暗大主敎) 흑시염마(黑屍閻魔), 남만야수궁의 만마도귀대주(萬魔刀鬼隊主) 명혼수라(冥魂修羅), 대막의 서암대주교(西暗大主敎) 혈랑객(血狼客), 북해의 북암대주교(北暗大主敎) 탈명귀(奪命鬼)가 바로 그들이다.”
황태감의 목구멍으로 마른침이 꿀꺽하고 넘어갔다.
마존이 요선문을 통해 다시 현세로 데려왔다는 흑시염마와 명혼수라 거기에 대주교급 두 명.
그야말로 무공이 고강한 순으로만 쳐도 마교 서열 5위부터 10위까지가 석다물을 죽이기 위해 총출동했다는 말이었다.
그간 중원에서 암약하고 있을 것이라 예상하고 오랜 시간 추적했지만, 흔적도 찾을 수 없었던 자들이었다.
그들의 흔적조차 찾지 못했던 이유가 밝혀지는 순간이기도 했다.
“한 명 한 명이 나보다 강함은 물론 본교의 주력이며 육십 년 전 본교의 주력보다도 훨씬 강하다. 강한 정도가 아니지. 압도적이라고 하는 게 맞겠지.”
“교주님과 부 교주 태상 호법은 어디 계십니까?”
황태감이 언급되지 않는 마존을 제외한 진짜 마교 최강 고수들에 관해 묻자 노환동이 인심 쓴다는 듯 한마디 던졌다.
“주인님의 종들이 어디 있겠느냐? 주인님 모시고 있겠지.”
황태감의 얼굴에 이미 이겼다는 듯한 승리감이 묻어났다.
“거기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중원에 숨어 있던 천마수호대, 천마혈풍대, 염왕대, 독왕대, 수라마검대가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하오나 새외의 세력이 국경을 넘으면 그땐 단순히 무림만의 일로 치부되지 않을 것입니다. 황실에서 가장 민감한 것이 새외의 오랑캐들이 국경을 넘는 것이 옵니다.”
“그래서 연화가 필요한 것이다. 무림과 황실은 서로 간섭하지 않는다는 명분을 내세워 모른 체하고 그저 연화를 돌려달라 협상하려 하겠지.”
“오오! 묘수 중의 묘수인 듯하옵니다.”
“무엇보다 대규모의 이동은 없을 것이다. 무림을 상대하는 것이 명분이니 만치 군사가… 아니 극강의 무사들이 들어올 것이다.”
“허면 저희는 뭘 하면 되겠습니까?
“금의위를 동원해 서창과 동시에 일왕부와 이왕부 삼왕부도 쳐라.”
“황명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 옵니다.”
“부새령으로 하여 칙서를 쓰게 하고 옥새를 찍게 하라. 낭중령으로 하여 황궁의 모든 문을 장악하게 하고 허락 없이는 누구도 들이지 말라. 들려는 자가 있으면 죽여라.”
황명을 위조하고 황궁을 장악하란 말에 하태감이 놀라 노환동을 봤다.
‘반역의 무리들이 아닌가?’
하태감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노환동이 말을 이었다.
“왕야들은 죽이지 말고 도주의 길을 열어 주라. 일왕야 강안은 무당으로 이왕야 월성은 화산으로 삼왕야 금릉은 소림으로 쫓으라.”
“…….”
“그들이 무사히 무당 소림 화산으로 숨었다는 보고가 올라오면 황상에게 보고해 금의위를 보내 왕야들과 반란을 도모한 죄를 물어 멸문시키라. 왕야들도 이때 죽이라.”
“새외의 종들이 소림과 무당 화산을 칠 거라 하지 않으셨습니까?”
“새외의 종들이나 금군이나 모두 주인님의 종인데 누가 치든 어떨 것이며 같이 치면 또 어떨 것이냐?”
금군도 주인님의 종이라는 말에 하태감의 표정에 후회가 어렸다.
대역무도한 무리들과 잘못 엮였다는 후회인 듯했다.
“무림맹과 세가 여타 문파들의 반발이 심할 것입니다. 게다가 그들은 백성들의 엄청난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그 생각을 못 했겠느냐? 그건 황가 네가 걱정할 일이 아니다. 알아서 할 것이니 너는 시키는 것만 하거라.”
“존명!”
60여 년 전 무림을 멸절시키고 무림 문파를 마교의 분타로 만들겠다는 기치로 일어선 마교가, 그때 실패한 원인을 나름대로 분석해 두 번 실패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로 세운 계획인 듯했다.
그리고 거기 좀 더 커진 규모라는 걸 보여주듯 한마디 덧붙였다.
“일단 이렇게 중원 삼대 문파를 정리하면 이후 나머지 문파들을 쳐서 무림 구대문파와 세가를 중원에서 지우고 그 자리에 명교의 분타를 세울 것이다.”
“…….”
“이 첫 단계가 완성되면 이후 황궁을 명교의 성지로 삼을 것이다.”
그제야 황태감이 무림 멸절을 운운했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발을 들여선 안 될 곳에 발을 들였다는 생각이 하태감의 머리를 때렸다.
무엇보다 황궁을 마교의 성지로 삼는다는 말에 하태감이 이빨을 부딪치며 떨기 시작했다.